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경제에 대해 밝은 전망은 들리지 않는다. 저금리, 저성장의 흐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금리인상을 전후로 세계 금융시장은 요동치게 될 전망이다. 자칫 욕심을 내서 재테크의 원칙을 잃게 되면 앞에서 여러 길을 찾다 양마저 놓치는 ‘다기망양(多岐亡羊)’의 지경에 빠질 수 있다. 청양(靑羊)의 해 초원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는 양처럼 여유로운 재테크를 하는 길은 무엇일까.

올해 재테크 전문가들은 트렌드가 바뀌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배트를 짧게 잡고 장타보다는 단타 위주로 득점을 올리는 전략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중위험·중수익은커녕 물가상승률을 넘어 실질적 마이너스 수익률만 피하면 다행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원금 손실이라도 피해보자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기대수익률을 정기예금 금리의 2배 정도로 영점 조준하라는 전략이 추천된다. 현재 정기예금 금리가 2%대 초반에 형성돼 있으므로 4~5% 정도의 수익률에 만족하는 게 바람직하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가 불확실하므로 신흥국 투자는 하반기로 미루고, 게걸음치는 국내 증시를 극복하기 위해 디자인된 하이브리드 상품과 0.1%라도 아껴주는 절세 상품 등을 눈여겨볼 것을 권한다.

 

● 박스피 국내 증시, 하이브리드 상품으로 돌파

최근 2~3년간 변동성 없이 박스권에 갇힌 증시는 ‘박스피(BOXPI)’라는 신조어로도 불린다. ‘큰 움직임 없는 증시’는 곧 ‘큰 이득 없는 투자’의 동의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부양책인 초이노믹스는 증시 부양책도 주요 축이지만 그 효과를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연기금 투자 확대, 상하한가 밴드 확대, 배당 확대 등 3확대 정책으로 증시는 하반기 이후 상승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본다. 그 전까지 대안 투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다양한 투자처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상품이 위험을 분산시켜줄 대안으로 고려할 만하다.

공모주에 집중하는 하이일드펀드
하이일드펀드는 지난해 삼성SDS와 제일모직 기업공개(IPO) 바람을 타고 급부상했다. 작년 11월 말 기준 150개 펀드가 운용 중이며, 설정잔액은 1조6620억원에 달한다. 하이일드펀드의 정의는 수익률은 높지만 신용도가 낮은 고위험·고수익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다. 주로 신용등급 BB+ 이하(투자부적격상태) 채권과 기업어음(CP)에 최소 1년 이상 투자해 실적 배당을 받는다. 투자를 잘 했을 때는 월등히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엔 원금마저 날려버릴 수 있다. 따라서 ‘정크본드펀드’ 또는 ‘그레이펀드’라고도 한다. 투자 위험도가 일반 채권, 주식형 펀드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셈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주식 공모를 할 때, 공모주의 10%(실권주 청약 때는 30%), 유상증자 물량의 30%를 우선 배정받는 혜택이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다. 6개월마다 중간 배당을 실시해 이자를 지급 받을 수 있다. 올해 LIG넥스원, 티브로드홀딩스, 제주항공 등 사기업은 물론 한국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도로공사 등 공기업까지 IPO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러나 공모주 투자와 달리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는 당장 수익을 확정짓지 못한다. 대부분의 상품이 사모 형태로 발행되고 있는데, 사모는 만기가 보통 1년 6개월~2년이다. 어차피 지금 확인되고 있는 것은 평가이익일 뿐이어서 만기까지 가봐야 정확한 수익을 알 수 있다. 또 하이일드펀드의 대부분이 3개월 보호예수를 조건으로 기업공개 주식을 담는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상당수 공모주는 상장 첫날 최고가를 기록했다가 하락으로 접어드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막상 뚜껑을 열었을 때 대형 공모주뿐 아니라 비우량 채권 물량이 말라버릴 것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상환조건 완화된 ELS, 원금보장형 ELB, ARS
배리어(Barrier)가 낮은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원금이 보장되는 주가연계펀드(ELF),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에 대한 추천도 많다. 이들 상품 내에서도 위험도에 따라 종류는 다양해진다.

6개월마다 돌아오는 조기상환 조건을 1차에 80% 수준으로 낮춘 저배리어 ELS 정도면 위험도가 낮아질 걸로 분석된다. 6개월 평가시점에서 주가가 최초 기준가격 대비 80% 이상이면 미리 정해진 수익률로 상환되는 식이다. 6개월 뒤 조기상환 되면 시장 여건을 판단해 재투자를 하거나 시장 상황에 맞는 상품으로 갈아타면 된다.

원금을 보장하는 ELB도 살펴볼 만하다. ELS에서 원금보장형만 따로 분리한 게 ELB로, 쿠폰 금리는 연 4%대다. 대체로 국내·외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다.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만기 1년 6개월의 원금보장형 ELB를 예로 들어보자. 코스피200지수가 만기평가일까지 최초기준지수보다 20%를 초과하여 상승한 적이 없는 경우 기본 수익률 2%와 기초자산상승률의 44%를 수익으로 지급(최고 10.8%)하는 구조다. 최초기준지수보다 20% 초과 상승하거나 기준지수 이하로 하락하는 경우에도 원금의 102%를 지급한다. 하지만 증권사, 은행 등 발행사가 부도나면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원금은 보장하면서 주식 시장에 투자하는 절대수익추구형스와프(ARS·Absolute Return Swap)도 있다. 투자원금 대부분을 양도성예금증서(CD) 등에 투자하고, 이 자금을 담보로 증권사 고유자금을 증시에서 롱숏전략으로 운용하는 구조다. 즉 ARS의 수익은 채권수익과 롱숏 수익 두 가지로 구성된다. 롱숏 전략은 롱포지션(매수)에는 구조적으로 이익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을 위주로 편입하고, 숏포지션(매도)에는 기업가치(펀더멘털)가 악화되고 업종 사이클이 하강 국면에 진입한 종목들을 위주로 편입하는 전략이다. 대세 상승장보다는 박스권 장세에서 수익이 기대된다. ARS는 중도환매가 자유롭고 수익률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 사모(투자자 49인 이하)로 진행돼 최소투자액이 1억원 이상으로 크다. 투자자문사의 역량에 따라 수익률의 차이가 커 자문사에 대한 투자 전략을 미리 알아보는 게 좋다.

지배구조 개편 수혜 종목 관심
지배구조 이슈가 있는 그룹주도 주목할 만하다. 과거 SK그룹은 지배구조 개편 후 주가 상승이 컸다. 올해 말까지 금산분리 규제 등으로 삼성, 현대차그룹 등이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해야 한다. 지주사 설립 시 세제 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이하 조특법)이 2015년 말까지만 적용돼 올해에 지주사 전환이 쇄도할 전망이다. 조특법은 일몰 기한이 이미 한번 연장됐기에 추가 연장은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과거 사례에 비추어볼 때 이들 그룹주 펀드를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것도 투자 방안 중 하나다. 홍콩에 본사를 둔 증권사 CLSA는 그간 삼성 계열사들이 오너 일가 중심의 ‘비도덕적’ 지배구조를 통해 주주이익이 훼손될 수 있다는 소위 ‘재벌 디스카운트’로 주가가 저평가돼 왔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삼성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 삼성전자 주가가 현재보다 최대 75%까지 추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1. LIG넥스원은 올해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는 주요 기업 중 하나다. 사진은 LIG넥스원이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와 함께 개발한 대잠어뢰 ‘홍상어’.2. 지주사 설립시 세제 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이 올해 말까지 적용되기 때문에 올해 현대차그룹 등 대기업들의 지주사 전환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1. LIG넥스원은 올해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는 주요 기업 중 하나다. 사진은 LIG넥스원이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와 함께 개발한 대잠어뢰 ‘홍상어’.
2. 지주사 설립시 세제 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이 올해 말까지 적용되기 때문에 올해 현대차그룹 등 대기업들의 지주사 전환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 생계형 稅테크, 0.1%도 아껴라

재테크의 눈높이가 ‘고위험·고수익 → 중위험·중수익 → 생계형’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예금금리가 1%대까지 떨어져 돈이 장롱 속에 잠기는 부동화(不動化) 현상이 심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럴 때일수록 작은 폭이라도 아껴주는 세테크에 집중해야 한다. 재형저축이나 소득공제장기펀드(소장펀드) 등 절세상품 가입 대상이 된다면 우선 챙기는 것이 좋다.

소장펀드란 연봉이 5000만원 이하인 근로소득자가 5년 이상 월 50만원씩(연 600만원 한도) 주식에 40% 이상 투자하는 펀드에 적립하겠다고 약속하면 투자액의 40%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금융상품이다. 1년에 600만원을 소장펀드에 투자하면 연간 납입액의 40%인 240만원을 소득에서 공제받는다. 최대 가입 기간은 10년이며, 가입 후 연봉이 5000만원을 넘어 8000만원까지 올라도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단 5년 내에 해지하면 소득공제 감면액을 추징당할 수 있다.

재형저축(근로자재산형성저축)은 총급여 5000만원 이하의 근로자나 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의 사업자가 가입할 수 있는 서민형 비과세 상품이다. 2013년 3월 출시됐다. 7년간 꼬박꼬박 저금하면 이자소득세(14%)를 면제해준다. 게다가 금리가 2%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연 4%대 금리를 3~4년간 보장한다는 점에서 최근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재형저축과 함께 서민형 절세상품으로 꼽히는 연금저축은 운용 주체에 따라 보험사 연금저축보험, 은행 연금저축신탁, 자산운용사 연금저축펀드 등이 있다.

하이일드펀드는 실적 배당금에 대해 현행 24.2%(소득세 22%, 주민세 2.2%)인 세율보다 13%포인트 낮은 11.2%(소득세 10%, 농특세 1.2%)의 세율이 적용된다. 저율 과세혜택만으로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수익률이 2%포인트 정도 높아진다. ELS를 담아 세제혜택을 누릴 수 있는 변액보험도 있다.

정부는 한 계좌에 예금·적금·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넣고 일정 기간 동안 보유하면 이자와 배당소득에 대해 비과세혜택을 주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을 추진 중이다.

 

[올 상반기 세계 경제 흐름은]

미국발 충격파, 신흥국 투자는 하반기 이후 ‘안전’

상반기에는 양호한 경기 흐름을 보이는 미국과 양적완화가 이어질 유럽이 투자에 유리한 환경을 갖췄다는 조언이 많았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대체로 6월 이후가 될 걸로 예상된다. 미국의 빠른 회복세를 감안할 때 4월 조기 금리인상을 점치는 목소리도 있다.

시기가 언제이든 미국의 금리인상은 다른 신흥국들에는 자금 이탈의 충격파로 이어질 것이다. 신흥국 주식, 외환, 채권 등 금융시장은 큰 폭으로 출렁이게 될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미연방준비제도가 공격적으로 금리인상(1년간 2%포인트 인상)을 할 경우 우리나라에서만 3년간 최대 873억달러가 유출될 걸로 전망했다. 따라서 금리인상의 충격이 가라앉기 전까지 섣불리 신흥국 투자에 나서지 않는 게 좋다.

원화자산 비중을 축소하고 달러, 위안화 등 외화 표시 자산 비중을 확대하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달러·위안화 예금상품이 비교적 안전한 투자처로 꼽힌다.

상반기에 해외투자를 하고 싶다면 사상 처음으로 1만8000선을 돌파하는 등 좋은 흐름이 이어지는 미국이나 양적완화를 추진하는 유럽, 중국, 일본을 눈여겨 볼 만하다. 유럽중앙은행(ECB)은 3월부터 매월 600억유로(약 73조9500억원) 총 1조1400억유로 규모의 채권을 내년 9월까지 매입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기간도 ‘최소한’ 9월이라고 밝혀 더 연장될 가능성을 열어놨다. 지난해 11월 2년 4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렸던 중국은 지난 2월4일 지급준비율을 20%에서 0.5%포인트 내렸다. 2012년 5월 이후 처음으로 돈을 더 풀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한 셈이다. 일명 ‘아베노믹스’를 통해 경기 부양 정책을 펼치고 있는 일본은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월6일 국내 경기 기조판단을 1년 5개월 만에 상향 수정했다.

국내 예금에 가입할 때에도 상반기까지는 6개월 미만의 단기로 가입하는 게 좋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국내 금리도 상승 압력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6개월 단위로 끊어서 예금에 돈을 넣어두면 하반기 금리 상승시기를 노릴 수 있다. 채권펀드에 투자하고 있다면 비중을 줄이는 게 좋다. 외국인들이 국내 채권을 팔고 떠나면 채권가격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