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시골 소녀였던 저자를 ‘시험의 神’으로 만들어준 비결은? 

지난 6월16일의 일이다. 광화문에 볼일이 있어 아침에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스마트폰에서 흥미로운 책을 발견했다. <7번 읽기 공부법>이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공부 머리 없어도 딱 일곱 번만 읽어라”는 것이 이 책의 요지다. 이렇게 하면 책 한 권이 머릿속에 통째로 복사된단다. 결과는? 독학으로 도쿄대 입학, 수석졸업, 대학 재학 중 일본 사법시험과 1급 공무원 시험 패스. 이 책의 저자가 이렇게 해서 일궈낸 결과다.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보자. 야마구치 마유(山口眞由)씨는 1983년 홋카이도 삿포로(札幌)에서 태어났다. 고교 진학을 계기로 홀로 도쿄(東京)로 상경해 2002년 도쿄대에 입학했다. 법학부 3학년 때 사법시험, 이듬해에 국가공무원 제1종 시험에 합격했고, 대학 4년 내내 전 과목 최우수 성적을 받아 총장상을 수상하면서 수석으로 졸업했다. 졸업 후 재무성에 입사해 국제과세 등 조세정책업무를 담당했으며, 2009년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다.

여기까지 읽으면 저자가 진짜 천재(天才)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본인의 주장에 따르면 평범한 소녀였다. 그는 “나는 남들보다 두뇌회전이 월등히 빠르거나 발상이 뛰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양쪽 모두 평범하기 그지없었지만 공부라는 힘만을 믿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파격적인 발언을 많이 한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이 사람은 정말 천재구나’라고 진심으로 감탄할 만한 사람은 만난 적이 없다. 학창 시절을 보냈던 도쿄대, 졸업 후에 재직했던 재무성, 현재 몸담고 있는 변호사 세계에 이르기까지 가는 곳마다 우수하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봤지만 그들도 모두 어떤 형태로든 노력과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은 설령 존재한다 치더라도 극히 소수가 아닐까 싶다.”

머리가 안 좋다고 자학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이 말은 듣던 중 반가운 말이다.

파격적인 발언은 또 있다. “공부는 결코 즐거운 것이 아니다. ‘배우는 것은 재미있다!’, ‘즐거우면 의욕이 생겨난다!’와 같은 구호는 솔직히 말해 일종의 환상 같은, 현실과 동떨어진 선동문구라고 생각한다.”

살아보면 싫든 좋든 공부는 해야 한다. 공부가 모든 것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마피아 두목도 제 자식은 하버드를 보내고 싶어 하는 게 좋은 예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정답은 자신만의 공부법을 확립하는 것이다. 저자는 효과적인 ‘자신만의 공부법’을 확립했다. 이 방법은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도 쉽게 실천에 옮길 수 있고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코노미조선>은 저자와 이메일 인터뷰를 시도했다. 저자는 바쁜 와중에도 성심성의껏 장문의 답변을 보내왔다. 가감 없이 원문 그대로 번역해 싣는다.

- 한국에서도 이 책의 인기가 높습니다. 감상은 어떠신가요? 인기 이유가 뭘까요?
“한국은 대단히 공부에 대한 열의가 강한 나라, 이른바 ‘공부대국’이라고 듣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대단히 학력 레벨이 높은 나라로 평가를 받아, 몹시 기쁘게 생각합니다. <책을 읽는다>는 내 공부법은 혹시 유교를 공부해 과거에 합격한 과거 한국의 관료들과 동일한 공부법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일본 한 나라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평가받고 있다는 것은 시대와 나라를 초월한 보편성을 갖고 있다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책을 읽는다>는 내 공부법은 그만큼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책에 적힌 내용은 일본의 시험 공부가이드입니다. 형편이 다른 한국에서도 통용된다고 생각합니까?
“앞의 질문에 대한 회답에서 쓴 대로 <책을 읽는다>는 공부법은 원래 시대와 나라를 초월하는 보편성을 갖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일본의 시험제도 특징은 지식을 배우고 그것에 의해 회답하는 방식인 것, 구술(口述)이 아니라 필기가 중심인 것입니다. 한국의 시험제도를 충분히 알지 못하지만, 만약 일본의 시험제도와 공통점이 있다면 내 공부법은 한국 시험제도와의 친화성이 더 높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6월27일 현재, 한국의 대학입학시험은 138일 남았습니다. 이런 수험생들도 당신의 방식이 적용된다고 생각합니까?
“물론입니다. 제 경험상, 138일은 ‘7번 읽기’로 공부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사법시험에는 필기시험이 있고, 필기시험에 합격하면 구술시험을 받고, 그것이 합격하면 떳떳이 변호사 자격을 얻습니다. 필기시험을 마친 저는 사법시험에 관해서 일체의 공부를 그만뒀습니다. 필기시험에 합격한다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구술시험 공부를 해도 소용없는 게 아닐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필기시험에 합격한 것을 알았을 때, 저는 기쁨과 동시에 큰 공포를 느꼈습니다. 구술시험까지는 2주밖에 없고, 사법시험에 관한 저의 지식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로부터 2주간 저는 필사적으로 ‘7번 읽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2주간으로 지식을 다시 되돌릴 수 있어 무사히 구술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을 생각하면 138일이라는 것은 ‘7번 읽기’로 공부하기에 지나치게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 책에는 다만 일곱 번 읽는 것으로 되는 게 아니라, 단계별 포인트가 있다고 합니다. 자기스타일로 변형해도 좋을까요?
“물론 좋습니다. 나 자신은 절대로 일곱 번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번 읽는 것과, 여러 번 읽는 것을 전제로 하면 읽는 방식은 결코 한 번밖에 읽지 않을 때와 동일하지는 않다는 것을, 책 속에서 전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말씀하시는 대로의 이해로 훌륭합니다.”

- 당신 책에는 공부의 즐거움은 그다지 강조되고 있지 않은 듯합니다. 한국인은 공부의 즐거움을 중시합니다. 지금도 공부는 결코 즐겁지 않다고 생각하십니까? 양립시킬 수 있을까요?
“공부가 즐겁다고 생각할 때는 많이 있습니다. 컨디션이 좋고 집중력이 있어 머리가 맑을 때 지식을 스펀지처럼 흡수하거나 척척 문제를 설명한다든지 하는 것은 즐겁습니다.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것은 두근두근합니다. 그러나 나 자신에 있어 공부란 결코 그것뿐은 아닙니다. 컨디션이 나쁠 때, 집중력이 계속되지 않을 때, 머리가 작동하지 않을 때도 공부를 계속했습니다. 지식이 전혀 내 머리에 들어오지 않을 때도, 어려워서 감당이 안 될 때도 공부를 계속했습니다. 그것은 결코 ‘즐겁다’로 해결될 만큼 안이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그래도 최종적으로 ‘즐겁다’고 생각합니다. 나 자신은 자신에게 부하(負荷)를 거는 것이 좋습니다. 공부든 뭐든 지금 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라, 할 수 없는 범위에 손을 뻗치는 것이 좋습니다. 그것은 노력을 동반하는 것이고, 고통을 동반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결과, 어제의 자기보다 오늘의 자기가 성장하고 있다고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 있습니다. 어제는 머리에 들어오지 않던 문장이 오늘 또 읽으면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식으로 생각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저는 그러한 때 진심으로 ‘즐겁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처음의 즐거움보다도 더 깊고 충실한 기분을 주는 것입니다.”

- 독자들이 보내준 감사 메일을 공개해 주시겠습니까.
“독자 쪽으로부터 직접 메시지를 받는 일도 있고, 기쁘게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편지 중에는 독자 쪽이 공개되는 것을 의도하지 않고 쓴 것도 많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역시 주저를 느끼므로, 죄송하지만 공개하는 것은 삼가 주셨으면 하고 생각합니다.”

- <7번 읽기 공부법>의 저자 야마구치 마유 변호사는 “나의 공부법이 한국 독자들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7번 읽기 공부법>의 저자 야마구치 마유 변호사는 “나의 공부법이 한국 독자들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운전면허시험은 합격하기 쉬운 시험인데 당신 같은 시험의 신이 떨어졌다는 것은 믿을 수 없습니다. 원인이 뭔가요?
“일본의 운전면허시험은 실기시험과 필기시험의 조합입니다. 어느 쪽에서든 불합격이 되면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없습니다. 저는 실기시험에서 불합격이 됐으므로, 필기시험에서 만점이라도 합격할 수 없었습니다. 실기시험이 불합격이 된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7번 읽기’는 지식을 몸에 익히기 위한 방법론이어서, 기술을 몸에 익히기 위한 방법론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자동차학원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거기서 받은 텍스트를 ‘7번 읽기’로 공부해서 도로표지와 교통법규 지식을 얻는 것은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플래셔(자동점멸장치)를 켜서 길을 돌고 세로열 주차를 하고 차고(車庫)에 넣기를 하는 실기능력을 몸에 익히는 것은 되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는, 그러하더라도 가능한 한 준비를 해야 했는데도 나 자신이 준비를 게을리 한 것이었습니다. 일본의 법률 및 일반관습법상 면허를 갖지 않은 드라이버는 공도(公道)에서 운전을 연습할 수 없습니다. 그러하더라도 지금 생각하면 자동차학원에서 보강을 받아 연습량을 늘리든지 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었을 터인데, 그때는 그것을 게을리 하고 있었습니다. 일본서 최고 대학에 합격한 저는 운전면허시험에 떨어질 리 없다고 깔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어떤 때도 항상 가능한 한의 준비를 해왔습니다. 고역이었던 거꾸로 오르기도 체육 실기 테스트 전에 방과 후 남아서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물구나무서기도 고교에 아침 일찍 다녀서 연습했습니다. 자동차 운전면허에 떨어진 것에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나 자신은 결코 ‘시험이 장기’인 것은 아니고, ‘준비가 장기’인 것이리라. 만전의 준비를 하기 때문에 최선의 결과가 얻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때로는 나 자신이 원래 시험이 장기여서 내 공부법을 흉내 내도 성적이 안오르지 않을까 하는 취급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운전면허시험에 떨어진 것은 역으로 결코 그러하지 않은 것을 증명하는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한국에 오신 적 있습니까? 한국방문의 의향은 있습니까? 있다면 시기는 언제입니까?
“엄마와 여동생과 관광여행으로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삼겹살, 삼계탕, 설렁탕, 죽, 본고장의 음식은 뭐든지 놀랄 만큼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아침에 또 때밀이도 체험했지만, 미용대국인 만큼 대단히 만족했습니다. 종묘도 견학하고 ‘대장금’이라는 한국 드라마의 열성팬이었던 엄마는 몹시 기뻐했습니다. 한국요리를 매우 좋아하는 저는 일본에서도 자주 먹고 있습니다. 근처에 설렁탕이 맛있는 가게가 있어서 거기에 자주 먹으러 가고 있습니다. 낭비하는 시간을 싫어해서 조금이라도 많은 시간을 공부와 일에 충당하고 싶은 저는 한국요리가 대단히 합리적이라고 느끼고 있어서 그것이 좋습니다. 가게에 들어가면 김치가 바로 나오고, 일품에 특화돼 있는 가게가 많아 효율적으로 요리가 돼서 대기시간이 적고 맛도 각별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요리를 매우 좋아해서 또 반드시 한국을 방문하고 싶습니다. 몇 번인가 계획을 하고 있지만, 결국 형편이 안 맞아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일전에는 아침 점심 저녁 세끼 전부 가이드북을 보고 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먹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 가게 전부를 다 돌 수 없었습니다. 본고장 냉면을 먹을 수 없어 몹시 유감이어서 이번에는 꼭 먹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 한국 독자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한국의 독자 여러분, 제 책을 손에 쥐고 계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대학시험 등 공부가 몹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듣고 있습니다. 질문 중에 ‘시험의 신’이라고 말씀해주셔서 몹시 송구스럽습니다. 나 자신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원래 공부를 잘했던 것도 아니고 특별히 요령이 좋았던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많은 콤플렉스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 저도 성과를 발휘할 수 있었던 비결은 공부법에 있습니다. 공부하고 있으면 괴로운 것도 반드시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오늘의 자기는 어제의 자기보다 확실히 성장하고 있을 터입니다. 자기를 믿고 분발해 주세요. 여러분의 시험이 잘 되도록 진심으로 기도하고 있습니다.”

- 당신이 말씀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이 책은 그냥 공부법이 아니고 나 자신의 인생을 쓴 책이었습니다. 지방 출신의 콤플렉스 덩어리였던 제가 공부법이라는 무기를 몸에 익혀 자기에게 자신을 가질 수 있게 되고, 그리고 조금씩이지만 착실히 앞으로 나아간 이야기를 쓴 셈입니다. 스포츠도 못 하고 용모에도 콤플렉스가 있었던 제가 도쿄의 고교에 진학하고, 도쿄대에 합격하고 관료가 되고 변호사가 된 것은 공부의 힘이었습니다. 그리고 올 여름부터 일본을 나가서 해외 로스쿨에 유학하는 계기가 된 것도 역시 마찬가지로 공부의 힘입니다. 저는 공부법이라는 무기를 얻은 것으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할 수 있었습니다. 독자 여러분 중에도 저와 마찬가지로 일이 잘 안 풀려서 고민한다든지 콤플렉스가 있어서 고민한다든지 하는 분이 계실지도 모릅니다. 콤플렉스 덩어리에서 공부에 의해 그것을 조금씩 극복해 인생을 개척한 저의 이야기가 그런 여러분에게 어떤 형태로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이것만큼 기쁜 일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