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농촌진흥청과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교수팀이 복제에 성공한 인명구조견.2. 바이오 장기 이식용 돼지 ‘믿음이’
1. 농촌진흥청과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교수팀이 복제에 성공한 인명구조견.
2. 바이오 장기 이식용 돼지 ‘믿음이’
소방방재청에는 인명구조에 탁월한 셰퍼트종(種)의 강아지 2마리가 있다. 이 강아지들은 인명구조견 중 최고로 꼽혔던 ‘백두’의 복제견이다. 백두는 2008년 중국 쓰촨성 지진, 2009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지진, 2010년 아이티 지진, 2011년 일본 쓰나미 현장 등 국제 재난 현장과 국내 건물 붕괴 현장에서 15명의 실종자를 찾아낸 베테랑이다.

농촌진흥청과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교수팀은 지난 2012년 백두의 귀에서 세포를 떼내 강아지 2마리를 복제했다. 인명구조견 외에도 검역탐지견, 마약탐지견, 추적견 등 10마리의 특수목적견을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검역본부와 경찰청, 육군에 인계했다.

특수목적견은 개의 탁월한 후각능력 또는 지적능력과 사람과의 친화성을 활용해 이용목적에 맞게 훈련된 개를 말한다. 마약탐지나 인명구조 등에 쓰이는 이러한 특수목적견 수요는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 맹인안내견이나 암세포 냄새를 맡는 암 탐지견 등 민간수요까지 고려하면 수백만 마리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우수 특수목적견 그대로 복제
우리나라의 특수목적견 복제연구는 2011년 10월 범정부 차원의 융합행정의 하나로 안전행정부와 국방부, 농식품부, 관세청, 경찰청, 소방방재청, 농촌진흥청 등 7개 부처가 참여한 가운데 부처간 사업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추진됐다.

고응규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보존이용연구실 박사는 “특수목적견은 대부분 어릴 때 중성화 수술을 해 자연적으로 얻는 게 불가능하다”며 “특수목적견의 자질을 가진 개를 생산하기 위해 복제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제가 이뤄지는 과정은 이렇다. 먼저 우수한 특수목적견의 피부 등에서 체세포를 분리해 배양하고, 이를 핵을 제거한 난자에 주입해 복제수정란을 만든다. 이 수정란을 대리모견(犬)에 이식해 체세포를 제공한 개와 유전정보가 동일한 개를 만든다.

특수목적견을 복제하면 우수한 자질이 그대로 전달된다. 보통 특수목적견 한 마리의 훈련 기간은 1년이 넘고, 훈련 합격률은 20~30%에 불과하다. 하지만 복제된 특수목적견의 훈련 합격률은 100%다. 2007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복제된 7마리의 마약탐지견은 모두 훈련을 통과해 현장에 투입됐다. 훈련기간도 단축돼 훈련비용도 대폭 줄어들었다. 마약탐지견의 경우 마리당 생산비가 1억3000만원에서 4600만원으로 감소해 약 65%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수목적견의 복제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농촌진흥청·이병천 서울대 교수팀이 복제 마약탐지견과 검역탐지견, 인명구조견을 복제했다. 황우석 박사의 수암생명공학연구소에서도 경찰견, 미국 구조견 복제에 성공했다.

현재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행정안전부와 특수목적견이 필요한 부처가 공동으로 특수목적견 복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2022년까지 미래 성장동력 산업으로 키운다는 목표도 세웠다.


- 고응규 박사는 “동물복제와 형질전환기술이 바이오신약 개발에 연결된다”고 말했다.
- 고응규 박사는 “동물복제와 형질전환기술이 바이오신약 개발에 연결된다”고 말했다.


바이오장기용 돼지 개발에도 매진
농촌진흥청이 동물복제 연구를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부터다. 복제 성공률은 그리 높지 않다. 수정란을 대리모견에게 이식했을 때 새끼를 낳을 성공률이 10% 정도에 그친다.

고응규 박사는 “연구자 입장에서 효율적인 연구를 위해서는 실험일정의 예측과 조절이 필요한데, 개의 경우는 다른 동물과 달리 번식주기 조절 기술 등이 개발되지 않아 오직 자연배란 주기의 난자를 채취하기 때문에 실험일정이 불규칙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수목적견에 적합한 성품을 찾는 유전자 기술과 번식 조절 기술까지 함께 개발하고 있어 성공률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은 바이오 장기 개발에도 한 걸음 다가섰다. 농진청은 지난해 장기 이식용 돼지인 ‘믿음이’의 장기 중 심장을 원숭이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믿음이는 초급성과 급성 거부반응을 조절한 형질전환 돼지다.

인간은 외부 물질이 몸에 들어올 경우 초급성, 급성, 혈관성, 만성의 순서로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다른 동물이나 타인의 장기를 이식할 때 이를 세균으로 여겨 공격하는 면역방어시스템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돼지 장기를 영장류에 이식할 때도 마찬가지다. 영장류에 없지만 돼지 장기에 있는 물질에 의해 초급성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돼지는 다른 포유동물에 비해 생리 및 장기의 형태가 인간과 가장 유사하기 때문에 바이오장기 생산 연구의 매개체로 이용된다.

현재 신장, 심장, 간 등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대기자 대비 이식건수는 10% 내외로 공여 장기가 절대 부족하다. 이로 인해 많은 환자들이 장기이식을 기다리다가 사망하는 사례가 많다. 대기자들이 공여자가 나타날 때까지 돼지의 장기를 이식 받으면 대기시간을 연장할 수 있어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다.

바이오 장기 세계시장은 연평균 14%씩 성장해 오는 2020년 162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농촌진흥청이 바이오 장기용 돼지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배경이다.

고응규 박사는 “초급성, 급성, 혈관성 거부반응까지 극복한 바이오 장기용 돼지를 개발해 영장류 이식에 성공하면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에도 한 발 더 가까워진다”며 “동물복제와 형질전환기술을 바이오신약 개발에 활용해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