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부자(富者)를 꿈꾼다. 직장인이라면 더하다. 그러나 단순히 꿈만 꾸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꿈은 꾸는 게 아니라 이루기 위해 존재한다. 그렇다면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월급? 어지간히 잘 버는 사람이 아니라면 어림없다. 현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잘 이용해야 한다. 바로 ‘주식 투자’다.
주식 고수 박영옥(54) 스마트인컴 대표를 만났다. 그는 ‘주식 농부’로 불린다. 농부가 농작물을 정성껏 키우듯 주식도 단순 투자가 아닌 기업의 성장을 함께 하는 투자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2015년 7월 현재 박 대표가 보유한 기업의 주식 평가액은 2000억원에 달한다. 4500만원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한 1998년에 비해 무려 4000배가량 증가했다.
7월31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스마트인컴 사무실을 찾았다. ‘만물정관개자득 사시가흥여인동(萬物靜觀皆自得 四時佳興與人同)’이라고 적힌 액자가 눈에 띄었다. 중국 북송의 유학자 정호(程顥)의 시 ‘추일우성(秋日偶成)’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만물을 고요히 바라보면 스스로 얻을 수 있고, 사계절의 아름다운 흥취는 다른 사람과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다.
주식 투자도 이와 같다는 게 박 대표의 생각이다. “주식 투자는 주가 속에 숨어 있는 기업의 본질을 보는 게 중요해요. 그러나 개인투자자 대부분은 주가에 일희일비합니다. 어디를 가든 스마트폰으로 주가가 올랐는지 떨어졌는지를 확인합니다. 만약 주가가 떨어지면 돈을 잃을까봐 두려워합니다. 반대로 주가가 오르면 욕심이 생겨 언제 팔지 결정을 하지 못합니다. 공포와 탐욕은 주식 투자 실패의 주요 원인입니다.”
박 대표는 “주식 투자를 통해 기업의 성과를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인은 월급을 받으며 자신이 다니는 기업의 성과를 공유한다. 그러나 자신이 다니지 않는 수많은 기업의 성과를 공유할 생각은 하지 못한다. 박 대표는 “내가 다니지 않는 기업의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주식 투자”라고 설명했다. “주식시장은 주주가 기업에 투자하고 그 기업이 성과를 내면 공유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은 주식을 단순히 사고파는 ‘머니(Money) 게임’으로 봅니다. 또 기업의 성과는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습니다. 적어도 1~2년, 길게는 3~4년이 걸립니다. 투자 역시 장기적으로 보는 게 중요합니다.”
실제로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박 대표가 말하는 기업 성과를 제대로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을 보면, 외국인 투자자와 기업(법인)이 성과를 독점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은 외국인과 법인(법인이 법인의 지분을 보유한 상호출자, 자사주 등)이 각각 30%가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개인 투자자는 약 12%(대주주 제외)에 불과하다.
하지만 박 대표는 곧 개인의 주식 투자 비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 한국은 부동산을 자산 증식 수단으로 이용했습니다. 한국인의 개인 자산 비율을 보면, 부동산이 70% 이상, 금융이 30% 미만입니다. 부동산 비중이 높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변하고 있습니다. 저금리, 저성장 시대로 들어섰고, 사회지도층이 주식 투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3~5년 안에 개인 자산 중 금융이 50%로 높아질 것입니다.” 그는 이런 현상을 “자산의 대이동”이라고 정의하며 “개인 투자자가 하루라도 빨리 경쟁력 있는 기업을 찾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부(富)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주식 투자, 생활 속에서 이뤄져야
박 대표에게 주식 투자 비결을 물었다. 그는 비즈니스 모델과 최고경영자(CEO)의 마인드, 소통 등 세 가지 투자 원칙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지닌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며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재화, 서비스를 생산하는 기업인지를 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부분 사람들은 주식 투자를 할 때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을 이야기한다. 삼성전자는 휴대전화, 현대자동차는 자동차를 만들며 국내 주식시장에서 ‘전차(電車)군단’으로 불린다. 그러나 우리 사회를 풍요롭게 만드는 기업은 수없이 많다. 박 대표는 그 중에서도 “선두업체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박 대표는 삼성증권(증권업체), 대동공업(농기계업체), 삼천리자전거(자전거업체), IS동서(건설업체), 이글루시큐리티(보안업체) 등 각 업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기업에 투자했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가 이 모든 업종을 보고 투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박 대표는 “주식 투자는 생활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내가 먹고, 쓰고, 즐길 때 그 속에 있는 기업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나와 연관성이 있는 기업을 찾아야 그 기업이 어떤 사업을 하는지,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지 제대로 알 수 있어요. 그래야 주식 투자가 쉽고, 그 기업의 가치를 보다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박 대표가 보는 두 번째 투자원칙은 기업을 이끄는 CEO가 열린 마인드를 가지고 있느냐다.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고 했습니다. 귀를 기울여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해요. 고객, 직원, 협력업체, 투자자의 생각과 의견을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열린 경영이 없는 기업은 절대로 성장하지 못합니다.”

귀동냥 투자는 피하라
박 대표는 “투자한 기업과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부분 개인 투자자는 투자 후 가만히 앉아 주가가 오르는지 떨어지는지를 관찰한다. 기업과 소통할 생각은 잘 하지 않는다. 박 대표는 “개인 투자자에게 ‘투자한 회사에 가봤어요? 회사를 현장에서 살펴봤나요?’라고 물으면 90% 이상이 고개를 흔든다”고 설명했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만나기 힘든 대표이사, 고위 임원을 만나라는 게 아닙니다. 기업에 좋은 이야기만 하는 주식 담당자(IR) 역시 만나봤자 중요한 이야기를 듣지 못합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투자한 기업의 사업을 볼 수 있는 현장과 그 안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박 대표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예로 들었다. ‘공장 견학을 신청해 현장을 둘러본다.’ ‘생산한 제품을 직접 사용해 본다.’ ‘기업 주변에 있는 음식점 등 직원들이 자주 가는 곳에 가서 그 기업의 이야기를 듣는다.’ ‘경쟁업체 주식담당자와 투자한 기업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등이다. 이밖에 기업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개인 투자자 스스로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다. 물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올라오는 사업보고서를 보고 기업 실적을 파악하는 것은 현장을 살피기 전에 해야 할 투자의 기본이다.
반면 박 대표는 정보를 주워듣고 하는 ‘귀동냥 투자’, 주가 흐름을 분석한 ‘차트 투자’는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귀동냥, 차트 투자는 주식 초보자가 많이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소문이 정확한지 알 수 없고, 주가 흐름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도 힘듭니다. 때문에 투자한 후 불안해 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포와 불안은 실패한 주식 투자를 부르는 요인이죠.”
박 대표에게 유망 업종을 꼽아달라고 했다. “우리 세상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봐야 합니다. 앞으로 고령화, 저출산, 에너지 부족 사회가 예상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업을 찾는 것이죠. 이 논리에 따르면, 건강·바이오·제약·에너지·먹거리 산업이 보다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 대표는 금융 산업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보다는 투자회사에 주목했다. “과거 은행이 금융 산업을 주도했다면 이제 트렌드가 변하고 있어요. 벤처가 중요시되면서 창업투자회사가 보다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핀테크(FinTech·금융+기술) 산업도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인터뷰 말미 박 대표는 “북한 시장 개방에 따른 투자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성장 동력이 약화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요. 그 답을 북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남한에는 기술이 있고 북한에는 자원이 있습니다. 합쳐지면 어떨까요? 시너지가 상당할 것입니다. 북한이 시장을 개방했을 때 어떻게 주식시장에 참여할지 구상해야 할 때입니다. 나아가 한국경제 성장을 위한 통일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박영옥 대표의 투자비법]
● 기업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선 장기투자가 필요하다
●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기업을 찾아라
● 열린 경영을 못하는 기업은 성장하지 못한다
● 기업과 현장에서 소통하라
▒ 박영옥 대표는…
1961년생. 1988년 중앙대(경영학)를 졸업했다. 현대투자연구소, 대신증권, 국제투자자문 펀드매니저를 거쳐 1997년 교보증권 압구정지점장을 지냈다. 2001년 전업투자자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2005년 투자회사 ‘스마트인컴’을 설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