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 서울시 마포구 독막로 15길 3-13 2층
문의 02-749-9996
기타 월요일 휴무 / 자체주차장 없음
이 식당에는 두 가지 기록이 있다. 최초의 이탈리아인 부부 오너셰프 식당(한국인 아내가 아닌)이라는 것과 최초의 시칠리아음식 전문점이라는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미국풍이 아닌 시칠리아 전통식 이탈리아 음식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대표적인 것이 ‘아란치나(Aranchina)’라는 향토음식이다. 밥으로 만든 고로케 같다. 소고기와 돼지고기에 콩과 채소를 넣어 5시간을 졸여 만든 소를 가운데에 넣은 ‘라구 아란치나’가 가장 인기 있다. 시금치, 고르곤졸라 치즈 등 다섯 가지 종류가 있다. 쌀로 만들어 우리에게 친숙한 맛이며 기름기가 적어 덜 느끼함이 매력이다.
이탈리아에서 온 올리비에리(Olivieri) 부부가 오너셰프다. 남편 엔리코(Enrico)는 1967년 로마 인근 브레시아(Brescia)에서 태어났다. 로마의 라 사피엔자(La Sapienza)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대학원에서 와인경영(Wine Management)을 전공하고 소믈리에 자격을 취득했다. 와인회사에서 해외 수출업무를 맡았던 그는 2007년 시칠리아의 팔레르모에서 아내 피오레(Fiore)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시칠리아 토박이인 아내는 요리를 좋아했고, 유명 요리사였던 할머니에게서 어릴 때부터 전통음식을 배웠어요. 그런 그녀와 사랑하며 시칠리아 음식과 와인의 매력에 푹 빠졌죠. 아내는 저를 시칠리아인보다 더 시칠리아를 사랑하는 로마인이라고 놀려요.”
다양한 향신료와 재료로 다채로운 색감·깊은 맛 내
그는 한국에서 2008년부터 이탈리아산 와인·식자재 전문유통 회사에서 일했다. 그러다 유명 이탈리아 식당에 소믈리에 겸 매니저로 들어갔다.
“멀리 있는 아내가 항상 그리웠는데, 그녀의 음식에 대한 열정과 솜씨가 떠올라 한국에서의 생활을 제안했죠. 와인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조리기술 덕분에 일자리를 쉽게 얻었어요. 그러다가 한국에는 시칠리아 음식점이 없는 걸 알고 창업을 결정했어요. 둘이 함께 일한다는 즐거움도 중요했고요.”
이렇게 해서 2014년 9월 국내 첫 시칠리아 식당이 문을 열었다. 상호는 이름이 꽃(Fiore)인 아내를 위해 꽃의 시칠리아 사투리 ‘츄리츄리(Ciuri Ciuri)’로 정했다. 물병과 타일장식 같은 소품들도 시칠리아의 팔레르모에서 가져왔다.
그는 일반 이탈리아 음식과 시칠리아 음식의 차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시칠리아는 지리적 특성 탓에 잦은 침입을 받았어요. 그리스와 로마제국, 비잔틴제국의 지배를 거쳐 여러 민족의 통치 끝에 이탈리아의 일부가 되었죠. 그런 역사 속에서 본토보다 더 다양한 향신료와 재료를 쓰며 다채로운 색감과 깊은 맛을 자아냅니다. 한국의 이탈리아 음식은 대부분 미국식 혹은 한국식으로 변형된 것이더군요. 그에 익숙한 분들에게는 다소 낯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재료로 정성들여 만드는 것들이니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그는 소박한 가정식 시칠리아 음식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한다. 그 중 몇 가지를 추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살시체(Salsicce)’는 돼지고기에 건고추와 펜넬씨앗을 넣어 직접 만든 소시지인데, 그걸 구워 채소를 곁들이는 ‘살시체 알라 그릴라(Salsicce alla Griglia)’가 맛있다. 고기를 곱게 가는 일반 소시지와는 달리 알갱이의 씹는 느낌과 풍성한 맛이 매력이다. 시칠리아식 피자 ‘스핀쵸네(Sfincione)’는 빵처럼 두툼한 크러스트에 소스를 바르고 치즈조각을 얹어 굽는다. 덜 기름지며 우리가 흔히 먹는 피자와는 다르다.
파스타 중에는 ‘파스타 콘 보타르가(Pasta con Botarga)’를 주목할 만하다. 참치알과 숭어알을 말린 이탈리아산 어란(魚卵)의 짭조름하며 농후한 풍미가 강하다.
‘파스타 알라 노르마(Pasta alla Norma)’는 시칠리아의 고전적인 파스타이다. 토마토와 가지를 주재료로 리코타 치즈와 바질을 넣어 만든다. 꽈배기 모양의 면을 쓴다. 토마토와 마늘소스에 조개 모양의 면으로 만드는 ‘트라파니 페스토 파스타(Pasta Trapani Pesto)’도 인상적이다. 얇고 넓은 면 반죽과 고기소스 그리고 치즈를 층층이 쌓아 오븐에 구워낸 ‘라자네(Lasagne)’는 할머니가 가르쳐 준 그대로의 맛이라고 한다. 리코타 치즈로 채워 만두 모양으로 빚어낸 ‘라비올리’는 송로버섯기름을 듬뿍 써서 향이 강렬하다.
2. ‘살시체 알라 그릴라’의 소시지는 고기를 곱게 가는 일반 소시지와는 달리 알갱이 씹는 느낌과 풍성한 맛이 매력이다.
3. ‘트라파니 페스토 파스타’는 토마토와 마늘소스에 조개 모양의 면을 사용해 만든다. (사진은 일반 파스타 면을 사용)
4. ‘카놀리’는 시칠리아의 전통 디저트로, 리코타 치즈와 초콜릿 조각을 코코아가루 반죽으로 싸서 구운 것이다.
카놀리·반케리 커피로 미각여행 마무리
시칠리아의 전통 디저트로 ‘카놀리(Cannoli)’가 있다. 리코타 치즈와 초콜릿 조각을 코코아가루 반죽으로 싸서 구운 것이다. 여기에 시칠리아산 ‘반케리 커피(Caff·Vancheri)’를 곁들이면 시칠리아로의 멋진 미각여행이 마무리된다.
“이탈리아의 토리노에서 시작된 슬로우 푸드 운동이 저희의 지향점입니다. 좋은 재료로 만든 건강한 음식으로 소박한 시칠리아 전통을 선보이고 싶어요. 최초의 시칠리아 음식점으로서의 책임과 전통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있기에 유행이나 대중성을 좇지 않고 정통성을 유지할 겁니다. 그러면서 메뉴를 차츰 늘려갈 계획이에요.”
츄리츄리의 매력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항상 함께하며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니 행복해요. 그런 우리의 열정으로 만드는 음식들이기에 먹는 이에게도 즐거움을 주리라 믿어요.”
실제로 그랬다. 그들이 만드는 음식을 먹으며 즐겁기도 했고 부러움도 생겨났다. 남들은 하나조차도 갖기 어려운 것을 둘 다 가져서겠다.
기존의 이탈리아 식당 음식들과의 비교보다는 그 자체로 즐겨보길 권한다. 음식에 잘 어울리는 시칠리아 와인을 추천 받아 곁들이면 더 만족스러워진다. 작고 소박한 분위기이며 예약은 필수다.
※ 박태순 음식칼럼니스트
2002년부터 각종 포털과 매체에 독특한 관점의 음식 칼럼을 게재하고 있는 우리나라 음식분야의 정상급 칼럼니스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