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인기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이태곤은 낚시 고수들도 인정하는 낚시 실력을 선보이며 ‘이태공’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 MBC 인기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이태곤은 낚시 고수들도 인정하는 낚시 실력을 선보이며 ‘이태공’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MBC 인기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는 6명의 싱글남들이 출연한다. 전현무를 비롯해 김광규, 육중완, 이태곤, 강남, 김동완이 그들이다. 이 프로그램의 콘셉트 자체가 혼자 사는 싱글남들의 평소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자는 데 있다. 방송에는 매우 지저분해 보이지만 자유로운 영혼이 엿보이는 육중완의 허름한 옥탑방이나, 여름을 앞두고 제모를 하기 위해 피부과를 찾은 전현무의 털이 덥수룩한 상반신도 그대로 나온다. 혼자 사는 사람들뿐 아니라 수많은 시청자들이 ‘연예인이라고 해서 별다르지 않구나’ 하며 공감하게 되는 이유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의 ‘중심’에는 배우 이태곤이 있다. 출연자들 모두 각각의 개성을 뽐내지만 이태곤은 그간 드라마 속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의외성’으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완벽한’ 싱글남의 생활을 보여주고 있는 그이지만, ‘허세남’, ‘허당’의 이미지를 새로 얻었고 낚시 고수들도 인정하는 낚시 실력을 선보이며 ‘이태공’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낚시에 큰 관심이 없던 기자도 이 방송을 보면서 ‘낚시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태곤의 화면 밖 실제 모습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바쁜 스케줄을 조율해 만나게 된 이태곤과의 인터뷰는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유쾌한 수다 타임이었다. 아쉽게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섰을 때는 어느덧 4시간 가까이나 지난 후였다.

혼자 산 지 9년차, “장 보는 것 너무 좋아해요”
배우로서 자신이 사는 공간을 만천하에 공개해야 하는 ‘나혼자 산다’의 출연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이태곤은 ‘광개토대왕’ ‘연개소문’ 등 무게감 있는 사극에 주로 출연해오며 예능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저는 미리 짜놓고 거기에 맞춰서 하는 프로그램은 성격상 하질 못해요. 뭔가 가식적으로 느껴지니까. 근데 이 프로그램은 아무런 간섭이나 틀 없이 혼자서 아무거나 해도 되니까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사실 연예인이라고 해서 별다를 게 없거든요. 저는 혼자 마트도 자주 가고 장 보는 걸 워낙 좋아해요. 한 4~5시간도 혼자 장 볼 수 있어요.(웃음) 사람들은 의외라고 하는데 그래서 재미있게 느껴지시나 봐요. 제가 혼자 살아온 지가 9년차인데, 원조 ‘나 혼자 사는’ 남자거든요. 다른 출연자들은 대부분 혼자 산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이에요. 저도 2~3년차쯤엔 설거지도 제 때 안하고 옷을 여기저기 던져두고 그랬어요. 예전에 어머니가 ‘네가 옷 벗어놓은 거 보면 동선을 알 수 있다’고까지 하셨어요. 집에 들어오면 걸어가면서 하나씩 벗어놨거든요. 그런데 한 4년째 접어들면 슬슬 바뀌게 돼요. 그러다가 저 정도 연차가 되면 완성 단계가 되는 거죠.(웃음)”

‘나 혼자 산다’의 출연으로 이태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낚시’가 됐다. 그는 감성돔과 같은 몸값 비싸고 귀한 물고기들을 직접 잡아 냉장고 속에 쟁여두고 직접 요리를 해먹는다. 방송으로만 봐도 그 맛이 어떨지 입안에 군침이 고일 정도. 이태곤은 “요즘 낚시용품 회사에서 미팅이 많이 들어온다”며 말을 이었다.

“제 주위 사람들이 고기 달라고 난리예요. 내가 낚시 가기만 기다리고 있다니까요.(웃음) 저는 물고기 잡으면 다 손질해서 바로 요리할 수 있게 진공 포장해서 잡은 날짜와 등급을 써서 줘요. 소고기 등급처럼 A+, A 이렇게요. 친구들한테 ‘이거 약이니까 너 먹지 말고 부모님 드려라’고 줬는데 한 친구 부모님은 제가 드린 고기 먹고 1년간 감기에 안 걸리셨대요. 너무 좋다고 달라는 분들이 지금 한 50명 정도 있어요.(웃음)”

낚시 인생 10년차이니 이태곤은 국내 섬들 중 웬만한 곳엔 다 가봤을 정도다. 낚시를 하러 가면 가끔 ‘독특한’ 경험도 사서 한다. 그는 “통영 이런 데 아무도 없는 한적한 섬에 가면 가끔 팬티도 안 입고 홀딱 벗고 낚시를 할 때가 있어요. 가끔 멀리서 유람선이 지나가면 그 사람들이 웃으면서 손을 흔드는데 그럼 나도 흔들어주죠. 아마 저인지는 상상도 못하겠죠”라며 웃었다.

- KBS ‘광개토대왕’을 찍다가 부상을 당했던 이태곤은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경기 구리의 광개토대왕비에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 KBS ‘광개토대왕’을 찍다가 부상을 당했던 이태곤은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경기 구리의 광개토대왕비에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직접 잡은 물고기에 등급 매겨 선물
그에게 낚시는 누구보다 가까운 친구와 같다. 처음에는 ‘연예인이 낚시를 하면 얼마나 하겠냐며, 그저 낚시 핑계로 술 먹으러 왔을 거다’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그가 낚시에 대해 보이는 신념과 오기를 지켜본 지역의 낚시 고수들도 이젠 실력을 인정한다.

“일부러 고기 안 잡히는 데, 프로들이 와도 허탕 치는 자리에 저를 데려가기도 했어요. 근데 제가 고기를 꼭 잡아오니까 신기해하면서 이제는 저한테 배우겠다고 한두 명씩 따라 다녀요. 민물낚시 할 때는 하루에 붕어를 100마리 잡아본 적도 있어요. 어부들이 고기를 잡기 위해 물길을 보는데, 낚시꾼들도 마찬가지예요. 물길을 볼 수 있기까지 한 7년 걸려요. 저도 처음에는 아무데나 낚싯대 담그고 꽝도 많이 했죠. ‘삼시세끼’에서 유해진씨가 고기를 한 마리도 못 잡는 것을 보고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몰라요. 그 만재도에 저도 한번 가봤는데 거기가 큰 우럭이 잡히는 ‘핫포인트’거든요. 뻘밭인데다 조류도 세서 거기에선 ‘봉돌’ 무거운 거 달아서 ‘바닥낚시’를 해야 돼요. 사람들이 방송 보면서 ‘니가 만재도 가서 한번 도와주면 안 되느냐’ 그러더라구요, 하하.”

낚시 얘기를 한번 시작하니 끝이 날 줄 몰랐다. 낚시 얘기로 밤을 새우고도 남을 만큼 그에게는 무궁무진한 낚시 에피소드가 있는 듯했다. 말로만 들어도 재미있어 보여 훗날 ‘바다낚시’에 동참하기로 약속했다. 그의 주변에는 낚시 좀 배우고 싶다는 연예인들도 많다. 그런 친구들에게는 “먼저 민물낚시부터 배우고 오라”며 고수다운 조언을 건넨다고. 신이 나 낚시 얘기에 빠져있던 그는 휴대폰을 꺼내 낚시장면을 찍은 동영상을 보여줬다. “3년 전 추자도에서 아쉽게 놓친 놈이었는데, 90cm짜리 참돔이에요. 머리가 정말 사람만 했죠. 이 정도 크기면 열 명이 먹고도 남아요. 돈으로 따지면 100만~150만원 정도 줘야 해요. 그때 놓친 놈 조만간 잡으러 가려구요.(웃음)”

이태곤이 데뷔 전 수영강사로 폭발적 인기를 끌었었다는 것은 이미 방송을 통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방배동의 ‘날리는’ 수영강사였던 그는 ‘아주머니들의 대통령’으로 불렸을 정도. 체육(경기대 사회체육학)을 전공한 그는 인명구조·생활체육 지도자 등 여러 자격증을 갖고 있기도 하다.

강철 체력과 수준급의 운동 실력을 갖고 있는 그이지만 데뷔 초 CF모델 시절엔 고생담이 적지 않았다. 영화 ‘올드보이’ 속의 고난이도 요가 동작을 패러디한 장면으로 유명했던 자동차 보험회사 광고는 그가 처음으로 주연급으로 출연했던 광고다.

“그때 열일곱 시간을 찍었는데 다리를 와이어에 매달아 거꾸로 들어 올리는 촬영이어서 정말 힘들었어요. 오기가 생겨서 계속 하게 되더라구요. 한 50번을 떨어졌는데 나중엔 감각이 없어지더라구요. 혹시 몰라서 앰뷸런스도 와 있었어요. 나중에 촬영감독님이 저를 딱 보시더니 ‘이제 됐다. 저러다 쟤 죽겠다, 이 정도로 했는데 영상이 안 나오면 그건 우리 잘못이다’라면서 촬영을 끝내셨어요. 구경하던 한 학생이 가만히 오더니 사인해달라고 하더라구요. 신인이라 사인이 없다고 했더니 그 친구가 ‘오빠는 꼭 스타가 될 것 같다면서 자기가 광고촬영을 많이 다녀봤는데 이렇게 무식하게 일하는 사람 처음 봤다’고 하더라구요.”

광고모델로 이름을 알린 그에게 이어 드라마 캐스팅 기회가 찾아온다. SBS 일일드라마 ‘하늘이시여’의 주연 역할이었다. 앵커 구왕모 역을 맡았던 그는 당시 ‘8시뉴스’ 홍지만 앵커에게 기본기를 배우고 3개월 동안 SBS 방송국에서 살다시피 하며 연습했다. 정식으로 연기를 배워본 적이 없는 그에게 주연 배역은 큰 부담이자 엄청난 도전이었다. 이태곤은 “처음 연기를 하고 모니터를 하는데 도저히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였다. 이영희 감독님하고 임성한 작가님께 원망하지 않을 테니 그냥 저를 자르시라고 했는데, 두 분 모두 무슨 근거인지 자신 있어 하셨다”며 웃음을 보였다.

하지만 이태곤은 그 누구보다 노력하는 배우임을 인터뷰 하는 동안 느낄 수 있었다. 17시간 동안 감각이 없을 정도로 매달렸던 첫 주연 CF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행운을 오기와 자존심으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냈다. 평소에 눈물이 별로 없는 그는 데뷔 초 눈물연기에도 애를 먹었다. 결국 그의 눈에서 눈물을 떨어뜨리게 한 것도 자존심이었다.

“전 슬픈 영화를 봐도 별로 슬프지 않아요. 상황을 반대로 생각하는 습관이 있거든요. ‘하늘이시여’에서 극중 윤정희(이자경 역)씨가 어느 날 없어져서 차안에서 사랑하던 여자가 좋아하던 초콜릿을 먹으면서 우는 신이 있었어요. ‘근데 왜 내가 초콜릿을 먹으면서 울어야 하지’ 그런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안 나는 거예요. 눈물이 나오게 하는 스틱까지 발라가면서 8시간을 찍었는데 결국 눈물 연기가 안됐어요. 답답해서 어쩔 줄을 모르겠는데, 갑자기 밖에서 저 때문에 기다리면서 짜장면을 시켜먹는 스태프들 모습이 보이더라구요. 정말 미안했죠. 그날 집에 가서 ‘이프 온리’라는 영화의 슬픈 장면을 골라 계속해서 봤는데 그때서야 눈물이 나오더라구요. 그 장면을 촬영장에 가져가서 다시 보면서 했는데 다행히 한 시간 만에 끝났어요.”

그는 사극 ‘연개소문’에 출연하며 한때 연기력 논란에 시달렸다. 사극은 관록 있는 배우들에게도 만만찮은 장르다. ‘연개소문’ 이후 그는 사극 트라우마를 겪기도 했다. ‘광개토대왕’에 출연하기 전에 수도 없이 망설였던 이유다.

“이번 작품을 제대로 못하면 정말 한동안 일이 없겠구나 싶었어요. 대사를 녹음해서 수없이 반복해서 들었죠. 내레이션까지 외워버릴 정도였어요. 대본 책은 너덜너덜해졌구요. 제가 웬만해선 무릎을 안 꿇는데 매일 밤 무릎 꿇고 기도했어요. 한 달을 그렇게 매일같이 기도하니 꿈에 광개토대왕이 나타나더라구요. 신기한 것이 그 이후 연기가 쉬워지고 대사가 너무 잘되는 거예요. 평도 물론 좋았구요. 정말 신들린 듯이 연기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발목 인대가 찢어지는 사고가 나면서 또 한 번 고비를 맞았어요. 와, 정말 미치겠더라고요. 너무 열이 받고 속상해서 구리에 있는 광개토대왕비에 막걸리 한 병 들고 찾아갔어요. 세 시간을 거기 있었어요. 진단은 2개월 나왔는데 한 달 만에 깁스 풀고 다행히 촬영을 무사히 마쳤어요.”

이태곤은 이제 배우뿐 아니라 예능인으로서도 확실한 자리매김을 했다. 광개토대왕 시절보다 훨씬 팬이 많아졌다는 그는 “요즘은 아주머니 팬들뿐 아니라 어린 아이들까지 좋다고 하니 어리둥절하다”며 웃었다. 하지만 자신만의 ‘곤조’가 있는 이태곤은 앞으로도 인기에 연연하는 삶을 살진 않을 듯했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 제가 만일 일이 없어서 이 바닥을 떠야겠다 싶은 순간이 오면 저는 미련 없이 접겠다고, 낚시 해서 고기를 팔아서 먹고 살든 하겠다고요. 무슨 자신감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횟집을 해도 남들보다 잘할 자신이 있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제가 딸을 낳으면 ‘슈퍼맨이 돌아왔다’ 같은 걸 찍으면 정말 잘할 자신은 있어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