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승연 지음 , 김영사 펴냄
- 조승연 지음 , 김영사 펴냄


“사람이 혼자 해낼 수 있는 일은 극히 드뭅니다. 대부분 누군가와 손발을 맞춰 협업(協業)을 해야 합니다. 사람의 본질을 파악하고 사람의 마음을 사는 방법을 알아야 어떤 분야에서 일하든 잘할 수 있는 것이죠. 특히 사람간의 도움과 교류가 많이 필요한 비즈니스일수록 항상 ‘사람’이 가장 풀기 어려운 과제입니다.”

이 책의 중요한 메시지는 “결국 비즈니스의 답은 인문학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비즈니스를 하다보면 어떠한 탁월한 경제학·경영학적 지식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이 더욱 중요한데, 비즈니스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이야기 인문학>, <공부기술>, <그물망 공부법> 등 17권의 책을 펴낸 저자 조승연 글로벌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는 비즈니스의 중심지인 뉴욕과 파리를 오가며 경영학과 서양사, 미술사 등을 공부했다. 뉴욕대 경영대를 졸업했으나 금융 비즈니스가 자신과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파리로 건너가 프랑스 최고 미술사 학교인 에꼴 드 루브르에서 미술사를 공부했다. 현재는 강사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활발한 방송 출연도 겸하고 있다. 영어와 프랑스어, 이탈리아어에 능통하고 독일어, 라틴어도 독해가 가능한 그는 영어어휘학습 콘텐츠를 개발하는 회사(오리진보카)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사람들은 세상에 돈이 존재하기 이전부터 비즈니스, 즉 먹고 살기 위한 일을 해왔습니다. 이미 원시시대부터 인류의 선조들은 사람은 홀로 있으면 나약하지만 여럿이 뭉치면 못할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고대의 리더들은 뿔뿔이 흩어지려는 사람들을 한곳에 모아 부족과 도시, 더 나아가 제국을 만들어 ‘함께 일하는’ 노하우를 개발해 지금까지 발전시켜 왔죠. 고대의 이집트, 그리스, 페르시아, 로마, 아즈텍 같은 제국들은 뿔뿔이 흩어지거나 틈만 나면 패거리로 나뉘어 죽고 죽이며 싸우던 사람들을 한데 모아 오늘날 우리들도 감탄하는 위대한 건축물들을 건설했습니다. 인터넷, 전기, 자동차 등 문명의 이기(利器)가 전혀 없는, 현대인들은 상상할 수 없는 악조건 속에서도 이들은 대서양과 인도양, 거대한 사하라 사막을 촘촘한 그물망으로 잇는 무역 네트워크로 물자를 조달했죠. 오로지 인력만으로 그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면서도 세계를 지배한 제국의 리더들은 오늘날 CEO(최고경영자)들의 대선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는 비즈니스 현장에서 인문학의 ‘효용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비즈니스에 성공한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경제학 전문가는 아닙니다. 오히려 협상 테이블 반대편 사람들의 속내를 파악하고 그가 좋아할 만한 어법, 제스처, 연출 등으로 때로는 친숙하게, 때로는 위압적으로 대할 수 있는 ‘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인문학은 바로 이런 ‘감’을 길러주기 위해 생긴 학문입니다.”

<비즈니스 인문학>은 비즈니스의 일곱 가지 핵심 화두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다양한 역사 속의 실제 사례가 녹아 있어 더욱 설득력이 있다. 일례로 ‘지는 것을 우아하게 인정하는 태도, 투셰(toucher)’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투셰’는 프랑스어로 ‘터치됐다’는 의미의 펜싱용어다. 펜싱은 워낙 빨라 상대편의 칼이 자기 몸을 건드렸는지 안 건드렸는지 본인만 아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칼 맞은 사람이 신사답게 자진해서 ‘저 터치됐습니다’, 즉 ‘투셰’를 외치며 칼을 하늘 높이 올려 항복을 선언하는 것이 오래된 펜싱 규칙이다.

“예술가들끼리의 경쟁을 프랑스어를 빌려 ‘콩쿠르(Concours)’라고 합니다. 콩쿠르의 어원은 ‘싸우다’가 아니라 ‘같이 뛴다’입니다. 또 영어에서 경쟁을 의미하는 ‘컴피티션(Competition)’의 어원도 ‘가슴을 마주본다’는 의미였습니다. 정정당당하게 가슴을 마주보고 싸워야지 상대방이 한 눈 파는 사이에 갑자기 뒤통수를 치거나 옆구리를 찌르는 행동은 경쟁이 아니라 그냥 야비한 ‘폭력’일 뿐이라는 뜻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