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 대기업 임원들이 인문학 강연회에 참석해 강연을 듣고 있다.
- 모 대기업 임원들이 인문학 강연회에 참석해 강연을 듣고 있다.

“세무사님, 퇴직금 중간정산을 올해 해야 할까요?”   필자가 올 들어 법인 임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다. 퇴직금은 법인 입장에서는 비용처리가 되고 개인 입장에서는 실효세율이 보통 5~10% 내외여서 절세 컨설팅의 방법으로 많이 활용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임원의 퇴직금 중간정산을 이슈로 한 보험사 광고까지 등장하면서 많은 임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임원의 퇴직금 중간정산이 이렇게 이슈화되고 있는 것은 내년 1월1일부터 임원의 퇴직금과 관련한 2가지 세법이 개정,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표1 참조>  첫째는 임원의 퇴직금 지급방법 중 한 가지인 연봉제 전환을 통한 중간정산 방법이 폐지될 예정이라는 것이고(법인세법시행령 제44조), 둘째는 고액 퇴직금에 대한 퇴직소득세의 실효세율이 인상될 예정이라는 점이다.(소득세법 제48조 및 제55조)

즉, 무조건적인 중간정산을 주장하는 이들은 ‘내년 이후부터는 고액 퇴직금에 대한 퇴직소득세가 인상될 예정이고 연봉제 전환을 통한 중간정산 방법마저도 향후 불가능할 것이니 연내 퇴직금을 중간정산 하는 것이 유리하지 않느냐’는 논리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만을 가지고 올해 퇴직금 중간정산을 맹목적으로 하기보다는 법인 및 해당 임원의 상황을 면밀히 검토해 중간정산을 실행할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우선 중요하게 따져봐야 하는 것은 해당 임원이 퇴직금 중간정산 사유를 정확히 이해했는지 여부다. 일반적으로 근로자의 경우는 이미 2012년 7월26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의 개정으로 인해 일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퇴직금을 중간정산하는 것이 불가능하도록 개정됐다.

그러나 임원인 경우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세법에서는 임원에 대한 퇴직급여를 중간정산해 지급하는 경우 이를 업무와 무관한 가지급금으로 간주, 법인 및 해당 개인에게 세제상 불이익을 주고 있다. 따라서 임원이 퇴직금을 중간정산하기 위해서는 세법상 정하는 사유를 충족해야 한다. 그렇다면 임원이 실제로 퇴직을 하지 않더라도 퇴직금을 중간정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법인세법시행령 제44조에서는 다음의 6가지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표2 참조>

6번의 경우 다른 퇴직금 중간정산 사유와 차이점은 바로 ‘향후 퇴직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즉, 나중에 실제 퇴직할 때에는 퇴직금을 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퇴직금을 이용한 절세 방안을 검토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6번에 해당하는 중간정산은 나머지 1~5까지 적용할 수 없을 때 사용하는 마지막 카드가 돼야 한다. 실제 필자는 올해 6번으로 중간정산을 실시하려는 임원이 있었으나 실제 상담해보니 부부 모두 무주택자여서 3번의 방법으로 중간정산할 것을 권해드린 적이 있었다.

또, 실제 세 부담을 비교해보면 중간정산이 불리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서울 구로구에서 제조업을 12년간 영위하고 계신 A사장은 얼마 전 필자에게 현재 중간정산하는 것과 10년 후 은퇴하고 퇴직금을 수령하는 것 중 어느 것이 유리한지 분석을 의뢰했다. 세법에 따라 계산했더니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표3 참조>

위 사례의 경우 올해 중간정산을 하지 않는다면 10년 후 약 9억8000만원의 퇴직금을 받는다. 이 때 추가될 세 부담은 약 2억4000만원이다. 즉, 세 부담액은 2억원가량 늘어나지만 퇴직금을 약 5억6000만원 더 받을 수 있어 세부담 증가율은 36.5%가 된다. 중간정산 후에는 퇴직금을 수령하지 못하므로, 이를 급여나 배당으로 추가 수령한다고 가정하면 4대 보험 등의 준조세까지 감안할 경우 50%의 추가 세 부담이 예상돼 중간정산하지 않는 것이 더 유리한 결과가 나오게 된다. 따라서 케이스별로 합리적 가정을 세워 면밀한 검토를 해보고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임원의 퇴직금 지급금액 및 지급방법 등은 법인의 정관이나 정관에서 위임된 퇴직급여지급규정에서 정하는 바에 의하는 것으로 정관의 변경은 상법의 절차를 따라야 한다. 실제로 과세관청은 임원에 대한 퇴직급여를 정관의 위임규정 없이 이사회결의로 정한 지급규정에 의하여 지급하는 경우 부인하고 있다. 또한 정관에서 위임된 퇴직금 지급규정은 당해 위임에 대한 임원퇴직금지급규정의 의결내용 등이 정당하고 특정임원의 퇴직 시마다 퇴직금을 임의로 지급할 수 없는 일반적이고 구체적인 기준을 말한다. 즉, 퇴직금 규정은 임원 누구라도 적용할 수 있어야 하고, 누가 적용하더라도 같은 결론이 도출될 수 있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임원의 퇴직금 중간정산을 실행하기로 한 회사라면 특정인을 위한 퇴직금 중간정산이 돼서는 안 된다. 결국 합리적인 규정 하에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지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