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준 오너셰프는 시각디자인을 배우기 위해 떠난 영국에서 전람회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한 레스토랑에 매료됐다. 그 후 셰프가 되기 위해 파리의 ‘르 꼬르동 블루(Le Cordon Bleu)’ 요리학교에 들어갔다.
- 이형준 오너셰프는 시각디자인을 배우기 위해 떠난 영국에서 전람회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한 레스토랑에 매료됐다. 그 후 셰프가 되기 위해 파리의 ‘르 꼬르동 블루(Le Cordon Bleu)’ 요리학교에 들어갔다.

서울 한남동의 프랑스 식당 ‘수마린(SOUS MARIN)’에서 단골들이 즐겨 찾는 음식은 ‘닭모래집 리조또’이다. 닭모래집의 꼬들함과 알알이 씹히는 보리알의 느낌이 남다르며, 기본 육수의 깊은 맛과 송로버섯오일의 향긋함도 매력이다.

이형준 오너셰프는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나 반포고를 졸업했다.

“조각가 할아버지와 순수미술가 어머니의 예술가 집안에서 자랐습니다. 자연스레 초등학교 때부터 입시미술을 배웠죠. 예술고 진학에 실패한 후 평소 관심을 뒀던 시각디자인으로 방향을 바꿨어요.”

영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중 그는 일본인 친구를 따라 유명 고급레스토랑에 갔다.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샤갈의 원화(原畵)와 반짝이는 은 식기, 격조 높은 테이블 장식 덕분에 전람회에 온 듯했어요. 조화로운 색감의 요리들과 능숙하고 세련된 서비스는 공연예술을 감상하는 듯했죠. 머리에 번쩍 불이 들어오며 이런 게 바로 실용예술 아니겠는가 생각했어요. 디자인분야보다 더 신속히 창조적이고 즉각적인 고객반응을 느낄 수 있는 점도 매력으로 느껴졌죠. 당장 부모님을 설득해 스위스 호텔학교에 2001년 입학했습니다.”

하지만 호텔리어보다는 셰프에 더 관심을 두었고, 스위스에서 세 시간 거리의 프랑스 파리로 조리법을 배우러 다녔다. 결심을 굳힌 그는 호텔학교 중퇴 후 파리의 ‘르 꼬르동 블루(Le Cordon Bleu)’ 요리학교에 들어갔다.

“1년 과정 디플로마를 획득한 후 프랑스 남부 아비뇽의 미슐랭 1스타 식당에서 일했습니다. 남부의 시골에서 일한 덕에 남다른 경험을 쌓았죠. 남도음식처럼 선명한 색이 나고, 마늘 등의 허브를 써서 맛이 진하죠. 가장 큰 특징은 신선한 재료만을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가을이면 사냥으로 잡은 비둘기나 토끼만을 쓰는 식으로요.”

- 20대의 나이에 외식업계의 주목을 받으며 우뚝 선 이형준 오너셰프는 2014년 자신의 식당인 수마린을 오픈했다.
- 20대의 나이에 외식업계의 주목을 받으며 우뚝 선 이형준 오너셰프는 2014년 자신의 식당인 수마린을 오픈했다.

20대에 외식업계에 우뚝 서다
병역을 마치고 호주의 식당에서 일하며 유럽과는 다른 호주만의 개성 있는 식문화를 배웠다. 귀국 후 프랑스 식당에서 근무하다 2007년 서울 이태원에 ‘봉에보(Bon Et Beau)’를 열었다.

“이모가 카페를 운영하고 싶다고 하셔서 대신 세팅을 해드렸는데, 애착이 생기더라고요. 저만의 요리를 해보겠다는 욕심으로 아예 눌러 앉았죠. 현대적 프랑스 음식과 독특한 분위기로 인기를 얻었습니다.”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식당을 정리하고 뉴욕에 체류하던 중 대상그룹으로부터 식당 오픈을 제안 받았다. 세계적인 레스토랑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함께 작업해 2010년 문을 연 곳이 ‘라 카테고리(La Categorie)’와 ‘메종 드 라 카테고리(Maison De La Categorie)’였다. 20대의 나이에 외식업계의 주목을 받으며 우뚝 선 그는 2014년 자신의 식당인 수마린을 오픈했다.

“이제는 ‘내 음식’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과감히 결정했습니다. 봉에보 시절부터의 단골들이 찾아와서 외진 위치임에도 어렵잖게 자릴 잡을 수 있었죠.”

수마린은 다양한 해산물이 주재료인 지중해풍의 프랑스 음식을 선보인다. 전채부터 디저트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된 프랑스 정찬의 매력을 잘 느끼기 위해 코스메뉴를 추천한다.

디너코스(11만5000원)는 6가지로 구성되며 취향에 따른 선택이 가능하다.

- 전채부터 디저트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된 프랑스 정찬의 매력을 잘 느끼기 위해 코스메뉴를 추천한다. 디너코스는 6가지로 구성되며 11만5000원이다.
- 전채부터 디저트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된 프랑스 정찬의 매력을 잘 느끼기 위해 코스메뉴를 추천한다. 디너코스는 6가지로 구성되며 11만5000원이다.

미술관 같은 예술적 공간에 눈도 즐거워
첫 번째로, 모시조개(치즈와 꼴뚜기 등을 얹고 조개국물과 레몬즙을 뿌려 감칠맛이 진하다)와 에끌레어(리코타 치즈, 콘무스와 프로슈토로 채우고 어란과 허브꽃잎을 올렸다) 중 선택한다. 두 번째는 그린 아스파라거스(파슬리, 아스파라거스 퓨레와 닭간으로 만든 무스를 곁들였다)와 푸아그라 크렘브륄레(거위간 위에 푸아그라 크렘브륄레 크림을 얹어 구웠다) 중 고른다. 세 번째로는 마카로니 그라탕(버섯과 거위간으로 채우고 모네이소스와 그뤼에르 치즈를 얹어 구운 후 검은 송로버섯 오일을 뿌렸다)과 크레송퓨레의 뇨끼(밀가루, 감자, 호박 등을 기본 재료로 해 둥글게 빚은 반죽) 중 선택이다.

네 번째는 장어튀김과 가자미 또는 호박꽃잎을 곁들인 은대구 구이 중에서 고른다. 다섯 번째는 메인 요리로 금태(뼈를 갈아 만든 진한 풍미의 소스가 곁들여진다)와 오리가슴살(통후추와 겨자씨앗을 올려 익힌 후 천혜향 라비올리를 곁들인다) 혹은 한우채끝등심이나 양갈비와 닭가슴살(2인 이상) 중 선택이 가능하다.

콤플렉스 에그(Complex Egg)가 나오고, 차와 함께 프랑스식 디저트인 쁘띠푸(Petit Four)로 마무리된다. 이곳 수마린에서는 다양한 디저트로 구성된 디저트 카트도 만나볼 수 있다. 서울에서도 디저트 카트를 선보이는 프랑스 식당은 손에 꼽는다. 여기에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와인을 곁들이면 만족감이 더욱 높아진다.

홍보도 없이 조용히 운영하지만 미식가들 사이에선 단단한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다.

“프랑스 음식은 화려한 모양새보다는 기본 재료와 육수 및 소스 만들기에 정성을 다하고 솜씨를 발휘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안 보이는 부분에 대한 가치와 정성을 알아주시는 것 같아 기쁘죠. 또한, 저의 새로운 요리들에 공감하는 분들이 계셔서 행복합니다. 그에 힘입어 수마린의 도전과 변화는 계속될 겁니다.(웃음)”

가수라며 음반녹음이나 노래공연은 않고 방송에서 웃기는 것에나 골몰한다면 코미디언이지 가수로 불릴 자격은 없다. 마찬가지로 요즈음 방송에서 보이는 ‘쇼셰프(show chef)’들은 연예인이라 부르는 게 적절해 보인다. 셰프라면 먼저 자신의 식당에서 만드는 음식으로 능력과 가치를 평가 받아야하지 않겠는가. 그런 면에서 수마린에선 진짜 셰프를 만날 수 있다.

이형준 셰프는 수마린을 종합적인 예술 공간으로 꾸며나갈 계획이다. 미술관과 건축물로부터 끊임없는 영감을 얻어 분위기를 살리고, 공연예술을 접목한 실험적인 요리를 추구한다. 손님이 조리사들이 일하는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도록 개방형 주방에 대형거울을 달아둔 것도 그런 생각의 일환이다.

지하 1층은 레스토랑으로, 1층은 카페를 겸하는 캐주얼한 식당으로 운영한다.

수마린(SOUS MARIN)
위 치
서울시 용산구 한남대로 20길 47-24 리플레이스 D동 지하 1층
문 의 02-790-0814

 

※ 박태순 음식칼럼니스트
2002년부터 각종 포털과 매체에 독특한 관점의 음식 칼럼을 게재하고 있는 우리나라 음식분야의 정상급 칼럼니스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