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셰프테이너’ 최현석 엘본 더 테이블 총괄 셰프.
최근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셰프테이너’ 최현석 엘본 더 테이블 총괄 셰프.

그들은 음식에 미쳐 있다. 요리법을 설명할 때면 삶에 대한 불 같은 욕망에 휩싸인다. 물과 불과 칼, 그리고 세상의 온갖 날 것들이 절단되고 튀어 오르고 끓어 넘치는 곳, 키친이라는 전쟁터의 지휘관, 바로 셰프다.

셰프란 어떤 존재인가? 프랑스어로 셰프는 셰프 드 퀴지니에(Chef de cuisine), 주방의 우두머리란 뜻이다. 프랑스 혁명 이후 대거 실직한 궁정, 귀족가의 요리사들은 부르주아를 상대로 고급 레스토랑을 열었다. 기존 식당과 달리 이 공간은 프랑스에 머물던 유럽 상류층, 지식인들에 의해 새로운 사교 문화로 각국에 전파되었다.

오랫동안 레스토랑 사교 문화의 지휘자였던 셰프가 2000년대 들어 ‘먹방’과 ‘쿡방’에 심취한 시청자들을 쥐락펴락하는 ‘푸드쇼’의 지휘자로 인기를 얻고 있다. 스쿠터를 타고 장을 보는 명랑한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와 지옥의 사령관으로 유명한 고약한 고든 램지의 뒤를 이어, 대한민국 방송 스튜디오에서도 셰프들이 대거 등장했다.

셰프는 무질서하게 식재료가 늘어선 냉장고 앞에서 15분 만에 환상의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냉장고를 부탁해’), 텃밭을 가꾸는 농부로도 변신하며(‘인간의 조건’), 전국에서 칼을 벼린 고수들의 음식을 냉정하게 평가하고(‘한식대첩’), 유럽 여행을 떠나 미식의 즐거움을 누리기도 한다(‘셰프끼리’).

최현석은 그 셰프 전성 시대의 최전방에 선 사람이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과장과 허풍을 섞은 몸짓으로 ‘허셰프’라는 캐릭터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그는(마치 마술사가 금가루를 뿌리듯이 소금을 뿌려대며), 동료 요리사들과 리얼리티쇼인 ‘셰프끼리’ ‘인간의 조건’ 등은 물론 sbs ‘힐링캠프’나 MBC 다큐스페셜 ‘별에서 온 셰프’에도 출연해 셰프테이너로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말하자면 최현석 셰프는 세계 그 어느 곳보다 요리사가 뜨는 이 도시에서도 가장 유명한 요리사다. 그런데 그는 유학은 물론이고 학교에서 요리를 배운 적이 없다. 어릴 때부터 “갈비집에 가면 갈빗대가 뻐근해질 정도로 먹어야 후회가 없다”는 과식을 조장하는 문화 속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호텔 주방장, 어머니는 한식당 찬모였다. 군대 제대 후 일거리를 찾다가 어려서부터 익숙했던 요리사를 택했다. 1995년 이탈리안 레스토랑 ‘라쿠치나’에 들어가 2004년 메인 셰프가 되었고, 2010년부터 ‘엘본 더 테이블’ 총괄 셰프를 맡고 있다.

그가 총괄 셰프로 있는 엘본 더 테이블은 가로수길 본점을 비롯해 이태원·일산점 등이 있다. 엘본 더 테이블(ELBON the table)의 엘본(ELBON)은 노블(NOBLE)의 철자를 뒤집은 것으로 고급스러운 정찬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곳의 요리사들은 팬을 모험적으로 끝까지 밀어붙인다. 더 강하게 더 뜨겁게! 커피 필터 같은 모자를 쓰고 흰옷을 입고 움직이는 요리사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검은 옷을 입고 서 있는 180cm가 넘는 최현석은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다. 그가 절도 있게 주문을 했다. “차가운 파스타 하나, 스테이크는 미디엄 레어 괜찮아요? 봉골레 리조또 이건 꼭 먹어봐. 튀김 요리 그리고 카프레제(식전 샐러드)로 브라따 치즈 샐러드는 서비스. 오케이?” 자신의 요리에 확신을 가진 남자의 주문은 매력적이다.

오너 셰프인 적은 한 번도 없었나요?
“없었어요. 저는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어요. 저는 가게 차릴 돈도 없었어요. 예전엔 저도 오너 셰프가 되고 싶었지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제가 큰 레스토랑만 운영했어요. 그런데 오너 셰프가 되면 그렇게 큰 사이즈를 운영할 수가 없어요. 셰프들이 진짜 힘들게 살아요. 중노동에 임금 수준도 박해요. 제가 이 업을 20년을 했는데, 여전히 힘들어요. 생각해보세요. 간사하고 간사한 사람 혀를 만족시켜야 되는 게 셰프의 일이에요.”

스튜디오 카메라 앞에 설 때와 키친의 조리대 앞에 설 때는 어떤 다른 도락이 있나요?
“어찌 보면 윈윈이죠. 제가 작년 4월 이후에 열심히 TV에 나왔어요. 그때가 우리가 생때같은 아이들 보내고 슬퍼할 때죠. 그런데 그 슬픔에 전체 경기가 많이 안 좋았어요. 정말 힘들었죠. 거리에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좀 나가서 방송을 뛰었어요. 처음엔 별로 반응이 없었는데, 점점 더 레스토랑에 손님이 느는 거예요. 방송 끝나고 가게에 오면 홀이 만석이에요. 그 기분이 논에 물 대놓고 온 농부처럼 뿌듯했어요. 저는 셰프로서 음식 맛있게 먹는 거 보는 것도 좋지만, 제가 나오는 프로그램 보고 위로받았다는 말 들으면, 그것도 참 좋더라고요.

소금 뿌리는 것도 그래요. 사실 주방에선 이렇게 안 뿌리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이 고기 구울 때 저를 흉내내 소금 뿌리면서 웃고 재밌어하잖아요. 그게 좋아요. 요리하면서 함께 웃을 수 있으니까요. 방송 나가는 걸 재밌어하진 않는데, 그런 말 들으면 보람 있어요.

엘본 더 테이블의 최현석(오른쪽) 셰프, 루이쌍끄의 이유석 셰프(왼쪽) 그리고 김지수(가운데) 대중문화전문기자가 최 셰프의 요리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엘본 더 테이블의 최현석(오른쪽) 셰프, 루이쌍끄의 이유석 셰프(왼쪽) 그리고 김지수(가운데) 대중문화전문기자가 최 셰프의 요리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스타 셰프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해주나요?
“처음 라쿠치나 주방에 들어갔을 때가 생각나네요. 홍합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다듬었는데, 홍합 안쪽의 털을 뽑다보면 손톱 밑이 거의 물러요. 모시조개, 바지락을 20kg 정도 삶았어요. 게다가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외국 식재료 용어가 무섭게 오고 가고…. 가까스로 맡은 역할이 마늘 빵 굽는 거였어요. 14시간을 마늘 빵만 굽고 집에 들어가는데, 설움이 복받쳤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다닌 직장인데 서럽더라고요. 스물 세 살 때. 저는 요리사로 유명해지겠다는 의욕은 인정받아야 한다고 봐요. 지금도 진짜 요리만 팔 수 있다면 좋고, 그게 저도 꿈이지만, 그게 쉽지가 않아요. 요리를 뒤로 하고 방송만 하면 문제가 되겠죠. 본질만 잊지 않으면 돼요. 저희는 요리하는 사람이라는 거죠.”

엘본 더 테이블의 오픈 키친에는 헬퍼와 세컨드 쿡, 퍼스트 쿡, 메인 셰프들이 놀라운 분업으로 식재료를 다루고 있다. 피가 흥건한 소고기, 빗소리를 내며 기름 속에서 끓고 있는 오징어, 달걀, 버섯, 올리브, 식초, 기름, 향료, 소금, 후추가 정리된 서랍이 사각사각 여닫히면, 파스타와 채소가 순식간에 축제 분위기 나는 샐러드로 변하고, 초콜릿 코트를 입은 푸아그라가 접시 위에 올려진다.

테이블 위에 놓인 다섯 가지 소금의 맛을 보는 사이, 드디어 요리가 나왔다. 최현석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음식을 사랑하는 남자의 표정이었다. 실시간 맛집 랭킹 어플 ‘전국맛집 TOP1000’에서 선정한 스타 셰프 레스토랑 인기 순위에서 최현석의 엘본 더 테이블은 이연복의 목란, 정창욱의 비스트로 차우기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꽃이불을 덮은 얹은 수란 모양의 브라따 치즈 샐러드는 ‘접시꽃 당신’처럼 약간 팬시해 보였다.

“이 꽃은 식용 꽃이에요. 난꽃인데 한국에선 식용으로 안 나와서 화분 몇 개 놓고 따로 키운 거예요. 이 꽃이 식감만 있고 무향 무미 무취예요. 그런데 눈에 보이는 재료를 한꺼번에 같이 드시면 요리에서 꽃향기가 날 거예요. 눈에 보이는 걸 같이 드세요. 한꺼번에 소스까지. 유자와 바질이 만나서 꽃향기를 내죠. 그 안에 씹히는 말린 토마토가 베이스예요.”

최현석은 입안 저쪽에서 활짝 피어나는 꽃향기를 맡아보라고, 그런데 그것은 사실 꽃향기가 아니라고 흥겹게 부추겼다. 두 번째 메뉴는 봉골레 리조또였다. 봉골레 리조또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것 또한 최현석 스타일의 즐거운 함정이 있다. 그것은 파스타를 쌀알 크기로 잘게 잘라 만든 리조또였다.

“쌀로 리조또를 하면 20분 걸리는데, 쌀이 익을 동안 손님이 기다려주지 않죠. 미리 익혀 놓으면 제대로 나오질 않고. 그런데 생 면은 아침에 뽑아놓고 3분만 익히면 돼요. 알덴테로 삶은 면은 리조또와 파스타 사이에서 리듬을 타죠.”

도마 위에서 난타당한 링귀니에 이어 등장한 요리는 최현석의 시그니처와 다름없는 차가운 파스타다. 최현석은 저민 소고기와 채 썬 사과가 절도 있게 올라간 냉파스타를 젓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저어 집어 들었다. 그 모양이 꼭 조지 오웰이나 김훈의 원고를 다루는 것처럼 신중했다. 일종의 잔치국수 면(카페리니)에 소금과 후추, 트뤼플(송로버섯) 오일을 섞어 비벼서 고기와 사과를 곁들여 먹는 그 콜드 파스타에는 역전의 인생이 담겨 있다.

요리 입문 11년 만에 최현석은 라쿠치나에서 ‘소노마벨리’라는 스테이크 하우스로 옮겼으나 안타깝게도 그 가게의 주인은 영양탕 가게를 운영하던 사람이었다. 3개월 만에 폐점이라는 쓴맛을 본 후, 그의 요리를 알아주는 한 블로거의 도움으로 테이스티 블루바드라는 레스토랑을 열어 진정한 자기 세계를 구사하기 시작한다. 차가운 파스타의 시조인 ‘콜드 캐비어 카펠리니’의 전설은 그때 시작되었다.

“바질 페스토에 냉 카펠리니를 비벼서 그 위에 캐비어를 쌓아올렸죠.” 그의 혁명적 유머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아이스크림을 국수처럼 짜서 석류알갱이를 연어 알처럼 쌓아올린 후 파스타 모양의 디저트를 내놓기도 했다.

재기발랄하게 형태를 위장하고, 과도하리만치 파격적인 요리법은 최현석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다.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초콜릿을 입힌 푸아그라와 포기김치 모양의 엔다이브 샐러드, 간장 젤리를 덮은 삼겹살 수비드를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런 식으로 1000여개의 요리를 만들어 냈단 말인가요? 메뉴 개발은 보통 기존에 있던 것들을 좀 더 새롭게 만들어 내는 식인데, 당신 방식은 정말 크레이지 하군요.
“저는 그림을 그리면서 메뉴 개발을 하는데, 그릴 때 머릿속에 예상한 맛이 그대로 나오는 편이에요. 김치 모양의 엔다이브 샐러드도 그래요. 엔다이브(지중해산 꽃상추의 일종)를 소금에 살짝 절여서 거기에 토마토 다져서 바질, 배 넣고 채우면 김치랑 똑같아요. 거기에 모차렐라 치즈를 곁들이면, 두부 김치 모양의 카프레제(식전 샐러드)가 되는 거죠.”

셰프가 되려면 좋은 혀, 좋은 손 그리고 또 뭐가 중요할까요?

“좋은 셰프가 되려면 먹는 걸 좋아하면 돼요. 그리고 또 남 먹이는 거 좋아하고. 그거면 충분해요. 미각 후각은 다 훈련되는 거니까요. 저희 집안은 아버지도 어머니도 형도 다 요리사였어요. 거창한 게 아니고 그냥 기술직 요리사였죠. 당시만 해도 인식이 좋지 않았죠. 저는 할 게 마땅히 없어서 요리를 시작했어요. 저만은 요리를 안 시키고 싶어 하셨거든요.”

최현석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나이프를 들어 스테이크를 썰었다. “고기 좀 드세요. 말린 토마토에 포도 소스를 끼얹었어요. 풍미가 진할 거예요.” 얼른 포크를 들지 않으면 입에 넣어줄 기세였다.

한편에서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 너무 비싸고, 이탈리아 요리가 너무 어렵다고도 합니다.
“그렇지 않아요. 이 스테이크 소스는 그냥 포도주 끓여서 졸인 거예요. 이건 그냥 토마토 말린 거고. 이 냉파스타는 그냥 면 삶아서 기름 넣고 소금, 후추만 뿌리면 되는 거거든요. 어떻게 담느냐 이런 건 나중에 고민하면 돼요. 극장에서 영화 볼 때도 있지만, 뮤지컬이나 오케스트라 연주 보러 가고 싶을 때도 있잖아요. 파인 다이닝은 셰프와 서버들이 정성스럽게 서비스하는 그 음식 문화를 즐기는 거라고 봐요.”

셰프마다 장기가 있는데 최현석 셰프는 확실히 차가운 요리에 재능이 있지요?
“예전에 저희 스승님이 한마디 하셨어요. ‘콜드파트 우습게 보지 마라. 차가운 요리 잘하는 사람이 요리 잘하는 거다.’ 차가운 요리를 좋아하는 건 변화무쌍하고 재미난 요리를 할 수 있어서예요. 성게알로 짠맛이 나는 수플레를 만들 수도 있고, 간장으로 아이스크림을 만들 수도 있죠. 예전엔 바닷가재와 리코타 치즈로 속을 채운 가방 미니어처 라비올리(이태리식 만두)를 만들어서, 그 가방을 만든 디자이너에게 대접한 적도 있어요. 그래서 저를 미쳤다고 하나 봐요(웃음).”

궁극적으로 꿈이 뭐죠?
“뉴욕, 상하이, 도쿄… 세계 미식 도시에 레스토랑을 내는 거예요. 꼭 오너가 돼서 내 레스토랑을 하거나 할 필요는 없어요. 전 그냥 제 주방만 있으면 돼요. 저는 지금도 평론가들 의견에는 크게 연연해 하지 않아요. 요리사는 손으로 말하는 거고, 손님이 맛있다고 하면 그걸로 끝이라는 생각이에요. 신나게 만들고 재밌게 먹을 수 있으면 그걸로 되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