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심 오너셰프는 미용기술을 배우기 위해 도쿄로 건너가 나고야의 히쓰마부시를 먹게 됐고 큰 감동을 받았다. 무보수로 밑바닥부터 장어구이를 배워 2011년 마루심을 열었다.
- 이영심 오너셰프는 미용기술을 배우기 위해 도쿄로 건너가 나고야의 히쓰마부시를 먹게 됐고 큰 감동을 받았다. 무보수로 밑바닥부터 장어구이를 배워 2011년 마루심을 열었다.

일본음식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대중적이며 인기 있는 외식 종류다. 여름 보양음식으로 인기가 높은 민물장어는 한일 양국 국민들이 모두 좋아한다. 양념을 발라 즉석에서 구워 여럿이 나누는 게 한국식이라면 일인분 덮밥으로 만들어 먹는 것이 일본방식이다.

반포동의 ‘마루심(まる心)’은 일본식 장어덮밥을 솜씨 있게 내는 곳이다. 일본의 장어구이음식은 지역에 따라 형식에서 다소 차이가 있는데, 마루심은 나고야의 향토음식인 ‘히쓰마부시(ひつまぶし)’를 선보인다.

부드럽고 촉촉한 도쿄식과는 달리 많이 구워 기름이 쫙 빠졌으며 겉이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특징이 있다. 그 만큼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여 일본에서는 최고의 장어구이로 인기를 누린다. 고소하고 바삭한 겉부분과 특제양념이 스며들어 짭쪼름한 속살에 고슬한 밥의 조화가 특별하다.

먹는 방법도 독특하다. 덮밥을 4등분 후 덜어내며 각기 다른 방식으로 먹는다. 먼저 흔한 방식으로 한 덩어리를 먹는다. 다음으로 파, 고추냉이, 깻잎채를 밥에 얹어 비벼먹는다. 세 번째는 준비된 가다랑어 육수를 말아서 먹고, 마지막으로 앞서의 방식 중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골라서 즐긴다.

이영심 오너셰프는 1967년 전남 구례에서 출생했다. 20대에 상경하여 미용기술을 배우다 26살부터 미용실을 운영했다.

“더 배우겠다는 욕심에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의 미용실에서 일했어요. 쉬는 날에 나고야의 친구에게 놀러가서 ‘히쓰마부시’를 먹었는데 세상에 이런 맛이 있나 하는 감동을 느꼈죠.  전통가옥에 단아한 정원을 꾸며놓은 분위기와 그 아름다움이 기쁨을 더했어요. 밥 한 끼가 아니라 예술작품을 감상이라도 한 기분이었죠. 이때의 경험이 나중에 제 인생을 바꿔놓았어요.”

- 반포동의 ‘마루심(まる心)’은 일본식 장어덮밥을 솜씨 있게 내는 곳이다. 나고야의 향토음식인 ‘히쓰마부시(ひつまぶし)’를 선보인다.
- 반포동의 ‘마루심(まる心)’은 일본식 장어덮밥을 솜씨 있게 내는 곳이다. 나고야의 향토음식인 ‘히쓰마부시(ひつまぶし)’를 선보인다.

무보수로 밑바닥부터 장어구이 배워
1995년 지인의 권유로 회원제 레스토랑을 인수하였다. 맛과 서비스로 인기를 모았지만 일본인 파트너가 직원들을 빼내어 유사한 업소를 차렸다. 크게 낙담하여 귀국했고 일본인 수입상을 위한 구매대행업체를 차려 수익을 올렸다.

그러다 더 보람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나고야의 장어덮밥을 떠올렸다.

“유명 장어구이 집에 가서 월급 없이 가르쳐만 달라고 부탁했죠. 어렵게 고생하며 기술을 배웠지만 제가 원하는 장어구이와는 달라서 2007년에 일본으로 떠났어요.

남자도 힘든 일을 외국인 여자는 못한다며 찾아간 식당마다 퇴짜를 맞았죠. 그러다 지인의 소개로 나고야 장어요리의 명가인 ‘마루야(まるや)’에 어렵게 들어갔습니다. 거기서도 무보수로 밑바닥부터 배웠죠. 인사도 안 받으며 저를 무시하던 직원들이었는데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제 인사를 받고, 그 이후엔 먼저 인사를 해오는 사람이 생기더군요. 저의 노력과 마음을 인정받은 거죠.”

배우는 데 10년이 걸린다는 과정을 4년에 마친 그녀는 2011년 국내 최초의 ‘히쓰마부시’ 전문점인 마루심을 열었다.

“일본식 장어덮밥을 처음 맛 본 손님들이 한국식으로 바꾸라 요구했고, 일본보다 염도를 낮췄음에도 짜다는 불평이 많았어요. 게다가 일본식으로 직원들 서비스 교육을 철저히 시켰더니 하루 만에 그만두더군요. 일본음식은 맛뿐만 아니라 세심한 서비스가 함께해야만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종업원 상당수는 일본인으로 쓰고 있어요.”

1. ‘우나돈’은 도쿄식 장어구이덮밥으로, 부드러운 구이를 좋아하는 이들이 찾는다. 2. ‘장어 고무스비’는 장어초밥으로, 어린이들이 편히 한입에 먹을 수 있고 도시락으로도 좋다. 3. 장어구이를 넣어 만든 계란말이와 장어간 소스구이가 술안주로 인기다.
1. ‘우나돈’은 도쿄식 장어구이덮밥으로, 부드러운 구이를 좋아하는 이들이 찾는다.
2. ‘장어 고무스비’는 장어초밥으로, 어린이들이 편히 한입에 먹을 수 있고 도시락으로도 좋다.
3. 장어구이를 넣어 만든 계란말이와 장어간 소스구이가 술안주로 인기다.

갓 지은 고슬밥에 마루심 특제소스·민물장어 올려
마루심의 음식들을 살펴보자. ‘우나돈’은 도쿄식 장어구이덮밥으로, 부드러운 구이를 좋아하는 이들이 찾는다. ‘장어 고무스비’는 장어초밥으로, 어린이들이 편히 한입에 먹을 수 있고 도시락으로도 좋다. ‘장어구이찜’은 녹듯이 부드러워 노약자나 아이들도 잘 먹을 수 있다. 식사에 곁들이거나 술안주로는 장어구이를 넣어 만든 계란말이와 장어간 소스구이가 인기 있는데, 손질이 까다로워 한국 장어구이 집에서는 취급 않는 장어간(肝)을 고소하고 쫄깃하게 즐길 수 있다. 특히 일본인 손님들이 많이 찾는데 한정량이라 조기매진이 흔하다. 일본식 반찬절임들을 직접 만들며 식기류는 일본에 가서 고급제품으로 사온다.

“민물장어는 건강을 위해 드시는 것이기에 좋은 것으로 써야만 하죠. 전북 고창산 양식 장어를 삼일 이상 굶겨 체내 잔류약품과 사료를 배출시킵니다. 일본식 덮밥은 밥이 중요하기에 엄선된 굵은 쌀알로 고슬하게 갓 지어 대접하죠. 소스는 마루심만의 조리법으로 나고야 현지에 위탁해 생산한 것을 씁니다.”

이영심 셰프는 일본의 식당들 중 100년 이상 된 곳이 흔한 이유를 ‘정성’에서 찾는다. 같은 재료와 솜씨로 만들더라도 정성의 차이가 만족감을 다르게 한다고 믿는다. 음식뿐만 아니라  분위기와 서비스에도 정성이 더해질 때 비로소 최고의 식당으로 인정받게 된다고 말한다.

식당의 가치를 가격 대비 만족도나 효율성 혹은 맛만을 놓고서 평하는 게 일반적인 우리의 외식문화 속에서 깊이 생각해 볼만한 이야기다. 외식에서는 앞선 점이 많은 일본이기에 배워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주방에 있을 때가 가장 편하다는 그녀는 항상 위생모를 단정히 쓰고 일한다.

“제 화장이 너무 짙은 게 아니냐고 하셔요. 오랜 세월을 뜨거운 불 앞에서 장어를 굽다 보니 피부색이 푸르게 변했고 반점도 많아졌기에 흉할 것 같아서죠. 여자로서의 소중한 부분을 잃었지만 전문 조리사의 긍지와 손님들의 즐거움을 얻게 되었으니 만족합니다.”

장어음식에 곁들여 채 썬 깻잎이 나오는데 시소(차조기)잎으로 대신 요청할 수 있다. 장어덮밥을 한국식으로 비비기보다는 일본 방식으로 자르거나 깎아가며 먹기를 권한다.

일본에서는 우리의 복날처럼 7월29일을 ‘장어의 날(うなぎ[鰻]の日)’로 부르며 무더운 여름철 보양을 위해 장어구이를 즐긴다. 민물장어의 국내 월평균 소비량이 약 300톤인 데 비해 일본의 소비량은 약 8000톤으로 세계 소비량의 70%를 차지한다. 일본인들의 지극한 장어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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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순 음식칼럼니스트
2002년부터 각종 포털과 매체에 독특한 관점의 음식 칼럼을 게재하고 있는 우리나라 음식분야의 정상급 칼럼니스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