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시리즈·쏘렌토·모하비 등 기아차 주력 차종 모듈 생산

지난 8월18일 경기 화성시 우정읍에 있는 현대모비스 이화공장 라인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작업자들은 기아차의 신형 K5를 비롯해 K3, K7 차종에 들어가는 운전석 모듈을 조립하기 위해 분주하게 손을 움직였다.
이화공장은 K시리즈 외에도 쏘렌토, 모하비 등 기아자동차 주력 모델에 탑재되는 모듈을 생산하고 있다. 자동차의 3대 핵심 부품이라고 할 수 있는 운전석(칵핏) 모듈, 프런트·리어섀시(앞·뒤 차체) 모듈을 모두 이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지난 2000년 기아 스포티지의 운전석 모듈을 양산하며 첫 가동을 알린 이화공장은 6만4689㎡(약 1만9571평) 대지에 2동(棟)의 최첨단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기아차 화성공장에서 불과 3.5㎞ 떨어져 있어 생산한 모듈을 바로바로 공급할 수 있다.
고경석 현대모비스 이화모듈생산팀 부장은 “이화공장은 현재 하루 2교대로 오전 7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30분까지 작업하고 있다”며 “하루 2400대분의 자동차 모듈을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운전석, 프런트·리어섀시 모듈을 1시간당 48.7대씩 생산하고 있는 셈이다.
이화공장의 우수한 생산성은 현대모비스의 다른 공장과 마찬가지로 자체적으로 개발한 생산시스템 ‘직서열 생산 방식(JIS·Just In Sequence)’ 덕분이다. 이 생산방식은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JIT(Just In Time)’보다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 부장은 “기아자동차로부터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정보를 받아 이곳에서 완성차 생산공정에 맞는 모듈을 만들어 기아차의 화성공장 생산라인에 바로 공급한다”고 말했다. 필요한 양만큼만 생산하기 때문에 재고가 없다는 설명이다.

수천종 모델에 정해진 부품 조립
운전석 모듈은 몸통이 되는 카울 크로스바와 공조시스템인 히터·에어컨, 오디오, 에어백, 각종 전자장치 등 65개의 주요 부품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생산해야 하는 모듈은 각 장치의 사양에 따라 1000개가 넘는다. 여기에다 K5와 K7의 운전석 모듈이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함께 생산되기 때문에 작업자가 만들어야 하는 모듈은 수천 종에 달한다. 다양한 라인업으로 인해 부품이 뒤섞일 염려는 없을까.
이화공장은 다른 부품이 결합되는 오류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다양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바코드 시스템, 전장검사기(ECOS), 비전시스템 등이 그것이다. 기아차에서 보낸 차량정보가 수신되면, 자재파트에서 이에 맞는 부품이 선반에 실려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생산라인에 있는 작업자 앞에 정확히 배달된다.
작업자들 앞에 있는 모니터에는 새로운 부품이 올 때마다 차종, 지역 등 상세 정보가 나왔다. 작업자가 부품의 바코드를 찍으면 모니터에 ‘OK’라는 글자가 떴다. 새로운 부품이 조립될 때마다 정해진 부품이 제대로 장착됐는지를 계속 확인한다. 정해진 부품이 조립되지 않을 경우 ‘NG’라는 글자가 뜨면서 전체 라인이 중단된다.
최첨단 바코드 시스템 외에 부분마다 사진을 찍어 디지털 이미지를 대조해 오류를 잡아내기도 한다. 전장검사기(ECOS)를 통해서는 전기장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사한다. 심지어 부품을 조립할 때 너트 등을 너무 세게, 혹은 반대로 너무 느슨하게 조립하지 않았는지도 잡아낸다. 고 부장은 “이러한 이종(異種)방지 품질보증 시스템 덕분에 부품이 뒤섞이지 않아 다양한 혼류 생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ㄷ’ 모양의 생산라인을 거치며 부품이 하나씩 장착되면서 모듈은 마지막 단계에서 운전석 형태가 갖춰졌다. 여기에서도 최종적인 품질검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키퍼’라고 불리는 작업자가 조립된 모듈을 샅샅이 살폈다. 키퍼는 숙련된 작업자 중에서 일정 자격조건을 갖춰야 한다. 키퍼의 태그가 붙어야 작업이 완료된다.
기아차의 모하비는 하나의 뼈대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엔진과 트랜스미션 등을 조립한 형태로 납품된다. 기아차 화성공장 생산라인에 들어가기 전에 거의 절반 정도가 조립되는 셈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모듈은 이화공장에서 3.5㎞ 떨어진 화성공장의 조립라인에 투입된다. 기아차 화성공장에서 주문을 받아 조립·납품하기까지 83분이 걸린다. 주문이 들어온 지 83분이 지나면 화성공장 조립라인 앞에 모듈이 대기하고 있다는 얘기다.
현대모비스 이화공장에서 기아차 화성공장 간의 거리는 차량으로 13분 걸린다. 그래도 혹시나 발생할지 모를 천재지변 등을 감안해 우회로도 확보해두고 있다.
공장 내 작업환경은 깨끗했다. 예전처럼 작업자들 옆에 부품을 쌓아놓던 풍경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그 자리에는 쾌적한 작업환경을 위한 커다란 화분과 물고기가 살고 있는 수조(水槽)가 놓여 있었다.
이화공장은 작업장 내에서의 안전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작업장에서의 안전이 품질과 생산성에 직결된다는 판단에서다. 이화공장은 매월 5일을 안전의 날로 정하고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현장에서도 공구나 설비의 동작에 따라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을 집중 점검하는 등 현장 중심의 안전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고 부장은 “완성차의 품질을 좌우하는 것이 바로 모듈의 품질이라는 각오로 생산라인, 공정 등을 관리하고 있다”며 “신형 K5와 같은 신차의 경우, 양산 전 시험생산 때부터 작업자들이 숙달될 수 있도록 교육을 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모듈은 완성차를 만드는 데 필요한 수많은 부품들을 개별 단위가 아닌 조립 영역과 분야 또는 기능별로 결합해 완성차 생산 라인에 직접 공급하는 부품 단위를 일컫는다.

2. 작업자 앞의 모니터에 부품에 대한 정보가 뜨기 때문에 정해진 부품이 조립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부품 수 줄고 생산방식 유연해져
모듈화는 기존 자동차 생산방식과 달리 모듈업체와 완성차 업체가 역할을 분담하는 생산방식이다. 완성차 업체가 해오던 설계, 개발, 시험, 생산, 조립, 검사 등에 이르는 전 과정을 모듈업체가 분담하게 된다.
이는 1990년대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예상보다 크게 위축된 수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공급과잉 사태를 맞게 된 것이 배경이 됐다. 당시 세계 유수의 완성차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또 경쟁력 제고를 위한 품질향상과 비용절감을 꾀하고 생산단계를 축소했다. 이 때 소비자들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모듈화가 도입된 것이다.
자동차의 모듈화를 통해 부품 수는 현저하게 감소했고 부품의 공용화와 경량화가 이뤄졌다. 부품 수는 약 35%, 무게는 약 20%가 줄었다. 이에 따라 원가절감뿐만 아니라 생산방식도 유연해졌다.
현대모비스는 1999년 현대자동차그룹의 생산 합리화 전략에 따라 기존 부품 조달체계의 부분적 보완이 아닌, 자동차 주요 부분을 전담하는 모듈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국내에 도입하는 역할을 맡았다.
1999년 10월 현대자동차 트라제에 섀시 모듈을 공급한 것을 시작으로 본격 모듈생산에 돌입한 현대모비스는 2000년엔 운전석 모듈을, 2003년엔 프런트·리어섀시 모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특히 현대·기아차가 지금의 완성차 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현대모비스의 모듈화를 발판으로 한 생산방식인 JIS의 도입이 있었다. JIS는 부품업체와 완성차 업체 간에 생산현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해 부품업체가 생산한 모듈을 완성차 라인에 정확한 시간과 조립순서에 맞춰 투입시키는 생산방식이다. 도요타의 JIT에 비해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가장 효율적으로 평가받은 도요타의 JIT는 시간대별로 필요한 부품을 주문하기 때문에 약간의 재고가 발생한다. 반면 현대모비스의 JIS는 자동차 생산공정과 동일한 시간대에 부품이 생산돼 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 재고물량을 없애 물류비는 물론 생산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비결이 바로 여기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모델을 생산하기 때문에 JIS생산 방식이 더욱 조명받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해외진출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현대·기아차와 함께 해외로 나가 완성차 부지 바로 옆에 공장을 설립, 터널 컨베이어를 통해 모듈을 직서열 공급했다. 이런 전략적인 글로벌 기지 육성을 통해 모듈을 적기에 공급하고 공정을 최적화할 수 있었다.
현대모비스는 모듈의 범위를 단순 부품 조립단계에서 기능부품 통합단계로 확대했다. 기능부품 통합단계는 더 이상 나눌 수 없을 때까지 세분화하고, 그것을 분석해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부품들을 통합함으로써 하나의 모듈을 구성해 부품 수를 줄이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모듈 자체의 무게를 줄여 연비 향상 및 각종 물류비용의 절감뿐만 아니라 품질관리가 용이해지고 생산성도 향상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감성품질 제고에도 박차
현대모비스의 경쟁력은 글로벌 자동차전문매체인 <오토모티브뉴스>가 발표하는 전 세계 자동차부품업계 글로벌 ‘톱 100’ 순위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2011년 처음으로 10위권 내에 진입한 현대모비스는 지난해에는 6위에 올랐다. 현대모비스는 이러한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모듈 제조 사업에 대해선 끝없는 품질혁신과 생산기술 강화를 통해 후발 주자와의 격차를 더욱 벌린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고 부장은 “최근 몇 년 동안 불량이 발생한 경우는 거의 없다”며 “특히 최근에는 소비자들의 감성품질을 맞추기 위한 노력을 더 많이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