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스크팩 열풍이 거세다. 2000년대 초만 해도 공짜 사은품에 불과했던 마스크팩이 이젠 ‘K뷰티’ 주역으로 성장했다. 특히 중국 마스크팩 시장이 급성장하고 중국 관광객의 수요가 확대되면서 국내 마스크팩 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고 있는 국산 브랜드가 엘앤피코스메틱의 ‘메디힐’이다. 메디힐은 롯데·신라면세점 등 국내 모든 면세점뿐만 아니라 중국 내 19개 공항면세점, 중국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 메르스로 인해 판매가 주춤하고 있지만 5월까진 매월 4000만장이 팔렸다. 지난 6월 말까지 엘앤피코스메틱의 매출액은 866억원. 상반기에 벌써 지난해 매출액인 576억원을 훌쩍 뛰어 넘었다.
지난 8월10일 서울 강서구에 있는 회사 사무실에서 만난 권오섭 엘앤피코스메틱 대표는 “메디힐은 차별화된 디자인과 우수한 품질이 강점”이라며 “올해 1500억원의 매출 달성은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스크팩은 중국을 비롯한 여행객들이 면세점에서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해 선물하기에도 좋다. 최근엔 구매층도 점점 확대되고 있어 시장 전망도 밝다.
1992년 중소 화장품 업체에 입사해 계열사 사장까지 지냈던 권 대표는 1997년 독립해 화장품 유통에 뛰어들었다. 6개월 만에 16개의 매장을 열었다. 성공했다고 생각한 순간 IMF외환위기가 몰아쳤다. 그 역시 폭풍을 피하지 못하고 폭삭 망했다. 절치부심하던 그는 2003년 색조화장품 시장에 다시 뛰어들었다. 마스크팩 시장의 가능성을 본 것은 이 때였다.
“그 당시 2000원짜리 한방마스크팩을 만들었는데 잘 팔렸어요. 이걸 제대로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색조화장품 회사를 매각하고, 직원 3명과 지금의 이 회사를 2009년 설립했어요.”
처음에는 다른 화장품 회사의 브랜드를 로열티를 주고 사용하다 2012년 메디힐 브랜드를 만들었다. 마침 중국 등지에서 일어난 한류 바람을 타고 회사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권 대표는 “운이 좋았다”고 말하지만 성공의 기반이 된 건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한 품질 경쟁력 확보다.
“마스크팩은 진입장벽이 낮은 분야입니다. 누구나 뛰어들 수 있어요. 결국 승패를 가르는 것은 품질 경쟁력이죠. 피부에 좋은 성분을 개발하고, 고가의 원단을 사용해 그 성분이 피부에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했어요.”
메디힐 N.M.F 아쿠아링 앰플 마스크와 W.H.P 미네랄 숯 마스크팩 등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수분폭탄’이란 애칭을 달고 있는 메디힐 N.M.F 아쿠아링 앰플 마스크팩은 식약처에서 주름개선 기능성을 인증받았다. 특히 이 마스크팩은 업계 최초로 100% 천연 목화씨에서 추출한 피부 친화적인 셀룰로오스 장섬유(長纖維)를 사용하고 있다. W.H.P 미네랄 숯 마스크 팩은 숯으로 마스크 시트를 만들어 숯이 가진 작은 구멍들이 피부의 흡착성을 높여 수분공급을 증대시켜준다. 그만큼 원단과 성분에 투자를 집중하면서 제품력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다.
권 대표는 “그동안 광고는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며 “메디힐을 한 번 써본 사용자들의 입소문을 통해 이 자리에 올라섰다”고 말했다. “W.H.P 미네랄 숯 마스크팩은 중국판 런닝맨으로 불리는 ‘달려라 형제’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진이 이 마스크팩을 사용하는 장면이 방영됐어요. 저희가 협찬한 것도 아닌데 이 제품을 써본 중국 연예인이 출연진에게 하나씩 선물하면서 방송을 타게 된 거죠. 이후 중국인들이 엄청난 관심을 가지게 된 건 물론이고요.”
신제품 개발을 통해 소비자의 니즈(수요)에 한 발 앞서 다가간 것이 고객 만족도를 키웠다. 최근 출시한 가면무도회의 마스크를 연상시키는 ‘메디힐 마스크 드레스’와 하반기 신제품으로 단백질 성분이 들어간 ‘메디힐 프로아틴 마스크’도 눈길을 끈다.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승부하겠다는 권 대표의 의지가 엿보이는 제품이다.
‘메디힐 마스크 드레스’는 가면무도회를 연상시키는 패션의 드레스 코드를 뷰티에 접목한 마스크팩이다. 블랙, 블루, 레드, 바이올렛 총 4종으로 구성됐다. 기존의 프린트 마스크의 재미에 더해 한 단계 진화한 기술력을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메디힐 프로아틴 마스크팩’은 단백질 성분이 들어간 크림 타입의 마스크팩이다.
이 회사에서 매달 내놓는 신제품은 10가지가 넘는다. 그만큼 소비자의 니즈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얘기다. “디자인팀과 상품기획팀이 시장조사와 소비자들의 빠른 트렌드 변화를 읽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어요. 항상 소비자 입장에서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사보다 앞서 가는 제품 개발이 가능했습니다.”
엘앤피코스메틱은 지난 8월21일 서울 명동에 플래그십 브랜드 샵인 ‘힐링 온 더 메디힐’을 오픈했다. 이 샵은 3층으로 구성돼 있다. 1층에선 메디힐 제품 체험이 가능하며, 카페로 꾸며진 2층은 휴식공간이다. 3층에는 관광객을 위한 캐리어 보관소와 해외 바이어를 위한 회의공간을 마련했다.

2. 대표적인 제품인 N.M.F 아쿠아링 앰플 마스크.
해외시장 다변화 주력
메디힐이 주력하는 시장은 중국이다. 2014년 중국 마스크팩 시장 규모는 250억 위안(4조4200억원)에 달한다. 올해는 5조원 규모를 가뿐히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9월엔 중국 상하이에 현지법인도 설립할 예정이다. 실탄도 든든하다. 최근 중국 유수의 투자사로부터 30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메디힐은 현재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 홍콩, 대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일본, 캐나다, 호주, 러시아, 인도, 체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전 세계 25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메디힐이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는 글로벌 넘버원 브랜드의 자리를 지키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중국 내 1위를 지향하며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글로벌 넘버원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며 “올해도 두바이, 라스베이거스 박람회 등에 참가할 예정이며 남미 등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