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정보통신기술)과 제조업의 결합은 사물인터넷(IoT)이라는 새로운 산업을 탄생시켰다. 제조업 강국 독일의 4차 산업혁명도 비슷한 개념이다. 제조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것도 이제는 옛날이야기가 돼 버렸다. ICT시대와 3D컴퓨터의 만남은 1인 제조업 시대를 현실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미국 IT기업 푸후(Fuhu)는 확실한 아이템만 갖고 있으면 얼마든지 제조업에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애플이 OEM(주문자위탁생산)방식으로 스마트폰, 태블릿을 제작하는 것처럼 푸후는 제품에 들어가는 콘텐츠만 기획할 뿐, 실제 제품은 대만계 컴퓨터 제조사 에이서, 폭스콘을 통해 생산하고 있다.
푸후가 짧은 시간 안에 미국 내 대표 IT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경쟁자가 없는 틈새시장을 집중 공략해 확실한 주도권을 잡았기 때문이다. 푸후는 구글, 애플, 삼성 등 거대 IT기업들의 격전장으로 변한 일반 태블릿 시장이 아니라, 유아용 태블릿에 집중하고 있다.

제품 콘텐츠 기획해 독점적 지위 누려
지난 2007년 설립된 푸후의 주공략층은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는 어린이들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비영리 기관인 ‘커먼 센스 미디어’가 지난 201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8세 이하 어린이가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15분인 것으로 조사됐다. 2년 전 조사에서는 사용 시간이 10분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세태 변화는 푸후에게 점차 많은 기회를 주고 있다.
푸후는 일본계 미국인 롭 후지오카(Robb Fujioka)와 중국계인 존 후이(John Hui), 스티브 후이(Steve Hui) 형제가 함께 세웠다. 롭 후지오카는 마케팅을 담당하고 엔지니어 출신인 후이 형제는 콘텐츠와 디바이스 설계를 맡았다. 푸후라는 기업명은 후지오카와 후이 형제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와서 지었다. 최고경영자(CEO)는 IT전문 컨설팅 기업 액센추어에서 매스미디어, 하이테크, 전자 산업 관련 컨설턴트로 활동한 짐 미첼(Jim Mitchell)이 맡고 있다.
푸후의 지난 2013년 이익은 1억9560만달러였다. 3년간 이익증가율은 15만8957%로 비약적인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런 이유로 푸후는 지난해 미국 경제잡지 <아이엔씨(INC)>가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에 올랐으며 올해는 <포브스>가 선정한 ‘가장 주목할 만한 기업’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푸후의 강점은 교육과 오락을 적절하게 접목시켰다는 데 있다. 최근 미국 내 사교육 열기가 올라가는 것도 푸후에게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주력상품은 아동용 태블릿 나비(Nabi)다. 회사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애니메이션을 보면 나비는 우리 말 ‘나비’에서 따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나비는 토이저러스 등 미국 완구매장과 월마트, 타깃, 베스트바이 등에서 100~300달러 선에서 판매되고 있다. 양질의 유익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푸후는 월트디즈니, 드림웍스, 니켈로디언, 워너브라더스 등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학습, 놀이, 성장(Learn, Play, Grow)이라는 슬로건을 가진 나비는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태블릿이다보니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교육관련 앱을 구입할 수 있고, 전용 앱 존(Zone)에도 500개 이상의 앱이 올라와 있다. 나비 전용 앱에는 부모들을 위한 사용지침서가 달려 있다. 또 인성 교육프로그램인 ‘할 일 목록(Chore List)’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할 일을 마친 자녀에게는 가상화폐인 나비 코인이 제공된다. 이 가상화폐는 다양한 앱, 게임, 음악, 액세서리 등을 수입하는 데 쓰인다. 나비는 지난해 미국 소비자 전문 매체 <컨슈머 리포트(Consumer Report)>가 뽑은 유아 전용 태블릿PC에서 1위에 선정됐다.
경제 잡지 <아이엔씨>는 푸후의 기업문화를 ‘아시안’이라는 단어로 정의 내렸다. 설립자 3명이 아시아인일 뿐만 아니라 현재 CEO를 맡고 있는 짐 미첼도 사무실 가구 배치 때 풍수(風水)를 따질 정도로 아시아 문화에 푹 빠져 있다. 이들이 스마트 에듀 분야에서 의기투합할 수 있었던 것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자식 교육에 푹 빠진 아시아 이민자들에게서 성공 가능성을 볼 수 있어서다. 실제로 나비에서 제공하는 영어, 수학, 과학 등의 콘텐츠는 미국 초등 교과 과정과 동일하다. 이들 콘텐츠는 미국 현지의 전국 등수분석 시스템과 연계되기 때문에 자신의 자녀 수준이 현재 어느 정도에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말해준다. 경우에 따라선 보완해야 할 부분도 비교적 자세하게 말해준다.
주력 제품은 5인치 화면을 가진 영아용 태블릿 나비 주니어, 유아용 태블릿 나비2와 나비3, 쌍둥이들을 위한 나비XD 등이 있다. 액션캠의 대명사 고프로(GoPro)와 유사한 형태의 나비 스퀘어XD(4K 화질)도 인기다.

교육에 오락 접목…아시아 이민자들 대환호
올초 푸후는 미국에서 열린 CES(국제가전박람회)에서 32, 43, 44, 65인치 터치스크린 방식의 전자기기를 발표했다. 지금까지 푸후가 이동성을 강조한 유아전용 모바일 기기만을 생산했다면, 앞으로는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스마트 에듀 쪽으로 타깃층을 확대시킨 것이다. 어떤 콘텐츠를 넣느냐가 관건이지만, 푸후에 익숙한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가족 전체로 판매망을 확대시킨 것에 대해 미국 내 가전 업계는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관련 분야에 뚜렷한 경쟁자가 없는 것이 장점이다. 집안에서 아이들 교육용으로 쓰이던 모바일기기 게임, e-북은 물론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요리, 쇼핑 분야로 확대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푸후의 성공은 기기 자체의 혁신성도 중요하지만 어떤 내용을 담아 누구에게 판매하며, 이때 경쟁분야가 얼마나 덜 치열한지를 따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잘 설명해준다. 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근처인 엘 세건도(El Segundo)에 있으며 미국 덴버, 산호세를 비롯해 중국, 홍콩, 타이베이(臺北), 일본 등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