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디고는 전 기종을 에어버스 A320으로 구성했다. 2. 탑승, 하기가 동시에 가능한 인디고의 스텝리스 램프.
1. 인디고는 전 기종을 에어버스 A320으로 구성했다.
2. 탑승, 하기가 동시에 가능한 인디고의 스텝리스 램프.

저가항공(LCC)산업은 요사이 세계 항공시장에서 거대한 축을 형성할 정도로 커졌다. 저가항공산업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미국 중소 항공사 사우스웨스트항공(South West Airline)이 지난 1971년 보잉 737기 3대로 운항을 시작하면서부터다. 불필요한 기내식과 지정석을 없애 비용과 발권절차를 간소화한 사우스웨스트의 사업 방식은 당시로선 획기적이었다. 혁신적인 서비스로 경비와 탑승 시간을 줄인 사우스웨스트는 오늘날 아메리칸·델타항공과 더불어 미국을 대표하는 3대 항공사로 성장했다. 사우스웨스트가 초석을 다진 저가항공시장은 최근 노프릴 방식(No Frill Carrier)과 저비용 방식(Low Cost Carrier)으로 분화되는 양상이다. 저비용 방식이 몇 가지 음료수만을 제공하는 것이라면, 노프릴 방식은 일반 풀서비스의 60~70% 수준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저가항공시장이 이처럼 진화하기 시작한 것은 유가 하락으로 국제선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면서다. 국내선에서 확실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기업들이 권역별로 국제선 노선을 잠식하면서 서비스 또한 세분화되고 다양해지고 있다.

인도 최대 민간 저가항공사
인도 국적의 저가항공사 인디고 에어라인(IndiGo Airlines·이하 인디고)은 최근 세계 항공 시장에서 사우스웨스트를 뛰어넘는 혁신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06년 6대의 항공기로 시작한 인디고는 인도 IT(정보기술)기업 인터글로브엔터프라이즈(InterGlobe Enterprises)의 자회사다. 지난 1989년 인도 북부 하리아나주에 위치한 구르가온에서 출발한 인터글로브엔터프라이즈는 현재 전 세계 59개 도시에 126개 사무실을 두고 있는 대기업이다. 인터글로브엔터프라이즈 산하에는 주력사인 인디고를 비롯해 인터글로브테크놀로지, 인터글로브 에어 트랜스포트, 인터글로브 호텔 등이 계열사로 있다.

설립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인디고의 성장세는 눈부시다. 작년 말 기준 인도 항공시장 점유율 36.1%를 기록해, 최고 항공사로 우뚝 섰다. 인도 전역에서 뜨고 내리는 비행 편수만 하루 평균 564건이다. 뉴델리에 위치한 인디라간디국제공항을 기점으로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싱가포르, 이스라엘 등 5개 국가로도 연결된다.

인디고의 비약적인 성공은 인도 경제의 눈부신 성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중국, 러시아, 브라질과 함께 브릭스(BRICs)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정도로 인도 경제는 최근 10년 사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자동차나 기차를 타고 이동해야 했던 중산층들이 저가항공기를 선택하면서 인도 항공산업은 빠르게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호주 시드니에 본사를 둔 항공컨설팅기업 아시안퍼시픽항공(Asia Pacific Aviation)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1억6200만명을 기록한 인도 항공수요는 오는 2020년 4억5000만명으로 약 2.9배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인디고의 전략은 가격대비 만족도를 키우는 데 있다. ‘저렴한 항공권을 구입했더라도 최상의 만족도를 느끼게 하는 것’이 핵심 가치다. 때문에 인디고는 사우스웨스트나 에어아시아 등 다른 대형 저가항공사와 마찬가지로 불필요한 서비스를 줄이는 대신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을 펴고 있다.

무엇보다 인디고는 계열사 인터글로브테크놀로지와의 협력을 통해 탑승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개선했다. 우선 인디고 승객들은 공항 내부와 기체를 연결하는 리모트 브릿지(Remote Bridge)를 이용하지 않는다. 이른바 스텝리스 램프(Stepless Ramps)라고 불리는 시스템은 리모트 브릿지 대신 트랩(Trap)을 이용하는 것으로 승객 입장에서는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인디고의 노림수는 따로 있다. 트랩을 이용하면 비행기 탑승(搭乘)과 하기(下機) 시간이 단축된다는 장점이 있다. 동시에 인디고는 승객이 하기하는 동안 비행기 내부를 재빠르게 재정비해 재운항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있다. 재이륙을 위해 항공기를 출국장까지 이동시킬 필요가 없다. 청소 등 재정비만 재빠르게 이뤄지면 한 군데에서 하기와 탑승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항공사 입장에서 공항에 오래 머물게 되면 해당 공항에 내야 하는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인디고가 트랩을 활용한 것은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반대로 승객의 편의는 최대로 높였다. 사우스웨스트 등 다른 저가 항공사들이 지정석을 운영하지 않는 것과 달리 인디고는 최종 결제(Confirm) 6시간 전까지 좌석예약을 걸어놓을 수 있도록 했다. 인디고의 전략에 대해 이경덕 하나투어 차장은 “공석(空席) 증가에 따른 비용을 최소화시키면서 고객이 편리하게 좌석을 예약할 수 있도록 하는 절충점”이라면서 “가격경쟁력과 고객서비스 만족도를 높이는 측면에서 우리 LCC 업계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출발 48시간 전에 항공권을 결제할 경우에는 전자티켓만으로도 비행기에 탈 수 있도록 탑승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고쳤다. 항공권만 빨리 구매하면 공항에 도착해 항공사 부스에서 탑승권 발급 받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좌석에 따른 요금도 세분화했다. 타타AIG보험과 제휴를 맺어 탑승자에게 저가로 여행자 보험을 제공하는 것이나 모바일 기기를 활용해 탑승권을 예약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또 비용 절감 차원에서 인디고는 승객이 기내식을 예약할 경우 최대 15% 정도 항공료를 할인해주고 있다.

단일 기종으로 엔진 정비 효율성 높여
또 흥미로운 점은 인디고 비행기는 가장 오래된 기종이 2005년 제작된 것들로 사용연한이 채 10년을 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교적 신형 기종으로 항공기를 구성해놓고 있어 안전성에 대한 승객들의 만족도도 높다. 뿐만 아니라 인디고는 전 기종을 에어버스사가 제작한 A320으로 구성했다. 공식 웹사이트(www.goindigo.in)에 가보면 인디고는 ‘One type of airplane  brand-new Airbus A320s’라는 단일 기종 전략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A320은 에어버스가 생산하는 비행기 가운데 엔진 효율성이 가장 우수한 기종으로 평가 받는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인디고는 오는 2018년부터 8년 동안 ‘A320네오’를 250대 인도 받는 계약을 맺었다. 계약금액만 257억 달러로, 에어버스 역사상 단일 계약으로는 최대 규모다. 단일 기종으로 항공편을 운영할 경우 항공사 입장에서는 정비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물론 이는 운항 안전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