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의 중소기업 부장인 L씨는 기러기 아빠다. 벌써 3년째다. 자녀들이 학교에 입학을 하자 그의 아내는 아이들 교육에 매달리면서 다소 엉뚱한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애들을 미국으로 보내자는 것이었다. L씨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도 않았고 또 가족이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 점에서 반대했다. 그러자 아내는 이혼을 각오하더라도 애들을 미국에 보내야 한다고 우겼다. 그리고 자신도 미국에 같이 가겠다고 막무가내였다. L씨는 가정의 평화를 위해 아내의 요구를 들어 주기로 했다. 막상 가족들이 떠나고 난 후 L씨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힘들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은 그런대로 참을 수 있었지만 부부생활을 제대로 못해 여간 답답한 것이 아니었다. 심지어는 정액을 배출하지 못해 골반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그러던 중 부인이 귀국을 해 관계를 가지는 도중에 음경이 힘없이 가라앉아서 낭패를 봤다. 오랜만에 회포를 풀긴 했지만 L씨는 자존심이 상하고 이러한 현상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기러기 아빠’. 대한민국 사회에서 통용되는 독특한 가족형태를 일컫는 말이다. 물론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용어다. 한국의 남성들이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문화를 대변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자녀들에게 보다 나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자녀들을 해외로 보낸다. 부인도 외국으로 함께 가고 아버지는 한국에 남아서 불편을 감수하고 혼자 생활을 하면서 생업을 이어간다. 그리고 돈을 벌어 가족들이 있는 해외로 보내면서 1년에 1~2번 가족을 만나러 외국으로 간다.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기러기 아빠라는 사회 현상에서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한국 남성들의 가장으로서의 사명감과 이에 따른 고충을 보게 된다.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범(?)을 보이는 대표적인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자식의 교육을 위해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것을 포기하고 자녀를 외국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결정하는 것이 한국 남성의 자화상인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남성에게 너무 가혹하다. 가족을 위해 돈을 벌어 외국에 있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기계로 전락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자신은 남아서 외국의 가족을 지원한다. 기러기 아빠들은 스스로 자괴감에 빠진다. 어느 기러기 아빠는 ‘아빠는 몸 건강, 정신 건강을 모두 다 잃었다’는 유서를 남기고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실은 분명히 사회적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기러기 아빠로 대변되는 한국 남성의 역할이 높게 평가돼야 하고 그에 맞는 대접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갈수록 가장에 대한 요구는 커지고 대접은 소홀해지며, 남성들이 점차 힘들어지는 것이 한국의 슬픈 현실이다.

기러기 아빠는 대개 40~50대다. 건강을 위해 각별하게 노력을 해야 할 시기다. 건강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부부관계에도 먹구름이 낄 수 있다. 부부가 장기간 떨어져 있으면 서로의 신뢰가 깨져 가정이 파탄이 나기도 한다. 부부 관계를 오랫동안 하지 않으면 남성의 기능 역시 저하된다. L씨의 경우가 바로 이런 경우다.

남성클리닉에서는 발기가 잘 되다가 어쩌다 되지 않는 남성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남성들은 이로 인해 자존심이 상하고 충격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인체의 기능에 큰 이상 없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는 학문적으로 입증된 결과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발기의 이상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성교를 할 때마다 지속적으로 이상이 있어야 비로소 발기 부전이라는 진단을 내린다. 그 기간은 3개월간으로 한다.’ 즉 발기 부전이 있다가 다시 정상적으로 발기가 가능하면, 큰 이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일종의 생리현상으로 남성의 건강에 문제가 있을 때는 일시적으로 음경이 고개를 숙이게 된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발기 이상으로 성교에 실패를 하면, 심리적인 충격을 받게 된다. 또 다시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바로 이러한 현상을 의학적으로 ‘행위 불안’이라고 일컫는다. 그래서 성행위를 피하는 악순환에 빠져들게 된다. 이를 방치할 경우 남성의 자존심이 망가지면서 회복이 어려운 발기부전에 빠져들게 된다.

일시적인 발기 부전 남성건강의 적신호
가끔씩 발생하는 발기 부전 현상은 심각한 기능 저하는 아니지만, 반드시 숨은 원인이 있다. 술, 담배, 운동 부족, 복부 비만, 호르몬 저하, 여러 종류의 약 복용 등이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갱년기 남성에게 가끔씩 찾아오는 기능 저하를 극복하기 위해 이러한 현상을 잘 이해하고 대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선 남성으로서 끝난 사람이라는 억압적 생각을 떨쳐 버려야 한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경우에도 일시적으로 발기 부전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겨두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발기 이상을 야기하는 원인을 찾아 바로잡아야 한다. 생활 습관을 교정하고 호르몬 요법 등의 의학적인 조치를 통해 원인을 교정하면 일시적인 발기 부전은 어렵지 않게 극복하게 된다.

그 외에 L씨처럼 오랜 기간 동안 성교를 하지 않아도 일시적인 발기 부전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도 남성 기능을 저하시키는 다른 원인을 함께 교정해야 한다. 필자의 권유에 따라 L씨는 아무리 바빠도 규칙적인 운동을 시작했으며 스트레스 해소와 함께 심리적으로 안정을 취하자 예전의 발기 능력을 되찾을 수 있었다.

남성에게 가끔씩 생기는 발기 부전은 원인을 바로 잡으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점은 발기 부전 현상을 그대로 넘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시적 발기 부전이라도 남성 건강의 적신호일 수 있으므로 이를 자신의 건강을 되돌아보는 기회로 삼고 전문가와 반드시 상담을 해야 한다.

한때 남자로서 끝이 났다고 의기소침했던 L씨는 필자를 만난 후 자신의 고민이 일시적이라는 것을 이해하고는 다시 자신감을 찾게 됐다. 그리고 기러기 아빠로서 건강을 챙기기 시작했으며 가장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할 수 있었다. 

- 김영찬 인봉의료재단 영등포병원 경영원장
前 인천적십자병원 병원장
前 세계 성(性)학회 아시아대표 대의원
前 세계 성(性)기능장애 자문회의 호르몬분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