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최씨 무신정권 때의 명문장가이자 관리였던 이규보(李奎)의 원래 이름은 이인저(李仁低)였다. 입신양명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던 그에게 어느 날 하늘의 28개 별자리인 28숙(宿) 중 학문을 상징하는 별인 규성(奎星) 노인이 꿈에 나타나 장원급제를 예언해 주었다. 꿈대로 장원으로 급제한 이인저는 규성에 대한 보답의 뜻으로 이름을 이규보(李奎)로 개명했다. <한자, 중국어와 함께하는 중국문화 산책>의 저자 임진규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예부터 중국 산둥에서 닭이 울면 인천 제물포에서 그 소리가 들린다고 할 정도로 우리는 중국과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사이입니다.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중국을 좀 더 폭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자와 중국어에 얽힌 재미있는 스토리를 담았습니다. 한자와 중국어는 때론 어렵고 딱딱하게 다가옵니다. 그럴 때마다 이러한 재미있는 스토리를 통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렵다는 이유로 종종 포기하게 되는 한자와 중국어 공부에 흥미를 갖도록 돕고자 이 책을 쓰게 됐습니다.”

임진규씨는 조선닷컴 블로거로도 활발한 활동을 했다. ‘오재공’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며 블로그를 통해 다양한 역사 및 문화기행기를 써왔다. 한화그룹에서 30년 넘게 일했던 저자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여간 베이징 주재 한화차이나 중국본부의 수석부총재로 일했던 경험이 있기도 하다. 임씨는 “한자와 역사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평소 알고 있던 인문학적 지식을 접목해 분석한 내용들”이라고 설명했다.

 

책에는 한자에 담긴 어원과 이와 관련된 중국문화를 스토리로 엮은 다양한 내용들이 담겨있다. 예를 들어, 중국 제일의 거부로 올라선 마윈의 알리바바에서 만든 인터넷 쇼핑몰 타오바오(淘)는 ‘보물을 건져내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타오(淘·일 도)는 삼수변(水)과 질그릇 도()로 이루어진 글자로 그릇에 물을 넣고 쌀을 일어 불순물을 제거한다는 형성문자다. 지금의 옥수수를 말하는 옥촉서(玉蜀黍)는 촉(蜀), 즉 사천(四川·쓰촨) 지방에서 생산되는 기장으로 지금은 옥촉서라는 말보다 ‘구슬 같은 동그란 쌀’이라는 뜻으로, 옥미(玉米)라고 더 많이 부른다. 임씨는 “옥촉서(玉蜀黍)의 중국 발음인 ‘위슈슈’와 우리말 한자 발음 ‘옥촉서’를 합쳐보면, ‘옥수수’라는 발음이 쉽게 나온다. 마치 ‘헬기’라는 말이 헬리콥터(helicopter)와 비행기가 합쳐져서 생긴 것처럼, 우리말 옥수수가 중국의 옥촉서(玉蜀黍)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임씨는 “중국에서의 대단한 한류 열풍으로 인해 신조어도 많이 생겨났다”고 소개했다.

“드라마 ‘상속자들’의 인기로 주연배우 이민호는 중국에서 장퇴구바(長腿歐巴)라고 불립니다. 장퇴구바란 ‘롱다리 오빠’라는 뜻이고, 구바(歐巴)는 한국 발음 ‘오빠’의 중국식 신조어예요. 또 ‘별에서 온 그대’가 히트하면서 드라마 속 여주인공 전지현의 대사 ‘어, 눈이 오네, 오늘 같은 날 어찌 치맥이 없어서야’라는 말이 중국의 인터넷에 도배가 됐었어요. 치맥 가게들이 중국 대도시에 우후죽순 생겨났고 대사 속에 등장한 작계비주(炸鷄酒)라는 말은 중국 전역을 뒤흔드는 신조어가 되었죠.”

책 속에는 다양한 한자에 관한 유래와 중국 문화를 결합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임씨는 “중국어를 모르더라도 한자에 관심이 있다면 쉽게 볼 수 있고, 한자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중국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