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슬랙 본사 모습. (좌측 상단) 슬랙 서비스는 일종의 업무용 집단카톡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모바일 기기와 호환되며 파일전송, 편집 등이 쉽다.
-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슬랙 본사 모습.
(좌측 상단) 슬랙 서비스는 일종의 업무용 집단카톡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모바일 기기와 호환되며 파일전송, 편집 등이 쉽다.

2000년대 중반 경영학계에서 크게 회자된 경영학 용어 중 하나가 바로 블루오션(Blue Ocean) 전략이다. 이론은 간단하다. 무수히 많은 경쟁자와 출혈경쟁을 벌여야 하는 레드오션(Red Ocean)에서 벗어나 경쟁자가 없는 블루오션에서 사업을 펼쳐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게 요지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장은 블루오션 전략의 관점에서 보면 전형적인 레드오션이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수천 개의 서비스들이 각축(角逐)을 벌이고 있다. 구글플레이나 앱스토어에서 SNS라는 키워드만 입력하면 수백, 수천 개의 서비스가 줄을 잇는다.

그런 면에서 지난 2014년 미국에서 개발된 슬랙(Slack)은 SNS 스타트업 기업들에게는 좋은 귀감이 된다. 무엇보다 슬랙은 레드오션인 개인 SNS에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대신 주목한 시장은 이제 막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기업형 SNS시장이다. 일종의 B2B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개인 못지않게 기업 종사자들에게 커뮤니케이션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실시간 정보교환이 중시되는 상황에서 소통수단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카카오톡 정도가 고작이다.

슬랙이 주목한 시장은 오프라인 회의공간을 온라인으로 그대로 옮겨오도록 하는 것이다. 사용자가 지정한 팀원 전체가 하나의 채팅방에 모여 각자의 의견과 작업 결과물까지 올리도록 한 것이 기존 서비스와 차별점이다. 웹은 물론 스마트폰, 태블릿 등 모든 IT(정보기술) 기기에서 동시에 접속하는 것도 가능하다. 

슬랙은 사진공유서비스 ‘플리커’(flikr) 공동창업자 스튜어트 버터필드(Stewart Butterfield)가 지난 2013년 8월 세운 회사다. 공식설립은 지난해 2월로 이제 막 1년이 넘었다. 영어단어 슬랙(Slack)에는 ‘태만하다’, ‘느슨하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는 격무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이 슬랙을 쓰기만 하면 ‘느슨한’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회사는 자사 서비스가 추구하는 목적을 ‘업무를 좀 더 쉽고, 간단하게, 그리고 재밌게 즐기도록 하는 데 있다’(Our mission is to make people's working lives easier, simpler, and more enjoyable)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슬랙 공식 홈페이지(slack.com)에 가면 유난히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팀(Team)이다. 슬랙 서비스는 철저히 ‘협업’(協業)을 강조한다. 자신의 결과물을 모든 팀원들과 공유하는 것은 물론, 온라인상에서 동시에 작업토록 하는 것이 기존 SNS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에서 팀원 간 결과물을 공유하는 수단으로 쓰는 것은 이메일, P2P, 클라우드 서비스 등이었다. 그러나 이들 서비스는 한쪽에서 파일을 보내면 반대편에서 이를 받아 작업한 뒤 다시 돌려보내거나 제3의 인물에게 전송해야 했다. 작업과정에서 팀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빠른 시간 내 구현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슬랙은 이메일, SNS 등을 하나의 대화공간에 집어넣어 파일전송에 따른 불편함을 최소화시켰다. 실제로 운영사인 슬랙테크놀로지에 따르면, 슬랙을 도입한 회사들의 경우 직원들의 이메일 수신량이 75%나 감소했다. 슬랙은 발표 8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사용자 수가 3만 팀을 넘어섰고 월 평균 2억개의 메시지가 오갈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사용자들이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씩 로그인을 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개인형과 달리 기업형 SNS는 근무시간 내내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서비스 이용시간이 길다는 것은 충성 사용자로 연결될 가능성이 많다는 뜻이다. 팀 전체가 하나의 서비스만 사용하기 때문에 구성원 개개인의 취향은 두 번째 문제다. 서비스가 본인 맘에 들지 않더라도 업무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런 면에서 기업형 SNS는 충성사용자 비율이 개인형보다 월등히 높을 수 있다. 실제로 트위터, 에어비엔비, 드롭박스 등 세계 유수의 IT 기업뿐만 아니라 뉴욕타임스 등의 미디어 기업들은 슬랙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형 SNS에서 슬랙은 첫 스타트를 끊은 기업이 아니다. 개인형 SNS에 비해 경쟁이 덜 치열할 뿐이다. 실제로 기업형 SNS 시장에는 이미 힙챗(HipChat), 플로우도크(Flowdock), 캠프파이어(Campfire) 등의 터줏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단시간 내 슬랙이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던 이유는 뛰어난 기술력과 편리한 가입 절차 등에 있다. 

슬랙이 추구하는 가치는 서비스만큼 간단하고 명료하다. 모든 논의(Every discussion), 모든 결정(Every decision), 모든 협업(Every link), 모든 문서화 작업(Every document)을 슬랙이라는 한 곳에서 한 번에 하도록 하는 데 있다. 이렇게 되면 슬랙은 모든 작업자들에게 업무에 꼭 필요한 플랫폼(Platform) 역할만 하면 된다. 업무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는 제각각이라도 소통은 슬랙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른바 거대한 플랫폼 비즈니스가 생겨난다고 할 수 있다. 

- 창업자 스튜어트 버터필드는 사진공유서비스 ‘플리커’(flikr)를 공동 창업했다.
- 창업자 스튜어트 버터필드는 사진공유서비스 ‘플리커’(flikr)를 공동 창업했다.

기업 업무SNS의 플랫폼으로 도약
미국 IT 본산 실리콘밸리와 가까운 서부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있는 슬랙은 유명 벤처캐피털인 안드레센 호로비츠, 엑셀 파트너스, 소셜+캐피탈 파트너십, 구글 벤처스 등으로 총 1억2000만달러 정도 투자를 받은 상태다. 기업형 SNS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한 탓에 기업가치도 빠르게 높아가고 있다. 현재 관련업계에서는 슬랙의 기업가치를 10억 달러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 2월 유네스코가 선정한 ‘2015 네텍스플로 어워드’(Netexplo award)에 슬랙은 당당히 이름을 올려 기술력 면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유네스코가 매년 선정하는 네텍스플로 어워드는 에너지, 환경, 교육 등 분야에서 인류의 삶에 큰 영향을 줄 새로운 IT기술을 10개씩 선정하는 권위 있는 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