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인터스텔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부터 살펴보자. 이 영화 속에서 시간은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그리고 그 시간을 나타내는 시계가 두 개 등장한다. 하나는 남자 주인공인 쿠퍼(매튜 맥커너히)가 지구를 떠나기 전에 딸 머피에게 건넨 시계로, 해밀턴의 ‘파일럿 데이 데이트 오토(Pilot Day Date Auto)’다. 해밀턴은 머피의 유니크한 시계를 디자인하기 위해 영화 제작진과 협력하여 ‘인터스텔라’만을 위한 하나뿐인 시계를 탄생시켰다.
해밀턴의 실비앙 돌라 CEO는 “‘인터스텔라’와의 공동 작업은 해밀턴이 60년째 할리우드와 이어가고 있는 인연과, 영화 캐릭터를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재능 있는 전문 스태프들과 협력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 준다”고 말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또 다른 시계는 ‘인터스텔라’의 소품 담당이 영화에 완벽히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제작한 시계로, 기존 해밀턴 시계 중 케이스, 핸즈, 다이얼, 인덱스 모양 등을 직접 골라 탄생시켰다. 특히 이 시계의 다이얼과 핸즈, 인덱스는 해밀턴의 카키 팀 얼스(Khaki Team Earth) 컬렉션에서 채택되어 눈에 띄는 디자인을 보여준다. 이 컬렉션 또한 영화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데, 바로 할리우드의 세계적인 배우 해리슨 포드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제작된 시계이기 때문이다.
해리슨 포드는 20여 년 동안 비영리환경단체인 ‘국제보호협회(Conservation International)’의 이사회 멤버로서, 지구상의 생명체를 보호하는 데 힘써왔다. 2010년에 선보인 해밀턴과 해리슨 포드의 두 번째 컬렉션인 ‘카키 팀 얼스 컬렉션’은 국제보호협회가 주관하고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시급한 환경 이슈들을 다루는 플랫폼인 팀 얼스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해밀턴은 1951년부터 세계 최고의 스크린 스타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부터 SF 영화 ‘나는 전설이다’ 그리고 ‘맨인블랙’, ‘다이하드’ 시리즈 등에 등장했다.
>> 영화 ‘킹스맨’

‘인터스텔라’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로서 미국 시계 브랜드인 해밀턴에게 시계 제작을 의뢰했다면,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는 영국적인 요소를 강조하며 영국 시계 브랜드 브레몽 시계를 영화에 등장시켰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킹스맨’은 영국 런던 소호의 새빌 로우(Savile Row)에 위치한 킹스맨의 본거지이자 킹스맨을 위한 완벽한 슈트를 재단하는 장소의 이름이다. 영국 신사의 상징과도 같은 더블브레스트 슈트부터 안경, 모자, 시계 그리고 신발까지 킹스맨의 소품은 어느 것 하나 완벽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리고 이 모든 영화 속 아이템들의 공통점은 영국의 전통과 장인정신이 배어 있는 영국 브랜드였다는 점이다.
시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시계’ 하면 스위스 시계를 떠올리겠지만 킹스맨이 찬 시계는 영국 브랜드 ‘브레몽’ 시계였다. 브레몽의 공동 창업자인 닉 잉글리시는 “킹스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국적’인 것이다. 영국 브랜드인 브레몽이 킹스맨에 등장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영국 공군과 군대의 여러 가지 요소에서 영감을 받은 시계를 선보이는 영국 시계 브랜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영화 속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한 닉 잉글리시는 “영화사 측에서 기존 브레몽 컬렉션과 전혀 다른 스타일이 아닌 브레몽의 기존 컬렉션 중 하나를 킹스맨을 위해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고, 브레몽은 킹스맨을 위한 특별한 시계를 3종류 선보였다. 시계의 소재와 컬러로 구분하자면 골드 소재 시계, 스틸 소재 시계 그리고 올 블랙 컬러 시계가 그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영화 속 마스터 킹스맨인 해리 하트(콜린 퍼스)는 골드 소재의 월드타임 기능 시계를, 에그시(태런 에거튼)는 블랙 DLC 컬러의 크로노그래프 시계를 착용했는데, 시계의 소재를 통해 계급 차이를 둔 것이다.
특히 킹스맨 속 시계는 ‘인터스텔라’에 등장하는 시계보다 더 적극적으로 등장한다. 킹스맨의 시계는 단순히 영국 신사를 완성하는 패션 아이템이 아닌 킹스맨의 중요한 장비 중 하나다. 이는 마치 007 시리즈 ‘죽느냐 사느냐’에서 제임스 본드가 롤렉스 서브마리너의 테두리에 있는 회전 톱날로 밧줄을 끊어 상어로부터 여주인공을 구해낸 것처럼 ‘킹스맨’ 속 시계도 살인무기로 활용됐다.
007 시리즈부터 시계가 영화 속 중요 역할 맡아
시계가 영화 기획 단계부터 중요한 소품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은 007 시리즈가 그 시작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007의 원작자인 영국 작가 이안 플래밍의 취향을 반영해서 제임스 본드가 롤렉스를 착용했지만, 점차 스파이를 위한 도구의 하나로 등장했고 당시 시계의 유행도 볼 수 있었다. 롤렉스만 착용하던 제임스 본드는 1977년 ‘나를 사랑한 스파이’부터 일본 브랜드 세이코를 찼다. 당시 쿼츠 시계는 세계적으로 대유행했고, 세이코는 디지털 방식의 쿼츠 시계를 이끄는 대표 브랜드였다. 세이코가 세계 최초로 발명한 6자리 표시 방식의 디지털시계부터 1982년 개발된 1.2인치 액정 장치가 있는 세계 최초의 TV 시계 등은 제임스 본드의 손목 위에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후 다시 롤렉스를 착용하던 제임스 본드는 1995년 ‘골든 아이’부터 지금까지 오메가를 차고 있다. 오메가는 제임스 본드를 위해 영화 제작을 후원하거나, 영화 시나리오에 어울리는 시계를 제작하는 등 매우 적극적으로 영화에 참여했다. 오메가의 제임스 본드 시계는 실제 판매용이 아닌 고도의 과학 기술이 접목된 특별한 제품이었다. 2015년 가을 007 시리즈의 최신판 ‘007 스펙터’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때 제임스 본드가 어떤 시계를 차고 나올지도 제임스 본드를 사랑하고 시계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관심 거리 중 하나다.
007 시리즈를 통해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시계를 홍보하고 있는 오메가는 최근 개봉한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도 등장한다. 영화 속에서 모든 것을 다 가진 매력적인 CEO(최고경영자)인 그레이가 착용한 시계가 바로 오메가 시마스터 아쿠아 테라 150M 코-액시얼 크로노그래프(Omega Seamaster Aqua Terra 150M Co-Axial Chronograph)다. 이는 영화의 원작자인 E.L. 제임스가 쓴 소설 속에 그레이의 시계가 오메가로 묘사되어 있기 때문에, 크리스찬 그레이 역의 제이미 도넌 역시 오메가 시계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전 세계 관객들이 보는 종합예술로 시계 브랜드에 있어 가장 좋은 홍보 수단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최근 영화와 관련해서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시계 브랜드가 많아졌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영화 기획 단계부터 시계를 알리기 위해 참여하는 것부터, 브랜드의 홍보대사로 유명배우를 선정하는 것까지 형식은 매우 다양하다. 오메가와 조지 클루니, 태그호이어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예거 르쿨트르와 다이앤 크루거 등 시계 브랜드 홍보 대사 중에는 유난히 영화배우가 많다.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유명 영화배우들은 영화 출연을 할 때나 각종 시상식에 자신이 홍보 모델로 있는 브랜드의 시계를 착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시계 브랜드에겐 이보다 더 좋은 홍보 기회는 없기 때문이다.
>> 영화배우 ‘에디 레드메인’

시계 브랜드 칸·베니스 영화제 등 후원
세계적인 영화제를 후원하는 시계 브랜드도 많다. 최근 몇 년 사이 메이저 영화제의 후원사 중 시계 브랜드가 꼭 포함되어 있다. 칸 영화제를 후원하는 쇼파드, 베니스 영화제와 상하이 영화제 등을 후원하는 예거 르쿨트르, 뉴욕 트라이베카 영화제를 후원하는 IWC 등이 대표적이다. 영화제 레드카펫에서 후원하는 시계 브랜드의 이름이 새겨진 포토월에 선 셀레브리티들의 모습과 해당 브랜드 시계를 착용한 사진과 영상이 전 세계 주요 연예 뉴스로 전해지며 막강한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만일 자사의 시계를 착용한 스타가 수상이라도 하면 홍보 효과는 더욱 커진다.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에디 레드메인의 손목에 있던 쇼파드가 대표적이다. 칸 영화제의 공식 후원사인 쇼파드는 칸뿐 아니라 각종 영화제의 배우들에게 쥬얼리와 시계 등을 협찬한다. 그런데 유독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쇼파드를 착용한 배우가 주요 상을 휩쓸면서 ‘행운의 상징’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에디 레드메인은 쇼파드 L.U.C XPS를 착용했는데, 지난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자인 매튜 맥커너히도 L.U.C XP 토너를 착용했다.
시계가 매우 중요한 최근의 영화 몇 편을 관람하며 시계 애호가로서 든 생각은 ‘Watch make the man(시계가 남자를 만든다)’이다. 시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시계 브랜드의 홍보 경쟁이 더 치열해지며 영화 속 시계는 더 진보할 것이고, 영화제와 영화배우를 향한 시계 브랜드의 행보도 더 적극적으로 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