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은 소바(일본식 메밀국수)가 대중적이다. 서서 먹는 3000원짜리부터 2만원대의 고급까지 다양하다. 우동과 함께 ‘국민국수’급 인기다. 막국수와 한국식 소바(달큰한 국물에 말아 먹는 형식)가 메밀국수의 대부분인 국내에서 정통 일본식으로 주목 받는 곳이 서울 방배동의 ‘스바루’다.
대표음식은 ‘자루소바’로, 차가운 메밀면을 쓰유(훈제 가다랑어포 국물)에 적셔 먹는다. 메밀함량 80%의 반죽이라 툭툭 끊기는 것이 정통의 느낌 그대로다. 메밀향과 식감을 살리기 위해 맷돌제분기로 가루를 매일 만든다.
“쉽게 풀어지는 메밀의 특성 탓에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반죽을 만듭니다. 약간의 밀가루와 3년 숙성된 천일염이 첨가물의 전부죠. 거기에 땀과 정성이 더해지면 소바의 면발이 완성됩니다.”

위치 _ 서울시 서초구 방배로42길 7
문의 _ 02-596-4882
기타 _ 월요일 휴무. 자체주차장 없음.
하루 110인분 떨어지면 이른 저녁 문 닫기도
강영철 오너셰프는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신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일본으로 건너갔다.
“부모님이 일본 유학 중 결혼하고 해방 후 귀국하셨어요. 그러다 보니 어릴 적부터 일본음식과 문화에 익숙했죠. 자연스럽게 일본어를 배웠고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도쿄 소재 대학의 호텔관광과에 재학하던 중 국내 굴지의 관광호텔 해외부문에 입사하였고 일본담당 마케팅 부서에서 일했다. 후쿠오카를 시작으로 도쿄, 나고야 등을 돌며 근무를 하다 1983년에는 도쿄지사장으로 승진했다.
“고객유치가 주요 업무였기에 제가 좋아하는 일본음식을 폭 넓고 깊게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전국의 유명 업소들을 속속들이 꿰고 있을 정도였죠. 특히, 소바의 매력에 빠져들어 각지의 명점(名店)과 계보를 찾아다니며 지식을 넓혔습니다. 결혼 후 부산에서 근무할 때도 위성채널로 일본의 음식문화와 역사를 챙겨봤죠.”
1998년 과로로 귀국하여 쉬던 중, 소바를 배워야겠다 결심하고 도쿄 아사쿠사(淺草)의 유명 소바집 잇사안(一茶庵)에서 수련했다.
2002년 홍익대 인근에 국내 최초의 소바 전문점을 열었다. 미식가들 사이에 큰 화제를 모았으나 운영난으로 2년을 채우지 못하고 문을 닫게 되었다.
“당시엔 애호층이 적었고 젊은층 대상의 상권인 것을 간과한 게 실패의 요인이죠. 복직하여 일본 나고야에서 근무를 했지만 틈만 나면 전국의 소바 명점을 다니며 배웠어요.”
그렇게 하여 2009년 다시 시작한 곳이 지금의 ‘스바루’이다. 숙련기간을 거치기 위해 비수기인 초겨울로 개업일을 잡았다. 위치는 상권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주택가 한적한 곳으로 정했다.
처음에는 메밀을 강원도 봉평 것으로 썼지만 수급량과 품질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생각에 중국산 고급품으로 사용 중이다. 여건이 된다면 봉평산을 다시 쓰고 싶다 한다. 당일 제분하여 직접 제면하기에 하루 110인분만을 만든다. 그래서 이른 저녁에 문을 닫는 일이 흔하다.

‘산마소바’ ‘다마고도지’ 추천, ‘오리난반’도 인기
쓰유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양념과 식재료는 국내산으로 직접 만들며 불가피한 몇 가지는 일본에 가서 직접 구입한다. 공부를 위한 전문서적 구입도 잊지 않는다.
인기 있는 메뉴로 ‘산마소바’가 있다. 마 갈은 것과 생달걀 노른자위에 쓰유를 섞은 후 메밀면을 비며 먹는 것인데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따뜻한 것 중에는 ‘다마고도지’가 특색 있다. 따뜻한 국물의 소바에 달걀을 푼 것으로 흡사 중국집 울면 느낌의 국물이다. 온소바에 오리고기를 구워 얹는 ‘오리난반’과 큼지막한 새우튀김을 소바나 덮밥에 얹는 것도 많이 찾는다.
일본에서는 소바 잘하는 집에서 흔히 우동도 함께 파는데 여기도 마찬가지다. 반죽을 발로 밟아 숙성시키는 사누키식의, 면발이 탄력 있는 우동 종류들이 맛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집에서 소바 외에 꼭 챙겨먹을 것으로 ‘된장우동’을 꼽는다. 흔한 백된장이 아닌 붉은된장을 쓰는 나고야 명물음식이다. 굵고 쫄깃한 면발과 우리의 찌개 같은 국물이 잘 어울린다. 처음 맛보는 이들에게는 이런 것도 일본우동인가 하는 새로움을 준다.
“한국인의 입맛을 고려한 조정을 일부 했습니다. 쓰유를 덜 짜게 만든 것이 그 중 하나죠. 하지만 면 만들기와 조리의 기본자세에 있어서는 정통 그대로를 추구합니다. 일본의 소바 문화가 몇백년에 걸쳐 완성되어 온 것인데 그걸 벗어나서는 제대로의 맛과 품질을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전통을 더 배우려고 일본의 스승님과 꾸준히 교류하고 다양한 노력을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메밀은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 식재료다. 그렇기에 표준화된 조리법으로 만든 메밀국수일지라도 항상 일정치가 않다. 숙련과 노력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새로이 나타나서 인기를 모으다 시들해지는 시중의 소바집들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어렵잖게 알아차릴 수 있다.
현재의 스바루를 완성시킨 가장 큰 요인은 일본식 표현으로 ‘근성(根性)’일 것이다. 우리 각자의 성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도 바로 이게 아닌가 싶다.
국수의 쫄깃함을 중요히 여기는 취향이거나 정통 소바의 경험이 부족한 이에게는 만족도가 낮게 나올 수도 있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이 단점이고 오후 중간에는 휴점 시간(오후 3~5시)이 있다.

[알림]
맛있는 한끼 음식은 세상 사는 힘을 줍니다. 격무에 시달리는 이 시대의 CEO(최고경영자)들은 자신을 위로해줄 음식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CEO가 혼(魂)을 바쳐 만드는 음식이야말로 이들 CEO에 어울리는 명품입니다. <주간조선>에 오너셰프 이야기를 50회 연재한 음식칼럼니스트 박태순씨가 이번에는 CEO를 위한 오너셰프 맛집으로 콘셉트를 업그레이드시켜 <이코노미조선>에 연재합니다. gundown은 박태순씨의 필명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 박태순 음식칼럼니스트
2002년부터 각종 포털과 매체에 독특한 관점의 음식 칼럼을 게재하고 있는 우리나라 음식분야의 정상급 칼럼니스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