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아아앙, 꽈과광.”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을 밟아보니 RPM(분당엔진회전수) 바늘이 레드라인을 때릴 때마다 엔진은 “꽈과광”하면서 천둥치는 소리를 내뿜는다. 이런 소리는 WRC(월드랠리챔피언십)에 출전하는 고출력 경주용 차에서나 들을 법한 소리다. 감속 시 기어를 내리면, 역시나 “까라랑”하는 배기음이 뿜어져 나온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CLA 45 AMG를 타는 동안 가속과 감속 모두에서 귀가 즐거웠다. AMG 독일 본사는 이런 독특한 소리는 엔진과 배기구가 자체적으로 만들어낸 순수한 소리라고 설명했다. 차량의 엔진부터 배기라인은 마치 하나의 금관악기를 연상케 했다.
AMG의 장인(匠人) 한명이 모든 공정(工程)을 손으로 만든 이 엔진(M133)은 터보차저임에도 BOV가 없다. BOV(Blow-off valve)는 터보가 엔진 안으로 과급하는 공기 중 일부를 외부로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 장비다. 가속페달을 밟다가 발을 뗐을 때 터보가 빨아들여 압축한 공기의 양이 넘쳐 터보와 엔진 내부로 역류(逆流)하는 것을 방지한다. 이 때문에 BOV는 고출력 사양의 터보차저 엔진에서 내구성을 위해 부착하는 것이 보편화돼 있다.
그런데 왜 CLA 45 AMG는 BOV를 없앴을까. AMG는 BOV가 아예 없어도 엔진이 버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런 자신감의 원천은 AMG가 쏟아 부은 기술적 근거에서 비롯된다.
CLA 45 AMG에 탑재된 이 M133 엔진은 최대 140바(2030PSI)의 내부압력까지도 버틸 수 있는 구조로 제작됐다. 엔진무게는 줄이면서도 알루미늄의 약점인 내구성을 보완했다. 이 때문에 엔진의 무게는 고작 140kg에 불과하지만 엔진은 견고하다.
엔진 압축비는 8.6대 1로 같은 배기량에 터보를 조합해 300마력대 출력을 내는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 X(엑스)의 9대 1보다도 낮은 수치다. 이 압축비가 낮을수록 터보의 과급양이 늘어나 고출력을 낼 수 있다. 즉 CLA 45 AMG가 얼마나 고성능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AMG 독일 본사는 기자가 BOV를 제거한 이유에 대해 묻자 다음과 같이 답변해왔다. “애당초 우리(AMG)는 BOV 없이 고출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엔진을 설계했으며, 완성된 엔진의 성능은 우리 기술진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접착제를 바른 듯한 접지력
CLA 45 AMG는 전륜구동 기반의 4륜구동으로 보통 이런 경우 전륜부가 미끄러지는 언더스티어(Understeer) 경향을 가진다. 하지만 CLA 45 AMG는 언더스티어가 잘 발생하지 않았고 차체를 미끄러트린다는 게 쉽지 않았다. ESP(차체 자세제어 장치)를 끈 상태에서도 바퀴는 접착제를 바른 듯이 땅을 움켜쥐었다. 핸들링은 민첩했으며 오버행(overhang)이 짧아 코너를 빠르게 돌아나갔다. 마치 쇼트트랙 선수의 코너링을 연상케 한다.
장점이 있다면 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아쉬운 부분은 먼저 스티어링 휠이다. 시승차에 장착된 스티어링 휠은 AMG 퍼포먼스 패키지로 휠의 밑면은 여느 스포츠카의 스티어링 휠처럼 D-컷 스타일이다. 여기에 레이싱 장갑을 끼었을 때 뛰어난 그립감을 주기 위해 9시와 3시 방향에는 알칸타라와 스웨이드를 덧씌웠다. 이런 완성도는 칭찬받을 만하지만 스티어링 휠의 지름이 10~20mm 더 작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일반적인 고성능 차의 경우 스티어링 휠의 지름은 보통 330mm에서 360mm 정도다. 이보다 더 작은 지름의 스티어링 휠은 경주용 차량에 장착한다. 지름이 줄어들면 아무래도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동작이 간결해져 운전자가 민첩하게 조향(操向)을 할 수 있다.
그런데 CLA 45 AMG의 스티어링 휠 지름은 여느 스포츠카나 고성능 차량의 스티어링 휠 지름에 비해 큰 369mm를 채택하고 있다. 이것은 일반모델인 CLA250 모델의 370mm 지름보다 불과 1mm 작아진 수치다. 그렇다보니 기자가 고갯길에서 스티어링 휠을 이리저리 감았을 때 조작속도가 차량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스티어링 휠의 크기에 익숙해지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CLA 45 AMG는 후륜부 서스펜션에 주로 소형차에 쓰이는 토션빔(torsion-beam) 형식을 채택했다. 주행성능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코일오버(coilover)형태의 서스펜션을 물리적으로 뛰어넘을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한 단점이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고 시동을 걸 수 있는 것도 아쉬운 점 중 하나다. 대부분의 자동차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야 시동을 걸 수 있다. 시동을 건 후 발생할 수 있는 급발진 또는 조작 미숙으로 인한 사고 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CLA 45 AMG는 AMG 중 막내이지만 가격은 막내라고 하기엔 버거운 7000만원대다.
AMG : AMG(Aufrecht Melcher Großaspach)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튜닝 전문 기업이었다. 그러나 1990년부터 메르세데스 벤츠가 AMG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2005년부터는 메르세데스 벤츠가 AMG를 완전히 소유하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기업의 운영과 기술적인 개발부분은 AMG가 독립적으로 추진한다. 이 때문에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상위 모델은 모두 AMG가 튜닝한 고성능 차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