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주 하상주투자교실 대표는 국내 가치투자 1세대다. 지난 1981년 동양증권(KDB대우증권 전신) 입사 후 조사부로 발령 나면서 시작된 그의 주식투자 분석은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후 대우증권 내 대우경제연구소가 설립되면서 분석실장을 맡은 하 대표는 지난 1998년부터 4년간 국내 ‘스타 애널리스트 산실’로 불리는 대우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했다. 이후 2005년까지 3년 동안은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하 대표는 현역시절부터 가치투자 전도사로 활동했다. 은퇴 후 10년까지 합쳐 총 35년간 베테랑 증시분석가로 활약한 그가 여전히 주식투자의 왕도(王道)로 내세우는 것은 가치투자다. ‘가치투자야말로 고수익의 지름길’이라는 것은 그의 오랜 지론이다. 그동안 <펀드보다 안전한 가치투자>(2005년) 등 4권의 책을 펴낸 것도 가치투자의 대중화를 위해서다. 대우증권을 나온 이듬해(2006년) ‘하상주투자교실’을 세운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 하상주 하상주투자교실 대표는 미국 주식시장에서 상승 종목보다 하락 종목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예로 들며 미국 경제가 다시 침체기에 돌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 하상주 하상주투자교실 대표는 미국 주식시장에서 상승 종목보다 하락 종목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예로 들며 미국 경제가 다시 침체기에 돌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 名家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 출신
하상주투자교실(www.haclass.com)은 철저히 개인투자자의 눈높이에서 기획됐다. 일반인들이 알아듣기 쉽게 구성했다. 그래프도 가급적 많이 사용한다. 대신 복잡한 재무용어는 최대한 쉽게 풀어쓴다.

시작은 퇴직 전부터 대우증권 홈페이지에서 시작한 자신의 투자칼럼부터였다. 개인블로그 형식으로 운영된 것을 퇴직 후 확대, 개편한 것이 하상주투자교실이다. 이곳에는 하 대표 본인의 생각을 정리한 투자칼럼부터 영업보고서 보는 법, 금융용어설명, 가치투자 이론 등이 실려 있다. 초보 투자자들이 읽으면 도움이 되는 추천도서도 올라와 있다. 유명 애널리스트이자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 출신답게 특정 종목을 분석하는 기업분석은 유료로 운영된다. 금액은 소액이다. ‘기업분석’과 관련한 자료를 분석하는 데 워낙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 유료로 운영하고 있다. 대략 상장 후 5년, 시가총액이 1000억원 이상인 종목 100여개를 대상으로 한다.

하상주투자교실 홈페이지에 등장하는 투자 정보는 다양하다. 특히 하 대표가 직접 쓰는 투자칼럼은 해외동향부터 투자 구루(Guru)들의 명언 및 투자 원칙까지 범위가 넓다. 예를 들어 하 대표는 지난 8월3일에는 최근 농협은행으로부터 대출 특혜를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리솜리조트의 영업실적을 분석했다. 글에서 하 대표는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이런 회사에 대출을 중단하는 것은 지극히 정당한 일이며 이미 오래 전부터 자유현금이 적자였던 이런 회사에 추가로 대출하는 것 자체가 매우 드문 일”이라고 주장했다. 일반적인 재무제표 분석 도구들이 사용됐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지극히 시사적이다. 유료회원 코너에 있는 열하일기 포트폴리오는 그가 직접 개발한 투자모델 포트폴리오다. 그는 5~6개 종목으로 구성된 투자 포트폴리오를 분기마다 수정하고 있다. 마치 펀드매니저처럼 말이다. 모델을 개발한 지 4년이 지난 지금 누적수익률만 220%에 달한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50%가 넘는다. 

하 대표가 퇴직 후 다른 유명 증권인처럼 투자자문사나 자산운용사로 가지 않고 투자교실을 연 것은 바른 투자 문화를 정립하기 위해서다.

“대학에서 경영, 경제를 전공하지 않아 처음 직장생활을 할 때 굉장히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법학을 전공해 재무제표를 보는 법도 제대로 배운 적이 없고, 경제학 지식도 원론 수준에 그쳤죠. 훗날 미국 보스턴대에서 1년간 공부하면서 투자와 관련해 많은 지식을 쌓았습니다. 하상주투자교실에서 제가 줄곧 강조하는 점은 투자에 있어 바른 원칙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지금처럼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장기 투자 외에는 승산이 없죠.”

하 대표처럼 현역 시절 자신의 이름을 걸고 칼럼을 쓴 이는 드물다. 퇴직 전부터 지금까지 줄곧 그는 기명(記名) 칼럼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그날의 이슈 주제로 자신만의 투자공식 선봬
하 대표에 따르면, 100세 시대에는 투자 교육은 그 어떤 교육보다 앞선다. 하 대표는 평소  “투자 문화는 그 나라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강조한다. 인구고령화가 현실화되고 있는 지금, 웬만한 자격증 교육보다도 투자 교육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게 하 대표의 주장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투자가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 역시 주식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퇴직 직후부터다. 주식 투자에 나선 지 10년이 지난 지금, 그의 투자성적은 어떨까.

“현업에 있을 때는 법적으로 주식투자가 금지됐기 때문에 제 명의로 본격적으로 투자한 것은 그렇게 길지는 않습니다. 이제 겨우 10년 정도 됐죠. 그 사이 제가 느낀 점은 이론과 현실은 커다란 괴리가 있다는 점입니다.  유명한 투자 이론이 실제 현장에서 잘 맞지 않는 것을 보면서 주식투자가 어렵다는 것을 다시금 느낍니다. 투자는 철저히 심리를 바탕으로 진행되거든요. 때문에 절제가 필요한 겁니다.”

하 대표는 “남과 다른 생각을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그는 “경영, 경제학 이외에 다른 학문에서 투자 인사이트(Insight)를 얻는다”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의 주식투자자라 불리는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이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에서 2인자로 있는 찰리 멍거(Charlie Munger) 부회장의 생각과 비슷하다. 워런 버핏과 함께 50년 넘게 버크셔 해서웨이를 이끈 멍거 부회장은 ‘투자계 만물박사’로 불린다. 그의 주식 분석에는 심리학, 생물학, 물리학, 역사학, 화학 등이 총동원된다. 멍거를 만나기 전까지 회사가치보다 싸면 무조건 사는 전략을 펴던 버핏이 가격과 가치의 적정성에 미래가치까지 보는 등 종목 분석에 치밀해진 것도 멍거의 조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하 대표는 “기초학문의 제1법칙을 정리하면 대략 20여개가 되는데 이것만 외우고 있어도 투자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 대표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가치투자다. 일반적으로 월가(街) 등 금융권에서 말하는 가치투자는 ‘저평가된 우량주를 헐값에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간단하지만 적합한 종목을 발굴하기란 쉽지 않다. 어떤 종목이 저평가됐으며 그중에서 해당종목이 우량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더군다나 가치투자를 위해서는 이런 종목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한다. 수학으로 치면 5~6차 방정식을 푸는 것보다 힘든 일이다. 이러다보니 실질적으로 투자 단계에 가서는 가치주와 우량주 간 구분이 뚜렷하지 않다. 국내 가치주 펀드 상당수가 우량주, 성장주 펀드와 별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 대표가 생각하는 가치투자는 어떤 모습일까. 하상주표 가치투자는 ‘주식을 시간이 지나면 값이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종이쪽지로 보지 말고 하나의 기업으로 보라’는 것이다. 주가는 기업 성장, 침체의 바로미터다.  

하 대표에 따르면, 종목 가치는 주관적인 속성을 갖고 있다. 보는 사람에 따라 값을 매기는 기준이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주가가 부침을 기록하는 것은 가치를 보는 눈이 다르다는 방증이다. 결국 가치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것은 기준이다. 특히 기업의 미래가치와 직결된 수익은 기업을 분석하는 데 굉장히 중요하다.

“많은 투자자들이 가치투자를 한다고 하면서 전체 시장이나 동종 업계의 다른 회사보다 지표가 낮은 회사를 고르는데요. 제가 생각하는 가치투자는 상대가치가 아닙니다. 회사의 미래를 보는 절대가치를 중요하게 보죠.”

그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또는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지 등을 투자자가 잘 알고 있는 종목을 골라야 하며 △돈을 버는 방식이 간단한 회사를 하상주표 가치투자 기준으로 제시했다. 수요층이 넓은 종목이 유리하다. 반대로 수요자가 소수이면서 첨단기술로 무장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가치투자 종목으로 부적합하다. 또 △판매 제품군이 적으면서 10~20년 후에도 꾸준하게 팔릴 수 있는 종목을 선택할 것을 주문했다. △주주를 위해 이익금을 사용하는지 여부도 가치투자의 중요한 기준이다. 그는 구체적으로 자본수익률을 10% 이상씩 내는 기업을 추천했다. 마지막으로 하 대표가 꼽은 기준은 △경영자의 능력과 정직성이다. 하 대표가 장기투자를 가치투자와 함께 강조하는 것도 지표상으로만 미래 가치를 가려내는 것은 한계가 있어서다.  

- 하상주 하상주투자교실 대표는 “인구고령화가 현실화되고 있는 지금, 웬만한 자격증 교육보다도 투자 교육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하상주 하상주투자교실 대표는 “인구고령화가 현실화되고 있는 지금, 웬만한 자격증 교육보다도 투자 교육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년 후 꾸준하게 팔릴 제품이 있는 종목 주목
하 대표와의 인터뷰는 자택인 서울 은평뉴타운 근처 카페에서 진행됐다. 신록이 빛을 발하는 북한산의 모습과는 달리 실물경제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특히 한국경제는 시계(視界)가 제로(0)와 같다. 미국은 금리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반면, 유럽은 여전히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중국 경제에는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하 대표의 생각이 더욱 궁금했던 것은 현역에 있을 때나 퇴직 후에도 그가 보수적인 투자 자세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그는 지난 2006년 “조만간 미국의 경기후퇴가 불가피해 보인다”며 “미국의 금리조정 방향성이 정해질 때까지 유보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상 최고의 호황기를 누리던 당시, 주류의 견해와는 180도 다른 생각이었다. 또 리서치센터장으로 재직하던 2002년에는 “미국 경기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소득이 아니라 주택경기 호황과 주택대출금리(모기지) 하락에서 비롯된 개인소비”라며 “이는 소득대비 차입금의 수준을 높이고 소득에서 원리금 상환 부담을 크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2008년 글로벌 신용위기는 미국발 부동산 거품에서 촉발됐다. 2002년 당시 그가 주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주장은 지금 봐도 섬뜩할 정도다.

“자산거품(버블)으로 향후 소득을 미리 당겨서 쓰고 있기 때문에 소비의 지속성이 의문이다. 미국 금융기관들은 ABS(자산유동화증권) 등을 통해 대출자산을 다른 금융기관에 넘긴 것이 최근 기업부도에서 파산하는 은행이 적은 이유다. 오히려 이는 결국 병을 만성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상황을 그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다들 미국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고 보는데,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미국 경기는 단시간 내 좋아지기 힘든 구조죠. 실물경기는 바닥을 기고 있는데 금융, 부동산 등 자산시장만 커지면서 거품이 확대되는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상승 종목보다 하락 종목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고용 지표가 개선되고 있는 것도 파트타임과 같은 비정규직 일자리가 합산돼서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 확실한 상승 지표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하 대표는 “당장 급락은 아니어도 시장 내부의 힘은 갈수록 빠지는 상황에서 미국 금리인상을 경기 회복으로 보는 것은 힘들다”고 말했다. 개인소득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지금의 경기회복 착시(錯視)는 오로지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의 ‘돈 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인구노령화 등으로 세계 경제의 기초체력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게 하 대표의 주장이다. 지난 5월7일 하상주투자교실에 쓴 ‘미국의 제4차 양적완화 가능성’은 그런 면에서 흥미롭다. 그의 글을 요약, 발췌해서 올린다.

“미국이 제4차 양적완화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면 웃긴다고 말할까? 지금 미국 중앙은행은 올해 중순이나 말에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말해 두었다. 그러나 금리를 올리려면 경기가 살아나야 한다. 여러 지표가 나오고 있으나 아직 경기가 살아난다는 지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지금 미국 중앙은행은 은행의 자산증가율이 과거에 비해서 많이 낮아지고 있다. 비록 잔액으로는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흐름으로 보면 증가액이 멈춘 상태이다. 이를 반영하여 많은 경기 지표들이 이 흐름과 연동하고 있다. 그래서 다시 이 자산이 늘어나야 한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 하상주 대표는…
1954년 생, 81년 고려대 법학과 졸, 89년 미국 보스턴대 경영학석사(MBA), 98년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 2006년~현재 하상주투자교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