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정산·아미산·낙산대불·도강언·무후사 등 4000여 관광자원 즐비 

- 중국 불교의 성지 아미산
- 중국 불교의 성지 아미산

지난 6월30일부터 7월5일까지 중국 사천성 정부 초청으로 현지를 다녀왔다. 사천(四川)의 중국 발음은 쓰촨이지만 여기서는 우리 한자음으로 표기한다. 사천성에는 고대 문물이 많아 우리 한자발음 표기가 낫다는 판단에서다.

사천성은 삼국지의 세 주역 중 하나인 촉나라다. 시선(詩仙) 이백(李白)의 명시 ‘촉도난(蜀道難)’의 무대이고 잔도(棧道·험한 벼랑 같은 곳에 낸 길. 선반처럼 달아서 낸다)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중국에 관심이 많은 한국인이라면 이곳이 등소평(鄧小平)의 고향이라는 것도 안다. 사천성은 중국의 상징 팬더의 서식지이고 중국 4대요리의 하나인 사천요리의 본산이다. 사천은 무술의 성지이기도 하다. 무협지의 단골 격인 9대문파 중 도가의 청성파(靑城派)와 불가의 아미파(峨眉派), 5대세가의 하나인 당문(唐家)도 사천에 있다.

첫날은 밤비행기를 탔던 탓에 아무 것도 못했다. 도착 이튿날인 7월1일 오전 8시33분(이하 현지시각) 숙소인 성도(成都)의 티베트호텔을 출발, 버스를 달려 오전 10시23분 도강언(都江堰) 입구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는 전동카트로 갈아타야 한다. 한국에는 생소한 도강언은 도강(민강)의 제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촉군(蜀郡)의 태수 이빙(李)과 그의 아들 이랑(李郞)이 기원전 256년에 건설한 수리시설이다. 도강언이 물살이 거센 민강(岷江)의 범람을 막아준 덕분에 성도(成都)사람들이 편하게 농사를 지었다고 전해진다. 사천성 사람들은 ‘세계 수력문화의 원조’이며 ‘만리장성과 겨루는 중국의 위대한 토목 유산’이라고 자랑하는데 현지에서 보니 자연에 굴하지 않은 인간의 기개가 느껴져 수긍이 됐다. 2000년에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낮 12시41분에 버스를 타고 가서 점심식사 후 무후사로 향했다. 오후 3시36분 입장. 성도에 있는 무후사(武侯祠)는 촉한의 승상 제갈량(諸葛亮)을 기리고자 만든 1500년 역사의 사당이다. 현재 건물은 청나라 초기에 재건된 것이다. 특이한 점으로, 무후사 내에 삼국지의 유비를 모신 유비전(劉備殿)이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관우(關羽)와 장비(張飛)의 좌상도 물론 있다. 유비전 뒤편에는 유비가 황후 2명과 함께 안장된 유비묘(墓)가 있다. 유비묘를 도는데 한 무리의 일본인 관광객들이 섞였다. 참고로, 전세계에서 인구 대비 삼국지 마니아가 가장 많은 나라가 일본이다.

밤에는 천극공연을 봤다. 천극(川劇)은 사천의 특색 있는 공연문화 중의 하나로, 300개가 넘는 중국의 지방극 중에서 중국을 대표하는 4대 극 중 하나다. 북경의 경극(京劇)에 필적하는 천극은 다른 전통극에 비해 춤이나 노래보다 연기에 중심을 두며 잡기류가 들어가 변검(變·얼굴에 손을 안 대고 가면을 바꾸는 예술), 전통노래, 악기연주, 그림자 쇼 등으로 구성된다. 이날 본 천극은 스토리 연결이 매끄럽지 않고 한글자막이 엉터리였지만, 변검이 극의 한 부분으로 공연된다는 것을 알게 돼 개인적으로 유익했다. 공연은 밤 8시 무렵에 시작해 밤 9시12분에 끝났다.

다음날인 7월2일에는 버스를 타고 오전 8시27분 숙소를 출발했다. 행선지는 아안(雅安)시의 몽정산(蒙頂山). 중국 차의 발원지로 유명한 곳이다. 몽정이란 이름은 정상이 어두워 보인다는 뜻이다. 가이드는 “이 일대는 연중 280일가량 비가 온다”고 말했다. 산행을 하고 있는데 오전 11시56분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다. 낭패다. 하지만 비 덕분에 야외에서 우중차(雨中茶)를 한 잔하는 망외(望外)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었다. 오후 1시5분에 하산을 시작해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한 후 오후 2시29분에 세계차문화박물관에 도착했다. 이곳은 개인적으로는 별 감흥이 없었다.

몽정산 일정이 예정보다 길어진 탓에 낙산대불(樂山大佛)은 다음날로 미루고 이날은 아미산 부근의 홍주산(紅珠山)관광호텔에서 잤다.

7월3일 금요일은 버스를 30분가량 달린 후 케이블카를 타고 아미산 만년사(萬年寺)로 갔다. 오전 8시49분 도착. 해발 3099m의 아미산은 중국 불교의 4대명산답게 명찰(名刹)이 많다. 이 중 만년사(서기 399년 건립)는 코끼리 위에 앉아 있는 보현보살(普賢菩薩) 동상으로 유명하다. 이날 만년사는 “옴마니반메훔(관세음보살의 자비를 나타내는 주문)” 녹음소리가 경내에 울려퍼지는 가운데 “푸셴푸사(보현보살의 중국발음)”를 외치면서 탑돌이를 하는 신도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만년사가 ‘중국에서도 손꼽히는 기도도량(道場)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 나도 모르게 숙연해졌다.

오전 10시20분에 버스를 타고 낙산으로 달렸다. 오전 11시25분 낙산대불 선착장에 도착했다. 서기 803년에 완공된 낙산대불(樂山大佛)은 당나라 해통(海通) 스님이 민강의 홍수를 막고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 10여 년간 만든 대형 석불로, 세계 최대 좌불상이다. 전체 높이가 71m이고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낙산대불을 보는 방법은 배를 타고 보는 방법과 가파른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는 방법이 있다. 전날 몽정산 일정 지연의 여파가 미친 데다 일행들이 선상관람을 원해 이날은 배를 타고 낙산대불을 봤다. 도중에 비가 와서 느긋하게 감상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사진도 허겁지겁 찍는 데 만족해야 했다. 낮 12시16분 하선(下船).

오후에는 성도의 사천성 여유국 건물에서 한국인 방문단이 사천성 여유국 공무원 및 관계자들과 함께 회의를 했다. 주최 측은 한국인 방문단에게 ‘한국 30인 VIP 사천성 관광개발 및 고찰방문’이라는 거창한 명칭을 붙였다. 이날 한국인 방문자들은 사천성 방문 소감을 밝히고, 한국과 사천성 간의 인바운드-아웃바운드 관광 활성화를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한국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와중에도 중국 지방정부인 사천성 정부가 한국인들을 대거 초청해 한국인 관광객을 늘리기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중국 공무원들은 이렇게 불철주야 발로 뛰고 있는데 우리 공무원들은 뭐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 고대 사천성 유물이 대거 출토된 삼성퇴.
- 고대 사천성 유물이 대거 출토된 삼성퇴.

사실상 마지막날인 7월4일(토)에는 사천성과 중국의 심볼인 성도팬더번식센터와 三星堆)박물관, 수정방(水井坊)박물관을 둘러봤다. 팬더는 영상에서 많이 봐서 그런지 동심이 없어져서 그런지 특별히 신기하진 않았다. 아이가 있는 가족은 물론 이곳이 필수 코스다. 인류 고대사에 관심이 많은 학구파라면 삼성퇴박물관을 권한다. 삼성퇴는 유물의 미스터리로 인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유적이다. 삼성퇴인들은 외양이 너무 특이해서 외계인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 수정방박물관은 남자들이 좋아하는 곳이다. 이곳에는 각각 시대가 다른 술 저장탱크, 아궁이, 증류기 터 등이 있고 중국의 명주 수정방의 다양한 제품이 전시 및 판매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전혀 보지 못한 제품을 다수 갖추고 주당(酒黨)들을 유혹한다. 나도 사고 싶은 유혹을 간신히 뿌리쳤다.

사천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요리다. 사천요리는 당당히 중국 4대요리에 들어가며 다른 지역의 요리와 확연하게 구분된다. 바로 매운 맛이다. 사천사람들의 사천요리 자부심은 대단하다. 그들이 즐겨 쓰는 표현 중에 ‘음식은 중국에 있고, 맛은 사천에 있다(食在中國 味在四川)’, ‘매운 것은 두렵지 않다. 맵지 않을까 두려울 뿐이다(不辣, 不辣)’ 등이 있다. 한국인 입장에서 중국음식은 느끼한데 사천음식은 그렇지 않아 매운맛을 즐기는 한국인의 입맛에 딱이다. 요즘 중국에서 대세인 화과(火鍋·중국발음 훠궈)도 사천음식이다. 토요일 저녁 우리 일행은 한국의 자존심을 걸고 가장 매운맛의 화과에 도전했다. 동대문엽떡 같은 엽기적 매운맛을 접해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 사천의 매운맛은 생각보다는 약했다. 사실은 우리가 매워져서 그런지도 모른다. 사천성은 면적이 남북한 합친 것보다 2배나 크고 중국에서도 관광자원이 가장 많은 곳 중의 하나다. 유네스코세계유산은 중국 내에서 사천성이 가장 많고 관광자원이 4000곳이 넘는다. 천하절경으로 한국에 널리 알려진 구채구(九寨溝)도 사천에 있다. 사천성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최소한 1주일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사천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 중의 하나가 테마여행 또는 스토리텔링여행이 될 것이다. 삼국지나 무협지를 좋아하는 이들은 사천성을 꼭 가봐야 한다. 불교신자들에겐 성지순례코스로 적합하다. 이번 팸투어에 여행사들도 많이 참가했기 때문에 조만간 사천성 전용상품도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4박6일간의 유쾌한 사천여행이었다.

 

[사천성 여행 문의]
사천성정부여유국 한국대표처 070-7018-4000

1. 낙산대불 / 2. 몽정산 차업체 직원들의 차 따르기 시범공연 3. 천극의 한 장면
1. 낙산대불 / 2. 몽정산 차업체 직원들의 차 따르기 시범공연
3. 천극의 한 장면

4. 사천성 성도의 무후사 입구 / 5. 중국의 상징인 사천성 팬더 6. 청나라 때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거리 금리(錦里).
4. 사천성 성도의 무후사 입구 / 5. 중국의 상징인 사천성 팬더
6. 청나라 때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거리 금리(錦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