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툰 전문 벤처기업 레진코믹스 공동창업자 권정혁 최고기술경영자(CTO·왼쪽 두번째)가 지난해 1월 서울 논현동 레진코믹스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함께 웹툰들을 소개하며 활짝 웃고 있다.
- 웹툰 전문 벤처기업 레진코믹스 공동창업자 권정혁 최고기술경영자(CTO·왼쪽 두번째)가 지난해 1월 서울 논현동 레진코믹스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함께 웹툰들을 소개하며 활짝 웃고 있다.

웹툰은 웹(Web)과 카툰(Cartoon)의 합성어로, 웹 페이지에 연재하는 만화를 뜻한다. 저물어가는 만화책 시장의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산업 규모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전까지 국내 웹툰 시장은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양분하고 있었다. 두 업체는 대형 포털사이트라는 점을 앞세워 시장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이런 와중에 레진코믹스가 뛰어들면서 삼파전으로 바뀐 모습이다. 레진코믹스는 지난 2013년 6월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신흥주자지만 독자 수와 매출규모 면에서 네이버, 다음카카오를 위협하고 있다. 레진코믹스는 서비스 시작 첫달(2013년 6월)부터 1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으며, 지난 2014년에는 연간 매출 103억원을 기록했다. 대표작으로는 <나쁜상사>, <먹는존재>, <유럽에서 100일> 등이 있다. 올 1월 기준 레진코믹스 월평균 순방문자수(UV)는 700만명으로, 다음(500만명)을 제치고 네이버(1600만명)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특이한 점은 레진코믹스 매출액이 전부 만화 유료결제로만 이뤄졌다는 것이다. 현재 레진코믹스는 일부를 무료로 본 뒤, 그 다음 편을 보고 싶으면 웹 화폐인 ‘코인’을 결제하는 ‘부분 유료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웹툰은 공짜’라는 기존의 인식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무료 웹툰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레진코믹스의 시스템이 먹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돈 아깝지 않은, 완성도 높은 웹툰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레진코믹스가 표방하는 가치는 ‘성숙한 독자를 위한 만화’다. 권정혁 CTO(최고기술경영자)는 ‘왜 웹툰에는 <타짜>나 <까치>같은 성인만화가 없을까’하는 질문이 그 시작이었다. 성인이 봐도 깊이 있고 재밌는 웹툰이라면 유료화해도 가능성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웹툰은 가볍고 시시하다’는 편견을 깨뜨리기 위해선 실력 있는 작가들을 들이는 게 관건이었다. 이를 위해 작가들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었다. 먼저, 학산문화사 등 만화출판업계 편집장 출신을 PD로 모셔왔다. 스포츠·성인물 등 다양한 장르를 포용하고자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는 표현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매주 연재하는 게 부담스러운 작가들에겐 1주, 10일, 2주 중 원하는 간격으로 웹툰을 연재할 수 있게 했다.

그렇다고 열정만 강조한건 아니다. 원고료와 인센티브도 명확히 밝혔다. 한희성 대표는 작가들을 찾아가 작가 위주의 작업환경을 내세워 계약설득에 나섰다. 그 결과, 레진코믹스는 네온비, 가스파드 등 이름 있는 웹툰 작가들과 계약하는 데 성공했다. 레진코믹스에서 <나쁜상사>를 연재한 네온비(29·필명) 작가는 다음웹툰에서도 인기순위 상위권을 차지한 유명작가다. 네온비 작가는 “10일 간격으로 연재할 수 있는 곳은 레진뿐이었고 비전만 두루뭉술하게 제시한 타 업체들과 달리 최저고료와 유료결제수익을 자세히 설명해 믿음이 갔다”고 말했다.  

실력은 있지만 빛을 보지 못한 신인작가들도 대거 영입했다. 이들은 고정 독자층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인기 있지만 연재할 곳이 없어 네이버 ‘베스트도전’ 코너와 개인 홈페이지, 블로그 등지에서 웹툰을 연재하고 있던 작가들이다. 아이돌그룹 ‘샤이니’ 멤버 종현이 즐겨 본다고 해서 유명해진 <미지의 세계> 작가 이자혜(23·여)씨가 대표적이다. 

현재 레진코믹스는 문화관광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동시에 후원하는 몇 안 되는 벤처기업이다. 지난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가 선정한 글로벌 K스타트업 최우수상과 구글 특별상을 수상하며 그야말로 승승장구했다. 같은 해 한 대표와 권CTO는 박근혜 대통령의 런던순방에 동행하기도 했다. 2014년엔 대한민국인터넷대상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그런데 ‘창조경제 모범기업’이 순식간에 ‘음란물유통기업’으로 탈바꿈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3월25일 오후 1시경,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음란물을 게시했다는 이유로 레진코믹스 사이트 접속을 차단했다. 당시 방통위는 문제가 된 일본만화뿐만 아니라 레진코믹스의 모든 웹툰을 접속차단했다.

이에 대해 레진코믹스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권CTO는 “사전고지 없이 갑자기 차단조치가 내려져 당황했다”며 “문제가 된 일본만화는 다른 업체들도 다 서비스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레진코믹스를 ‘야한 만화 사이트’ 정도로 보는 일부의 오해에 대해서도 답답함을 드러냈다. 권CTO는 “레진코믹스가 서비스하는 웹툰 중 20%만이 19세 이용가”라며 “19세 이용가라고 해서 모두 음란한 것도 아니고, 내부 심의규정이 엄격하기 때문에 조금만 자극적인 장면이 등장해도 19세 이용가라고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비난여론이 일자 방통위가 차단 4시간 만에 조치를 철회하면서 접속차단 사건은 ‘해프닝’으로 끝난 상태다. 

- 레진코믹스 대표작 <먹는 존재>, <나에게 온달>, <유럽에서 100일>, <나쁜 상사>(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순)(사진 : 레진코믹스)
- 레진코믹스 대표작 <먹는 존재>, <나에게 온달>, <유럽에서 100일>, <나쁜 상사>(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순)
(사진 : 레진코믹스) 

미래부는 칭찬하고, 방통위는 접속 차단
현재 레진코믹스는 일본진출을 앞두고 있다. 국내와 같은 플랫폼으로 일본에도 ‘스마트폰으로 웹툰 보는 문화’를 전파하겠다는 계획이다. 레진코믹스는 올 6월경부터 본격적으로 일본 내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중국시장도 두드리고 있다. 권CTO는 “중국시장은 웹툰을 기반으로 영화, 드라마 등 2차 콘텐츠를 제작해 공급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이를 위해 CJE&M 출신 영상PD 등 전문인력 보강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레진코믹스는 현재 <나는 귀신과 결혼했다>와 <8군 플레이그라운드 쇼>를 영화로 제작중이다. 국내에는 올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