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은 종류와 구조가 복잡하다. 저금리 시대 재테크용으로 투자할 만하다는 주변 권유에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이유다. 그렇다고 모른 체하며 살아가는 건 자기 손해다. 기왕이면 제대로 보험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게 일생을 조금 더 윤택하게 하는 길인 셈이다. 이미 가입한 보험도 아무 생각 없이 돈만 붓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소액으로 가입했다면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증액을 고려할 만하다. 뇌출혈·급성심근경색증 등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필요한 보장내용도 구비해야 한다. 최근엔 100세 시대를 맞이해 노후연금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보험들을 살펴봤다.
사망보험금을 연금·의료·교육비로 당겨쓰는 3세대 종신보험
한국인의 경우 노후를 아픈 상태로 보내는 기간이 평균 10년이나 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65세 이후 의료비로만 남성은 5137만원(생애 의료비의 50.5%), 여성은 6841만원(생애 의료비의 55.5%)을 지출한다.
이에 따라 지난 4월부터 종신보험을 연금으로 전환하거나 일부를 중도 인출할 수 있는 보험이 나오고 있다. 기존 종신보험과 연금보험의 장점을 결합한 상품이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1세대, 중대한 질병을 보장하는 2세대 CI보험을 거쳐 고령화 트렌드에 따라 의료·생활비를 보장하는 3세대로 접어든 것으로 평가 받는다. 구조는 사망보험금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식이거나 계약금 일부를 해지해서 그걸 쪼개서 연금으로 주는 식이다.
교보생명 ‘나를 담은 가족사랑 교보 뉴 종신보험’은 사망보험금의 80% 안에서 생존기간 연금 또는 의료비로 받을 수 있다. 특히 은퇴 후(60·65·70세 중 선택) 노후 의료비를 사망보험금에서 선지급해준다. 이는 국내 최초다. 사망보험금 1억원 상품에 가입할 경우, 은퇴 나이 이후 질병이나 재해로 입원하면 입원 첫날부터 1일당 5만원, 중증 수술을 받으면 1회당 200만원씩 받을 수 있다. 의료비는 8000만원까지 횟수에 제한 없이 받을 수 있고, 의료비를 받다가 사망하는 경우 이미 수령한 의료비를 뺀 나머지 금액을 사망보험금으로 받는다.
신한생명은 사망보험금을 생존기간 연금으로 선지급하는 ‘신한 연금 미리 받는 종신보험’을 내놨다. 돈이 필요해지면 사망보험금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 상품이다. 납입 기간 종료 후, 65세부터 연금 수령이 가능하다. 연금을 받다가 사망하면 남은 보험금이 유족에게 지급된다. 집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연금과 구조가 비슷하다.
한화생명도 부모 사후 자녀교육비를 보장하는 ‘교육비 받는 변액통합종신보험’을 출시했다. 자녀가 7~22세일 때 부모 사망시 가입금액의 절반을 사망보험금으로 지급하고, 잔여금액으로 매월 가입금액의 일정비율(초등학생 2%, 중·고등학생 3%, 대학생 4%)을 교육비로 지원한다. 사망보험금이 1억원이었다면 5000만원을 일시금으로 받고 초등학생 때는 매월 200만원, 중·고등학생일 때는 300만원, 대학생은 400만원을 주는 식이다. 만약 자녀가 22세가 넘어간 후 부모가 사망했다면 사망보험금 1억원을 다른 보험처럼 한 번에 지급한다.
종신보험은 정기·질병 보험 등 보장성보험과 비교했을 때 보장기간이 길고 보험료는 비싸다. 따라서 가입 전에 조건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종신보험의 보장금액은 연소득의 3~5배 수준, 보험료는 통상 월소득의 10% 안팎으로 설계하는 게 적당하다고 말한다.
보험료가 부담된다면 보장금액을 감액하거나 보장기간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장액을 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낮추거나 보장기간을 종신에서 80세로 줄이는 식이다.
다만 나이가 들수록 질병 발생이나 사망 확률이 높아 보험료가 오르거나 가입이 어려워질 수 있어 빨리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 종신보험의 주계약인 사망보험금은 평생 보장되지만, 주계약에 부가되는 특약은 별개의 계약이다. 특약까지 종신토록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유념해야 한다.

8% 복리상품 투자 → 9년 후 원금 2배
2003년, 국내 은행(Banpue)과 보험(Assurance)의 합성어인 방카슈랑스가 본격 시행됐다. 저축보험은 일반적으로 공시이율이 은행의 적금보다 높고 복리에 비과세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8% 복리에 투자한 경우, 9년 정도가 되면 원금이 두 배가 된다. 또 10년 이상 가입을 유지하면 15.4%의 이자소득세를 전액 면제 받거나 일부 감면 받을 수 있다.
은행에선 연 2% 이자라도 15.4% 세금을 내면 실제 손에 쥐는 수익은 연 1.7%에 불과하다. 더욱이 41.8%의 종합소득 최고세율 과세자는 건강보험료 등 4대 보험 추가부담까지 고려할 때 원금을 겨우 보전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연 2% 상품이라 해도 전액 비과세로 돌릴 수 있다면 10년이면 약 22%의 수익을 얻는다.
저축성 보험은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구분된다. 만기 시 목돈을 받는 전통적인 일반저축보험과 순수저축보험,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성향의 변액보험, 노후자금 마련을 위한 연금보험, 자녀의 교육자금 마련을 위한 자녀교육형 상품 등이 있다.
다만 저축보험은 보험상품의 특성상 약 5~10%의 사업비를 공제한 금액이 적립된다. 복리를 적용해도 원금을 회복하려면 5~7년 정도 걸린다. 그 안에 해약하면 원금도 못 건진다는 뜻이다.
비과세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일시납 저축보험은 1인당 2억원 한도 내에서 투자해야 한다. 매월 적립식으로 투자하면 최소 5년 이상 투자하고 10년 이상 유지해야 한다. 시중지표금리나 운용자산이익률이 하락하더라도 보험회사가 지급하기로 약속한 최저보증이율이 적용된 장기 저축보험에 가입하는 게 안전하다. 최근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 상품 비교 공시 자료를 월 납입금액 20만원, 10년 납입 기준으로 전국 22개 보험사의 해지환급금을 조사해본 결과, 저축보험(연금, 변액 상품 제외)의 원금 도달 기간은 평균 5~7년인 것으로 조사됐다.
해지환급금의 원금 도달 기간이 5년인 상품은 삼성생명의 인터넷저축보험(100.7%, 1208만3000원)과 하나생명 The새로운리치저축보험 수익형 상품(100.2%, 1202만6000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수익형·단기수익형·생활자금형으로 선택 가입이 가능한 KDB생명보험의 알뜰플러스저축보험도 5년차에 원금에 도달한다. 공시이율 3.5% 적용시 5년에 발생되는 납입금 1200만원 대비 99.8%(1197만7000원)의 해지환급금이 쌓인다. 교보생명의 빅플러스저축보험 적립형 상품도 공시이율 3.21%(4월) 적용시 만 5년 해지환급금이 1188만2000원(99%), 농협생명보험의 행복모아NH저축보험 상품도 공시이율 3.25%(4월) 적용시 해지환급금 1195만6000원(99.6%)이 적립된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의 적립형 저축보험인 그랑프리저축보험2의 공시이율(3월)은 3.62%, 최저보증이율은 5년 이내 2%, 5년 초과 1.5%다. 이 상품은 5년 만에 원금에 도달, 해지환급금이 1217만8000원이 된다. 해지하지 않고 상품을 유지할 시 7년차에 1778만7000원, 10년차에 2705만원의 적립금이 발생한다. 연금 전환 특약 가입시 5년 이상 유효 계약에 한해 연금으로 전환이 가능하며 확정연금형·종신연금형·상속연금형으로 연금지급기간을 설정할 수 있다.

채권,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변액보험
변액보험은 보험 고유의 기능인 위험보장과 더불어 채권, 주식 등의 펀드에 투자해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저금리·고물가 상황에 대응해 보험금의 실질가치를 지키기 위해 고안됐다. 채권과 해외 주식을 비과세로 투자할 수 있다. 근로소득자가 변액유니버셜 종신보험에 가입할 경우 연 1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펀드와 채권의 투자비율을 소비자가 시장 상황에 따라 직접 조절할 수도 있다.
변액보험은 가입자가 납입한 보험료에서 보장을 위한 소정의 위험보험료와 계약체결비용 및 관리비용 등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펀드에 투자한다.
사망보장(변액종신보험), 노후자금(변액연금보험), 목적자금(변액적립보험·변액유니버셜보험) 등 세 종류가 있다. 변액연금보험은 사업비로 매월 납입 보험료의 8~15%, 변액유니버셜보험은 15~20% 정도를 차감한다.
투자실적이 좋을 경우 사망보험금, 연금액수, 해지환급금이 늘어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엔 원금을 까먹을 수 있다. 증시 하락 등에 대비한 지속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그래서 생명보험협회에서 실시하는 변액보험판매자격시험에 합격한 설계사만 판매할 수 있다. 10년 이상 장기투자시 15.4% 이자소득세가 면제된다.
수익률은 생명보험협회(www.klia.or.kr) 홈페이지 ‘공시실’, ‘상품비교공시’, ‘변액보험’을 차례로 클릭하면, 판매사 전체, 전상품(펀드별)의 누적·연환산·기간 수익률 등을 볼 수 있다. 본인이 가입한 변액보험의 수익률을 조회하고 싶으면 보험사 홈페이지에서 상품명(펀드종류), 가입일자, 현재일 등 조건을 입력하면 된다.
원금보장이 안 되지만 상품에 따라 사망보험금 및 연금은 운용실적이 하락해도 최저보증을 해 준다. 약정한 최소한의 보험금은 준다는 뜻이다.
변액종신보험의 최저사망보험금은 가입금액(기본사망보험금)이다. 해약환급금은 최저보증이율이 없고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주계약 1억원의 변액종신보험에 가입할 경우 투자실적이 악화돼도(예정이율 이하의 투자 실적이어도) 해약만 안 하면 1억원의 최저사망보험금이 보장된다. 예정이율 이상의 투자실적을 거둘 경우 ‘1억원+α’가 보장된다. 변액유니버셜보험의 경우 기(旣)납입보험료를 사망보험금으로 최저보증해 준다. 예를 들어 월 50만원(특약제외)씩 5년간 납입하다가 사망시에는 50만원×12×5에 해당되는 3000만원은 사망보험금으로 최저보증된다. 변액연금보험도 연금개시 전 사망시 투자실적이 아무리 악화돼도 사망보험금은 기납입보험료를 최저보증해준다.
변액보험은 중도해지하면 손실이 생긴다. 긴급자금이 필요해 변액보험 해지를 고려한다면 중도인출 및 보험계약대출제도를 활용하는 게 낫다. 보험료 납입이 부담스러워 해지를 고려한다면 보험가입금액을 감액할 수 있다. 보험료를 납입하지 않아도 보험계약을 유지시켜 주는 ‘보험료납입일시중지제도’도 있다.
일각에선 변액보험 수익률에 착시효과가 있다고 지적한다. 보험사가 수익률이 3.2%라고 했을 때 100원의 보험료를 낸다면 15원은 사업비로 떼고 나머지 원금 85원에 대한 연간수익률이 3.2%라는 말이다. 적립금은 87.72원이다. 소비자가 생각하는 수익률을 내려면 변액보험은 21.4%의 수익률을 올려야 한다.
[보험, 이렇게 바뀌었다]
4월 변경된 보험 핫이슈
◇생명표 변경 = 보험사는 평균 수명과 질병 발생 등의 통계를 기초로 보험상품을 개발한다. 기준이 되는 통계가 생명표다. 생명표는 3년마다 바뀐다. 지난 4월부터 8회 경험생명표가 적용됐다.
생명표 변경은 생존보험(살아가며 혜택 받는 보험) 요금의 인상을 가져올 전망이다. 인상 폭은 고객 연령, 성별에 따라 다르고 구체적인 인상 폭은 각 보험사의 영업비밀이다. 모 보험사의 영업자료에 따르면, 뇌출혈, 심근경색을 보장하는 보험이나 특약의 경우 20% 수준, 입원특약의 경우 50~60% 수준의 보험료 인상이 예상된다.
연금보험도 대표 생존보험이다. 보험사는 연금지급 시점에 고객적립금(잔고)과 기대수명을 고려해 매월 지급 연금을 결정한다. 기대수명이 늘어난다면 매월 받는 연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적용 이율 변화 = 보험상품 개발시, 생명표만큼이나 중요한 숫자가 이자율이다. 대부분의 보험상품에는 계약자 적립금이 존재하는데, 만기에 돌려받는 환급금의 기초가 된다. 보험료 납입이 끝나고 보장을 해주기 위해(보험료를 10년 혹은 20년간만 납입하고 80~100세까지 보장받는 경우) 미리 저축해 둔 보험료다. 이 계약자 적립금을 만들기 위한 보험료는 적용하는 이자율 즉, 예정 이율에 따라 달라진다.
보험은 장기간 복리로 운영되므로 작은 이자율 변화에도 보험료는 크게 변한다. 이자율 변화만으로 시뮬레이션 할 경우 이자율이 0.25%포인트 하락하면 보험료는 약 7% 인상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기준금리가 지속 하락할 걸로 본다면 종신보험이나 만기환급형 보험가입을 서두르는 게 좋다.
◇실손의료비 보험 변화 = 국민건강보험을 보조하는 민영의료보험 성격의 실손의료비보험은 과거에는 환자가 부담한 의료비를 100% 돌려주는 상품이었다. 하지만 2009년 금감원의 표준화 작업 이후 병원비를 90% 보장하는 선택형과 80% 보장하는 실속형 중에서 고객이 선택할 수 있도록 변했다.
2015년 4월 이후엔 의료비의 90%를 보장하는 선택형 판매가 중지됐다. 보험료는 80%를 보장하는 표준형이 더 저렴하지만 병원을 다녀온 후 본인부담금은 기존보다 10%포인트 늘게 됐다. 자기부담금이 현행 10%에서 20%로 인상되는 것이다.
실손보험은 두 개 이상의 상품을 가입해도 실제로 발생한 의료비 한도 내에서만 보험금이 지급된다. 중복가입 여부는 보험설계사나 생명보험협회(www.klia.or.kr), 손해보험협회(www.knia.or.kr), 보험개발원(www.kidi.or.kr) 등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외모개선 목적의 성형수술비나 간병비, 진단서 발급비용, 구급차 이동비용 등은 보상해 주지 않는다.
◇청약철회, 계약취소 = 4월은 아니지만 2014년 7월 시행된 개정 보험업법엔 청약철회규정이 신설됐다. 보험계약자는 청약한 날부터 30일 이내에 철회할 수 있다. 사유는 제한 없다. 보험사는 청약 철회를 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계약자가 낸 보험료를 돌려줘야 한다. 다만, 청약일부터 30일 이내라 해도 보험회사로부터 보험증권을 받고 15일이 지난 경우에는 청약철회를 할 수 없다.
계약자 청약을 보험사가 승낙하면 성립되는 보험계약의 경우는 성립일부터 3개월 내에 취소할 수 있다. 약관의 중요 내용을 설명 듣지 못한 경우, 약관과 계약자 보관용 청약서(청약서 부본)를 받지 못한 경우, 계약자가 청약서에 자필서명을 하지 않은 경우가 해당된다. 계약취소가 되면 보험료와 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