- 노스캐롤라이나주(洲) 엠블럼
- 노스캐롤라이나주(洲) 엠블럼

“미 서부에 캘리포니아가 있다면 동부에는 노스캐롤라이나(North Carolina)가 있다.”

캘리포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는 북미 대륙의 양끝인 서부와 동부 연안에 위치해 있지만,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두 지역 모두 기업과 대학, 연구소 등 산학연(産學硏) 시스템이 완벽하게 마련돼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특히 지난 1953년 당시만 해도 1인당 소득이 미 평균(1709달러)의 약 3분의 2인 1097달러로 미국 내에서 44번째로 낙후돼 있었던 노스캐롤라이나의 변신은 눈부시다. 지역경제의 상당 부분이 담배 재배였을 정도로 노스캐롤라이나는 미국 내에서도 가장 못사는 지역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노스캐롤라이나의 상전벽해(桑田碧海)에 불을 당긴 것은 지난 1965년 IBM이 연구시설을 건립하면서부터다. 이후 노스캐롤라이나는 미국 내 기업 환경이 가장 좋은 곳으로 꼽히고 있다.

2014년 11월 IBM기업가치연구소가 발표한 ‘2013 국제기업 지역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미국 내 인구 100만명당 외국인 직접투자가 가장 많았던 지역 순위에서 노스캐롤라이나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앨라배마 다음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영전문지 <사이트셀렉션>이 2007년부터 2014년까지 8년간 미국 내 기업경영 환경이 가장 우수한 지역을 조사한 자료에서는 노스캐롤라이나가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치프 이그제튜티브>, <포브스> 조사에서는 각각 2위와 3위에 올랐으며, <CNBC> 조사에서는 5위에 랭크됐다. 최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일본 자동차 기업 도요타는 당초 미국 본사를 텍사스로 전할 계획이었지만 노스캐롤라이나가 막판에 유치전에 적극 뛰어들면서 혼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기업들이 노스캐롤라이나로 본사, 연구시설 등을 이전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 동부 실리콘밸리’이자 첨단산업단지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RTP)로 대표되는 체계적인 산학연(産學硏) 시스템에 있다.

지난 1956년 조성된 RTP는 대학과 주정부, 기업체들이 모인 기술 클러스터다. RTP 형태의 산학협력 시스템은 미국 내에서도 가장 효율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은 전 세계 모든 정부가 도입해 운영하고 있지만 1956년 당시만 해도 노스캐롤라이나 RTP는 매우 혁신적인 시스템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IBM이 1965년 연구 시설을 지으면서 본격화된 RTP는 같은 해 전미환경보건과학연구소(NIEHS), 1970년 미국 환경보호국(EPA) 등의 국가 연구기관과 글락소클라인스미스 등 세계적인 바이오 기업들이 연구시설을 속속 지으면서 세계 최대 생명과학 산학단지로 급부상했다. 


1. 노스캐롤라이나 RTP는 산학 클러스터의 첫 시도이자 가장 성공적인 모델이다. 2. 미국 내 대표적인 에너지 기업 듀크에너지도 노스캐롤라이나에 본사를 두고 있다.3. 노스캐롤라이나 최대 경제도시 샬럿 사진 : 노스캐롤라이나주정부 상무성
1. 노스캐롤라이나 RTP는 산학 클러스터의 첫 시도이자 가장 성공적인 모델이다.
2. 미국 내 대표적인 에너지 기업 듀크에너지도 노스캐롤라이나에 본사를 두고 있다.
3. 노스캐롤라이나 최대 경제도시 샬럿
사진 : 노스캐롤라이나주정부 상무성

미국 내 기업 환경 가장 좋은 지역

RTP는 ‘남부의 하버드’로 불리는 듀크대(Duke University)를 비롯해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NC State University), 채플힐의 노스캐롤라이나대(University of North Carolina at Chapel Hill) 등 세 대학을 잇는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16개 공립대학과 35개 사립대학으로 구성된 노스캐롤라이나의 연구 수준은 미국 내에서도 가장 높기로 유명하다. 현재 노스캐롤라이나의 RTP에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데이터센터 분야 등 3000여 기업에 10만여명의 근로자가 종사하고 있다. IBM, 시스코가 이곳에 거점을 마련해 놓았으며 레노버와 SAS, 레드햇은 본사를 아예 노스캐롤라이나로 옮겨왔다. 이밖에 구글, 애플, 페이스북, 넷앱, 디즈니 엔터테인먼트 등도 노스캐롤라이나에 기술개발센터를 두고 있다.

특히, BT(바이오기술) 산업에 있어 노스캐롤라이나는 미국 내 본산(本山)과 같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 화이자, 바스프, 바이엘, 신젠타 등 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R&D) 시설이 이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중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노바티스, 머크 등은 생산시설까지 갖춰놓고 있다.

최근 노스캐롤라이나가 기업 유치전에 적극 나선 분야는 자동차 등 운송 업종과 태양광으로 대표되는 신재생 에너지 분야다. 현재 노스캐롤라이나에는 혼다, 볼보 등의 완성차 메이커들 외에 브리지스톤, 굿이어, 컨티넨탈 등 타이어 기업들과 캐터필러 등 중장비 내연기관 메이커들도 생산시설을 갖춰 놓고 있다.

리랜드 개스킨스 노스캐롤라이나 주정부 상무성 아시아지역 투자담당관은 “미국 내에서도 노동조합 가입률이 가장 낮고 반대로 노동 생산성은 비교적 높은 수준에 위치한 것이 주요 자동차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세금 부담을 줄여 나간 것도 기업 유치에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현재 노스캐롤라이나 주정부는 2015년 법인세 요율을 6.9%에서 5%로 낮출 계획이며 2016년과 2017년은 각각 4%와 3%까지 인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Mini  interview
● 리랜드 개스킨스 노스캐롤라이나 주정부 상무성 아시아지역 투자담당관


“우수한 노동력·교통 인프라 미국 최고”



“노스캐롤라이나보다 노동력이 우수하고, 교통 등 지역 인프라가 좋은 주(州)를 찾기도 쉽지 않을 겁니다. 노스캐롤라이나는 기업에겐 ‘천국’ 같은 곳이죠.”

리랜드 개스킨스(Leland Gaskins) 노스캐롤라이나 주정부 상무성 아시아지역 투자담당관은 노스캐롤라이나의 강점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를 졸업한 뒤 지난 2005년부터 상무성 아시아지역 투자담당관인 개스킨스는 그중에서도 자율적으로 구성된 RTP 시스템의 우수성에 대해 설명했다. 세계 최대 BT산업단지인 RTP는 상당수 기술기업들이 자생적으로 성장해 벤처타운을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이밖에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기술 인력과 제조 업종에서 필요로 하는 숙련된 전문 인력이 다양한 것도 노스캐롤라이나의 장점으로 꼽았다. 노스캐롤라이나는 미국 내에서도 노조가입률이 낮기로 유명하다. 이에 대해 그는 “경영진들이 근로자의 노조 가입을 방지하려고 더 나은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 주효했다”면서 “노조 문화가 없다 보니 외부 세력의 개입 없이 고용주와 직접적으로 대화를 나서는 것도 노스캐롤라이나 기업들의 보편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