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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13일 박근령 공화당 상임고문과 신동욱 공화당 총재가 결혼식을 올렸다 |
대개 돈과 힘은 소수의 스타에게 몰린다. 그러다 한 번 씩 관객들이 주인공들의 연기에 염증을 느끼는 순간이 온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부상하는 게 ‘씬스틸러(scene stealer)’다. 강렬하게 눈길을 붙잡는 씬스틸러들의 등장으로 전체적인 흥행은 그럭저럭 유지된다. 그렇게 한 시대가 흘러간다.
영화 얘기가 아니다. 정치 얘기다. 미국 정치계에 씬스틸러 돌풍이 거세다. 지지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자칭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23%를 얻었다.(지난 4일 CBS 여론조사) 정치의 예능화라 자조하던 워싱턴 정가도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주 한국 뉴스에서의 씬스틸러는 단연 박근령 공화당 상임고문과 신동욱 공화당 총재 부부였다. 지난 7월 30일 박근령 고문이 일본의 인터넷방송 니꼬니꼬와 인터뷰한 내용이 알려지며 며칠째 검색어 순위를 장식했다.
"아내 단세포 아니야"
신동욱 총재는 8월 7일 인터뷰 내내 억울해 했다. 자신들을 ‘정신질환자’, ‘1차원적 사고의 소유자’라 표현한 일부 종편 패널들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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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꼬니꼬와의 인터뷰 내용 중 천황 폐하라는 표현을 쓰신 게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왜 쓰신 겁니까.
“공식적인 자리에서 천황폐하라는 표현을 제 아내가 처음 쓴 줄 아십니까. 아닙니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쓴 표현이예요. 지난 1998년 10월에 김 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습니다. 방일 전에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박지원 의원이 ‘일왕이라는 표현 대신 천황이라는 호칭을 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브리핑까지 했어요. 방일 기간 모든 연설문과 담화문에 ‘천황폐하’라는 표현을 대통령이 직접 썼구요.
‘위안부 피해자분들을 한국 정부가 책임지는 게 좋다’라는 말도 그렇습니다. 김 전 대통령이 일본을 다녀와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함으로써 일본의 진지한 반성을 유도하려고 했다. 종군 위안부에 대한 배상책임을 묻지 않겠다’ 박근령 고문 전에 이미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 말이라 이겁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예요. 2003년 6월에 일본 방문했을 때 연설하면서 ‘천황폐하’라고 했어요. 일국의 군통수권자가 이런 말을 한 것은 생각하지 않고 왜 자연인 박근령만 붙들고 늘어집니까. 마녀사냥하는 겁니다.
말이 나와서 말이지만, 친일인명사전에 박정희 각하를 친일 인사로 올려놨지요. 김대중 전 대통령도 창씨개명했어요. ‘도요타 다이쥬’가 그의 이름입니다. 그럼 김대중 대통령은 왜 친일인명사전에 안 올려놓습니까.”
-한일관계에 대해 설명하면서 ‘바람난 남편’으로 일본을 비유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는데.
“쉽게 설명하려고 한 거죠. 성경에 이런 말이 나와요. ‘예수님은 구름을 타고 오셨다’ 이건 은유 아닙니까? 아내도 은유를 쓴거예요. 달을 봐야지 왜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봅니까. 니꼬니꼬와 인터뷰할 때 미리 정해놓은 어떤 사전 답변도 없었어요. 즉흥적으로 인터뷰한 겁니다. 원래 30분 예정이었는데 하다보니 100분으로 늘어났어요."
빚만 8억
-어떤 계기로 인터뷰를 하게 된겁니까.
“종전 70주년을 맞아 일본에서도 한일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되돌아보자는 움직임이 있어요. 제3자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보자 이런 의도를 갖고, 니꼬니꼬가 영국 BBC(프로덕션) 측에 제작을 의뢰했습니다. 그 결과 <한국과 일본을 묶는 매듭>이라는 제목으로 임진왜란 때부터 양국의 관계를 조망하는 다큐멘터리가 나갔어요. 방송이 나가고 그 일환으로 아내에게 인터뷰의뢰가 온거죠.”
-거액의 출연료를 받은게 아니냐는 얘기가 있는데요.
“한푼도 받은 것 없습니다. 비행기값과 숙박료는 그 쪽에서 부담했구요. 저희가 가난하니까 돈을 받았을 거다, 이러는데 가난이 죕니까”
-생활 형편이 그렇게 안좋으신가요?
“사람들은 저희 부부가 돈이 많은 줄 알더군요. 빚만 8억입니다. 지금도 빚쟁이들한테 하루에 서너통씩 욕문자가 옵니다. 저희 아내가 제가 감옥에 있을 때 옥천에서 출마를 했습니다. 이 때 재산공개를 했는데 0원이라고 했더라구요. 출소하고 제가 말했어요. ‘마이너스 수억원을 써야되는데 왜 0원이라 거짓말 하셨습니까.’ 아내는 이렇게 답하더군요. ‘있는 재산을 없다고 감추는 건 나쁜 거짓말이지만, 없는 걸 있다고 한 거니 이건 선의의 거짓말입니다.’”
-대체 빚을 왜 지셨나요?
“2007년에 아내가 육영재단 분쟁 때문에 소송을 하지 않았습니까. 소송 비용대느라 빚이 생겼는데 이게 눈덩이처럼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해결이 안될 것 같아서 제가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파산신청합시다.’ 아내가 ‘며칠 생각해보겠습니다’ 하더니 며칠 뒤에 그러더군요. ‘그래도 저는 아버지, 어머니의 딸입니다. 나중에 어떻게 두분을 뵙겠나요. 제가 노력해서 평생 갚으며 살겠어요.’
그 후로 여기저기 강연 같은 곳에 다니면서 사례비를 받아 생활하고 있어요. 명색이 대통령 여동생인데 운전기사가 있습니까? 비서가 있습니까? 제가 운전하고 다 하다가 요즘엔 제가 공화당 활동으로 바쁘니까 주로 택시를 타고 다닙니다.
저는 출소 후에 여기저기 이력서를 내봤는데 받아주는 곳이 한 곳도 없었어요. 세계사를 보세요. 권력자의 딸은 모두 금전적으로 풍족합니다. 20년 넘게 권력자의 딸, 여동생으로 살고 있는데 재산이 한푼도 없어요. 존경해야 하는거 아닙니까, 감히 누가 이 사람의 삶에 돌을 던집니까. 오히려 대한민국을 빛내고 있는 사람 아닙니까.
사람들은 제가 돈이나 권력을 노리고 결혼했다고 하는데 제가 결혼할 때 이 사람, 돈 한푼 없었습니다. 제가 그랬어요. ‘이건 대한민국이 미친 거다. 남자로 태어나서 당신을 다시 반듯하게 세우는 게 나의 소임이다.’ 그러고 결혼한 거예요.“
두 사람은 2006년에 만난 후 2008년에 결혼했다. 신 총재는 지난 2008년 2월 한나라당에 공천 신청을 내고 탈락하기도 했다. 결혼하기 전에 신 총재가 박근령 고문을 ‘공주님’이라고 부른 사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신 총재는 “농담으로 아내가 저를 ‘부포깡패’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냥 평범한 부부처럼 살고 있다”고 말했다.
2017년 대선 출마 예정
-공화당 당원은 몇 명입니까. 후원금은 들어옵니까.
“현재는 7개 시도당이 있고 당원은 약 8천명입니다. 경남에서 도당이 곧 생기니까, 합하면 약 1만명입니다. 후원금은 지난 1년간 750만원 들어왔습니다. ”
-750만원으로 당 운영을 어떻게 하시나요?
“안먹고 안쓰면 됩니다. 저는 돌아다닐 때 전철, 버스 탑니다. 사람 만날 때도 탑골공원 옆에서 저렴한 안주를 사이에 두고 얘기합니다. 당사는 사당역 부근의 컨테이너 박스입니다. 시도당 사무실은 부동산과 미용실입니다. 돈으로 만든 게 아니라 대의로 만든 당입니다. 박정희 각하고 지하 벙커에서 혁명을 했어요. 현재 등록된 정당이 17개가 있습니다. 등록을 준비중인 당이 8개예요. 총선 끝나면 다 사라질 겁니다. 저희는 달라요.
선거에 참여하는 게 정당의 기본 의무 아닙니까? 지난 4.29재보선 때 공화당이 관악 을에 후보를 냈습니다. 정의당을 봅시다. 후보를 냈다가 정동영 후보를 민다고 후보를 뺐지요. 정당으로서 역할을 포기한 거 아닙니까. 저희가 그 때 관악에서 얻은 표가 76표예요. 0.009%의 득표율이었습니다. 남들은 뭐하는거냐 손가락질했지만 저는 박수를 쳤습니다.
그때 공화당은 ‘2천만원 선거프로젝트’를 하고 있었어요. 정확히는 1,850만원을 갖고 선거활동을 했습니다. 돈이 없어도 꿈을 향해 달려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기탁금 1500만원을 빼면 실질적으로 350만원 가지고 선거 치른 겁니다. 350만원으로 76표를 얻은거예요. 나는 박수치는데, 거대 여야 정당은 저를 비웃었어요. 과연 누가 잘못된 겁니까. 이게 돌출행동입니까? 용기예요.“
-다가오는 총선에도 후보를 낼 겁니까.
“낼 겁니다. 내년 원내 진입이 목표입니다. 성공하면 새누리당과 여권 연대를 제안할 겁니다. 기존 프레임으로는 보수정권 재창출 안됩니다.”
-후보를 어떻게 모으실 겁니까.
“국회의원 잘못 출마하면 집안이 망한다고 합니다. 공천 헌금 답 없어요. 카드대금 돌려막기입니다. 헌금 낸 사람이 나중에 받는 거예요. 신인들을 대상으로 2000만원 선거프로젝트 할 사람을 모집할 겁니다. 줘 본 적도 없고 받은 적도 없는 사람 앉힐 겁니다. 공천 헌금 가져올 돈 있으면 그 돈으로 지역구에서 유세하라는 게 저희 방침입니다.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사람을 이삭줍기할 겁니다. 선거를 대비한 전략 전술입니다. 공천 떨어진 사람들 다 오라는 거예요. 그분들은 선거의 선수들입니다. 알아서 하겠죠? 원내 진입한 후엔 2017년 대선에 출마할 겁니다.”
-2018년까지 피선거권 박탈당하지 않으셨나요?
“이번 8.15 특별사면에 포함되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박근령 고문과 신 총재님의 언행을 두고 언니인 대통령에 대한 ‘어깃장’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제가 감옥에서 나와보니 집이 공중분해됐어요. 피가 물보다 진하다는 게 진리지요. 작년에 박지만 회장이 전셋집을 얻어줬습니다. 그 분이 혼자 한 행동이겠어요? 대통령과 상의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걸로 형제간에 화해가 된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역대정권에서 친인척이 당을 만든 사례가 없어요. 저희가 처음입니다. 저는 공화당 총재고 대통령은 새누리당으로 당선된 분입니다. 총선에서 대결 관계라는 거죠. 저희 부부는 정치활동을 하는 겁니다. 왜 사적관계로만 묶습니까. 저희는 굴하지 않습니다. 진실은 왜곡하려해도 진실일 뿐이예요.
방송 패널들 문제 많습니다. 장상민씨는 DJ의 비서였던 사람이예요.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정동영 의원의 언론특보였지요. 박용진씨, 민영삼씨 둘 다 야당 대변인 출신이고요. 이 분들이 김대중, 노무현 두 전 대통령들이 천황폐하라는 표현을 쓴 걸 몰랐을가요? 몰랐다면 정치평론할 자격이 없는거 아닙니까.
채널A에 한 변호사가 나와 제 아내의 입에 ‘자크를 채워야한다’고 얘기했어요. 인격 살인이예요. 다른 변호사는 아내가 1차원적 사고관을 갖고 있다고 얘기했고요. 제 아내는 경기여고와 서울대를 나온 사람입니다. 단세포로 볼 수 있습니까?"
"전셋집 얻어준 처남에게 고맙다"
-이번 인터뷰가 나라를 위해 한 거라는 말씀이신가요.
“이런 식으로 가면 박근혜 대통령의 남은 임기동안 한일관계 개선안될 겁니다.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 불쏘시개가 되자. 우리가 희생에 한일관계가 해빙 무드로 가면 얼마나 보람된 일이냐. 8월 15일 전후로 아베 총리가 담화를 발표할 겁니다. 거기에는 한일관계에 대한 해빙무드를 암시하는 멘트가 나올겁니다. 안 나오면 아내와 저는 단두대에 올라가야겠지요. 이희호 여사가 방북을 했지요. 적국하고도 관계 개선하자고 하면서 왜 일본하고는 관계 개선 못합니까”
-박 대통령 취임 후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나 비서실에서 연락을 받은 적이 있습니까.
“한 번 받았지요. 지난해 6월 저희 아내 환갑 때 대통령이 축하하는 의미로 화분을 보내셨잖아요. 제가 자작극했다고 했는데 누가 주문했는지 조사해보면 나올 거 아닙니까. 만약 제가 자작극 벌인거면 저는 한번 더 감옥에 가야겠지요.”
당시 신 총재는 트위터에 청와대에서 온 난이라며 사진(아래)을 공개했다. 난에는 "축 환갑. 둘째야 사랑한다. 대통령의 딸인 대통령 언니가“라고 쓰인 리본이 붙어있었다. 문구에 대해 신 총재는 ”심부름한 참모가 오버한 것 아닌가. 과했던 건 사실이지만 대통령이 보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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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형제지간을 갈라놓고 있지않습니까. 저희 부부보고 그러지요. ‘저러니 형제들이 버렸지’ 대체 저희가 뭘 잘못했습니까. 우리만큼 대한민국 사랑하는 사람이 어딨습니까. 세월호 정국 이후에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제가 100일 동안 대한민국 곳곳을 직접 돌아봤어요. 애국은 말로 하는 게 아닙니다. 행동하는 겁니다. 방송 패널들은 말로 애국합니다. 제가 직접 실험 단식해보면서 김영오씨 거짓말 밝힌 거 아닙니까. 그게 튀는 행동이예요?”
-대통령이나 박지만 회장과 최근에 사적으로 접촉한 적은 없습니까.
“저는 없습니다. 그런데 아내와 박 회장은 자주 통화합니다. 간접적으로 (저와 박 회장 간에)메시지가 전달된 것 아닙니까. 저는 전셋집 얻어준 처남에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