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맥주전문점은 소자본 창업자들의 스테디셀러 업종으로 꼽힌다.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며 친구·동료·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대중적이고 친근한 업종이다 보니 맥주전문점은 생맥주전문점, 스몰비어, 세계맥주, 수제맥주, 치킨호프 등 시대 흐름에 따라 다양하게 변하며 질긴 생명력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얇아진 주머니 사정을 반영해 3000원대 안주와 크림 생맥주를 즐길 수 있는 가격파괴 형태의 스몰비어가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스몰비어 브랜드가 과열양상을 보이면서 최근 창업이 주춤하는 가운데, 일부 스몰비어 브랜드는 미들비어 시장을 공략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누리고 있다.
‘치킨이 맛있는 맥주집’을 슬로건으로 하는 바보스는 미들비어 시장을 개척하는 브랜드 중 하나다. 저가 업종은 단기적으로 고객을 끌어 모으는 데 유리하지만, 창업자 입장에서는 박리다매가 이뤄지지 않으면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 점을 고려한 게 미들비어업종이다. 미들비어는 말 그대로 합리적인 중저가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획일적인 가격파괴 업종과 구분된다.
미들비어로서 바보스의 특징은 3개 업종을 한 매장에 녹여낸 콜라보레이션 사업이라는 점이다. 조동민 바보스 회장은 “한국 외식업계는 유달리 유행에 민감하고 창업자들은 본의 아니게 짧은 유행의 피해를 많이 본다”면서 “유행을 비껴가는 업종이 아니라 유행을 적극 받아들이고 끊임없이 변신하는 브랜드를 만들고자 하는 욕구가 바보스를 탄생시켰다”고 말했다.
바보스는 3000원대 안주부터 4000~7000원대 면요리와 샐러드류, 8000~1만4000원대 치킨 메뉴까지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덕분에 일반적인 저가 맥주집보다 바보스의 객단가는 1.5배 정도 높다. 저렴한 가격대의 메뉴를 준비해 매장 문턱을 낮췄지만, 프리미엄급 맛을 갖춘 합리적인 가격대의 치킨 메뉴로 전체적 객단가를 높인 것이다.
바보스의 또 다른 장점은 디자인 전략이다. 20평대 바보스 매장의 창업비용은 점포 구입비를 빼고 6000만원 정도다. 바보스 매장 대부분은 점포구입비와 개설비를 포함, 총투자비가 1억~1억5000만원대다.
대도시에서 화려하게 창업을 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이 정도 투자비면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의 카페풍 바보스 매장을 창업할 수 있다. 서울 사당동 한 자리에서 10년 동안 외식업을 경영했던 양선희(55) 바보스 사당중앙점주는 요즘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하루 20만~30만원이던 매출이 바보스로 업종전환한 후 100만원대로 껑충 뛴 데다 일하는 공간이 아늑하고 세련되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아들과 함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양선희 점주는 “손님과 매출이 늘어 정신없이 바쁘지만 정작 일이 덜 힘들게 느껴지는 건 일하는 공간이 이전보다 아름다워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보스 가맹본부의 힘이 컸다. 그는 막걸리와 전을 판매하는 주점을 운영하다가 스몰비어 열풍에 휩쓸려 매출이 감소하자, 바보스로 업종을 전환한 경우다. 원래 다른 사업으로 전환하려고 리뉴얼을 하던 중 공사대금을 받은 업체가 종적을 감춰 버려 어려운 사정에 처했다. 마침 사당역 인근에 있던 바보스 가맹본부가 그의 딱한 사연을 알고 도움의 손길을 뻗었다. 바보스 전(全)직원이 동원돼 최저 비용으로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고 매출 촉진을 도와줘 그는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성공적으로 업종 전환을 할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 바보스 수원대점을 오픈한 윤여찬(53) 점주 역시 바보스 가맹본부에 큰 신뢰를 가지고 있다. 그는 바보스의 자매브랜드인 ‘바비큐보스’를 12년째 운영했다. 하지만 매장과 집이 너무 멀어 체력의 한계를 느꼈고, 결국 집 근처에서 바보스를 재창업했다. 다른 업체를 택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바보스를 선택한 건 12년 동안 함께 하면서 신뢰를 가졌기 때문이다.
상생에 대한 철학은 가맹본부 직원들의 헌신에서 비롯된다. 지난 겨울 바보스 직원들은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가맹점들을 위한 거리 게릴라 마케팅을 펼쳤다. 매출이 떨어진 매장들을 대상으로 했는데 가맹본부의 이런 지원은 가맹점주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역할을 했다.

3. 바보스 수원대점의 윤여찬 점주(왼쪽)
[미들비어 전문점의 성공비법]
뛰어난 안주는 기본
맥주 맛 세심하게 관리해야
조동민 바보스 회장이 전하는 미들비어 전문점의 성공 노하우를 요약했다.
첫째, 품질이 뛰어난 안주를 갖춰야 한다. 바보스의 경우 프리미엄 치킨점이라고 할 정도로 치킨의 맛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러다 보니 전체 매출에서 치킨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이것이 높은 객단가로 이어졌다.
둘째, 생맥주 맛이 중요하다. 바보스는 창업 전 맥주맛 비법을 철저하게 전수하고 있다. 맥주호스와 잔의 청결은 물론 적정 온도 유지 등을 세심하게 관리해야 맥주 맛이 좋아진다.
셋째, 고객관리는 기본. 치킨맥주전문점은 단골이 많고 서민이나 직장인들이 애환을 달래는 장소다.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서비스 마인드가 필요하다.
넷째, 디자인 전략이다. 화려하지 않더라도 아늑하고 다시 오고 싶으며, 창업자들의 품격까지 만족시켜주는 인테리어가 중요하다.
다섯째, 가격전략과 수익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저가 메뉴를 갖추지만 전체적인 객단가가 중요하므로 저가와 중가, 고가의 메뉴를 적절히 잘 혼합해야 한다. 치킨을 주메뉴로 할 경우 원가 관리도 중요하다. 가급적이면 원가가 저렴한 가맹본사로부터 공급받는 게 좋다. 바보스의 경우 치킨공급가는 판매가의 35~40%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