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에서 금융수학 석사를 거쳐 박사과정을 수료한 오태형(40)씨. 2000년대 초만 해도 귀한 몸이었던 금융수학 전공자는 2000년대 말에는 넘치고 넘쳤다. 하지만 가정을 이미 꾸린 터라 가장(家長) 역할은 해야 했다. 대학원 다닐 때 아르바이트 삼아 하던 학원 수학강사를 2011년 직업으로 삼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강남의 한 학원에서 그의 인기는 최고였다. 학생들이 모르는 분야를 콕 집어 가르치는 게 완전 족집게였다. 연봉도 대기업 다니는 친구가 부럽지 않은 수준이었다.
그랬던 그는 2012년 창업을 결심했다. 오씨의 설명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틀리는 과정에 패턴이 있었어요. 비슷한 실력의 학생들이 공통된 난관에 부딪혔어요. 실력에 따라 내놓는 답이 서로 비슷해요. 오답(誤答)으로 분류해보면 실력이 비슷한 학생끼리 모이더군요. 그런 패턴을 찾아 학생들을 가르쳤어요. 언제부턴가 이걸 시스템화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친구들에게 장난삼아 창업을 해보자고 했다. 다들 반응이 “재미있겠는데”였다. 자체 알고리즘 기반의 개인별 맞춤 수학교육시스템 ‘마타수학’을 서비스하는 스타트업인 비트루브는 이렇게 해서 설립됐다.
한성과학고 동창 4명이 의기투합해 창업
비트루브는 강남대성학원 수리논술 강사 출신인 오태형 대표를 비롯해 서울대에서 금융수학을 전공한 정두섭 박사, IT(정보기술) 분야 대형 프로젝트를 다수 주도한 안명훈 이사(서울대 전산과), 다양한 벤처 및 교육사업 역량을 보유한 김세훈 박사(서울대 재료공학부) 등이 의기투합했다. 이들은 모두 한성과학고 1기 동창생들이다.
2012년부터 1년 반 정도는 1주일에 한 번씩 카페에 모여 기본적인 알고리즘을 짰다. 기본틀을 마련한 2013년 9월 4명이 비슷한 액수를 투자해 회사를 설립했다.
비트루브는 기존의 획일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혁신하는 개인맞춤형 학습시스템 ‘마타수학’을 통해 학습자들의 실력 향상과 교육 환경 개선에 이바지하는 스마트(S.M.A.R.T) 교육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
‘마이크로 타깃팅 수학’을 의미하는 마타수학은 모의고사 결과를 분석해 학습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 학습자의 약점을 개선할 수 있는 개인 맞춤형 모의고사를 제공하는 자기완성형 스마트 교육이다. 오답으로부터 학생의 실력을 역추적하는 진단과 개인별 치료 과정의 반복을 통해 학습자에게 부족한 부분을 효율적으로 보충할 수 있다. S.M.A.R.T 교육이란 자기주도적학습(Self-Directed), 동기부여(Motivated), 수준과 적성에 맞는 개별화 학습(Adaptive), 풍부한 학습자료(Resource), 정보통신기술 적용(Technology)을 말한다.
오 대표가 말했다. “하나의 수학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다양한 개념을 알고 있어야 해요. 문제마다 속성이 미리 분석이 돼 있어요. 어떤 문제가 틀린 것을 보고 ‘이 개념을 모르겠구나’하고 유추를 합니다. 그리고 그 개념에 관련된 문제를 풀게 합니다. 이것을 다시 체크해 가장 치료가 시급한 부분부터 처방을 내놓습니다. 구글에서 접속자의 행동이력을 분석해 관심정보를 추천하는 식이죠.”
비트루브는 출제형태와 질문방식을 달리하고 난이도를 조절해 개념을 확실히 알 수 있도록 한다. 그런 점에서 틀린 문제를 반복적으로 푸는 연습을 하는 일반적인 수학교육방식과도 다르다. 그는 마타수학이 개념은 모르면서도 답을 맞히는 스킬(기술)만 키우는 지금과 같은 교육방식을 혁신할 수 있는 기초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비트루브는 수학문제 DB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교과서 업체와는 제휴를 맺었으며, 새로운 문제도 지속적으로 만들고 있다. 현재 확보한 수학문제는 1만5000개 정도다. 올해 말까지 1만5000개를 추가할 계획이다.
마타수학의 타깃은 고3, 재수생 등 대입수험생이다. 현재 고등학교, 재수종합학원, 수학전문학원 등을 대상으로 정식 서비스 중이다. 시범 서비스 중인 메가스터디를 통해 올 하반기 중 정식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2016년에는 대만 대학입학시험의 수학과목 대비를 위해 현지 온라인 교육업체 ‘스터디뱅크’에 서비스를 제공, 해외에도 마타수학을 서비스한다.
현재 고등학생 중심의 학습과정도 중학생, 초등학생으로 넓힐 계획이다. 과목 역시 수학뿐만 아니라 영어, 공무원시험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학습시스템의 개념이 비슷하기 때문에 영역확대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게 오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마타수학을 통해 국내에 효율적 교육시스템을 정착시키겠다”며 “나아가 국내와 교육 환경이 유사한 대만, 중국, 일본 등 해외 진출을 통해 전 인류의 교육방식 혁신에 일조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케이큐브벤처스로부터 8억원 투자 유치
비트루브의 성장 가능성은 최근 이뤄진 투자에서도 확실히 엿보인다. 스타트업 전문투자사 케이큐브벤처스는 지난 5월 비트루브에 8억원을 투자했다. 비트루브는 이번 케이큐브벤처스의 투자와 함께 중소기업청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프로그램(TIPS) 선정에 따른 5억원의 정부 출연금도 받게 돼, 총 13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케이큐브벤처스의 투자는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금요일 투자설명회를 한 후 바로 다음주 월요일 투자가 결정됐다. 투자가 결정됐다는 전화를 받은 오 대표가 깜짝 놀랄 정도였다. 이번 투자를 이끈 김기준 케이큐브벤처스 파트너는 “수학강사와 개발자들로 이뤄진 비트루브는 수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교육 사업에 대한 경험과 개발 능력까지 모두 갖춘 인재들이 모인 팀”이라며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했던 국내 교육산업과 시장에 긍정적인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