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들의 소비력이 커지면서 매력적인 남성(훈남)을 대동해 여심을 두드리는 ‘훈남 마케팅’이 대세다. 여성고객의 마음이 설레면 고객 만족도가 높아지고 자연스레 소비로 이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같은 추세에 힘입어 최근에는 여성들을 ‘공주’처럼 떠받들어주는 집사(執事) 카페, 선비 카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집사 카페는 일본에서 건너온 문화다. 지난 2006년 주식회사 케이북스(K-BOOKS)가 도쿄에 처음 집사 카페를 운영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사 옷차림을 한 종업원들이 손님을 극진히 모신다는 게 이 카페의 특징이다. 20~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집사들은 4주에 걸쳐 예법, 말투, 홍차 및 다과에 대한 지식 등 교육도 받는다. 손님을 제대로 모시기 위해서라는 게 그 이유다. ‘뭔가 귀하게 대접받는 기분’이라는 입소문이 국내까지 퍼지면서 집사 카페를 체험하기 위해 일본으로 여행까지 가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인기가 상당했다. 국내에 처음 서비스가 소개된 것은 지난 2014년 11월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앞 카페 ‘달다’가 한 달에 한 번씩 집사 카페 형식의 행사를 열면서부터다. 이곳 종업원들은 집사 복장을 하고 손님들에게 ‘아가씨’라고 부르며 응대한다. 행사를 총괄하는 남선(23)씨는 “즐거움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했다. 이벤트를 열 때마다 예약이 모두 마감될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와 비슷한 이벤트로 ‘선비 카페’도 있다.
그런가하면 패션·화장품업계는 여성고객들을 사로잡기 위해 ‘훈남’을 적극 기용하고 있다. 특히 이전까지 여성이 주로 차지했던 역할을 남성들이 맡으면서, 소비자들에게 ‘신선하다’는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알려졌다. YG엔터테인먼트가 출시한 메이크업브랜드 ‘문샷’에는 ‘문샷보이즈’가 있다. 백호진 문샷 커뮤니케이션팀 부장은 “고객들에게 ‘남자가 보기엔 이런 메이크업이 예쁘다’는 식으로 제품을 추천해줄 수도 있고 메이크업 서비스를 받는 고객들이 ‘묘한 기분에 빠졌다’며 만족스러워 한다”며 “워낙 외모가 출중해 문샷보이즈를 보려고 매장을 찾는 분들도 많다. 서비스 차별화가 제대로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선비·집사옷 입고 여성고객 응대
남영 비비안은 지난 2011년부터 자사 속옷모델로 소지섭, 조인성 등 남자모델을 내세우고 있다. 여성들이 좋아하는 남자연예인이 속옷을 광고하면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 역시 올라갈 거라는 계산에서다. 이정은 비비안 홍보마케팅실 대리는 “조인성씨가 10대·20대 여성을 중심으로 호감도가 높아서 모델로 기용했다”며 “이전 모델인 소지섭씨 같은 경우, 비비안화보(畵報)로 제작한 달력이 배포하자마자 동이 날 정도로 인기가 폭발적이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훈남마케팅’이 인기를 끄는 이유를 전문가들은 여성소비자들의 경제력 성장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허경옥 성신여대 교수(생활문화소비자학)는 “여성의 구매력이 높아지고 브랜드나 상품을 선택하는 데 여성의 힘이 이전보다 더 커졌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며 “잘생긴 종업원이 응대하면 여성고객의 만족도가 높아져 특히 여성을 타깃으로 한 기업들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직접 체험해 본 집사 카페]
‘아가씨’ ‘도련님’ 소리로 카페 북적거려
지난 5월9일 토요일 오후 6시, 집사 카페 이벤트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 숙명여대 앞 카페 ‘달다’를 찾았다. 예약제로만 운영되기 때문에 미리 예약해둔 끝에 방문할 수 있었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연미복(燕尾服)을 입은 집사가 “아가씨, 다녀오셨습니까?”라며 정중히 인사했다. 그런 뒤 팔에 레이스로 만든 팔찌를 채워줬다. 자리를 안내받고 카페 안을 둘러보니 집사 6명이 일렬로 서 있었다. 내부 테이블은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손님들이 가득했다. 그 중엔 여성들뿐만 아니라 남성도 있었다. 집사들은 남자손님을 ‘도련님’이라고 불렀다. 자리에 앉자 또 다른 종업원(집사)이 와 음료 주문을 받았다.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테이블 위에 있는 종을 울려 달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처음에는 ‘아가씨’라는 호칭이 민망했지만 계속 듣다보니 오히려 ‘높으신 분’이 된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기자와 함께 자리한 다른 이용자들 역시 비슷한 반응이었다. 두 번째로 집사 카페를 찾았다는 강수현(25)씨는 “집사들이 친절하게 대해줘 기분이 좋다”며 “앞으로도 계속 오고 싶다”고 말했다.
순간, 어디선가 ‘딸랑’하고 종소리가 울렸다. 한 여성이 “내 가방을 가져다달라”고 주문하자, 집사 한 명이 응대했다. 이곳에서 손님들이 집사에게 이런 부탁을 하는 것은 별스러운 게 아니다. “화장실까지 에스코트해 달라”, “심심하니 재밌는 얘기를 해 달라”, “핸드폰을 충전해 달라”는 식이었다. 시계바늘이 오후 8시를 가리키자 추첨이벤트가 시작됐다. 집사들은 손님 중 몇 명을 추첨해 장미꽃을 주거나 머리핀 등의 선물을 증정했다. 카페 영업이 끝나는 9시 무렵 이곳을 방문한 손님들은 집사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카페 문을 나섰다. 얼굴엔 하나같이 미소를 띠고 있었다. “다음에 또 오자”는 목소리가 간간이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