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간 소형항공기 ‘KC-100’ (사진 : 국토교통부)
- 민간 소형항공기 ‘KC-100’ (사진 : 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그 중 주목받고 있는 정책이 있다. 바로 ‘민간항공기 국산화·수출기반 조성책’이다. 시계추를 7년 전으로 돌려보자. 2008년 항공정책실은 한 장의 보고서를 받았다. “국내 항공운송산업은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섰지만 항공기제작산업은 여전히 바닥을 헤매고 있다”는 내용이 핵심 골자였다.

실제로 한국은 2010년 항공화물수송량 세계 3위, 공항서비스 세계 1위, 항공안전등급 1등급을 기록했다. 하지만 항공기제작산업은 세계 15위, 시장점유율은 0.6%에 불과했다. 군용항공기의 경우, ‘KT-1(웅비)’ 훈련기를 비롯해 국산 초음속 훈련기 ‘T-50(골든 이글)’, 한국형 기동헬기 ‘KUH(수리온)’ 등 우수한 성능의 완제기 수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엔진, 항공전자 등 핵심부품은 해외의존도가 높아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민간항공기 분야를 보면, 한국은 2015년 현재 약 650대를 등록해 운용 중이지만 소형항공기부터 중대형항공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항공기를 수입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2013년 12월 개발 완료된 민간 소형항공기 ‘KC-100(나라온·4인승 프로펠러기)’에 거는 기대는 크다. 2011년 7월 초도(初度)비행에 성공하며 공개된 KC-100은 기존 국내에서 개발된 민간항공기와는 개발목표와 접근방식부터 다르다. 

KC-100은 한·미간 항공안전협정(BASA) 확대 체결을 위한 시범인증기다. 2008년 6월에 국토부 주관 연구개발(R&D)사업으로 시작됐다. 개발완료와 더불어 형식증명(설계), 제작증명(양산), 감항증명(비행 안전) 등 항공인증분야에서 미국과 동등한 수준의 인증을 획득해 수출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항공기를 제작한 후 해외에 판매하기 위해선 세계 항공시장 기준으로 통하는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항공안전협정(BASA) 인증이 필요하다.

‘반디호(1997년)’ 등 지금까지 국내 소형항공기의 개발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항공기 개발과 양산·수출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우수한 항공기를 개발했다고 수출로 직결되는 게 아니다.

김봉진 국토부 항공정책실 항공산업과 항공사무관은 “항공기산업은 개발에 성공했다고 끝이 아니다”며 “개발 이후 양산과 수출이 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국토부 항공정책실은 판매가격, 인증획득, 부품국산화, 정비·후속지원, 제작업체 인지도 등 다양한 측면에서 판매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수립, 추진했다.

항공정책실은 우선, 한국과 미국의 소형항공기급 항공안전협정(BASA) 체결이라는 정책적 접근을 통해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기술평가·비행시험 참여 등 인증기술 교류를 유도했다.

KC-100 개발 당시 항공정책실은 미국과 ‘섀도(shadow)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에서 KC-100을 만들고 인증하는 모든 과정을 미국 연방항공청과 관련 기관이 옆에서 보고 검토해 주는 기술교류를 말한다.

-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은 민간 소형항공기 ‘KC-100’의 개발을 주도했다. 서훈택 항공정책실장(오른쪽 두 번째)이 담당 직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은 민간 소형항공기 ‘KC-100’의 개발을 주도했다. 서훈택 항공정책실장(오른쪽 두 번째)이 담당 직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미 연방항공청과 비행시험 등 인증기술 교류
김봉진 항공사무관의 설명이다. “미국 측에서 우리 KC-100의 설계·제작 작업을 수정한 부분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굳이 꼽자면 ‘부품의 무게가 조금 더 나간다’ ‘소재가 잘못됐다’ 등 주로 소재 분야였습니다.”

항공정책실은 항공기 기체는 물론 복합소재, 통합항법전자시스템, 비행시뮬레이터 등 핵심부품의 국산화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조립, 몸체와 주익), 데크항공(꼬리날개), LG CNS(통합항법전자시스템), 세운테크놀로지(조종간), 한일이화(조종석 내장재), 한국카본(복합소재) 등의 기업이 참여해 KC-100을 만들었다.

KC-100 개발을 시작한 지 6년 후인 지난해 10월 국토부는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항공안전협정(BASA)을 체결했다. 이로써 한국도 소형항공기 수출국가로서 설계·인증능력을 인정받게 된 것이다. 현재 국토부는 KC-100 보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6년 1월부터 12월까지 공군사관학교에 총 23대를 납품할 예정이다. 현재 공군사관학교는 러시아제 4인승 소형항공기 ‘T-103’을 비행실습기로 사용하고 있다.

KC-100의 수출 계획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다. 항공정책실은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계획을 짜고 있다. 현재 세계 민간 소형항공기시장은 20여개가 고르게 점유하고 있다. 항공·우주 강국인 미국이 독점하고 있는 구조가 아니다. 틈새시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박유준 국토부 항공정책실 항공산업과 주무관은 “해외 소형항공기를 보면, 조종석이 모두 동일하다”며 “진출하고자 하는 시장을 고려해 사용자의 몸에 맞게 KC-100을 세밀하게 제작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2018년까지 전남 고흥에 ‘국가비행종합시험장’건설
박유준 주무관의 설명이다. “아직은 한국의 민간항공기 개발·생산 능력은 초기단계 수준입니다. 항공기 국내수요 증대를 위한 노력은 양산사업화 성공을 위해 중요한 요인입니다. 다른 산업이 그러했듯 항공산업 역시 국내수요를 통해 실용화 인프라를 구축할 것입니다. 나아가 생산 최적화·원가절감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때 비로소 세계시장의 문이 열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항공정책실은 비행종합시험 인프라 개발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항공정책실은 KC-100 비행시험평가 시 군용항공기 훈련시간을 어렵게 할애 받아 군용항공기 비행시험장을 사용했다. 이제는 직접 비행시험장을 만들어 사용할 계획이다.

박유준 주무관은 “2018년까지 전라남도 고흥에 ‘국가비행종합시험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며 “시험비행활주로, 비행통제센터, 항행시험동, 장비동 등으로 구성된 시험비행장에서 민간항공기의 안전성·성능시험을 종합적으로 시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정책실은 미래창조과학부, 해양수산부와 함께 무인항공기 실용화 기술개발사업을 수행하며 앞으로 다가올 무인항공기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Mini  interview ● 서훈택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

“문제 해결 위해 ‘벨’ 눌러라”

정책수립 시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항공정책의 경우, 안전을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소형항공기 ‘KC-100’의 미국 연방항공청(FAA) 항공안전협정(BASA) 인증도 안전과 관련이 있어요. 물론 산업 발전을 통한 국부(國富) 창출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항공기 제작산업의 국가경제 기여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B747과 같은 대형항공기 한 대에는 600만개의 부품이 들어갑니다.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2만개 부품의 300배입니다. 부품 종류만 1000여 종에 달합니다. 이렇듯 항공기 제작산업은 기계, 신소재, 정보통신(IT) 등 최첨단 기술이 총 결집된 제조업의 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항공기 제작산업을 성공적으로 육성한다면 연관 산업의 성장은 물론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됩니다.”

2016년 공군사관학교에 KC-100을 납품합니다. 하지만 아직 해외 실적은 없습니다.
“해외 수출은 단기적인 관점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또 국내수요를 통해 양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원가절감 등 경쟁력을 확보한 후 가능할 것입니다.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항공정책실을 이끄는 리더로서 역할도 중요합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 본부에서만 180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3개 지방항공청을 포함하면 800명에 달합니다. 이들을 하나로 묶어 시너지를 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800명에 달하는 조직원을 하나로 묶는 게 쉽지 않아 보입니다. 시스템이 있나요?
“이슈가 생길 때마다 ‘실내정책조정회의’를 엽니다. 항공정책실 전체가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하거든요. 그렇다고 자기 업무를 내팽개쳐 놓고 미팅만 하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또 누구든지 문제가 생기거나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내용이 있다면 ‘벨’을 누르라고 말합니다. 꽁꽁 쌓아두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국내 항공전문가들은 국토부 항공관련 인력의 보직 변경이 너무 잦다고 말합니다. 이로 인해 함께 일하는 게 어렵다고 말하는데요. 
“사실 그런 문제제기가 꽤 있었습니다. 이를 받아들여 항공정책실은 지난해 7월부터 전문성이 필요한 항공산업, 항공안전·보안, 공항분야 등 84개 직위(61%)를 전문직위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대형항공기의 항공안전협정(BASA) 인증도 계획하고 있나요?
“아직은 소형항공기 사업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중대형항공기보다는 무인항공기 시대를 맞아 미래창조과학부, 해양수산부와 함께 무인항공기 실용화 기술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알림]
<이코노미조선>은 이번 호부터 ‘베스트정책’ 코너를 신설합니다. 정책은 국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그러나 우리 언론은 정책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사람들이 만들었는지에 대한 조명이 부족했습니다. 독자들의 정책 이해를 돕기 위해 기획한 ‘베스트정책’ 코너가 더 좋은 정책이 나오는 데 기여하기를 희망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세종 =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

사진 양수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