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민섭 총장은 “환자를 체질로 구분하고 거기에 따라 치료하는 식의 맞춤 처방에 대한 미국인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 황민섭 총장은 “환자를 체질로 구분하고 거기에 따라 치료하는 식의 맞춤 처방에 대한 미국인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혹시 동국대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캠퍼스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현재 국내 사립대학으로는 이례적으로 동국대는 미국 서부 대도시인 LA에 제3캠퍼스를 두고 있다.  LA캠퍼스는 철저한 연구 중심대학이다. 그 중에서도 한의학 분야에 특화돼 있다.

동국대 LA캠퍼스는 1976년 LA에 세워진 세신한의원이 전신(前身)이다. 이후 세신한의원은 1979년 교직원 3명과 11명의 학생으로 구성된 로얄한의과대학으로 이름을 바꿨으며, 동국대가 1999년 이 학교를 인수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당초 동국로얄한의과대학이었던 교명(校名)은 지난 2009년부터 동국대LA캠퍼스(DULA)로 불리고 있다.

최근 LA 현지에서 DULA의 인기는 높다. 동양의학 중에서도 특히 한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DULA 문을 두드리는 미국인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황민섭 DULA 총장은 “우리대학은 미 연방 교육부의 위임을 받아 설립된 미국 한의과대학인증위원회(ACAOM)의 인증을 받았으며, 전미한의과대학연맹(CCAOM)의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총장은 동국대 한의과대 침구학 교수로 지내다 지난 2010년부터 DULA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총장에는 지난해 2월 취임했다. 

현재 DULA에서는 170명의 석사과정 학생들과 90명의 박사 과정 연구원들이 한의학을 연구 중이다. 연령대는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졸업생들에게는 전국한의학면허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진다.

연계기관인 DULA 부설 한방병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지리적인 강점이 있다. DULA 부설 한방병원은 LA 다운타운과 미드월셔, 코리아타운, 리틀도쿄, 차이나타운과 인접해 있으며 고속도로와도 빠르게 연결된다. 교육 및 임상설비도 미국 내 동양의학 관련 교육 기관 중 최상위 수준이다.

오바마케어에 침 보험 적용돼
“미국인들이 동양의학에 관심을 갖게 된 시기는 지난 1972년 닉슨 대통령의 중국방문 때부터라고 할 수 있어요. 훗날 ‘핑퐁외교’라고 부를 정도로 탁구의 묘미도 대단했지만, 중의학에 대한 미국인들의 문화적 충격은 대단했죠. 침으로 마취한 환자가 수술 중 의사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보고 미국 의학계는 일대 충격에 휩싸였어요. 미국이 ‘도대체 침(鍼)이 뭐냐’며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부터예요.”

미국 내에서 중의학, 한의학 등이 포함된 동양의학은 일반적으로 대체의학의 한 부류로 불린다. 서양의학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소비자들이 겨우 인도의학, 카이로프랙틱(Chiropractic·척추교정치료), 기(氣)치료 등 대체의학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수준이다. 그 가운데 우리 한의학은 지금까지 중국의학(중의학)과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돼왔다.

그러나 오바마정부가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오바마케어(Obama Care) 도입 이후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의료보험 시스템 개혁 법안인 연방 건강보험 개혁법은 전 미국민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지난해부터 침술이 보험 대상에 속속 포함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에요. 특히 DULA가 위치해 있는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부터 필수건강혜택(EHB)에 침술치료를 포함시켜, 통증 치료를 위한 침술은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다시 말해, 오마바 보험에 가입한 환자라면 누구든지 침술이 보험 적용을 받는다는 뜻이죠.”

황 총장은 최근 미국 내 불고 있는 대체의학 열풍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그는 “미국 사회를 주도하는 백인 고소득자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총장은 “치료비의 많고 적음을 떠나 양방 MD(Medical Doctor)의 치료에 대한 미국 백인층의 불신이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이들이 차선책으로 한의학 등 대체의학을 선택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설명했다. 

“미국 의료 시스템의 양대 축이 보험사와 제약회사인데, 그 중에서도 제약회사의 힘은 막강합니다. 제약회사들은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 건강관련 기준을 조금씩 낮추고 있죠. 고혈압이나 당뇨 등 심혈관 관련 질환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다보니 너무 일찍부터 약을 복용하고 또 장기간 먹게 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어요. 그러니 의료기관이나 의료인들에 대한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죠. 최근 미국 내 의료 기조가 치료에서 관리로 넘어가고 있는 것도 우리 한의학에는 분명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전미한의사협회(AAAOM) 자료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의사 수는 3만5000명 내외로 추산된다. 또 미국 내에서 한방 치료를 받아 본 경험이 있는 환자는 전체 인구 중 5% 내외다. 서부 캘리포니아나 동부 뉴욕, 플로리다 등을 제외하고는 한의학에 대한 인식수준이 낮다.   

황 총장은 특히 침과 관련해 호응도가 높아지는 것에 큰 기대를 걸었다. 그가 한의학이 중국의학, 일본의학과 달리 비약적인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의학은 공산화 이후 정신보다는 물질을 강조하는 쪽으로 발전했습니다. 약 처방 하나도 증상에 따라 매뉴얼(Manual)화했죠. 반면 우리 한의학은 맞춤형입니다. 사상의학이 좋은 예죠. 환자별로 체질을 나누고, 거기에 따라 처방을 하니 효과도 남다른 겁니다.”

한의학 서적 영문화 시켜 미국 내 돌풍 주도
황 총장은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해 필요한 것으로 관련 서적의 영문 번역을 꼽았다. 제대로 된 영문 서적만 뒷받침된다면 한의학이 미국 내 중요 대체의학으로 성장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그는 현재 한국 동국의료원과 손잡고 사암침법 서적을 영문 번역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동시에 대한상한금궤학회와 공동으로 상한론(傷寒論)을 미국 내 소개하는 작업도 병행할 생각이다. 

“양방이 질병 치료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우리 한방은 환자의 개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 한의학은 병이 아닌 사람을 보는 학문이기 때문이죠. 이러한 점만 미국 환자들에게 알려진다면 한의학의 돌풍은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 황민섭 총장은 …
1971년 경북 포항 생, 96년 동국대 한의과대 졸업, 2006년 동(同) 대학원 한의학 박사, 2004년 동국대 한의과대 교수, 2009년 동국대 경주한방병원장, 2014년~현재 동국대 LA캠퍼스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