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6월 9일 방문한 캠퍼스 서울. 업무공간에는 공용으로 쓰이는 널찍한 테이블이 곳곳에 놓여있어 8개사가 모여 있는데도 크게 답답하지 않았다. 2. 캠퍼스 서울에 입주해 있는 한 직원은 이곳에 대해 “여러 회사가 한데 모여 있고 칸막이도 낮아서 전체적으로 탁 트이고 자유로운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1. 6월 9일 방문한 캠퍼스 서울. 업무공간에는 공용으로 쓰이는 널찍한 테이블이 곳곳에 놓여있어 8개사가 모여 있는데도 크게 답답하지 않았다.
2. 캠퍼스 서울에 입주해 있는 한 직원은 이곳에 대해 “여러 회사가 한데 모여 있고 칸막이도 낮아서 전체적으로 탁 트이고 자유로운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지난 5월8일 ‘캠퍼스 런던’, ‘캠퍼스 텔아비브’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캠퍼스 서울’이 문을 열었다. 캠퍼스란 구글이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 만든 스타트업 전용 업무공간이다. 구글도 처음에는 캘리포니아의 한 차고(車庫)에서 시작해 성공한 기업을 일군 만큼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창업가를 물심양면으로 돕겠다고 나선 것이다. 곧 ‘캠퍼스 마드리드’, ‘캠퍼스 상파울루’, ‘캠퍼스 바르샤바’도 문을 열 예정이다.

캠퍼스 서울은 교통편이 좋으면서도 비교적 조용한 강남구 대치동 오토웨이타워 지하 2층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 입주한 스타트업은 ‘채팅캣’, ‘벤티케익’ 등 8곳으로, 모두 쟁쟁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유망주들이다. 이들은 최소한의 실비를 제외하곤 거의 무료로 공간을 이용하고 있다. 강남 한복판의 임대료를 생각하면 파격적인 대우다. 캠퍼스 내 카페에서 사먹는 커피와 음료도 상당수가 공짜다. 뿐만 아니라 해외 캠퍼스와의 교환 프로그램, 외국 투자자 연결, 기업가 초청 강연 등 구글의 글로벌 인맥을 활용할 기회까지 주어지니 해외 진출을 꿈꾸는 국내 스타트업에게는 그야말로 절호의 기회다. 구글이 선택한 회사라는 이미지는 대외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캠퍼스 서울에 입주해있는 ‘플런티’의 김강학 대표는 “해외 바이어들을 만날 때 구글 캠퍼스에 입주해있다고 하면 상대방에게 ‘검증된 팀’이라는 인상을 준다. 덕분에 대화를 풀어나가기도 훨씬 수월하다”고 말했다.

캠퍼스 서울 취재는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연락을 시도해봤지만 그 흔한 대표 전화번호도 없어 약속도 없이 찾아가 문을 두드리는 수밖에 없었다. 가서 명함을 남기고 돌아왔더니 그제야 캠퍼스 서울 측 홍보대행사와 연락이 돼 방문 일정을 잡을 수 있었다. 그마저도 언론사 방문은 입주사의 원활한 업무를 고려해 정해진 날짜에만 가능하다고 했다. 속으로 ‘왜 이렇게 비싸게 구나’ 싶었지만 한편으로 입주사들이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진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가보고 나서 실제로 그런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6월9일 방문한 캠퍼스 서울은 생각보다는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시원시원하고 세련된 인테리어에 있을 건 다 있는 스타트업 맞춤 공간이었다. 방문객 전용 출입문으로 들어서자 바로 왼쪽에 카페 ‘빈브라더스’가 눈에 들어왔다. 더 직진해 들어가자 안쪽에 널찍한 이벤트 공간이 보였고 카페 오른쪽에는 방문객을 맞는 안내데스크와 소파 등이 있는 로비가 자리하고 있었다. 로비 바깥으로는 햇볕을 쬘 수 있는 테라스 같은 공간도 연결돼 있었다. 방문객 명단에 이름을 적고 왼쪽 가슴에 이름을 적은 둥근 스티커를 붙이고 나서야 로비 오른쪽 끝에 위치한 문을 열고 들어가 업무공간을 볼 수 있었다. 캠퍼스 카페와 이벤트 공간, 로비까지는 인터넷에서 회원가입만 하면 이용할 수 있지만 업무공간은 외부인 출입 불가다. 기자는 직원의 에스코트를 받아 들어갔다.

입주사 모두 스타트업인 만큼 직원들 나이가 20~30대로 젊은 게 인상적이었다. 한 회사당 3~6명 정도로 아담한 직원 규모도 눈에 띄었다. 가장 큰 특징은 이런 회사 8개가 한 공간에 별다른 구분 없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는 점이었다. 이곳에 입주해 있는 서자영 ‘레이니스트’ 최고생산책임자(CPO)는 “전에 있었던 곳도 스타트업들이 모여 있는 곳이긴 했지만 회사마다 사무실이 따로 있어 교류가 거의 없었다. 반면, 이곳은 여러 회사가 한데 모여 있고 칸막이도 낮아서 전체적으로 탁 트이고 자유로운 느낌을 준다. 덕분에 지나다니면서 다른 회사 직원과 인사도 자주 하고 점심시간에는 여성 직원끼리 식사를 하기도 한다, 때때로 캠퍼스 서울 측이 직접 나서서 입주사끼리 교류할 기회도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업무공간 안에는 2~8인용 회의실도 여러 개 있어 간단한 아이디어 회의가 자주 필요한 스타트업에 최적화돼 있다. 사무실 구조나 자리 배치도 네모반듯한 바둑판 모양이라기보다 적당히 자유분방했다. 공용공간으로 쓰이는 널찍한 테이블이 곳곳에 놓여 있어 8개사가 모여 있음에도 크게 답답하지 않았다. 테이블 중 한 곳에는 조만간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안드로이드 스마트 기기들이 설치돼 입주사들의 시제품 베타테스트 등을 도울 예정이다. 최적의 입지, 세련되고 쾌적한 공간, 구글의 지원사격, 거기다 최소한의 실비만 낼 만큼 저렴한 이용료까지. 캠퍼스 서울의 스타트업 직원들은 높은 만족감 속에서 일하고 있었다.

 

[캠퍼스 서울 입주 스타트업 인터뷰]

누구나 헤드헌터가 될 수 있는 구인구직서비스 개발
‘원티드랩’

- 김세훈 공동창업자
- 김세훈 공동창업자

“기존 헤드헌터들은 직장을 옮길 사람을 ‘찾는’ 역할은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 분야의 전문가는 아닙니다. 예컨대 IT기업에서 경력직을 구하는데 헤드헌터는 IT에 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식이죠. 더구나 IT업계 등 전문분야는 경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알음알음으로 직장을 옮겨가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경력직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예요. 저흰 그런 점에 착안해서 ‘지인 추천’ 방식의 구인구직서비스를 만들게 됐습니다. 레퍼런스 체크(전 직장·사회에서의 평판 점검)가 자동으로 되니 기업 입장에서도 믿을 만하고, 성공률도 70% 정도로 기존 헤드헌팅 서비스보다 획기적으로 높죠.”

김세훈 원티드랩 공동창업자(28)의 말이다. 원티드랩이 만든 신개념 구인구직서비스 ‘원티드’는 월 매출이 100%씩 늘 만큼 무서운 속도로 성장 중이다. 원티드의 장점은 누구나 헤드헌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인을 추천해서 실제로 그가 채용에 성공하면 추천인이 보상을 받는 시스템이다. 원티드랩은 향후 이 서비스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IT 외의 분야로도 확장할 계획이다.

 

사람이 쓰는 구어체 그대로…스마트워치로 간편 답장
‘플런티’

- 김강학 대표
- 김강학 대표

휴대폰으로 문자가 왔을 때, 일일이 자판을 두드리며 답장하기 곤란한 상황이 종종 있다. 이럴 때 오지선다형처럼 선택지가 있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클릭하기만 해도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캠퍼스 서울에 입주해있는 스타트업 ‘플런티’는 메시지에 대한 적절한 답을 예측, 추천하는 스마트워치 앱 ‘토키’를 개발 중이다. 토키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편리함도 있지만 무엇보다 사람이 직접 작성한 것처럼 자연스러운 답장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예컨대 “여기로 좀 데리러 와줄래?”라는 문자에 “응, 알았어!”, “오케이”, “조금만 기다려:)”, “미안, 힘들 것 같아ㅠㅠ”와 같이 자연스러운 답변이 가능하다.

플런티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간적인 답을 주는 인공지능, 쉽게 말해 시리·구글보이스의 ‘사람 버전’을 개발하는 것이다. 김강학 플런티 공동창업자 겸 대표(34)는 “시리나 구글보이스 같은 경우는 사실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을 잘 해준다. 예컨대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안 온다’ 그러면 시리는 ‘난 인간이 아니어서 무슨 느낌인지 모르겠어’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플런티가 추구하는 대답은 ‘자기 전에 라벤더 오일을 베개에 두 방울 뿌려봐. 되게 좋을 거야’ 같은 인간적인 대답이다. 그런 방향을 염두에 두고 차차 사업을 확장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