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도쿄 신주쿠 신오쿠보 ‘한인타운’은 찾는 손님이 없어 한산하다.
- 일본 도쿄 신주쿠 신오쿠보 ‘한인타운’은 찾는 손님이 없어 한산하다.

“손님이 50% 이상 줄었습니다. 2011년에는 손님이 몰려 발 디딜 틈도 없었습니다. 어림잡아 하루에 계산만 400건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류(韓流)가 힘을 잃고, 한일관계가 악화되면서 보시다시피 손님이 거의 없습니다.”

도쿄(東京) 신주쿠(新宿) 내 ‘한인타운’으로 불리는 신오쿠보(新大久保) 쇼쿠안(職安)거리에 위치한 한류상품 매장 ‘코리아 플라자(Korea Plaza)’ 직원의 말이다. 매장 안에는 일본인 여성 손님 한 명이 한국 드라마를 고르고 있었다. 코리아 플라자는 한국 가수의 앨범, 한국 영화와 드라마, 한국 연예잡지, 한국 연예인 캐릭터 상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7월10일 신오쿠보 한인타운을 찾았다. 여기저기 일본어와 한글이 섞여 있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음식점, 화장품 가게, 한류상품 매장, 옷 가게 등 어떤 가게를 가든 한국음악이 흘러나온다. 또 한국말이 통했다. 왜? 주인 또는 직원이 한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인을 상대하기 때문에 일본어도 가능하다.

이날 쇼쿠안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이 모두 한인타운 내 가게를 향하진 않았다. 한 한국 음식점에 들어갔다. 김밥, 김치찌개, 제육덮밥 등을 팔고 있었다. 당시 시간은 6시30분. 식당은 저녁을 먹으려는 손님으로 붐볐다. 한국말을 하는 걸로 봐선 손님의 절반 이상이 한국 사람이었다. 

반면 삼겹살과 불고기 전골 등 비교적 가격이 나가는 음식점은 손님이 거의 없었다. 저녁시간에 맞춰 5개의 한식당을 둘러봤지만 3팀 이상 손님이 있는 곳이 없었다. 쇼쿠안거리에서 약 20년 동안 음식점(삼겹살, 떡갈비, 갈비 등)을 운영한 A씨는 “2011년 한류 열풍이 불었을 때는 줄을 서서 먹어야 할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며 “4년 전과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점점 손님이 줄고 있어 걱정이다”고 말했다.

한일경색 국면 언제 풀릴지 몰라 
한인타운을 찾는 일본인 손님은 2013년부터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 일본 내 불던 한류 바람이 시들었기 때문이다. 2003년 TV 드라마 ‘겨울연가’가 큰 인기를 끌면서 일본에는 한류 열풍이 불었다. 이후 2009년 빅뱅, 카라 등 한국 아이돌 가수를 중심으로 한 K-POP이 일본 내 한류 명맥을 이었다. 그러나 2013년을 시작으로 한류가 시들기 시작했다. 과거 역사 문제를 시작으로 한일관계가 악화된 것도 작용했다. 2012년 8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부터 현재까지 한일관계는 냉랭하다.

사실 기자가 일본을 찾기 한달 전만 해도 이곳에선 일본 극우단체들의 혐한(嫌韓) 시위가 열렸다. 정치·역사 문제로 한일관계가 악화되면서 그들은 일본 내 거주하는 한국인들에게 “일본을 떠나라”고 외쳐댔다. 일본 극우단체들은 여전히 인터넷을 통해 한국을 비난하고 있다. 7월8~10일 일본 내 한 ‘혐한 채널’ 사이트에 올라온 글이다. “바보 한국인. 세계인이 미워하고 있다.” “한국 붕괴. 한국 제2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온다.” “일본의 나가사키(長崎) 조선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아무 문제없는데 한국만 태클 건다.”

당연히 한인타운을 찾는 일본인 손님이 줄어들었다. 일본은 이른바 ‘눈치 사회’다. 주변 사람을 의식한다. 밖에서는 한국인에게 떠나라고 말하는데, 한국인이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한국 문화를 즐기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점점 일본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만 찾는 ‘한인타운’으로 변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인타운의 규모가 커진 점도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현재 이곳에는 400여개의 한국 음식점, 한류상품 매장 등이 있다. 그러나 업종이 단순하다. 음식점의 경우, 대부분 비슷한 것을 판다. 특히 어떤 음식이 잘 팔리면 우르르 따라간다. 2003~05년 삼겹살이 유행했다면 2015년 현재는 치킨이 대세다. 이 때문에 한국 음식과 문화를 제대로 보여줄 수 없고, 한국인들끼리 서로 경쟁하는 구조가 됐다. 이제는 상인들 스스로 한인타운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고민할 때다.

 

[Mini  interview ● 오영석 신주쿠한인상인연합회장]

“한인타운 경제 우리가 살린다”
무료 관광버스 운영, 영화제 개최

“도쿄(東京) 신주쿠(新宿) 내 신오쿠보(新大久保) ‘한인타운’을 살려야 합니다.” 오영석(63) 신주쿠한인상인연합회 회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인타운을 비롯해 일본 현지에서 한국음식점(사이카보·妻家房)을 운영하고 있다. 오영석 회장에 따르면, 2015년 현재 4500명이 한인타운을 찾는다. 2011년 1만5000명에 비해 70% 줄었다. 그는 2013년 시작된 혐한(嫌韓)시위가 주된 이유라고 보고 있다.

오 회장은 한인타운을 살리기 위해 지난해 말 신주쿠한인상인연합회를 만들었다. 120개 업체가 참여했다. 현재 150개 업체로 늘었다. 연합회는 한인타운 경제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하고 있다. 우선 8월14일부터 무료 관광버스(신주쿠역~신오쿠보 한인타운)를 운영한다. 오 회장은 “일본인이 한인타운에 와서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 문화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한국영화를 볼 수 있는 신오쿠보 영화제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내 사회공헌활동도 적극적이다. 연합회는 올 11월 동일본 대지진(2011년)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미야기(宮城)현 이시노마키(石卷)를 찾아 텐트에서 생활하고 있는 주민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기부금을 전달할 계획이다. 오 회장은 “한일관계가 악화되고 있다고 하지만 정치는 정치일 뿐이다”며 “힘들고 어려울 때 서로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고 말했다.

도쿄(일본) =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

사진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