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다음카카오 제공)
‘국진이빵’, ‘핑클빵’. 지금 가장 ‘핫’한 사람이 누군지 궁금하다면 빵봉지에 누가 그려져 있나 보라는 말이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개그맨 김국진과 핑클의 캐릭터가 차지했던 빵봉지. 지금은 누구 차지일까? 바로 카카오톡(이하 카톡)에서 선보인 캐릭터인 ‘카카오 프렌즈’가 빵봉지의 모델로 등장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인기 드라마 배우가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를 닮았다고 화제가 되고, 카카오 프렌즈를 소재로 한 개그 프로그램이 나오기도 한다. 심지어 카카오 프렌즈 상품을 판매하는 브랜드 스토어 앞에 긴 줄이 늘어서있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지난해 4월 서울 현대백화점 신촌점에 오픈한 카카오 프렌즈 팝업스토어는 오픈 3일 만에 2만개 가까운 상품을 판매했고, 5일 만에 2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국민 메신저 카톡의 일평균 이용자 수는 2600만명이 넘는다. 스마트폰 이용자는 곧 카톡 이용자라는 등식이 성립할 정도로 카톡의 위력은 독보적이다. 카톡 이용자라면 한번쯤은 봤을 법한 카카오 프렌즈는 둘리나 뽀로로를 잇는 차세대 국민 캐릭터다. 가장 대표적인 캐릭터인 토끼 ‘무지(Muzi)’를 시작으로, 악어 ‘콘(Con)’, 두더지인 ‘제이지(Jay-G)’, 연인사이인 개와 고양이 ‘프로도(Frodo)’와 ‘네오(Neo)’, 오리 ‘튜브(Tube)’ 그리고 복숭아인 ‘어피치(Apeach)’가 그 구성원이다.
겉보기엔 귀엽기만 하지만 사실 저마다 아픔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무지는 사실 토끼 옷을 입고 있는 단무지다. 토끼 옷이 자신감의 원천인 무지는 옷을 벗으면 소심한 단무지로 변한다. 무지가 토끼가 아니라 단무지라는 사실은 한때 SNS상에서 화제가 됐다. 두더지 제이지도 자신감 넘치는 겉모습과는 달리 외로움을 타고, 잡종인 개 프로도는 유복하게 자랐지만 태생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다. 고양이 네오의 머리카락도 사실은 가발이며, 오리 튜브는 작은 발을 감추기 위해 오리발을 끼고 다닌다. 카카오 프렌즈를 탄생시킨 디자이너 ‘호조’(본명 권순호)는 “캐릭터들이 저마다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현대인들의 공감을 산 것 같다”고 말한다. 이들을 연결해주는 스토리도 흥미롭다. “지하세계의 용왕이 위독해 토끼의 간을 찾기 위해 땅 위로 올라온 두더지 요원 제이지는 무지를 쫓아다녀요. 토끼가 아니라 사실은 단무지죠. 무지는 악어 콘이 키웠는데, 콘은 이제는 복숭아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에 어피치를 잡으러 다녀요. 개 프로도와 고양이 네오는 가끔은 티격태격하지만 잘 사귀고 있는 연인사입니다.”

캐릭터마다 저마다의 사연 담겨 있어
카카오 프렌즈의 인기에는 다른 이유도 있다. 바쁜 와중 카톡을 할 때 ‘ㅇㅇ(응응)’나 ‘ㅇㅋ(오케이)’같이 자음만으로 간단히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성의가 없어 보여 상대방의 기분이 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카톡 이모티콘과 함께 보내면 이 ‘무성의함’이 중화된다. 또한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캐릭터들로 구성돼 전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도 인기에 한몫했다. 어피치는 10대 학생들, 프로도와 네오는 20~30대, 제이지는 40~50대의 직장인을 겨냥하여 제작됐는데, 이런 전략이 세대를 초월한 공감을 자아낼 수 있었다.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의 위력도 무시할 수 없다.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의 대부분이 사용하는데다가, 카카오 프렌즈 이모티콘 출시 초반에는 카톡 사용자들에게 무료로 이모티콘 몇 세트를 배포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이로써 캐릭터의 노출빈도를 높이며 캐릭터와 사용자 간의 친밀도를 높였다.
[Mini interview ● 카카오 프렌즈 개발한 디자이너 호조]
“토끼 캐릭터 너무 흔해 ‘무지’ 만드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제이지가 그려진 모자를 쓰고 나타난 디자이너 호조는 그림그리기와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어릴 때 그림을 그린다고 하면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이 ‘간판쟁이 하려고?’였어요. 그만큼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죠.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가 오면서 그 안에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어요. 문화가 바뀐 거죠.”
카카오 프렌즈의 대표 캐릭터 ‘무지’를 만들 때는 고심을 거듭했다. “가장 만만한 게 토끼인데, 시중에 토끼 캐릭터는 많아요. 특이한 것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아예 알맹이 자체를 단무지로 우기고 토끼옷을 입혀버리면 어떨까 생각했죠.”
2달여의 작업 끝에 탄생한 카카오 프렌즈는 현재 브랜드 스토어도 있을 만큼 큰 히트를 쳤다. “최근에 신촌 스토어에 갔는데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디자인의 1차 목적이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것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보고 좋아해주시는 것만큼 좋은 게 없습니다.”
사실 호조의 히트작은 카카오 프렌즈뿐만 아니다. 월드스타 싸이의 캐릭터, 지난해 인기를 끈 앱 ‘모두의 얼굴’도 모두 호조의 펜 끝에서 탄생했다. 요즘은 본인이 기획부터 참여한 게임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첫 직장이 게임회사였던 것도 저만의 게임을 만들고 싶어서였어요. 제가 생각하는 저만의 스타일의 게임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