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숍(Pet Shop·애완동물 가게)’ 진열대 안에서 꼬물거리는 작고 뽀송뽀송한 새끼 강아지는 지나가는 행인들을 미소 짓게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귀여운 새끼 강아지들은 볕 한줌 들어오지 않는 비닐하우스 안 철장에 갇혀 죽을 때까지 새끼만 낳는 종견장(種犬場)의 모견(母犬)들이 ‘생산’해낸 ‘상품’들이다. 종견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애완견 수는 어마어마하다. 어디서든 돈만 내면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버려지는 것도 쉽다. 이렇게 버려지는 애완동물은 한 해 10만 마리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유기견(遺棄犬) 문제의 원흉(元兇)이라 할 수 있는 불법 종견장을 척결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 종견장의 모견들은 ‘뜬장’ 안에 평생을 갇혀 살면서 일년에 두번씩 새끼를 낳는다. (사진 : 동물자유연대)
- 종견장의 모견들은 ‘뜬장’ 안에 평생을 갇혀 살면서 일년에 두번씩 새끼를 낳는다. (사진 : 동물자유연대)

7년간 새끼를 열네 번 낳은 한 몰티즈(Maltese)가 있다. 더 이상 새끼를 낳을 수 없어 개농장으로 팔려가던 그를 동물자유연대 회원이 발견해 개장수에게 10만원을 주고 구출했다. 당시 개의 몸 상태는 심각했다. 빈혈에 영양실조, 아랫배는 짓눌려 욕창(褥瘡)이 생겼다. 다리는 곪아터져 부어 있었다. 고관절 탈구(脫臼)로 제 발로 일어서지 못했던 이 몰티즈는 구조된 지 하루 만에 죽었다. 그는 종견장 모견이었다. 펫숍 유리장에 전시된 작고 귀여운 새끼 강아지들 대부분은 종견장 모견에게서 태어난다.

전 국민의 20%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한국 펫(애완동물)시장 규모는 2020년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될 만큼 크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매년 10만 마리의 반려동물이 버려지는 현실이 있다. 유기견 보호소는 수용한계를 넘어선 상태고 대부분의 보호소는 충분한 인력과 예산을 갖추지 못한 탓에 보호소 유기견의 생활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현재 유기견에게는 10일간의 주인을 찾기 위한 공고기간이 주어진다. 만약 주어진 시간 내 주인을 찾지 못하면 안락사(安樂死)되는 게 현실이다. 어차피 10일 후 안락사될 운명이기에 치료가 필요하더라도 방치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한 종견장의 모습. (사진 : 동물자유연대)
-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한 종견장의 모습. (사진 : 동물자유연대)

단시간에 최대한 많은 새끼를 받기 위해 공장식 운영
종견장은 쉽게 말하면 ‘강아지공장’이다. 마치 공장에서 공산품을 찍어내듯 개를 ‘생산’해낸다. 종견장 모견에게서 태어난 새끼 강아지들은 생명이 아닌 상품취급을 받는다. 실제로 반려견을 판매하는 가게나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초특가’, ‘파격세일’, ‘12개월 무이자 할부’ 등 상품에나 어울릴 법한 판매 문구를 살아있는 강아지에 붙여 광고한다. 펫숍들이 즐비한 서울 충무로 애견거리의 강아지들에게는 ‘A급’, ‘명품’ 등의 표시문구가 붙어 있다. 얼마큼 더 작고 얼마큼 더 예쁘냐에 따라 상품마냥 ‘급(級)’이 나눠지는 것이다. 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견종(犬種)이 유행하면 곧바로 시장 공급에 반영된다. 공중파 오락프로그램 ‘1박2일’에서 ‘상근이’로 불렸던 그레이트 피레니즈(Great Pyrenees), ‘삼시세끼’의 ‘산체’ 장모(長毛)치와와(Chihuahua) 등 TV 전파를 탄 견종일수록 폭발적인 수요를 맞추기 위해 대량으로 생산된다. 유기견이 대량으로 발생하는 휴가철, 동해나 당진 같은 휴가지 근처 유기견 보호소는 한때 유행했던 특정 종의 개들로 붐빈다.

현재 국내 반려견 시장은 강아지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는 강아지들로 넘쳐난다. 따라서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는 강아지들이 하나의 생명으로 존중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펫숍에서 판매되는 강아지는 가족 구성원이라기보다는 장난감이자 대체 가능한 소모품이다. 서울 충무로 애견거리에서 강아지를 둘러보던 기자에게 한 판매업자는 “둘러보지만 말고 마음에 드는 강아지가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사야 한다. 돌아서면 다른 사람이 바로 낚아채니 일단 사고 봐라”며 구입을 재촉했다. 강아지 매매가 신중한 고민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상품 찍어내듯 애견 생산해 유통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신고제로 운영되는 종견장의 경우 전국 78개 업소가 등록돼 있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동물보호단체들은 1000~3000여 업체가 영업 중이라 추산한다. 종견장당 적게는 100마리, 많게는 300~500마리의 모견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한 해 생산되는 강아지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불법 종견장은 영세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대개 경기도 외곽지역에 미등록 가건물 내에서 운영되고 있다. 볕 한줌 들지 않는 이곳에서 철장(鐵欌)에 갇혀 쉴 새 없이 새끼를 낳는 모견들의 건강상태는 참혹하기 그지없다. 한정된 공간에 최대한 많은 모견을 수용하기 위해 철장은 겨우 몸을 집어넣을 만큼 비좁고, 이마저도 바닥도 창살로 된 철장인 ‘뜬장’으로 돼있다. 뜬장은 배설물이 창살 사이로 빠져나와 업자들에게는 편리하지만 그 위에서 생활하는 모견의 발바닥은 항상 창살 사이에 끼어 있어 염증으로 뒤덮인다. 여기서 태어난 강아지들은 태어나자마자 운명이 결정된다. 귀엽게 생긴 강아지는 귀엽다는 이유로 모견으로 차출돼 그의 어미와 같은 삶을 살다 생을 마감한다. 채희경 동물자유연대 간사의 말이다.

“사람도 매년 출산을 하면 몸이 만신창이가 됩니다. 마찬가지로 1년에 두 번 임신할 수 있는 개가 매년 두 번씩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면 그 건강은 불 보듯 뻔하죠.”

개는 보통 15년을 살지만 종견장 모견의 수명은 일반 강아지의 3분의 1 수준이다.

현재 모견에게서 태어난 새끼 강아지들은 어미젖을 떼지도 못한 채 40일 만에 경매장에 나온다. 동물보호법상 생후 60일이 안 된 강아지의 판매는 불법이지만 작고 어린 강아지가 잘 팔리기 때문이다. 이런 강아지는 모유수유기간이 짧아 면역력이 부족하다.

또 종견장 모견은 짧은 시간에 최대한 많은 새끼를 갖기 위해 항생제와 호르몬제(劑)를 달고 살기 때문에 그 새끼는 선천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다. 또 이런 새끼들은 사회화과정을 거치지 못하기 때문에 분리불안(사람과 떨어지면 짖고 물건을 물어뜯음)증세를 보이고 아무데나 용변을 보는 등 이상행동을 보인다. 대부분의 강아지들이 아파서 치료비가 많이 든다, 말썽을 부려 키우기 힘들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만큼, 약하고 이상 행동을 보이는 강아지를 생산하는 종견장이 유기견 문제의 시발점이다. 이런 이유로 강아지를 유기하는 사람들은 이를 대체할 새 강아지를 펫숍에서 구매하고 똑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되는 악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즉, 빨리 팔아 이득을 얻기 위해 강아지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종견장은 약하고 사회화가 안 된 강아지를 시중에 대량으로 유통시키고 충동적으로 이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강아지가 문제가 있다며 쉽게 내다버린다. 이렇게 버려진 유기견을 구조하고 보호하며 안락사시키는 데에는 매년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든다.

1. 펫숍에서 판매되는 강아지의 대부분은 종견장 출신이다. 사진은 서울 충무로 애견거리. (조선일보 DB) 2. 사람에게 상처 받은 유기견들이 다시 마음을 열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사진 : 이경민)
1. 펫숍에서 판매되는 강아지의 대부분은 종견장 출신이다. 사진은 서울 충무로 애견거리. (조선일보 DB)
2. 사람에게 상처 받은 유기견들이 다시 마음을 열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사진 : 이경민)

종견장에서 시작된 유기견 악순환 구조 끊어야
유기견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차적으로 반려동물등록제가 잘 시행돼야 한다. 현재 정부는 반려견의 유실을 막고 추가적인 유기 행위를 예방하자는 취지에서 지난 2014년 1월1일부터 반려동물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은 불법 종견장의 영업을 금지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불법 운영되고 있는 종견장 영업장의 수 파악마저 제대로 돼 있지 않아 단속이 쉽지 않다. 또한 종견장은 불법 건축물에서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영업장 신고를 하려 해도 불법 건축물이기 때문에 영업장으로 등록이 되지 않는 모순적인 제도도 문제다. 최근 주무부서인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대안으로 마련한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은 불법 종견장 적발 시 영업을 금지시키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관련 시설 지원 쪽으로 정책이 이루어져 논란이 되고 있다. 채 간사는 “자격기준에 미달된 업자가 사업을 계속할 수 있게 지원 해주는 제도는 말이 안 된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종견장이 유기견 문제의 근원인 만큼, 하루빨리 불법 종견장의 운영을 막는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입양문화의 활성화도 필요하다. ‘반려견은 사는 것이 아니라 입양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사람들 사이에 확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기견은 보호소에서 건강상태와 성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때문에 유기견 입양희망자는 본인의 가정환경에 맞는 반려견을 데려올 수 있어 다시 유기될 확률이 낮다. 이 때문에 최근 입양문화를 확산시키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일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시 반려동물 입양센터다. 서울대공원에 위치해 시민의 접근성을 높인 이 센터는 유기견 입양을 목적으로 2012년 10월에 설립돼 현재까지 약 240마리의 유기견을 입양보냈다. 이곳의 유기견 입양은 무료다. 센터 유기견은 엄격한 검역과정을 거친 건강하고 밝은 강아지들인 만큼 입양 신청에서부터 교육까지 그 절차가 까다롭다. 이는 면담과 교육을 통해 입양가족의 환경과 맞는 개를 짝지어주기 위함이다. 서울대공원 센터 신영창 관리자는 “방문하시는 분들이 작고 어린 강아지를 원하는데 그런 강아지는 없다. 대부분 이런 인식을 갖고 오기 때문에 상담이 필요하며 강아지의 행동은 입양자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교육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입’ 대신 ‘입양’ 문화 정착이 바람직
남양주에 있는 동물자유연대의 반려동물복지센터는 200마리의 개와 고양이가 생활하는 최초의 동물복지형 보호소다. 일정 시간이 지나도 안락사 시키지 않고 청결한 환경에서 동물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보살피며 유기동물이 새로운 가족의 품에서 제2의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준다. 센터 주소는 온라인상에 공개되지 않는데, 이는 주소를 보고 센터에 반려동물을 버리러 오는 사람들이 있는 탓이다. 학대 및 방치로 고통을 많이 받는 동물부터 우선적으로 보호하기 때문에 이들 동물이 사람에게 다시 마음을 여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어미, 형제와 개장수에게 팔려가다가 혼자 탈출해 구조됐는데 그때의 충격으로 4년째 마음을 열지 못한 진돗개도 있다. 사람의 품으로 돌아가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입양이 쉽지 않아 한 해 동안 입양되는 동물 수는 60~80마리 정도로 얼마 되지 않지만 파양률(罷養率)은 1% 미만이다.

일각에서는 유기견을 훈련시켜 장애인이나 독거노인의 치료견으로 활용하자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경기도 화성시의 경기도 도우미견 나눔센터는 장애인이나 독거노인의 정서적, 심리적 안정을 돕는 도우미 반려견으로 훈련된 유기견을 분양한다. 유기견 문제도 해결하고 사회적 약자도 돕는 좋은 취지로 시작하자는 것이지만 동물보호단체 측의 입장은 다르다. 특정 목적을 위해 훈련받는 유기견은 정신적인 고통을 받을 수 있고 인간의 이익을 위해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목적을 달성한 후 다시 유기되거나 제대로 된 관리나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유기견은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는 새로운 가족의 품으로 입양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손혜은 동물자유연대 활동가의 말이다.

“보호소에서 유기견을 한 마리 입양한다면 새로운 가족을 찾은 한 마리와 보호소에 새로 들어가 입양될 기회를 얻는 다른 한 마리, 총 두 마리의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유기견 입양, 어떻게 할까?]

따뜻한 품을 그리워하는 유기견에게 새 가족이 돼주세요

1. 서울대공원 반려동물 입양센터에서는 매월 10마리 정도의 유기견이 새로운 가족을 찾는다. (사진 : 장은주) 2. 동물자유연대에서 운영하는 남양주 반려동물 복지센터는 학대로 고통받은 유기견이 제2의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준다. (사진 : 이경민)
1. 서울대공원 반려동물 입양센터에서는 매월 10마리 정도의 유기견이 새로운 가족을 찾는다. (사진 : 장은주)
2. 동물자유연대에서 운영하는 남양주 반려동물 복지센터는 학대로 고통받은 유기견이 제2의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준다. (사진 : 이경민)

유기견을 입양할 수 있는 대표적인 경로는 지자체에서 위탁 운영하는 보호소, 동물보호 시민단체 그리고 개인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 이렇게 세 가지다. 이 중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지자체 위탁운영 보호소 : 각 지자체에서 민간동물단체나 지역동물병원에 위탁해서 보호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동물보호관리시스템(www.animal.go.kr)에 접속해 본인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동물보호소를 확인한 후 전화로 문의 및 예약을 한다. 이후 보호소에 직접 방문해 입양계획서를 작성하면 된다.

△동물보호단체 : 동물보호단체(동물자유연대, 카라(KARA), 동물사랑실천협회 등)를 통해서도 유기견을 입양할 수 있다. 동물자유연대의 경우, 동물자유연대 홈페이지의 입양신청 게시판에 입양신청서를 작성하고 서류심사에 통과하면 전화 상담을 통해 복지센터 방문 날짜를 정한다. 방문하면 면담을 하게 되는데, 이때 입양 날짜를 정하고, 연대 측에서 해당 날짜에 가정에 방문해 인계해준다. 가정방문 시 이전 상담내용과 실제 가정환경에 차이가 있어 부적격하다고 판단되면 입양이 취소된다. 입양시 후원목적으로 입양분담금 1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서울대공원 반려동물 입양센터 : 전화나 방문으로 최소 하루 전에 방문예약을 하고 예약한 날짜에 가족 전체가 와서 한 시간 정도 상담 및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후 입양이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입양대상 반려견과 두세 차례 만난 후 입양여부를 결정한다. 이 모든 절차에 소요되는 시간은 2~3주 정도고 분양료는 따로 받지 않는다. 전화: 02-500-7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