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1인 미디어 시대다. 연예인이 아니어도 온라인으로 개인방송을 중계할 수 있는 동영상 플랫폼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선두주자가 바로 아프리카TV(AfreecaTV)다. 현재 아프리카TV에는 22만 명의 BJ(Broadcasting Jockey·개인방송 진행자)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일부 BJ는 억대의 수익을 올린다고도 한다. BJ라는 이색 직업에 대해 알아봤다.
1. 엄청난 양의 음식을 한꺼번에 먹는 모습을 방송하는 ‘먹방(먹는 방송)’ BJ도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2. ‘공방(공부 방송)’을 진행하는 BJ는 자신이 공부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중계한다.3. 온라인 개인방송 서비스의 선두주자 아프리카TV에서는 다양한 콘텐츠를 방송하는 BJ들이 활발하게 활동중이다.
1. 엄청난 양의 음식을 한꺼번에 먹는 모습을 방송하는 ‘먹방(먹는 방송)’ BJ도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2. ‘공방(공부 방송)’을 진행하는 BJ는 자신이 공부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중계한다.
3. 온라인 개인방송 서비스의 선두주자 아프리카TV에서는 다양한 콘텐츠를 방송하는 BJ들이 활발하게 활동중이다.

2014년 4년제 졸 남성 대기업 신입사원 평균 연봉은 3707만원이다. 그런데 앉은 자리에서, 그것도 단 몇 분 만에 3800만원 가량을 벌어들인 여성이 있다. 바로 아프리카TV의 BJ, 즉 브로드캐스팅 자키(Broadcasting Jockey·개인방송 진행자)다. 유소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이 BJ는 지난해 10월15일 방송 도중 한 시청자로부터 3850만원 상당의 별풍선 35만5000개를 선물받았다. 아프리카TV측과 수익을 일정 비율로 나누기 때문에 실수령액은 2000만원 정도지만 상당한 액수다. BJ, 별풍선…. 모두 생소한 단어들이다. 이들은 어떻게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걸까.

BJ 유소희와 같은 브로드캐스팅 자키(이하 BJ)의 일터는 바로 아프리카(Afreeca)TV와 같은 인터넷 개인 방송 플랫폼이다.

2006년 3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아프리카TV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짜 방송(A Free Casting)’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웹캠(Web-cam)이 있고 인터넷에 연결돼 있다면, 누구든 인터넷 개인 방송국의 소유주가 될 수 있다. 흔히 ‘인터넷 개인 방송’이라 하면 파인 옷을 입은 예쁜 여성들이 수위 높은 몸짓으로 시청자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B급 방송이 떠오르지만, 아프리카TV의 방송 콘텐츠 종류는 게임, 토크, 음악, 스포츠, 먹방(먹는 방송), 주식, 교육 등 다양하다. 시청자 층도 두터운데, 현재 회원 수 1000만을 넘어선 지 오래이며 모바일 앱 누적 다운로드는 2300만건을 기록했고 이용시간 기준 국내 모바일 영상 서비스 2위에 올랐다.


‘별풍선’으로 억대 수익 올리기도

현재 아프리카TV에는 22만 명 정도의 BJ가 활동 중이다. 대부분의 BJ는 돈벌이보다는 방송을 한다는 것에 대한 만족감으로 활동하지만, 일부 BJ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인기 BJ들은 팬의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어느 정도 인기를 얻으면 아프리카TV 측의 심사를 통해 베스트 BJ가 되는데, 그 중에서도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한다고 판단되면 파트너 BJ로 선정된다. 베스트 BJ나 파트너 BJ가 되면 방송을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아프리카TV 측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는데, 이를 통해 더 많은 수익을 내는 것이 가능해진다.

‘BJ’의 주 수입원은 별풍선이다. 별풍선은 일종의 아이템으로, 시청자들이 방송이 마음에 들 경우 BJ에게 선물하는 기부금 형식의 시청료이다. 시청자는 별풍선을 110원에 구입해(부가세 10% 포함) 마음에 드는 BJ에게 ‘쏘는’데, 이 별풍선이 일정 정도 쌓이면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다. 따라서 BJ들 사이에서는 별풍선을 더 많이 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대부분의 일반 BJ는 아프리카TV와 6(BJ)대 4(아프리카TV)의 비율로 수익을 나누는데, 베스트 BJ는 7대 3, 파트너 BJ는 8대 2로 나눈다. 즉 인기가 많을수록 수익을 더 많이 가져갈 수 있는 부익부 빈익빈 구조다.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있듯이 별풍선 하나에 100원이라도 몇 만개가 모이면 목돈이다. 그리고 이런 일은 인터넷이기에 가능하다. 2013년 10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김을동 위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아프리카 BJ들이 2013년 1월부터 9월까지 올린 누적수익은 258억원이다. 특히 소득 상위 4명은 모두 2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고, 가장 많은 수익을 낸 BJ는 3억원 가까운 수익을 올려 화제가 됐다.

BJ의 수입원은 별풍선 뿐만 아니다. 2013년 12월 아프리카TV는 콘텐츠 유통망 확장의 일환으로 유튜브(Youtube)와 콘텐츠 제휴 협약을 맺어 아프리카TV에서 생산된 콘텐츠를 유튜브에 게시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BJ는 유튜브 광고 수익을 추가적으로 얻게 된다. 게임방송을 진행하는 인기 BJ ‘대도서관’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90만 명이 넘는데, 그가 받은 유튜브 광고 수익과 별풍선 수익을 합치면 한 달에 3500만원, 1년에 4억원이 넘는다.

22만 명의 아프리카TV BJ들은 더 많은 시청자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히 경쟁한다. BJ가 바글거리는 아프리카TV 정글 속에서 뻔한 콘텐츠로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BJ들은 먹방을 한다. ‘The 디바’가 대표적인 먹방 BJ다. 그는 한 끼에 대하 100마리나 라면 5봉지 등 엄청난 양의 음식을 몇 시간에 걸쳐 먹으며 시청자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몇 시간 동안 자신이 공부하는 모습을 생중계하는 방송도 있다. BJ ‘엉가’는 대입 6수생으로, 자신이 아침 8시부터 새벽 12시까지 공부하는 모습을 방송하며 시청자들의 공부 의욕을 고취시킨다. 혼자 공부할 때 집중이 안 되고 지치기 마련인데, 이 ‘공방(공부 방송)’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것이다.


콘텐츠 다양하지만 선정성 논란도

양질의 콘텐츠로 승부하는 BJ가 있는 반면, 일부 BJ는 선정성만을 내세워 별풍선을 받기 위한 경쟁을 펼친다. 이런 선정성 대결은 ‘별창’(‘별풍선’과 ‘창녀’의 합성어)이라는 신조어도 만들어냈다. 최근 한 여성 BJ는 만취상태로 방송을 하던 도중 별풍선에 대한 답례로 옷을 가슴까지 올리며 춤을 추고 바지에 깊숙이 손을 넣는 등의 선정적인 행동을 해 아프리카TV 측의 제재를 받았다. 방송을 감시하는 모니터링 요원 50명이 3교대로 근무하지만, 동시에 재생되는 7000여개의 채널을 관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런 선정성 문제는 아프리카TV 수익구조에서 파생된다. 동영상 플랫폼은 재생 전후와 재생 중간에 나오는 광고로 수익을 얻는다. 대표적인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의 경우 대부분 동영상의 길이가 짧아 시청자들이 한 번 접속하면 여러 개의 동영상을 보기 때문에 광고 노출 횟수가 많다. 하지만 아프리카TV는 동영상 한 개의 길이가 길기 때문에 광고횟수가 제한적이다.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가진 유튜브와는 달리 아프리카TV는 전체 수익에서 별풍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따라서 과도한 별풍선 경쟁을 제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심지어 BJ에게 별풍선을 어느 정도 선물했느냐에 따라 ‘열혈팬 순위’가 매겨지니 오히려 이를 부추기는 꼴이다. 이처럼 시청자는 별풍선 선물 경쟁, BJ는 별풍선 선물받기 경쟁을 하는 지나친 상업화가 생겨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아프리카TV와 같은 1인 미디어의 파급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기존 미디어와 동일하게 취급해 정부가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Mini  interview ● 인기 BJ 디바 제시카
“양질의 콘텐츠 생산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contents creator) 양성하고 싶어요”

- JBS라는 방송국을 운영하고 있는 BJ 디바 제시카는 나중에 콘텐츠 크리에이터(contents creator)를 육성하고 해외로 시장을 확대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 JBS라는 방송국을 운영하고 있는 BJ 디바 제시카는 나중에 콘텐츠 크리에이터(contents creator)를 육성하고 해외로 시장을 확대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2년 연속 아프리카TV 방송 대상에서 상을 받을 만큼 인기 BJ로 활동하고 있는 ‘디바 제시카’는 JBS라는 영어교육방송국을 운영 중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날마다 다른 주제로 비즈니스 영어에서부터 미국 문화, 그리고 야설로 배우는 영어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엔터테인먼트 위주의 방송들 사이에서 ‘섹시함’을 앞세운 영어 교육 방송으로 자신만의 시장을 개척한 디바 제시카는 원래 외국계 금융 컨설팅에서 3년간 일했다.

“연봉은 높았지만 보수적인 분위기가 저와 맞지 않았어요. 회사생활 중 짬짬이 아프리카TV를 봤는데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줄 사람들과 만나고 싶어 방송을 시작했죠. 처음에는 그냥 수다 떠는 형식으로 방송을 하다가 제가 해외경험이 많은 걸 알게 된 시청자들이 영어 방송을 권했어요. 영어 교육 콘텐츠에 대한 시청자의 요구가 먼저 있었던 거죠.”

JBS의 애청자는 20만 명을 넘어섰고 현재 유튜브에도 진출해 구독자 5만 명을 확보했다. 이 정도 규모면 수익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수입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별풍선과 유튜브 광고 수익을 합하면 대기업 부장 연봉 이상 되지 않을까요?(웃음)”

디바 제시카는 “‘영어 교육’ 이외의 다른 차별화 전략이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어만 가르치는 사람은 너무 많아요. 그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저만의 콘셉트가 있어야 하죠. 저한테는 섹시함이 콘셉트이고 마케팅이에요. 그래서 방송할 때는 옷도 섹시하게 입어요.” 

제시카는 5년 안에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를 100만 명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재능기부 형식의 방송, 즉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contents creator)를 육성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아무래도 한국 시장이 좁다 보니 언젠가는 해외 시청자를 상대로 한국어나 한국문화를 알려주는 방송을 하는 것이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