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면접에선 전공지식과 업무에 필요한 역량을 묻는 질문이 많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반기에는 ‘창의성 면접’이 처음 도입된다. 아직 창의성 면접에 대해서 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 지원자들이 많다. 하반기 취업을 목표로 고군분투하는 취준생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삼성 면접의 핵심내용을 짚어본다. 더불어 주요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이 말하는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도 살펴본다.
창의성 면접은 논리력과 독창적인 아이디어 평가
10월18일 열리는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통과하면 11월부터 계열사별로 면접을 진행한다. 면접전형은 크게 실무, 창의성, 임원 면접으로 이뤄진다. 실무면접은 계열사마다 차이가 있는데, 어떤 회사는 발표(프레젠테이션) 면접을 보기도 하고 어떤 회사는 1박2일 합숙면접을 진행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여러 지원자들 간에 토론하는 그룹 면접도 봤지만 몇 년 전 사라졌다.
하반기부턴 지원자가 ‘면접관’과 토론하는 창의성 면접이 도입된다. 별도의 인성검사는 없다. 모두 GSAT에 포함된다. 외국어 면접도 없다. 다만 해외 업무가 많은 직무에 지원한 지원자에겐 면접 도중 영어나 중국어로 답해보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본인이 지원한 직무에 맞춰 전공지식과 업종에 대해 알차게 준비하고 면접장에 가야 한다.
창의성 면접은 지원자가 주제에 대해 설명하면 면접위원이 추가로 질문해 논리력, 설득력을 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삼성은 “창의성 면접은 지원자가 제시된 과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발표하고 면접위원이 추가 질문하는 형태”라며 “이를 통해 지원자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논리 전개과정을 평가한다”고 밝혔다.
일반적 토론 면접이 지원자들끼리 특정 주제를 갖고 토론한다면 창의성 면접은 면접관과 지원자가 토론을 벌이는 것이다. 즉 비슷한 수준의 지원자들이 아니라 사회경험, 전문지식 등이 훨씬 뛰어난 상대와 벌이는 토론인 셈이다.
창의성 면접에선 지원자에게 장문의 제시문, 동영상, 사진 등 분석할 수 있는 자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원자는 자료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기업이나 개인이 처한 특정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고 극복할지 물어보는 문제가 나올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이 기발한 문제 해결 능력을 내놓는지, 그리고 면접관과 토론하는 과정에서 그러한 해결 방안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창의성 면접은 완전히 새로운 방식은 아니다. 과거에도 여러 기업들이 토론 면접에서 특정 상황을 주고 이를 논리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을 물어본 적이 있다. 여러 토론면접 기출문제를 토대로 취준생들 간에 압박형 토론을 연습해보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이런 지문이 문제로 나올 수 있다. ‘가’ 전자회사와 ‘나’ 전자회사는 휴대전화 시장에서 각각 30%, 4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회사다. ‘나’ 회사 직원인 당신은 ‘가’ 회사가 이제껏 없던 홍채 인식 기능을 구현한 스마트폰을 다음 달 출시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나’ 회사도 마침 홍채 인식 스마트폰을 만들고 있었는데 아직 개발이 덜 되어 6개월 후에야 출시가 가능하다. ‘나’ 회사 직원인 당신은 어떤 전략을 짤 것인가?

PT면접은 전공지식 연계한 문제가 주로 출제돼
PT면접은 전공 관련 문제를 면접관 앞에서 푸는 면접이다. 여러 개의 면접 문제를 주고, 그 중 한 가지를 고른다. 40~50분 정도 준비 시간을 준다. 준비 시간이 끝나면 지원자는 면접장에 들어가 간단한 자기소개와 인사를 하고 칠판 등을 이용해 발표를 시작한다. 보통 발표 시간은 5~10분이다.
PT발표에선 지원자가 전달하려고 하는 핵심 결론부터 먼저 설명하는 것이 좋다. 면접관들이 듣고 싶어하는 알맹이부터 소개해 눈길을 끌고 차근차근 논리적으로 설명하면 된다. 결론도 없이 주변설명만 하다보면 듣는 사람 입장에선 ‘그래서 결국 어떻게 하자는거야’라는 생각만 들고 집중도가 떨어진다.
이후 면접관이 추가 질문을 5분 정도 하고, 직무에세이를 토대로 인성과 관련한 질문을 한다. 개인당 면접 시간은 20~30분 정도 걸린다. 주로 차·부장급 면접관 여러명이 나온다.
PT면접에 나오는 전공 관련 문제는 계열사와 직무마다 다양하다. 특히 삼성은 다른 회사의 면접에 비해 전문화된 전공 지식을 묻는 경향이 있다. 실제 PT면접엔 전공 기술에 대해 묻거나, 전공을 현실에 연계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묻는 실용적인 문제가 출제됐다.
과거 삼성전자 PT면접에선 ‘엔저, 원고 현상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 ‘TV 두께를 얇게 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라’, ‘혼수시장 점유율을 높일 마케팅 방안을 제시하라’ 등이 있었다.
삼성물산 PT면접에는 ‘환율 위험을 피하기 위한 세가지 방법은 무엇인가’, ‘신용카드사와 가맹점 간 수수료 분쟁에 대한 해결방안을 도출하라’ 등이 출제됐다.
호텔신라 PT면접에는 ‘신라면세점에서 발행하는 카드가 실버, 골드, 플래티넘으로 구분되는데 한정된 자원으로 효과적으로 고객을 관리하고 신규 고객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도출하라’는 질문이 나왔다.
제일기획 PT면접은 ‘4P와 4C를 비교해보라’, ‘STP전략에 대해 말해보라’는 질문이 나왔다. 4P는 제품(Product), 가격(Price), 유통(Place), 홍보(Promotion), 4C는 소비자(Consumer), 비용(Cost), 편의성(Convenience),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을 말하는 마케팅 용어다. STP전략은 세분화(Segmentation), 표적설정(Targeting), 포지셔닝(Positioning) 의 앞글자를 딴 마케팅 전략을 뜻한다.

삼성에 맞는 사람인지 확인하는 임원면접
삼성 면접자들은 대부분 하루에 창의성면접-PT면접-임원면접까지 다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임원면접은 면접관 여러 명과 지원자 1명이 들어가는 형태다. 임원면접에선 앞서 PT면접에서 나왔던 질문들이 다시 나오기도 한다.
대체적으로 임원면접엔 지원자를 압박하려는 분위기보다는 좀 더 평이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그래서인지 삼성에 맞는 사람인지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한 질문들이 많이 나온다. 정치적,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묻는 질문들도 임원면접에서 자주 출제된다. 앞으로 삼성에서 예상하고 있는 커리어패스, 10년간 인생 계획 등 지원자의 목표를 묻는 질문도 단골이다. 직무에세이에 썼던 내용을 다시 한번 숙지하고 가야 한다.
삼성생명 임원면접에선 ‘(영업직의 경우) 영업을 잘 하려면 인맥이 중요한데 휴대전화에 저장되어있는 번호가 몇개냐’, ‘인상을 보니 내성적으로 보이는데 영업을 잘 할 수 있느냐’ 등의 개인적인 질문이 나왔다. 삼성에버랜드 임원면접에선 ‘명절날 삼성에버랜드에 대해 나쁘게 이야기하는 집안 어르신이 있다면 어떻게 대처하겠냐’, ‘주자창에서 부모를 잃어버린 어린아이를 발견하면 어떻게 하겠나’ 등의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또 다른 중요한 점은 지원하는 회사에 대해 공부를 꼭 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의 가장 기본적인 것도 모르는 채 면접에 들어가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 낭비다. 주요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은 ‘꺼려하는 지원자’로 ‘묻지마 지원자’를 가장 최우선으로 꼽았다.
아시아나항공 면접장에선 이런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있었다. 기내 승무원을 지원한 이 지원자에게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하면 첫 취항지로 어딜 가고 싶느냐고 물었더니, 브라질 상파울루에 가고 싶다고 답했다. 당시 상파울루는 아시아나항공 취항지가 아니라, 대한항공 취항지였다. 대우건설에 지원하면서 자기소개서에 ‘래미안’에 살아서 대우에서 근무하고 싶다고 쓴 지원자도 있다. 래미안은 대우건설이 만든 아파트가 아니라 삼성물산의 브랜드다. 전형적인 ‘복사’ + ‘붙여넣기’의 표본이다.
해당 회사가 어떤 사업을 하는지, 무엇을 창출하는 회사인지, 국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 회사인지, 최근 흑자를 냈는지 적자를 냈는지, 주요상품이 무엇인지는 알고 가야 한다. 알면 알수록 승률이 높아진다.

지원자들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면접 대기실’에서 흐트러진 모습
삼성 외에 어느 기업의 채용 면접에 가든지 반드시 지켜야 할 점이 있다. 예의를 갖추는 것이다. 뜻밖에 많은 지원자들이 ‘예의가 없어서’ 감점을 받는다. 여러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사례는 면접장이 아닌 면접 대기실에서의 무례함이다. 눈 앞에 면접관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보는 눈이 없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SK브로드밴드 인사담당자는 모든 면접이 다 끝나고 집에 가는데, 면접 대기실에 남아 친구와 통화하는 지원자를 우연히 보게 됐다. 그 지원자는 친구에게 “야, 여기 OO빡세, 완전 XX, 뭐 이렇게 시키는 게 많은 거야, 그냥 대충 했어”라고 말했다. 지원자는 결국 떨어졌다.
면접 대기실에서 지원자들의 면접을 돕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 회사의 인사팀에 근무하는 직원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런 직원을 일종의 ‘도우미’라고 생각하고 막 대하는 경우도 있다. SK하이닉스에 지원했던 지원자는 인사팀에게 “저 언제 들어가요?”라며 면접 대기시간이 너무 길어진다고 화를 냈다. 대우건설에 지원했던 한 남성 지원자는 면접 대기실에서 주변 정리를 돕던 여직원에게 다가가 ‘작업’ 멘트를 날리며 연락처를 물어보기도 했다.
장시간 면접을 하다 보면 체력이 떨어지고 긴장이 풀리면서 평소의 안 좋은 자세가 튀어나올 수 있다. 항상 밝고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면접 대기실에서 삐딱하게 앉거나 남의 의자에 다리를 올려놓는다거나, 인사팀 담당자가 설명을 할 때스마트폰을 보며 딴짓을 하거나 옆 지원자와 잡담을 하는 것도 감점 요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