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거래와 외제차 비중이 늘면서 사고로 인한 가치 하락에 대해 소비자들이 보다 민감하게 반응해 격락손해 소송도 늘고 있다. 사진은 2015년 2월 11일 인천 영종대교에서 있었던 106중 추돌사고 현장. <사진 : 조선일보 DB>
중고차 거래와 외제차 비중이 늘면서 사고로 인한 가치 하락에 대해 소비자들이 보다 민감하게 반응해 격락손해 소송도 늘고 있다. 사진은 2015년 2월 11일 인천 영종대교에서 있었던 106중 추돌사고 현장. <사진 : 조선일보 DB>

자동차의 격락손해(隔落損害)란 차량 파손 때 수리를 해도 원상복구가 되지 않아 발생하는 손해를 말하며 ‘시세하락 손해’, ‘감가손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고가 난 후 수리를 받더라도 차 가격은 하락하게 되므로 수리만으로는 완전한 보상이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나중에 차를 팔게 될 경우 사고 이력이 차량가격에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동일한 차종에 비해 싼 값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차량가치 하락에 대한 보상을 보험사 약관상에도 명시하고 있다.

현재 보험사 약관상으로는 출고 후 2년 이하의 차량에 한해 수리비용이 자동차 가격의 20%를 초과하는 경우 보상하도록 되어 있다. 보상비용은 출고 후 1년 이하인 경우 수리비용의 15%, 출고 후 1~2년 이하인 경우 수리비용의 10%를 지급한다. 또한 출고일부터 2년이 경과한 차량에 대해서는 지급하지 않는다.

문제는 약관규정에 의하여 수리비를 지급받더라도 실제 가치가 하락한 부분보다 적게 지급받는다는 것이다. 이 기준대로라면 예를 들어, 차량가액이 4000만원인 경우 수리비가 800만원이 넘어야 그 금액 중 10~15%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수리비 800만원을 기준으로 했을 경우 10%라면 80만원, 15%라면 120만원에 해당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차량 가격의 20%가 넘는 수리를 받을 정도라면, 차량 가격 하락은 수백만원을 넘는 경우가 보통인데 보상 금액은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지므로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렇듯 약관상의 보상비용이 너무 적다보니, 차량의 가치 하락을 제대로 보상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최근 들어 격락손해 소송이 많아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현실이 반영된 탓이다. 또한 중고차 거래와 외제차 비중이 늘면서 사고로 인한 가치 하락에 대해 소비자들이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격락손해 소송 제기하는 이들 많아져
격락소송 분야 전문가인 임해수 법무사는 “과거에는 격락손해에 대한 정보나 이해가 부족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고도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방법을 몰랐었는데, 요즘 하루에 4~5건씩 꾸준히 소송 상담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 또한 보험사 약관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있어, 원고 승소 판례도 차츰 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올해 8월 24일 교통사고 피해차량 소유자 22명이 가해차량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법원은 “자동차 시세하락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8단독 윤상도 부장판사는 보험사가 원고 19명에게 손해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소송을 낸 원고들의 차량은 출고 이후 1년에서 3년 10개월까지 지난 경우여서 출고 이후 2년 이상이 지났거나, 일부는 수리비가 차량 가격의 20%에 못 미쳐 보상금을 받지 못하는 상태였다. 하지만 소송을 통해 중형SUV 차량 소유주 오모씨는 수리이력이 1회 있었지만 차량 가치 하락 감정금액 677만원을 모두 손해액으로 인정받았다. 또 다른 원고 임모씨도 수리 이력이 2번 있었고 차량 출고 4년9개월이 지났으며, 사고 당시 본인 과실이 10% 있었음에도 감정금액의 80% 수준인 220만원을 손해액으로 인정받아 보상받을 수 있었다.

임해수 법무사는 “보험사 약관과 현실의 괴리가 크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는 판사들은 약관이 불합리하다는 점 때문에 기존의 판례를 완화해서 해석하고 있다. 중대한 하자가 아니어도 사고 이력으로 인한 차량 가격 하락에 대해 손해배상을 인정해 주고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소송 전 승소 가능성 꼼꼼히 따져봐야
소비자보호원에도 격락손해에 관한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소비자보호원 자동차보험 담당자는 “최근 들어 격락손해에 대해 물어오는 분들이 많은데, 현재로서는 보험사 약관대로 보상받는 방법 외에는 없는 게 현실이어서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면 소송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상금액이 너무 적고 조건도 까다롭다는 소비자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자동차 보험사들도 소비자들의 이의 제기에 따라 약관을 보다 완화해 적용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지난 9월 출고한 지 9개월가량 된 SUV 차량 소유주 이모씨는 상대방 과실 100% 사고로 인해 오른쪽 앞뒤 문과 펜더 부분 등을 수리했다. 이로 인해 차량 가격은 최소 400만~500만원 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수리비는 350만원 정도로, 차량 금액의 20%에 미치지 않아 수리 외에는 보험사 약관상으로는 이에 대해 보상받을 방법이 없었다. 이씨가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자 보험사 측은 “규정상 수리비가 차량 가격의 20%를 넘겨야 보상대상이 되지만, 출고한 지 1년이 안되었으니 수리비의 15% 정도인 50만원 정도를 지급하겠다”고 답변했다.

격락손해 소송을 제기하려고 할 경우 알아둬야 할 점이 있다. 모든 사고차량이 격락손해 소송 대상은 아니라는 점이다. 범퍼나 도어(문) 등 단순 교환으로 수리 받는 경우 격락소송의 범주에 넣을 수 없는 것. 고가의 외제차의 경우 범퍼나 도어가 교환되더라도 수리비가 적게는 몇백만원에서 천만원이 넘게 나올 수 있고, 중고차 판매 시에도 최소한 수백만원의 가치 하락이 발생되지만 이런 단순교환의 경우 소송에서 승소할 확률이 낮다. 소송 과정은 돈과 시간이 드는 일이므로 격락손해 소송을 내기 전에, 승소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효율적이다.

자동차 격락손해(隔落損害) 소송 진행하려면

격락손해(隔落損害) 소송이란 차량 파손 시 수리를 해도 원상복구가 되지 않아 발생하는 가치 하락에 대한 비용을 청구하는 소송이다. 격락손해 소송의 경우 손해배상액 산정이 어렵기 때문에 이를 전문으로 행하는 자동차진단평가사 등에게 손해배상액 평가를 의뢰한다.
평가 비용은 10만~30만원대에 이르기 때문에 먼저 가평가를 받고 격락소송을 진행해도 되는지 여부를 결정한다. 가평가에서는 수리 부분이 단순교환인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핀다. 도어, 후드, 펜더, 트렁크 등의 교환인 경우 격락소송에서의 승소 가능성이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