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은행 JP모건 체이스 최고경영자(CEO)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은 올해 4월 12일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실리콘 밸리가 몰려온다(Slilcon Valley is coming)”며 핀테크(Fintech) 산업에 대해 경계심을 나타냈다. 세계 금융계 전설로 불리는 다이먼 회장의 이날 발언은 핀테크를 바라보는 금융계의 단적인 시각이다. 핀테크란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전통적인 금융 서비스에서는 제공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의 금융 서비스업을 말한다.

최근 세계 핀테크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시장은 지불결제(Payments) 분야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엑센추어가 지난해 펴낸 보고서(The Rise of Fintech - New York's Opportunity for Tech Leadership)를 보면,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금액은 2013년 3억달러로 2009년(9000만달러)보다 3배 이상 늘어났다. 엑센추어는 보고서에서 2018년 지불결제 시장이 4억7000만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 스트라이프를 공동창업한 패트릭(오른쪽), 존 콜리슨 형제.
- 스트라이프를 공동창업한 패트릭(오른쪽), 존 콜리슨 형제.

피터 틸·엘론 머스크 투자…‘선수는 선수가 알아본다’
스트라이프(Stripe)는 세계 지불결제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이다. 스트라이프는 아일랜드계 미국인인 패트릭 콜리슨(Patrick Collison), 존 콜리슨(John Collison) 형제의 합작품이다. 회사 설립은 2009년 10월이지만 본격적인 서비스는 2010년 1월부터 시작됐다. 창업 당시 형인 패트릭은 25세, 동생인 존은 23세였다. 당시 형제의 목표는 ‘인터넷의 국내총생산(GDP)을 늘리겠다’(Stripe’s goal is to increase the GDP of the internet)는 것이었다.

스트라이프는 설립 초기부터 외부 투자를 잘 받았다. 설립 첫해인 2010년 투자자 명단을 보면 면면이 화려하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 투자자인 와이컴비네이터(Y Combinator), 세콰이어 캐피털(Sequoia Capital), 페이팔 창업자인 피터 틸(Peter Thiel), 넷스케이프 창업자인 마크 안드레센(Marc Andreessen)이 운영하는 안드레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등이 대표적이다. 피터 틸과 함께 페이팔의 창업공신으로 꼽히는 맥스 레브친(Max Levchin) 야후 이사회 이사, 엘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모터스 CEO도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다. 그만큼 벤처 슈퍼스타들의 눈에 비친 스트라이프는 온라인 지불결제 시장 구도를 혁신적으로 바꿀 자질을 충분히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스트라이프의 성공요인은 모바일을 기반으로 오프라인 시장을 공략했다는 데 있다. 경쟁사인 페이팔이 웹을 기반으로 한 전자상거래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스트라이프의 결제 플랫폼은 모바일에 기반을 두고, 가맹점으로 대표되는 오프라인 매장 고객을 확보한 것이 차이점이다. 강서진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상업 거래라는 전통적 방식과 신용을 기반으로 하는 금융 거래가 합쳐진 지불결제를 모바일에서 완벽하게 구현했다는 점에서 스트라이프는 핀테크 업계의 선두주자”라고 평가했다.

창업 5년 만에 스트라이프는 관련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나가고 있다. 이베이라는 모회사를 둔 페이팔이 여전히 최대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달리 스트라이프는 특정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최대한 줄이고 고객 풀(Pool)을 다양하게 안배해 위험도를 최소화시켰다.

운영방식은 페이팔처럼 에스크로(Escrow)를 기반으로 한다.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하면 바로 대금이 판매자에게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배송을 받은 후 상품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해야만 구매 절차가 완료되는 구조다.

스트라이프가 이베이라는 강력한 우군을 둔 페이팔의 아성을 무너트릴 수 있는 선두기업으로 성장한 배경은 확장성에 있다. 스트라이프는 온라인, 오프라인 쇼핑몰 판매자에게 코드소스를 완전히 공개해 자유롭게 판매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이럴 경우 판매자, 구매자 모두가 간편하게 온라인 구매를 할 수 있다. 스트라이프 이전까지 서비스들은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에 신용카드 결제 기능을 구현시켜야 했던 것이라면 스트라이프는 별도의 계좌 구성없이 대금 결제가 가능하게 프로그램을 짜는 것이 가능하다. 여신금융연구소가 펴낸 ‘해외 지급결제 핀테크 관련 최근 비즈니스 모델 소개’ 보고서에서는 판매자가 결제 시스템을 자사 사이트에 적용할 때 페이팔은 9단계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스트라이프는 3단계 과정만 거치면 된다고 밝혔다. 이효찬 여신금융연구소 실장은 “시스템 오류 발생 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실시간 채팅, 전화응대 등을 통해 빠른 시간 내 문제점을 해결해준 것도 고객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비결”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스트라이프는 전 세계 135개국 통화로 결제가 가능하다.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지난해 3월 스트라이프를 주요 결제수단으로 채택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현재 스트라이프는 알리페이(2014년 6월), 애플페이(2014년 11월)와 제휴 서비스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페이스북, 트위터 등과의 서비스 제휴를 위해 베타 서비스 버전을 출시한 상태다.

수수료를 낮춘 것도 성공비결이다. 스트라이프는 다른 지불결제 서비스와는 달리 웹페이지에 신용카드 결제 적용 시, 환불수수료, 해외발급 카드 수수료 등을 무료로 하고 있다. 기본 수수료는 2.9%+30센트이며 특정 거래 금액을 초과할 경우에는 할인 수수료를 적용받는 구조다.

최근 <핀테크 3.0>을 출간한 김종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기존 밴(VAN) 망을 활용하는 미국 신용카드 수수료의 경우 평균 4~5%인 반면, 스트라이프는 3% 수준으로 수수료를 책정해 가격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전 세계 14개국 1만7000여개 전자상거래 사이트가 스트라이프를 결제시스템으로 채택하고 있다. 알리페이의 경우 미국 온라인 사이트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중국 내 직구족(온라인직접구매 고객)에게 보다 편리하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스트라이프와 업무 제휴를 체결했다.

-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스트라이프 사무실.
-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스트라이프 사무실.

수수료 대폭 낮춰 오프라인 고객 확보
다양한 통화와 결제사이트를 확보하고 있지만 전적으로 미국 시장에 편중된 매출 구조를 깨는 것은 스트라이프의 다음 숙제다. 중국 등 신흥 시장에서는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박소영 한국핀테크포럼 의장은 “사물인터넷, 스마트데이터 등을 활용하는 핀테크2.0 시대에는 단순한 지급결제 시스템만으로 시장을 석권하는 것이 한계가 있다”면서 “수수료, 오픈 소스 공개 이후 혁신모델을 어떻게 만들어내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본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으며 기업 가치는 2014년 3월 기준 35억7000만달러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