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조선·RSN 공동조사]

‘못한다, 안한다, 이상하다.’

우리 네티즌들이 일본 관련한 생각을 밝힐 때 가장 많이 쓰는 단어다. 한 눈에 봐도 부정적인 단어 일색이다. 꽉 막힌 양국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명사로 많이 등장한 것 역시 △피해자 △위안부 △방사능 △폐기물이다. 앞의 두 개는 종군위안부 관련이고 나머지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수산물의 국내 반입을 우려한 목소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조선>이 광복 70주년을 기념, 빅데이터 기반 소셜 분석 전문기관 RSN(Restructure Social Network·www.realsn.com)에 의뢰해 연도별 네티즌들이 생각하는 한일 관계를 짚어봤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취임(2012년 12월) 전후 달라진 한일 관계를 짚어보기 위해 이번 조사는 2012년 9월1일부터 올 6월30일까지 34개월 간 주요 미디어 사이트, 블로그, 인터넷 카페, 커뮤니티,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 올라간 데이터를 근거로 실시됐다. 수집 데이터만 4708만6362건에 달하는 방대한 규모였다.

아베 총리 취임 이후 주요 SNS 데이터 분석
일본과 관련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던 것은 아베 총리 취임 직후인 2012년 12월 급증했다. 당시 인터넷에 일본과 관련해 많이 등장한 것은 아베, 일본 정부, 정권 등 정치적인 키워드였다.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던 것이 지난 2013년 8월 걸그룹 크레용팝이 일본 걸그룹 모모이로 클로버Z의 의상을 표절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큰 폭으로 늘어났다. 또 지난해 6월 문창극 당시 국무총리 지명자가 총리 지명 전에 모 교회 강연에서 “일제 침략과 식민 지배는 하느님의 뜻”이라고 말한 것이 논란이 되면서 일본과 관련된 부정적인 키워드가 급증세를 이뤘다. 이때 주요 인터넷 공간을 차지한 키워드는 위안부, 논란, 왜곡이었다.

아베 총리에 대한 부정적인 키워드 변화는 취임 직후인 2012년 12월과 2014년 6월 문창극 당시 국무총리 지명자의 강연 논란 때만 높았을 뿐 전체적으로 일정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런 가운데 아베 총리와 관련한 정보량은 시간이 갈수록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취임 직후 잇따른 망언으로 공분(公憤)을 샀던 것이 점차 네티즌 사이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피로도가 그만큼 커졌다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한일 관계와 관련한 부정적인 키워드를 분석한 자료에서도 2013년 7월 잇따른 일본 정부 각료들의 망언이 터져 나온 직후에만 부정적인 의견이 높았을 뿐 뒤로는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국내 주요 언론들이 일본과 관련한 다양한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는 것과 다르게 일반 네티즌들의 반응은 미온적이라는 점이다. 일본이라는 키워드 역시 언론이 211만여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795만건이 쏟아졌던 지난 2013년에만 큰 차이를 보였을 뿐, 해마다 격차는 빠르게 줄고 있다. 올 상반기 언론의 일본 관련 키워드는 120만건, SNS는 246만건에 그쳤다. 단순 계산해도 지난해 (언론 243만건, SNS 468만건)의 절반 수준이다. SNS에서 일본 관련 키워드가 언론사보다 많았던 것은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은 한국 정부를 비판했던 2013년 8월뿐이었다. 이때를 제외하고는 언론과 SNS 간 격차는 늘 큰 차이를 기록했다. 김낙영 RSN 이사는 “일본 관련한 뉴스가 쏟아질 때마다 주요 미디어들이 냉·온탕을 오가며 뜨거운 취재열기를 보이는 것과 달리 일반 네티즌은 단순히 이를 퍼다 나를 뿐, 확대 재생산하지는 않았다”고 분석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일본과의 키워드를 비교, 분석한 조사 결과도 흥미로웠다. 일본을 주제로 박 대통령과 관련해 긍정과 부정관련 키워드가 가장 많이 늘어난 시기는 제18대 대선을 앞둔 지난 2012년 12월 네티즌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친일 정치인으로 비하했을 무렵이다. 반면, 박 대통령이 일본 교과서의 역사왜곡에 대해 우려하며 독도가 우리 영토임을 분명하게 밝혔던 지난해 초에는 긍정이 부정을 크게 앞섰다.

방사능에 대한 네티즌들의 부정적인 견해도 꽤 많았다. 네티즌들은 방사능 여파로 일본 수산물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2013년 6월부터 10월 사이 수산물·방사능이라는 단어를 집중적으로 사용했다.

반대로 긍정적인 키워드로는 일본 여행이 꼽혔다. 일본 여행에 대한 욕구는 2014년 봄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을 제외하고는 매년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참고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엔저 등의 이유로 일본 여행과 관련한 긍정 의견은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다.

‘좋다·함께·감사하다’ 등 긍정 키워드도 나와
일본과 관련한 연관검색어 중 위안부는 2012년 4분기 검색어 순위 3위에서 2013년 2분기 2위로 뛰어오르더니 5위(2013년 3분기), 8위(2013년 4분기), 14위(2014년 2분기)로 시간이 갈수록 순위가 내려가고 있다. 이는 그만큼 일반 네티즌들 사이에 위안부 문제가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방사능은 2013년 3분기 전체 연관검색어 (총 15개 검색) 조사에서 4위를 기록하더니 2014년 3분기에는 2위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 역시 최근 와서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여행과 관련한 ‘비싸다’는 키워드도 간간이 순위에 등장했다. 주로 하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이 단어(비싸다)는 주로 일본 여행에서의 경험담을 소개하는 글에서 자주 나왔다. RSN 김 이사는 “‘비싸다’는 한국과 일본 물가를 비교하는 글에 주로 등장하는 키워드”라면서 “집세와 교통비는 일본이 비싼데 비해 ‘장바구니’ 물가는 한국이 더 비싸다는 내용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일본과 관련한 긍정적인 연관단어로는 주로 △좋다 △함께 △가능하다 등이었다. 다만 최근 와서 △조용 △필요 △감사와 같은 긍정적인 언어가 등장한 것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일본 하면 우리 네티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브랜드는 무엇일까. 만 34개월 동안 쏟아져 나온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우리 네티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일본 브랜드는 소니였다. 그 뒤를 도요타, 유니클로, 샤프, 캐논, 닛산 등이 차지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일본 주요 브랜드에 대한 긍정과 부정적 평가를 분석해봤다. 그 결과, 소니, 도요타, 혼다, 유니클로는 긍정, 부정 평가 모두 나란히 1~4위를 차지했다. 다시 말해 이들 네 브랜드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많지만, 관심도가 높은 팬 층도 상당하다는 뜻이다. 긍정적인 브랜드 5위로는 닛산, 6위는 캐논, 7위는 닌텐도였다. 반대로 부정적인 브랜드는 5위가 스즈키, 6위가 캐논, 7위가 닌텐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