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계동에 거주하는 나안심(가명·65)씨는 노후생활자금을 위해 주택연금(역모기지)을 들었다. 나씨가 거주 중인 5억원짜리 84㎡ 아파트를 담보 잡히고 매월 136만원씩 수령 받는 것이다. 나씨는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평생 살 수 있고, 내가 사망해도 아내에게 똑같은 금액이 지급되기 때문에 노후대비론 알맞다”고 말했다.
목돈을 한꺼번에 넣고 다음 달부터 바로 월급처럼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보험상품인 즉시연금과 비교해 봐도 주택연금은 매력적이다. 만약 나씨가 집을 팔고 59㎡ 전셋집으로 들어간 뒤 남은 돈으로 즉시연금을 든다고 치자. 전세금액으로 3억원을 쓰고 남은 2억원을 무배당 즉시연금에 들면 매월 80만원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나씨가 사망할 경우 아내에게 지급되는 연금은 56만원이다. 집 평수와 생활비는 줄고, 전세보증금 인상 등 주거는 불안해진다. 2년마다 이사하면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만약 정기예금을 들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즉시연금과 다른 상황은 같고, 월 수령액이 28만원으로 반토막이 난다. 예금이자가 2%대로 낮기 때문이다.
금리 1% 시대 부동산 부자 ‘휘청’
우리나라도 1%대 저금리 시대에 돌입했다.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연 2%대까지 떨어져 현재 1억원에 대한 연 이자는 200만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이자소득세(15.4%)까지 떼고 나면 실질이자는 연 1%대까지 떨어진다. 이미 선진국에선 초저금리로 인해 은행에 돈을 맡겨 이자로 생활을 영위하는 방식은 지나간 지 오래다. 이에 따라 퇴직 후 노후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게다가 의학기술 등의 발달로 노령인구가 급증하면서 노후에 대한 탄탄한 준비가 절실해졌다. 가지고 있는 자산을 담보로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재테크에 관심이 모인다.
대표적인 게 주택연금이다. 주택연금이란 만 60세 이상 주택 소유주가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주택에 평생 거주하면서 국가가 보증하는 연금을 일정기간 혹은 평생 매월 받는 제도다. 현재 주택연금은 지난 2007년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선보였다. 이전에 시중은행들이 비슷한 성격의 ‘역(逆)모기지’를 선보였지만 평생 거주가 보장되지 않아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였다.
60대 이상 가구의 자산 중 81%가 부동산에 묶여 있는 우리나라에선 노후생활비 마련을 위해 주택연금 활성화가 시급하다. 고령자들의 주거 안정과 노후생활 보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주택연금의 가입 조건은 주택 소유자가 만 60세 이상이어야 한다. 부부가 공동으로 주택을 소유한 경우 소유자 중 한 사람만 만 60세 이상이면 된다. 단, 배우자가 만 60세 이상이어도 주택 소유자가 60세 미만이라면 가입이 불가하다. 정부는 부부 중 1명만 만 60세 이상이어도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공사법을 개정 중이다.
소유주택 가격은 9억원 이하여야 한다. 다주택자의 경우 합산 가격이 9억원 이하일 경우 거주하고 있는 집을 담보로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 만일 2주택자이고 소유 주택 합산가격이 9억원을 초과할 경우 거주하고 있지 않은 주택을 3년 내에 처분하는 조건으로 주택연금에 가입이 가능하다. 3주택 이상일 경우 합산 가격이 9억원을 초과하면 가입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상 주택은 주택법상 주택과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된 노인복지법상 노인복지주택이 해당된다. 노인복지주택은 이른바 실버타운을 지칭한다. 이 경우 확정기간 방식으로는 불가능하고 종신 방식으로 가입해야 한다. 건물 면적 중 주택 면적이 2분의 1 이상인 복합용도주택도 해당된다. 하지만 오피스텔이나 고시원 같은 준주택은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없다.
주택연금 지급 방식은 종신 및 확정기간 방식으로 나눠진다. 종신방식은 월지급금을 종신토록 받는 것을 말한다. 확정기간방식은 가입 시 확정한 일정 기간 동안만 월지급금을 받는 것이다. 선택 기간은 10년부터 5년 간격으로 30년까지다. 확정기간을 선택할 경우 종신 지급 대비 최대 80% 더 많은 월지급금을 수령할 수 있다. 만약의 경우 의료비, 주택수선비 등 비상자금용으로 가입자가 100세까지 받게 될 연금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금액의 50% 이내에서 목돈인출 한도를 설정할 수 있다.
만 60세 이상, 집값 9억원 넘지 말아야
월지급금 유형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첫째, 평생 똑같은 액수의 연금을 받는 정액형은 안정 성향의 고객에게 적합하다. 처음에 적게 받다가 1년마다 3%씩 많이 받는 증가형은 향후 물가상승을 우려하는 고객에 해당된다. 셋째, 처음에 많이 받다가 1년마다 3%씩 적게 받는 감소형은 활동이 축소될 것을 예상하는 경우다. 넷째, 가입초기 10년간 많이 받다가 11년째부터 초반의 70%를 받는 전후후박(前厚後薄)형은 고령이거나 초기에 자금이 필요한 고객에게 알맞다. 주택가격이 높을수록, 나이가 많을수록 주택연금 수령액이 높아진다. 60세에 집값이 1억인 경우 월지급금은 22만원이다. 85세에 집값이 수령 가능 상한선인 9억원인 경우 월지급금은 404만원이 된다.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평생 자기 집에 살면서 매월 연금과 함께 이에 대한 정부 보증까지 받을 수 있다. 타 연금상품과 달리 가입자의 사망 후에도 100% 동일한 연금액을 배우자가 사망할 때까지 보장해준다. 모든 노후자산을 남편의 이름으로 준비하고 개인연금 등을 준비하지 않은 전업주부의 경우 준비기간 없이 즉시 연금수령이 가능한 유일한 상품이 주택연금이다.
반면 국민연금의 경우 수령자 사망 시 배우자에게 유족연금 지급률을 40~60%까지 차등 적용한다. 저금리 기조에서 주택연금의 장점은 부각된다.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연금을 받으면 대출 잔액은 늘어난다. 이 경우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 이자금액이 줄어든다. 따라서 연금 수급자가 사망 후 상환해야 할 금액이 줄어든다. 부부 모두가 사망할 경우 주택가격이 연금지급총액(대출 잔액)보다 클 경우 대출 잔액이 적어지면 상속인들의 상속 몫이 커진다.
오래 살게 되거나 주택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연금 지급은 계약대로 이뤄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0년 남성 만 68세, 여성 만 76세였던 평균연령이 2013년 남성 78세, 여성 84.6세로 9~10년 높아졌다. 반면 은퇴연령이 빨라지면서 근로소득 없이 버텨야 할 노년기가 길어진 셈이다. 여기에 저출산 인구감소로 주택가격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평생 거주와 연금지급을 보장하는 주택연금은 매력적이다. 주택가격이 하락해도 최초 약정한 주택연금수령액이 보장된다. 가입자가 오래 살아 받은 연금의 총액이 주택가격을 넘어가는 경우에도 지급이 종신 보장된다. 이 경우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손실로 처리된다. 반대로 가입자가 빨리 사망하거나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연금지급액이 주택가격보다 적은 경우 정산 후 나머지 금액은 자녀가 상속한다.
세제혜택도 있다. 주택연금 이용주택이 5억원 이하이면 재산세의 25%를 감면하고 5억원을 초과하면 5억원에 해당하는 재산세 25%를 깎아준다. 다른 연금소득이 있는 경우 주택연금을 수령함에 따라 발생하는 대출이자에 대해 연간 200만원 한도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저당권 설정 시 발생하는 각종 세금도 면제된다. 설정금액의 0.2% 등록세, 각각 등록세액의 20%인 교육세와 농어촌특별세, 설정금액의 1%인 국민주택채권 매입 의무가 면제된다.
만약 60세 이전에 조기 은퇴하는 경우에도 구제책은 있다. ‘가교(架橋)형 주택연금’이란 시스템을 통해 연금을 당겨 받을 수 있다. 집값 6억원 이하, 연령 만 50세 이상인 조기 은퇴자가 은행에서 ‘가교형 주택연금’을 받으면 만기 시 혹은 만 60세 이상 되는 시점에 주택연금으로 전환하면 된다. 이때 주택연금 이용 가능 여부 재심사를 거쳐야 한다. 주택연금의 목돈 인출금액으로 기존 연금잔액을 상환해야 한다. 주택금융공사는 지난 1월부터 신한은행만 취급 중인 가교형 주택연금의 취급을 다른 은행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재개발·재건축 시 계약해지 등은 문제
담보를 잡힌 주택이 재개발·재건축에 들어가고 해당 주택의 소유권을 계속 유지하고자 할 때 주택연금 계약이 자동으로 해지된다. 이로 인해 주거가 불안정해지는 문제점이 초래된다. 월지급금이 매년 하향 조정되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주택금융공사는 전년 대비로 각각 2012년 2월 3.1%, 2013년 2월 2.8%, 작년 1월 0.59%, 지난 2월 1.5% 등 네 차례에 걸쳐 월지급금을 내렸다. 기대수명이 길어지고, 주택가격과 금리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사망 나이가 계속 올라가는 추세를 감안할 때 빨리 가입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이밖에 주택금융공사는 주택연금 가입 연령을 현행 ‘주택소유자 기준 만 60세 이상’에서 ‘부부 중 일방이 만 60세 이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주택연금, 이것이 궁금하다]
가입자 사망해도 배우자에게 잔여금 지급
Q 주택연금을 받고 있는 동안 이사를 갈 수 없다?
A 아니다. 주택연금을 이용하는 중에도 자유롭게 이사가 가능하다. 새로 구입한 주택으로 담보주택을 변경하면 주택연금을 계속 받을 수 있다. 다만 기존 주택과 새 주택간 가격차에 따라 월지급금 등의 변동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 주택보다 이사 간 새 주택의 가격이 높으면 그 차액에 해당하는 만큼 초기보증료를 부담하고 월지급금을 더 받을 수 있다.
Q 주택연금 가입자가 사망하면 배우자가 받는 연금액이 줄어드나?
A 아니다. 일반적으로 공무원연금이나 국민연금 등 다른 연금은 주 수혜자가 사망하면 배우자는 기존 연금액의 일부만 유족연금으로 받는다. 그러나 주택연금은 가입자가 사망해도 남은 배우자에게 기존에 지급하던 월지급금액과 동일한 금액을 지급한다.
Q 매월 연금을 받는 방식이므로 목돈이 필요할 때 대응할 수 없나?
A 아니다. 주택연금은 나중에 목돈이 필요해질 경우에 대비해 목돈 인출 한도를 미리 설정하거나 주택연금을 받는 도중에도 설정할 수 있다. 다만 목돈 한도를 설정하게 되면 매월 받는 월지급액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만약 목돈의 한도를 설정한 후 실제로 쓸 일이 없는 경우 언제라도 설정된 한도를 해지하고 월지급금을 많이 받을 수 있다. 미사용 인출한도에 정기예금금리+0.5% 수준의 금리가 가산된다. 목돈인출 한도를 사용하지 않고 해지 시에 그동안 못 받았던 월지급금이 환급되지 않지만, 인출한도 미사용기간 동안 정기예금금리보다 높은 수준의 이자가 가산된다.
Q 주택담보대출이 있으면 가입을 못하나?
A 아니다. 목돈을 일시에 찾아 쓸 수 있는 일시인출금을 활용해 기존의 주택담보 대출을 상환하는 조건으로 가입할 수 있다.
Q 주택연금을 받으면 소득이 늘어나서 기초노령연금을 받지 못하게 되나?
A 아니다. 기초노령연금 수급여부 심사를 위해 기준을 산정할 때 주택연금은 소득이 아니라 부채로 분류된다. 따라서 주택연금을 받는다고 해서 기초노령연금액이 줄어들거나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