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 때문에 지하철을 타기가 꺼려지는 정도입니다.” 퇴직 공무원 K씨. 얼마 전부터 K씨는 지공파(지하철 공짜파)에 합류한 후로 친구들과 지하철로 자주 이동하게 됐다. 지공파들끼리 모여서 비교적 멀리 온양온천과 춘천 등을 지하철을 이용해 다녔다. 하지만 K씨는 친구들이 온천에 가자고 할 때 몹시 부담스러웠다. 소변이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그는 이동 중에 소변이 마려우면 참을 수가 없었다. 친구들과 같이 가는 도중에 지하철에서 내려 화장실을 간 적도 있었다. 창피하기도 하지만 동행하는 동료들에게도 여간 미안한 것이 아니었다. K씨는 지하철을 타기 전에 화장실에 들르는 것이 습관이 됐다. 일행과 같이 움직일 때는 그가 먼저 나서서 모두 단체로 화장실에 들렀다.

- 전립선비대증은 약물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수술 등에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 전립선비대증은 약물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수술 등에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약물치료가 가장 효과적
K씨는 소변이 불편해지기 시작할 무렵 여러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공무원으로 30여년을 근무하고 퇴직했지만 정작 모아 놓은 돈은 없었다. 연금이 나오지만 자녀들에게 들어가는 돈이 있어 턱없이 부족했다. 어디 가서 아무 일이나 할 생각도 했지만, 주위의 시선도 있어 여의치 않았다. 주위 사람들도 K씨에게는 스트레스였다. 공무원 시절에는 갑으로 아쉬운 것이 없이 생활했으나 지금은 아무도 불러주지 않고 찾아주지도 않는 상황이 야속했다. 그래서 그동안의 모임에 나가지 않았다. 그나마 고등학교 친구들과는 만났지만 이것도 그리 편하지 않았다. 예전에 우습게 여겼던 친구들의 한마디에 기분이 상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K씨는 화장실에 다녀와도 소변이 마려웠고,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됐다. 그리고 소변 줄기도 가늘어지기 시작했다. K씨가 더 힘든 것은 잔뇨감(殘尿感)보다도 소변을 참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가 필자의 클리닉을 찾아 온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K씨가 불편한 현상은 전립선비대증으로 인한 것이다. 전립선비대증이란 전립선 조직이 커지는 질환이다. 이로 인해 전립선이 방광과 아래쪽으로 연결된 소변 길을 막아 소변이 잘 나오지 않거나 소변을 완전하게 배출하지 못하게 된다. 또 비대해진 전립선이 방광을 자극해 소변을 참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전립선비대증은 나이가 들면 생기는 질환으로, 평균기대수명이 증가하면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그 원인으로는 호르몬, 유전적인 요소와 함께 비만, 흡연, 음주 등의 생활습관이 거론되기도 한다. 그러나 원인이 확실하게 밝혀지진 않았다. 남성의 절반 정도에서 전립선비대증이 있으며 이 중 절반 정도가 소변보는 데 불편을 겪는다.

전립선비대증은 약으로 치료가 비교적 잘 되는 질환에 속한다. 현재 효과가 좋은 약들이 개발돼 있다. 환자의 약 70% 정도가 약물로 치료가 가능하다. 유럽과 미국에서 5년간에 걸쳐 약 300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소변을 보지 못해 쩔쩔매는 경우 약물로 약 80% 줄일 수 있었다.

그러므로 전립선비대증 치료의 원칙은 약물 복용부터 고려하는 것이다. 이는 수술부터 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환자에게 최소의 부담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는 가장 편한 방법이 약물 복용이다. 막연한 불안감, 특히 수술에 대한 공포감으로 병원 찾기를 꺼려하는 많은 남성들이 약물로 전립선비대증을 성공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좋은 약물의 혜택을 보기 위해서라도 전문가를 조기에 찾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 라이코펜 등이 많이 함유된 토마토는 전립선 건강에 유익하다.
- 라이코펜 등이 많이 함유된 토마토는 전립선 건강에 유익하다.

토마토, 마늘, 굴 등이 전립선 질환에 유익
생활습관 중에서는 식생활도 전립선의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 전립선에 유익한 음식으로는 토마토, 마늘 그리고 굴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토마토에 풍부하게 함유된 라이코펜은 토마토의 붉은 색깔을 만들어 내는 물질이다. 강한 항산화물질로서 암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이코펜이 전립선 증상에 유익하다는 연구 결과를 자주 볼 수 있다. 독일 호헨하임대학 연구진은 라이코펜이 전립선 증상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40명의 전립선비대증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진은 일부 환자들에게는 하루에 라이코펜 15㎎을 복용시키고 다른 환자들에게는 위약(僞藥·가짜약)을 복용시킨 후, 그 효과를 관찰했다. 그랬더니 라이코펜을 복용한 환자들에서 위약을 복용한 환자들보다 전립선 증상이 더 호전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토마토에는 라이코펜 이외에도 강력한 항산화효과가 있는 베타카로틴을 비롯해 셀레늄, 식이섬유 등이 함께 존재해 전립선에 유익하다. 굴은 아연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전립선에 유익하다.

비타민E, 셀레늄 등의 건강식품과 토마토 등이 전립선 질환에 유익하긴 하지만 너무 맹신(盲信)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물질들이 전립선 질환을 예방하며 전립선 건강에 유익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단 전립선 질환으로 진행이 되면 이를 통해서는 치료가 되지 않는다. 전립선 질환을 진단받은 환자들이 건강식품이나 토마토 등으로 전립선을 치료하다 치료시기를 놓쳐 고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전립선 질환이 있으면 반드시 전문가를 찾아 치료와 조언을 듣는 것이 필수적이다.

정기적으로 클리닉에 들르는 K씨가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다. K씨는 “이제 공짜 지하철을 이용해 일주일에 3〜4회씩 온천을 즐기고 춘천막국수를 먹으러 다닌다”고 했다. K씨는 그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즐거움을 찾았다며 즐거워했다.

- 김영찬  인천적십자병원 병원장
 / 前 세계 성(性)학회 아시아대표 대의원 / 前 세계 성(性)기능장애 자문회의 호르몬분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