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전거를 타보자고 한 것은 순전히 호기심에서였다. 산악자전거(MTB)를 즐기지만 이를 시내에서 타기는 쉽지 않다. 흘린 땀으로 인해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것이 여간 번거롭지 않다. 정장을 입고 MTB를 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전기자전거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이 때문이었다. 야외에서 자전거를 타기 좋은 날씨에다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기자는 국내 대표 전기자전거인 ‘만도풋루스 아이엠(IM)’을 직접 타봤다.

- 체인이 없는 만도풋루스 아이엠은 단순한 디자인으로 눈에 확 띈다.
- 체인이 없는 만도풋루스 아이엠은 단순한 디자인으로 눈에 확 띈다.

걸음마 시작한 국내 전기자전거시장
국내에서 전기자전거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든 곳은 삼천리자전거였다. 삼천리자전거는 2001년 ‘26 솔타-E’를 선보이며 전기자전거시장에 진출했다. 삼천리자전거는 이후 그리니티, 팬텀 등 다양한 모델을 출시했다. 알톤스포츠는 2012년 ‘이알프스’를, 같은 해 자동차 부품업체인 만도가 ‘풋루스’를 내놨다. 최근 이들 업체들은 새로운 모델을 내놓으며 시장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초창기 국내 전기자전거는 배터리 효율성과 무거운 무게, 투박한 디자인 등으로 찾는 이가 적었다. 주 고객도 노년층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출시된 전기자전거는 일반자전거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완성도 높은 디자인에 무게 또한 가벼워졌고, 배터리 용량도 늘어나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국내 전기자전거는 일본이나 유럽시장에서 판매되는 제품과 비슷한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유럽에서는 자동차업체들이 전기자전거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폴크스바겐, 푸조 등과 함께 부품업체인 보쉬 등이 전기자전거시장에 진출했다. 이들은 기존의 이동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기업의 친환경 이미지 제고를 위해 전기자전거를 활용하고 있다. 전기자전거는 미래의 친환경 자동차나 전기차, 복합소재 개발을 위한 테스트 베드이기도 하다.

전 세계 전기자전거시장 규모는 2014년 3600만대를 웃돈다. 중국시장의 규모가 가장 크지만 저가형 자전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중국 전기자전거의 배터리로는 리튬이온전지가 아닌 자동차에 쓰이는 납축전지가 주로 쓰인다. 현재 프리미엄 전기자전거시장의 대부분은 유럽이 차지하고 있다. 유럽의 전기자전거 판매대수는 2013년 175만대에서 지난해 202만대로 증가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내비건트 리서치(Navigant Research)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글로벌 전기자전거 시장규모는 약 84억달러에 달했다.

반면 국내 전기자전거시장은 자전거 선진국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다. 국내 전기자전거 판매량은 연 1만~1만5000대가량으로 추정된다. 홍정은 만도 마케팅팀 부장은 “국내에서는 자전거를 근거리 이동수단보다는 레저와 스포츠 용도로 활용하기 때문에 덜 활성화된 편”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향후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최근에는 영국과 스페인의 이색 전기자전거도 국내 시장에 뛰어들었다.

1. 영국 A2B의 옥타브는 최대 70㎞까지 이동할 수 있다. 2. 삼천리자전거의 팬텀XC 3. 알톤스포츠의 이스타S
1. 영국 A2B의 옥타브는 최대 70㎞까지 이동할 수 있다.
2. 삼천리자전거의 팬텀XC
3. 알톤스포츠의 이스타S

완전충전하면 30㎞ 이동 가능
만도풋루스 아이엠(IM)은 만도가 내놓은 2세대 전기자전거 모델이다. ‘IM(아이엠)’은 이동수단의 상징이 된다는 ‘아이코닉 모빌리티(Iconic Mobility)’의 줄임말이다. 풋루스 1세대 모델은 2012년 출시 이후 1100대가량 팔린 것으로 알려졌으며, 만도는 풋루스 아이엠을 3000대 판매한다는 목표다.

풋루스 아이엠의 가장 큰 특징은 페달과 바퀴를 연결하는 체인이 없다는 것이다. 바지 밑이 체인에 걸릴 일도 없고, 기름때가 묻을 걱정도 없다. 자전거 핸들 부분에는 주행속도와 거리 등 다양한 주행정보를 표시해주는 LCD화면이 장착된 HMI(Human Machine Interface)가 있다. 이 HMI는 키(Key) 역할도 한다. HMI를 분리하면 자전거가 움직이지 않는다. 또 핸들 오른쪽에는 전기모터를 구동할 수 있는 ‘스로틀 레버’가 있다. 배터리는 시트 아래 프레임 부분에 장착돼 있다.

눈에 확 띄는 것은 단순한 디자인이다. 만도는 영국의 세계적인 자전거디자이너 마크 샌더스와 협업해 풋루스 아이엠의 디자인을 완성했다. 거리에 멈춰서 있다 보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뜨거운 시선을 보냈다. 무슨 자전거인지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고, 전기자전거를 알아본 사람들은 편의성이 어떤지 궁금해 했다.

초창기 전기자전거 모델은 커다란 배터리로 인해 조잡하고 촌스러웠다. 하지만 최근 나온 전기자전거는 그야말로 사용자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드는 디자인이다. 특히 스페인에서 수입되는 전기자전거 오토사이클스는 고전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오토사이클스를 수입하는 이탈로의 주민철 국내영업·마케팅 실장은 “자전거에 모터만 부착한다고 해서 타보고 싶은 자전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전기자전거에는 혁신적인 디자인이 주는 즐거움이 있다”고 말했다.

전기자전거 구동방식은 페달보조방식(PAS· Pedal Assist System), 스로틀방식(Throttle), 하이브리드방식으로 나뉜다. 페달보조방식은 주행 시 일부 동력을 자동적으로 전기모터가 보조한다. 오르막 등에서 속도가 떨어지면 자동적으로 모터가 구동된다. 스로틀방식은 오토바이처럼 스로틀 레버를 누르면 모터가 바퀴를 돌리는 방식이다. 하이브리드는 페달보조방식과 스로틀방식을 혼용한 것이다.

풋루스 아이엠은 핸들바에 장착된 스로틀 레버를 누르면 뒷바퀴에 내장된 모터가 바퀴를 굴린다. 페달을 밟아 발생한 운동에너지는 배터리를 충전한다. 이동과 충전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셈이다.

페달을 굴려도, 속도를 내도 전혀 힘들지 않다. 오르막길에서 전기자전거의 매력이 확연히 드러났다. 일반자전거로 힘들게 올랐던 오르막길에 스로틀 레버를 누르자 페달을 전혀 밟지 않았는데도 자전거가 알아서 올라갔다. 풋루스 아이엠은 오르막 경사를 읽어 전자식으로 자동변속된다. 일반 자전거를 탔을 때와 달리 체력 소모가 거의 없었다. 땀을 흘리지 않으니 정장 차림으로 출퇴근을 해도 문제가 없어 보였다.

풋루스 아이엠은 완전충전하면 스로틀방식으로만 최대 30㎞까지 갈 수 있다. 페달링을 하면 60㎞까지 이동할 수 있다. 여분의 배터리가 있다면 이동거리를 더 늘릴 수 있다. 국내에 판매되는 영국 A2B의 옥타브(Octave)는 프레임에 내장된 배터리와 자전거 뒷자리 부분에도 배터리를 갖고 있어 70㎞까지 이동할 수 있다. 국내에서 선보인 대부분의 전기자전거는 30㎞에서 최대 70㎞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서울 시내에서 전기자전거로 충분히 출퇴근할 수 있다는 얘기다.

풋루스 아이엠은 내장된 소프트웨어를 통해 주행 가속감을 ‘에코(eco)·노멀(normal)·스포티(sporty)’의 3단계, 페달 무게감을 ‘소프트(soft)·미디엄(medium)·하드(hard)’ 등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주행가속감을 스포티에 맞추자 페달을 슬쩍 밟아도 자전거가 앞으로 쭉 미끄러지듯 나갔다. 마치 앞으로 움직이는 무빙워크에서 걸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주행 가속감을 가장 낮은 단계인 에코에, 페달 무게감을 하드에 놓으면 자가발전 효과를 최대치로 얻을 수 있다. 자전거를 통해 운동하길 원할 때도 도움이 된다. 헬스모드 기능이 그것이다. 피트니스센터의 헬스바이크처럼 운동효과를 볼 수 있는 모드다. 페달을 굴릴 때만 측정되는 칼로리 소모량이 LCD화면에 표시된다.

주행도로 문제 해결 시급
풋루스로 집이 있는 경기도 일산과 사무실 근처의 상암동 일대를 주행해 봤다. 하지만 제약이 많다. 전기자전거는 인도(人道)는 물론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수 없다. 도로에서만 주행해야 한다. 전기자전거가 원동기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헬멧을 갖추는 것은 물론이고 운전면허도 있어야 한다.

전기자전거로 도로에서 자동차와 주행하기는 만만치 않다. 풋루스 아이엠의 평균속도는 시속 25㎞다. 삼천리자전거와 알톤스포츠의 전기자전거도 모두 25㎞/h 안팎으로 속도를 제한하고 있다. MTB(20㎞/h)와 로드자전거인 사이클(30㎞/h)의 평균 정도다. 중국이나 미국, 캐나다를 제외한 세계 주요 국가가 25㎞/h 이하로 전기자전거 속도를 규정하고 있다.

속도로 보면 일반자전거와 비슷하고 오토바이에 비해선 현저하게 느리다. 생긴 건 자전거인데 자동차 취급을 받는 게 어쩐지 억울하다. 이런 규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국내 전기자전거시장의 활성화는 힘들어 보인다.

영국의 경우 전기자전거의 속도는 시속 25㎞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이는 모터의 출력을 제한하는 것이다. 직접 페달을 밟을 경우에는 그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다. 또 사용자가 14세 이상이면 면허 없이 전기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다. 일반자전거와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자전거도로에서의 주행도 허용된다.

차도를 이용하기가 쉽지 않아(사실은 무서웠다) 서울 상암동에서 경기도 일산으로 이동할 때는 기차를 이용했다. 그런데 기차역(또는 지하철역)에서 자전거를 이동하기도 불편하다. 기차역에는 계단 옆으로 자전거를 이동시킬 수 있도록 바퀴 폭 크기의 홈이 파인 자전거 경사로가 있다. 전기자전거는 일반자전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거워 밀고 올라가는 데 약간 힘들었다. 아파트 단지 내 자전거 거치시설에 두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도난이나 파손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결국 집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자전거 거치시설이 잘 돼 있다면 배터리만 빼서 집안으로 가지고 들어가 충전하면 된다.

높은 가격도 구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풋루스 아이엠의 소비자가격은 286만원이다. 1세대 모델(447만원)에 비해 161만원 인하된 가격이다. 국내업체들이 내놓은 전기자전거(120~160만원대)에 비해 다소 비싼 가격대다. 홍정은 부장은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는 풋루스보다 비싼 전기자전거가 수두룩하다”며 “우리나라에선 아직 가격에 민감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선뜻 구매하긴 쉽지 않지만 해외 전기자전거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독일에서 가장 인기있는 전기자전거인 ‘임펄스 에르고(Impulse Ergo)’는 400만원, 네덜란드의 ‘아다지오 이지(Adagio Easy)’는 290만원, 미국 이지모션의 ‘EVO 시티 웨이브’는 314만원이다.

오토사이클스의 ‘오토르’의 국내 판매가격은 800만원이 넘고, 영국 A2B의 옥타브는 589만5000원이다. 옥타브는 미국의 유명 영화배우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타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높은 가격으로 인해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전기자전거 공유서비스가 출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기자전거를 대여해 이용하거나 공동으로 소유하는 서비스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풋루스 아이엠은 배터리가 방전되거나 고장이 나면 그야말로 낭패다. 충전 인프라도 없고 일반자전거와 동일하게 주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타다가도 LCD화면에 표시되는 배터리 소모량을 수시로 체크해야 한다.

전기자전거를 타 본 후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온전히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자전거 라이딩은 운동이지만 전기자전거는 1인용 전기자동차에 가깝다고 생각하면 된다. 땀을 흘리지 않으면서 바람과 속도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것은 전기자전거 만한 게 없었다. 자전거라는 것이 언제나 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비나 눈이 오면 타기 어렵다. 하지만 화창한 날에, 일주일에 며칠, 혹은 한 달에 단 며칠이라도 전기자전거로 출퇴근할 수 있다면 삶은 더 풍요로워질 게 틀림없다.

- 고전적인 디자인의 오토사이클스의 ‘오토르’는 대당 가격이 800만원이 넘는다.
- 고전적인 디자인의 오토사이클스의 ‘오토르’는 대당 가격이 800만원이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