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효주 셰프는 철저한 위생, 정성과 맛을 요리의 세 가지 원칙으로 꼽는다. 스시효의 ‘효’는 ‘효(孝)’ 자를 쓰는데, 안 셰프의 스승이 손님에게 부모 섬기듯 정성을 다하라는 의미에서 지어줬다.
- 안효주 셰프는 철저한 위생, 정성과 맛을 요리의 세 가지 원칙으로 꼽는다. 스시효의 ‘효’는 ‘효(孝)’ 자를 쓰는데, 안 셰프의 스승이 손님에게 부모 섬기듯 정성을 다하라는 의미에서 지어줬다.

스시효
위 치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 146길 25
문 의 02-545-0023

고급 초밥집 스시효의 안효주 오너셰프에게는 두 가지 상징이 있다. 일본 음식만화 ‘미스터 초밥왕’에 한국의 초밥왕으로 소개됐고, 권투선수 출신으로 밑바닥부터 시작해 성공을 이룬 입지전적 인물로서다.

1958년 전북 남원에서 태어난 안효주 셰프는 권투 챔피언을 꿈꾸며 자랐다. 전북 대표로 발탁되는 등 유능함을 인정받다 프로입문을 위해 1978년 상경했다. 식당 허드렛일로 생활비를 벌어가며 체육관에서 열심히 훈련했다. 하지만 건강문제로 프로데뷔전을 못 치러 낙담하고 해병대에 입대했다. 제대 후 그가 다시 찾은 곳은 링이 아닌 식당이었다.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했어요. 그래서 식당일을 다시 시작한 것인데 거기에서 제 미래를 찾게 됐죠. 주방이 링이고 칼을 글러브 삼는다는 각오로 노력을 하니 점차 성과가 보이더군요. 그러다 평생의 스승을 두 분 만나게 됐습니다.”

1984년 일식집 주방에서 만난 이보경 조리장, 일본연수 때 만난 시마미야 사장(홋카이도 스시젠의 오너셰프)과의 인연을 말한다.

“스승님으로부터 조리사로서의 기술과 마음자세를 배웠고 시마미야 사장님으로부터는 넓고 깊은 지식을 얻었죠. 평생토록 존경하며 조언이 필요할 때는 항상 이분들에게 여쭙니다.”

그는 1985년 신라호텔에 입사해 주방장을 거쳐 일식당 아리아케의 총책임자가 된다.

그의 실력은 미식가들 사이에 화제였고 1999년에는 한국의 초밥왕으로 일본만화에 소개되며 대중적 주목을 받았다.

“저를 본받아 초밥 조리사의 길을 선택한 청소년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 결과로 강남과 홍대 등에 초밥집이 여럿 생겨났죠.”

- 스시효의 안효주 오너셰프는 일본 음식만화 ‘미스터 초밥왕’에 한국의 초밥왕으로 소개됐다. 권투선수 출신으로 밑바닥부터 시작해 요리로 성공을 이룬 입지전적 인물이다.
- 스시효의 안효주 오너셰프는 일본 음식만화 ‘미스터 초밥왕’에 한국의 초밥왕으로 소개됐다. 권투선수 출신으로 밑바닥부터 시작해 요리로 성공을 이룬 입지전적 인물이다.

조리장에 선택 일임하는 ‘오마카세’ 추천
창업을 결심하고 2003년 청담동에 스시효를 열었다. 최고의 재료와 솜씨를 선보이는 곳이다 보니 다양한 분야의 CEO들이 즐겨 찾는다. 

“경험과 미각이 대단한 분들이라 큰 도움을 받습니다. 부족한 부분을 정확히 지적하시니 보완이 쉬워서죠. 좋은 식당은 조리사와 손님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대표음식은 초밥이다. 기본적인 세트메뉴도 있지만 오마카세(조리장에게 선택을 일임하는 주문방식)를 권한다.

“궁극의 초밥이란 재료와 조리사 그리고 고객이 하나로 교감하는 것이죠. 솜씨 있는 조리사가 되려면 손님의 마음과 기분을 읽는 기술도 필요합니다.”

여름에 제 맛인 생선초밥 종류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꽃돔 보우즈시(말아서 숙성 후 썰어내는 초밥), 농어 아라이(얼음물로 탄력을 주는 방식), 여수산 갯장어(하모), 완도산 참민어 등이다. 민어는 전과 탕으로도 즐긴다.

사철 인기 있는 종류에는 게소(갑오징어다리)와 신코(어린 전어)가 있다. 전어새끼를 4월에 구입해 1년 동안 쓰는데 초절임의 산뜻함이 매력이다.

어떤 재료를 얹든, 손으로 뭉친 밥이 입 안에서 자연스레 흩어질 때의 화려한 감동은 동일하다.

“위에 얹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재료가 더 큰 역할을 합니다. 가장 중요한 소금은 강화도산 천일염을 항아리에서 15년 숙성시킨 것을 쓰고, 쌀은 계약 재배합니다. 하남시의 검단산 약수를 길어다 밥을 짓습니다. 북해도(홋카이도)의 산속에서 재배한 고추냉이만을 씁니다. 김말이용의 김은 한정생산 최고급품으로 9월마다 일본에 가서 어렵게 구합니다.”

일본식 계란말이도 고급스러운 별미다. 새우와 산마를 갈아 넣은 것과 다시물을 넣은 두 종류가 있다. 팥앙금을 넣은 모나카는 일본 정통의 후식 맛이다.

그는 바쁜 생활 속에서도 학업을 계속해 경기대 경영대학원에서 서비스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이것이 일본요리다’ 등의 전문서적을 출간했다. 일본 요리대회 심사위원으로 초청되는 등 초밥왕으로서의 면모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항시 배우려는 자세를 유지해 일본에 자주 가서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익힌다. 휴일에도 휴식보다는 다른 식당을 다니며 견문을 넓힌다. 필자와의 인터뷰 중에도 식당 추천을 요청하는 열정이 돋보였다.

- 여름에 제 맛인 생선초밥 종류는 꽃돔 보우즈시(말아서 숙성 후 썰어내는 초밥), 농어 아라이(얼음물로 탄력을 주는 방식), 여수산 갯장어(하모), 완도산 참민어 등이다. 민어는 전과 탕으로도 즐긴다.
- 여름에 제 맛인 생선초밥 종류는 꽃돔 보우즈시(말아서 숙성 후 썰어내는 초밥), 농어 아라이(얼음물로 탄력을 주는 방식), 여수산 갯장어(하모), 완도산 참민어 등이다. 민어는 전과 탕으로도 즐긴다.

스시효(孝)는 부모 섬기듯 고객에 정성 다하겠단 의미
그는 “음식을 만들 때 무엇에 우선순위를 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첫째는 수술 직전의 외과의사 수준으로 철저한 위생을 지킵니다. 아무리 비싼 재료라도 땅에 떨어지면 꼭 버리죠. 사람이 먹는 음식에서 위생보다 더 중요한 게 뭐가 있겠습니까. 둘째는 정성입니다. 스시효의 ‘효’는 제 이름을 따서 지은 게 아니라 고객에게 부모 섬기듯 정성을 다하라며 스승님이 지어주신 ‘효(孝)’입니다. 만들기에도 혼신을 다해야 합니다. 마지막이 맛이죠.”

외식 선택의 첫째 기준을 맛이 아닌 위생에 두고 있는 필자의 지론과 같아서 반가웠다. 맛만 좋다면 뭐라도 용서해주는 이가 흔한 현실이 안타까워지는 순간이다.

스시효를 발전시킬 후계자가 나타나면 초밥학교를 작게 열 계획이다. 조리사는 기술보다 인성(人性)이 먼저라는 안 셰프는 선발기준을 인성에 둘 생각이라 한다.

언제나 배우려 노력하는 그는 ‘항상 만족하지 말자’는 말을 품고 지내며 실천하려 한다. 그런 가운데 발전이 있고 새로움이 창조되는 것이겠다.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대학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을 향해 외친 말도 같은 의미였을 것이다.

“항상 갈망하라. 우직하게 나아가라(Stay Hungry, Stay Foolish)!”

안효주 셰프의 솜씨를 직접 맛보고 싶다면 스시바의 전용 좌석을 예약해야 한다.

 

※ 박태순 음식칼럼니스트
2002년부터 각종 포털과 매체에 독특한 관점의 음식 칼럼을 게재하고 있는 우리나라 음식분야의 정상급 칼럼니스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