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일 강대용(29)씨는 출근길 지하철에 검정색 배낭을 두고 내렸다. 가방이 없어진 걸 금세 알아차렸지만 찾아볼 시간이 없었다. 일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기 때문이다. 다행히 휴대폰과 지갑은 몸에 지니고 있었기에 가방 찾는 게 당장 급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다 이틀 뒤인 3일 낮, 충무로 지하철 유실물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가방 한 개를 습득했는데 그 속에 강씨의 급여명세서가 들어 있다는 것이었다. 센터 측은 거기에 적힌 연락처를 보고 전화했다고 했다. 그로서는 ‘찾아봐야지’ 하면서 잠시 미루고 있었던 유실물을 센터 측에서 직접 챙겨주니 무척 고마웠다. 귀중품은 아니어도 수첩 등 소중한 물건이 들어 있는 가방이었다. 같은 시각 충무로 유실물센터의 직원들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주인을 찾아준 보람 덕분이었다.

- 4월9일 저녁, 3호선 종착역인 오금역에서 승객이 모두 내린 뒤 승무원 조창석 씨가 유실물을 수거하고 있다.
- 4월9일 저녁, 3호선 종착역인 오금역에서 승객이 모두 내린 뒤 승무원 조창석 씨가 유실물을 수거하고 있다.

유실물 대부분 경찰서 가기 전에 주인 찾아
강씨 같은 경우는 운이 좋았다. 가방이 중간에서 사라지지 않고 무사히 수거됐을 뿐만 아니라 센터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왔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 유실물센터 직원이 주인에게 직접 연락하는 경우는 소지품에 명함이 들어 있거나 연락처가 적혀 있는 경우다. 연락처는 아니지만 주인에 대한 단서가 있는 경우 다른 기관의 도움을 받는다. 주민등록증이 든 지갑은 경찰서, 신용카드가 든 지갑은 카드회사에서 찾아준다.

물건을 찾아주다 보면 가끔 특이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이석주 충무로 유실물센터 대리는 “한 번은 쇼핑백을 수거했는데 그 속에 대통령 표창장이 들어 있었다”고 회상했다. 표창장에 상 받는 사람과 소속단체가 적혀 있기에 인터넷을 뒤져 단체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수소문한 끝에 주인을 찾았을 땐 보람이 컸다. 주인이 광주광역시 사람이어서 착불 택배를 통해 보내주었다. 이 대리는 “그 분이 받고 나서 우리한테 전화를 했는데 없어진 게 하나도 없다고 정말 고마워했다. 그 속에 노란빛을 띠는 무언가가 들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금붙이였던 것 같다. 뭐라도 사례를 하고 싶어 하기에 우린 그런 거 안 받는다고 했다. 그랬더니 나중에 서울 올라올 일 있으면 맛있는 거라도 사주겠다고 하시더라”며 웃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연세가 지긋한 분이었는데, 그 양반 참 좋아하시더라고.”

수거된 물품은 대부분 주인을 찾아 간다. 충무로 유실물센터의 경우 습득한 물건이 주인에게 돌아가는 비율은 83% 정도다. 이는 유실물을 경찰서로 이관하기 전의 수치다. 경찰서에서 주인을 찾아주는 비율까지 감안하면 실제 본인 인계율은 더 높아진다. 2014년 충무로 유실물센터에 접수된 유실물은 총 3만2691건이었다. 이 가운데 83%인 2만7135건이 주인을 찾았고 나머지 5556건은 경찰에 인계됐다. 이 대리는 “과거에 비해 주인을 찾는 비율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지하철에서 물건을 잃어버리면 그냥 단념하곤 했지만 요즘은 유실물센터에 문의하는 게 일반화됐기 때문이다. 2015년에는 3월31일까지 총 6874건의 유실물이 접수됐고 이 중 5723건이 본인에게 돌아갔다. 다만 이는 유실물센터가 수거한 물품에 한해서다. 집계되진 않지만 물건이 중간에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불특정다수가 이용하고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지하철의 특성 탓이다. 4월3일 낮 충무로 유실물센터에는 흰색 아이폰6, 서류봉투, 안경 등을 찾는 문의전화가 걸려왔지만 그런 물건이 없다는 안타까운 답변이 계속됐다.

유실물센터에 들어오는 물건의 종류는 다양하다. 가방, 휴대폰, 태블릿PC 등 전자기기, 쇼핑백이 주로 들어온다. 특히 검정색 배낭이 제일 많다. 지갑도 가끔 수거하지만 현금 없는 빈 지갑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품목은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예컨대 날이 더우면 겉옷을 벗어 선반 위에 올려놓았다가 그대로 두고 내리는 손님이 생긴다. 비 오는 날은 우산을 두고 내렸으니 찾아달라는 문의전화가 많이 온다. 하지만 수거가 제일 안 되는 물품이 우산이라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겨울에는 장갑 한 짝을 찾아달라는 문의전화도 걸려온다. 가끔 쓰레기가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김진아 충무로 유실물센터 사원은 “밀봉된 택배 박스가 온 적이 있었는데 며칠 지나니까 거기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열어보니 음식물쓰레기였다”고 말했다. 올해는 아직 쓰레기가 들어온 사례가 없지만 작년에는 4건이나 있었다.

가끔 황당한 물건을 찾아달라는 문의전화가 오기도 한다. 한번은 휴대폰용 펜을 찾아달라는 문의가 왔었다. 삼성 갤럭시노트 휴대폰에는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펜이 장착돼 있다. 이걸 열차 내 의자와 벽 사이 공간에 떨어뜨렸으니 주워달라는 것이었다. 의자와 벽 사이에는 약간의 틈이 있어 작고 가느다란 물체를 떨어뜨리면 찾기가 쉽지 않다. 역무원 두 명이서 의자를 번쩍 들어내면 펜을 꺼낼 수 있다. 알루미늄으로 된 의자는 무게가 생각보다 가볍기 때문이다. 하지만 탔던 열차와 칸을 기억하지 못하면 유실물센터로 문의해봤자 소용이 없다. 일일이 모든 의자를 들어내고 찾아볼 수 없어서다.

1. 입던 옷, 가방, 쇼핑백 등 재산 가치가 거의 없는 것들은 9개월간 보관 후 사회복지단체에 기부된다. 2. 지하철 유실물센터에 들어오는 물건 중에는 검정색 배낭이 많다.
1. 입던 옷, 가방, 쇼핑백 등 재산 가치가 거의 없는 것들은 9개월간 보관 후 사회복지단체에 기부된다.
2. 지하철 유실물센터에 들어오는 물건 중에는 검정색 배낭이 많다.

전자기기, 귀금속 등은 경찰서로 갔다가 경매
유실물은 종착역에서 기관사와 차장이 수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승객이 종착역에서 모두 내리면 맨 앞에 타고 있던 기관사와 맨 뒤에 타고 있던 차장이 자리를 교체한다. 이때 열차를 가로질러 이동하면서 유실물을 습득하는 것이다. 육안으로 봐도 확실히 쓰레기인 것은 유실물센터로 보내지 않고 청소부들이 버린다. 한 청소부는 “승객들이 음식물쓰레기를 종종 두고 내린다. 최근엔 마늘 까고 파 깐 껍질이 들어있는 봉지를 치웠다”고 말했다. 때때로 종착역 아닌 중간역들에서 유실물을 습득하기도 한다. 마음씨 착한 승객이 유실물을 주워 본인이 내리는 역에 맡기는 경우다.

수거된 물품이 유실물센터에 실제로 도착하기까지는 짧게는 2~3일에서 길면 한 달이 걸린다. 하지만 센터 측은 이와 관계없이 각 역의 수거 현황을 바로바로 파악할 수 있다. 역들이 유실물이 들어올 때마다 역 이름과 유실물 종류를 온라인 사이트에 올려놓기 때문이다. 고객이 유실물센터로 문의하면 센터 직원은 이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물품 중 해당되는 게 있는지 확인한다. 잃어버린지 하루 이틀밖에 안 지난 경우 물건이 아직 등록돼 있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럴 땐 연락처를 받아 놓는다. 향후 물건이 확인되면 다시 연락해주기 위해서다.

센터에서 보관하는 물품은 입던 옷, 가방, 쇼핑백 등 재산가치가 거의 없는 것들이다. 9개월이 지나면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한다. 그러나 휴대폰, 전자기기, 귀금속, 현금·주민등록증이 든 지갑 등은 사정이 다르다. 휴대폰은 별도로 강남 휴대폰찾기콜센터 쪽으로 간다. 나머지 물품은 센터에서 보관하지 않고 수거한지 일주일 내로 관할 경찰서로 간다. 관할 경찰서에서는 이를 2주간 보관하면서 찾아줄 수 있는 물건은 찾아준다. 남은 물건은 최종적으로 성동경찰서 유실물센터로 간다. 지하철 유실물뿐만 아니라 백화점, 병원 등 서울 전역에서 발생한 유실물이 모이는 곳이다. 품목도 새 옷, 뜯지 않은 화장품, 상품권 등 다양하다.

성동경찰서 유실물센터에서는 물품을 9개월간 보관한다. 첫 6개월간은 물건을 잃어버린 유실자에게 소유권이 있고, 이후 3개월간은 물건을 주운 습득자에게 소유권이 있다. 그러나 정양구 성동경찰서 유실물센터장은 “유실자 본인이 찾으러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주인을 찾을 수 없고 주인이 찾지 않는 물건만 이곳으로 오기 때문이다. 찾으러 오더라도 시리얼넘버 같이 본인 것이라는 증거가 확실히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막연히 ‘저 금붙이 내 건데’ 하면 돌려주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물품을 보관한지 6개월이 지나면 습득자에게 연락해 소유권이 있다는 사실을 알린다. 그러면 가끔 물건을 찾으러 오는 사람이 있다. 세금은 22% 떼어 간다. 물건을 주운지 7일 이내에 신고했어야만 습득자 권한이 부여된다.

유실자·습득자 모두 찾아가지 않으면 공매(국가에서 하는 경매)가 이뤄진다. 성동경찰서 유실물센터에 들어오는 물품의 90% 이상이 공매로 넘어간다.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진행하며 분기별로 한 번씩 1년에 4차례 이뤄진다. 공매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감정사들이 와서 유실물의 가격을 평가한다. 입찰가는 감정사 세 명이 제시한 가격의 평균으로 결정된다. 정양구 센터장에 따르면, 가장 비쌌던 개별 물품은 150만원짜리 목걸이였다. 나머지는 몇 만원 상당의 자잘한 물품이 많다. 다음으로 유실물센터에서 설명회를 하면 경매업자들이 와서 물건을 보고 간다. 이들은 경매를 전문적으로 하는 직업인으로 국방부 등 관공서를 돌며 각종 공매에 참여한다. 이후 ‘온비드’라는 온라인 사이트에서 경매가 진행된다. 분기 당 1000여점의 유실물이 공매로 나온다. 개별 품목으로는 팔지 않으며 분기 별로 나온 물품을 한꺼번에 묶어 판다. 판매 수익은 모두 국고로 귀속된다.

 

[지하철 유실물 찾는 법]

내린 직후 탑승구 바닥에 적힌 번호 기억해야

지하철에서 소지품을 분실했을 때 가장 통상적인 대처 방법은 각 호선별 유실물센터에 전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열차에서 내린 후 시간이 조금 지났을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만약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물건을 두고 내린 것을 알아차렸다면, 즉시 역무실로 가서 도움을 요청하는 게 좋다. 열차가 도착 예정인 역에 역무원이 미리 연락해두면 그 역에 대기하고 있던 다른 역무원이 즉시 유실물을 수거할 수 있어서다.

대부분의 경우 열차에 물건을 두고 내리면 해당 열차가 종착역에 들어갈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반면 내린 직후 역무실을 찾으면 중간 역에서 수거할 수 있어 물건이 그대로 남아있을 확률이 높다. 단, 지하철을 탑승했던 정확한 위치(탑승구 바닥에 적힌 번호)를 기억하지 못하면 이 방법은 무용지물이다. 역무원이 열차 칸마다 일일이 살펴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열차 위치를 추적하기 위해선 해당 열차를 탑승했던 정확한 시각도 알아야 한다. 이는 교통카드 기록을 조회하면 되므로 안심해도 된다.

지하철을 타고 내리다가 승강장 바닥과 열차 사이 철로에 휴대폰 등을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땐 유실물센터가 아닌 해당 역의 역무실에 바로 문의한다. 떨어뜨린 물건이 육안으로 확인될 경우 역무원이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시간을 확인해 긴 집게 등을 이용해 꺼내준다. 육안으로 확인이 안 되면 열차 운행이 끝난 새벽 시간에 역무원이 직접 철로 밑으로 내려가서 줍는다. 화장실에 두고 나온 물건은 유실물센터에 문의하면 된다.

▶지하철 유실물센터
1, 2호선 시청역 02-6110-1122
3, 4호선 충무로역 02-6110-3344
5, 8호선 왕십리역 02-6311-6765, 6768
6, 7호선 태릉입구역 02-6311-6766, 6767
9호선 동작역 02-2656-0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