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대 고객층 노린 SPA 브랜드 출시
아웃도어, 비즈니스 의류 등 내놓으며 공략

중장년층을 겨냥해 세분화된 전문 SPA 브랜드가 늘어나고 있다. SPA 브랜드들의 사업 방식은 제조사가 유통까지 직접 담당함으로써 중간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자연스레 기존 브랜드들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다.
그동안 젊은 층을 위한 SPA 브랜드, 연령대를 가리지 않는 캐주얼 SPA 브랜드는 많았지만 중장년층을 집중 공략한 SPA 브랜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40대 이상 고객은 사실상 백화점 의류 외에는 마땅히 옷을 살만한 곳이 없었다. 중장년층 SPA 브랜드 종류는 남성 비즈니스 의류, 아웃도어, 여성 캐주얼 의류 등으로 다양하다.
고급 셔츠, 바람막이 모두 3만원대
30~40대 남성 비즈니스 의류 SPA 브랜드 ‘생비스’는 모기업 ‘칸투칸’이 론칭한 지 얼마 안 된 신생업체다. 지난 1월 온라인 매장으로 출발해 4월2일 부산 법조타운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냈다. 야심차게 첫 발을 내딛은 이 브랜드의 전략은 ‘가성비(가격대비성능)’로 요약된다. 120수 셔츠를 주력 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남형진 칸투칸 PR 계열그룹장은 “시중에서 3~4만원에 파는 셔츠는 보통 면 40수밖에 안 된다. 백화점에서 파는 셔츠도 보통 80~100수인데 가격이 최소 6~8만원 한다. 이에 비해 생비스는 120수 고급 셔츠를 3만9800원이라는 매우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유통마진이 전혀 없는 데다 높은 원가율로 가격거품을 뺀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아웃도어를 즐겨 입는 중장년층을 겨냥한 SPA 브랜드도 등장해 눈길을 끈다. 해외 아웃도어 브랜드는 몇년 전부터 가격거품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다. 국내 패션업계의 큰손인 ‘이랜드’는 이에 착안해 합리적인 가격대의 아웃도어 SPA 브랜드를 내놨다. 2013년 론칭한 ‘루켄’이다. 대표 상품인 바람막이 재킷 가격이 3만9900원이다. 단골 고객인 김정기(52)씨는 “유명 브랜드들은 가격표를 비싸게 붙여 놓으니까 왠지 좋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곳에선 같은 가격에 품질 좋은 옷 세 벌은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알록달록한 원색을 강조하는 타 아웃도어 업체와 달리 루켄은 세련된 파스텔 계열 색깔과 가벼운 무게감을 내세운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부담 없이 입도록 하기 위해서다. 상품회전율이 빠른 SPA 브랜드답게 유행에도 예민하다. 이경임 루켄 가든파이브점 매니저는 “예전에는 무릎 부분에 다른 색깔을 덧댄 바지가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한가지 색으로 깔끔한 바지가 인기다. 고객들이 평상복으로 입을 수 있는 디자인에 기능성까지 갖춘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최근에는 중장년층은 물론 30대 젊은 고객도 사로잡고 있다.
‘몬테밀라노’는 모기업 ‘린에스제이’가 40~60대 여성을 위해 내놓은 캐주얼 의류 SPA 브랜드다. 중장년층 SPA 브랜드로는 드물게 1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독자적인 콘셉트로 일찌감치 틈새시장을 선점한 덕분이다. 이 브랜드 옷은 중장년층 여성이 선호하는 밝은 색감과 화려한 무늬가 특징이다. 정현 몬테밀라노 기획팀 부장은 “화려한 옷이 익숙지 않은 사람은 처음에 망설이기도 한다. 하지만 직접 입어보고 나서 푹 빠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말한다. 합리적인 가격도 장점이다. 2만원대 티셔츠, 5만원대 바지 등 경쟁상대인 디자이너 부티크들에 비해 가격이 최소 절반 이하다. SPA 방식과 더불어 중국에 자체 공장을 갖고 있어 생산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 ‘엄마들을 위한 옷’이기에 치수도 조금 넉넉하다. 스몰 사이즈가 일반 브랜드보다 크게 나온다. 잠수복과 비슷한 재질의 신축성 있는 코트 등 입었을 때 편안함도 중시한다.
SPA 브랜드 하면 낮은 가격에 유행하는 패션을 선호하는 젊은 층들이 주된 소비자일 것으로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특정 연령층을 겨냥하지 않은 기존 SPA 브랜드들도 중장년층으로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유니클로’의 예를 보면, 지난 2009년에 비해 2014년 구매비율이 40대는 25→28%, 50대는 10→23%로 늘었다(롯데백화점 자료).
국내 패스트 패션 산업은 2005년 유니클로의 국내 진출을 시작으로 현재는 이랜드의 ‘스파오’ 등 토종 브랜드도 인기를 끌고 있다. 김희주 이랜드 홍보팀 사원은 “예전엔 품질을 따지는 중장년층 고객이 저가 의류를 눈여겨보지 않았었다. 그러나 SPA 브랜드는 가격 대비 옷 품질이 좋아 이들에게도 점점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장년층 감성에 호소하는 독특한 마케팅 전략 펼쳐
중장년층 전문 SPA 브랜드는 특정 고객층을 겨냥한 만큼 마케팅 전략도 독특하다. 생비스는 ‘옷이 편해야 일도 잘 풀린다’는 믿음으로 120수 셔츠에 ‘만사형통’이라는 라벨을 부착했다. 직장인 고객의 성공을 기원하는 마음에서다. 이벤트도 재미있다. ‘사무실 안에서 찍은 셀카(셀프카메라) 콘테스트’나 ‘상사 험담하기’ 등 자유로워지고 싶은 샐러리맨의 감성을 담았다. 루켄은 매장 위치에 차별점을 뒀다. 아웃도어 브랜드라는 특색을 살려 산 근처에 매장을 낸 것이다. 도봉산 지점, 설악산 인근 지점 등이 등산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몬테밀라노에선 카카오스토리 등 40~60대 여성이 많이 사용하는 SNS를 활용해 이벤트를 벌인다. 점포 매니저도 젊은 사람보다는 주고객층과 비슷한 나이대의 여성을 배치한다. 또래와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중장년층 여성이 자연스럽게 매장에 들르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주부가 많이 시청하는 홈쇼핑에도 진출해 있다. 구매 연령층을 다양화해가는 SPA 브랜드들의 생존전략은 기존 패션업계에서도 벤치마킹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