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턴’의 주인공 벤은 인터넷 패션몰 시니어 인턴으로 일하며 삶의 활기를 찾는다.
영화 ‘인턴’의 주인공 벤은 인터넷 패션몰 시니어 인턴으로 일하며 삶의 활기를 찾는다.

<인턴>은 최근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다. 자극적인 내용과 화려한 볼거리보다는 70세 늦깎이 나이에 우연한 기회로 ‘시니어 인턴’이 된 어느 노(老)신사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리고 있다. 세대 간 화합이라는 코드 덕에 자녀들이 먼저 보고 부모님께 권하는 등 입소문을 타고 국내에서 이례적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의 줄거리는 크게 두 개의 축으로 이뤄진다. 퇴직 후 은퇴생활을 즐기다 시니어 인턴으로 인터넷 패션몰에 취업한 벤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의 직장 적응기와 그 회사를 창업해 1년 반 만에 직원 220명 규모로 성장시킨 ‘워킹 맘’ 줄스 오스틴(앤 헤서웨이) CEO의 성장기다.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한 벤을 중심으로 행복한 인생 2막을 위한 조건에 대해 이야기 하려 한다.

영화는 퇴직 후 나름대로 행복한 노후를 보내고 있는 70세 노인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벤은 다운타운에 방 여럿 딸린 자택을 소유한 나름 성공한 중산층 할아버지다. 비록 3년 전 아내와 사별했지만 자녀도 별 탈 없이 잘 자라 독립했고, 취미로 요가나 화초재배를 하며, 가끔 손자 재롱 보는 것을 삶의 낙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평범한 은퇴노인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전화번호부 제작 업체 ‘덱스원’이란 곳에서 40년이란 긴 세월을 근무하며 부사장까지 지낸 것을 보면 현역시절 매우 성실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특별히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그가 인턴에 지원한 것은 경제적 이유보다는 영화 초반 그 스스로가 밝힌 바와 같이 잠들 때마다 밀려드는 알 수 없는 ‘공허함’ 때문이다.

노인의 일자리 참여를 통해 얻어지는 효익을 연구한 자료를 보면, 경제적 빈곤 해소 같은 물질적 측면보다는 정신적 측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성공적 노화(老化)’와 관련, 사회 전체적으로도 ‘노인의 사회참여’가 주목 받고 있는 분위기다. 과거에는 노인을 복지나 돌봄의 대상으로 받아들였다면 이제는 적극적인 생산 주체로 바라보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6075세대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신(新)중년’으로 불린다.

행복한 노후 ‘돈’이 전부가 아니다

노인일자리 사업이 참여 노인의 소득을 늘려주고 전반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사실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2009년 서울대 이석원 교수의 연구를 보면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노인 대부분이 생활패턴 변화로 적극적 노년기를 영위하는 데 긍정적 변화를 경험했다. 노인 일자리 참여가 노인의 자존감과 자기효능감 상승, 사회관계망 확대, 우울증 감소 등 삶의 질 향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있다. 인간발달 단계상, 노년기는 어느 시기보다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쉬운 시기다. 상당수 어르신이 여가를 TV시청이나 신문보기 같은 소극적 활동으로 보내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무료한 생활패턴의 반복은 고립감과 소외감을 확대시키고 이는 사회적 역할의 상실,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스스로를 보다 가치 있게 인식하고 삶의 의미를 새롭게 찾기 위해서라도 노인의 일자리 참여는 매우 중요하다.

영화 <인턴>의 주인공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한 벤이란 인물은 삶의 공허함을 느끼던 차에 우연한 기회로 시니어 인턴 모집광고를 접하게 된다. 모집 자격 요건이 특별히 까다로운 것은 아니었지만 동영상으로 자기소개를 제작해 온라인으로 올릴 정도의 인터넷 지식을 갖고 있는 그는 운 좋게 ‘어바웃 더 핏’이란 인터넷 쇼핑몰 시니어 인턴직에 합격하게 된다. 벤이란 인물은 항상 너그럽고 여유로운데다, 지혜와 위트까지 겸비한 완벽한 인기남으로 다소 비현실적인 캐릭터란 지적도 있다. 때문에 영화를 본 관객 중에는 그가 ‘동화에나 나올 법한 요정 할아버지 같다’며 장르를 판타지로 분류해야 한다는 평도 있고, 벤을 롤 모델로 삼아 ‘노후에 그처럼 나이 먹고 싶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아무튼 그에게 배울 점이 많다는 사실 하나는 분명해 보인다. ‘완벽한 노신사’ 벤에게서 배우는 인생 후반 삶을 대하는 자세 10가지(10Up)에 대해 알아보자.

인생 후반 삶을 대하는 자세 ‘10Up’

Cheer Up
(스스로 격려하기)
시니어 인턴에 합격하고 벤은 다시 활기를 찾는다. 출근을 위해 알람을 맞춰놓고 잠에 들지만 자명종이 울리기도 전에 이미 출근 준비를 마친다. 다시 직장생활을 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삶의 큰 기쁨이 찾아온 것이다. 은퇴하고 나면 여유시간이 많다 보니 하루하루를 무료하게 보내기 십상이다. 새로운 직장이라도 구하면 좋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라. 배움, 봉사, 취미활동 일단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 무엇이든 새로 시작하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것은 해 보자’는 스스로에 대한 격려(Cheer Up)가 중요하다.

Dress Up Clean Up
(깔끔히 차려 입고 주변도 청결하게)
영화 속 벤은 평소 옷매무새 하나 빈틈이 없다. 그의 옷장을 한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감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내와 사별하고 혼자 지내는 노인 옷장치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깔끔히 정리돼 있으니 말이다. 외출할 때 이왕이면 자신의 스타일에 맞춰 깔끔하게 갖춰 입고(Dress Up) 다니자. 옷이 날개란 말도 있지만 차림새는 스스로를 대하는 마음가짐이기도 하다. 혹시 주변에 멋을 좀 아는 친구가 있다면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에 대해 조언을 구해도 좋다. 사람들은 반듯하게 차려 입은 상대에게 더 호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집을 나설 땐 거울을 한 번 더 챙겨 보자.

자기 관리에 신경 쓰는 사람은 차림새뿐 아니라 주변도 깨끗이(Clean Up) 한다. 사무실에서 아무도 치우지 않았던 주인 없는 너저분한 책상을 치운 사람도 벤이었다. 이 사건은 시니어 인턴에 대해 다소 무관심했던 직장 동료들이 그를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 한편, 나이가 들면서 젊었을 때 나지 않던 체취로 고민하는 어르신이 많다. 이러한 냄새는 신진대사의 저하로 노폐물 분해와 배출이 활발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자연스런 노화의 과정이다. 전문가들은 평소 목욕과 세탁을 자주하고 특히 침구를 햇볕에 소독하는 등 개인위생에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Health Up
(건강 관리하기)
영화 시작과 끝 부분에는 주인공 벤이 넓은 잔디밭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기(氣)체조를 하는 모습이 나온다. 성장기 청소년은 신체발달에 필요한 달리기나 구기종목이, 중장년기에는 근력과 지구력을 길러주는 웨이트트레이닝이나 수영이 알맞고, 노년기에는 심혈관계 강화를 위한 가벼운 유산소 운동 또는 굳은 관절과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이 도움이 된다. 운동은 자신의 체력에 맞게 평소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 벤은 이른 아침부터 운전기사 역할을 척척해내고, 장거리 비행도 거뜬하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젊은 사람 못지않은 체력을 가진 것이다. 늦은 회식이 끝난 자리에서는 자식뻘 되는 사람을 챙겨주기도 한다. 나이 일흔에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마사지사와의 사내연애 또한 평소 건강에 자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기본 체력이 좋으면 할 수 있는 일은 젊은이 못지않게 많다. 건강을 타고 나는 사람도 있지만 건강관리(Health Up)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Shut Up Listen Up
(쓸데없는 잔소리는 줄이고 경청하기)
평소 말수가 적던 사람도 나이가 들면 말이 많아지고 없던 잔소리도 늘어난다. 잔소리 많은 노인 옆에 있고 싶은 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옆에서 묵묵히 듣고 있더라도 속으로는 기분 좋을 리 없다. 자녀와 함께 사는 노부모들의 경우 잔소리가 때로는 가정불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벤이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인기남이 된 비결은 특별한 게 아니다. 꼭 필요한 말만 하고 경청하는 태도(Shut Up & Listen Up)가 주변사람의 마음을 열게 한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연애고민이나 주거 문제 등 상담이 필요한 동료들이 자연스럽게 그를 찾기 시작한다. 벤은 주변 사람이 고민에 빠져 눈물 흘릴 때 지그시 건네는 손수건 같은 존재다. 젊은이들의 행동이 무언가 마땅치 않아 보이고 마음에 안 들 수 있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말수를 줄이고 경청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잔소리 하고 지적만 하는 노인보다는 고민이 생길 때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이 필요하다.

Pay Up
(빚이 있다면 갚고 주변에 베풀기)
은퇴 후 가장 바람직한 노후상은 아마 나이가 들어서도 존경과 품위를 지키는 일일 것이다. 이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바로 ‘경제적 자립’이다. 100세 시대 은퇴준비를 위해 각종 재무정보가 넘쳐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누구도 늙어서 주변에 아쉬운 소리를 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요새는 자식들에게 손 벌리기도 쉽지 않다. 빠른 고령화와 저금리 환경에서 넉넉한 노후준비가 남의 이야기 같이 들릴 수 있지만 그런 만큼 더 바짝 정신을 차리고 전문가의 조언에 귀 기울여야 한다. 남들이야 어찌했건 내 삶이고 내 노후이기 때문이다.

집을 못 구하고 있는 직장동료에게 선뜻 방을 내주는 넉넉함을 보면 아마도 벤은 나름 은퇴준비도 잘 했을 것이다. 작더라도 주변에 잘 베푸는 사람이 되면 친구도 더 많이 모이는 법이다. 밥값이라도 한 번 더 내는(Pay Up) 사람이 돼 보자.

Open Up
(모르면 열린 마음으로 배우기)
새로운 일터가 자신에게 익숙한 분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익숙했던 분야라 해도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기 때문에 늘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한다. 그렇다고 위축될 필요는 없다. 처음부터 다 아는 사람은 없다. 모르면 배우면 된다. 잘 모른다고 움츠리고 피하기보다는 마음의 문을 열고(Open up) 배우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나이를 불문하고 모르면 배워야 한다. 영화 속 주인공인 벤과 줄스가 개인적으로 가까워진 결정적 계기는 벤이 줄스로부터 페이스북 가입을 배우면서부터다. 부지런히 배울수록 빨리 일터에 적응할 수 있다.

Show Up
(성실한 모습 보여주기)
월급 받는 종업원인 만큼, 직장 분위기에 맞추고 작든 크든 조직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영화 속에서 벤은 회사 CEO인 줄스가 눈 깜빡이지 않고 똑바로 쳐다보는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거울을 보고 눈 깜빡이는 연습을 한다. 다소 유머러스하게 표현된 부분이지만 생소한 조직문화와 동료들에게 자기 자신을 어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벤은 비서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현역시절 마케팅을 비롯한 다양한 업무를 두루 경험했던 바를 살려 보고서를 작성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한다.

Give Up
(때로는 눈높이와 기대치 낮추기)
입사 후 벤에게 주어지는 일은 한동안 아무 것도 없다. 사실 회사가 시니어 인턴이 필요해서 채용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는 항시 제일 먼저 출근해 자기 자리를 지킨다. 때 묻은 코트를 세탁소에 맡기는 일이 첫 번째 업무였지만 불평하는 기색 하나 없다. 나이 어린 상사의 차를 모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어쩌면 현역시절 기사를 부리고 다녔을지도 모를 그가 오히려 운전을 즐기는 모습이다.

은퇴 후 얻게 될 일자리가 한창 경제활동을 할 때와 같은 수준일 수는 없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노인일자리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기업과 시니어 간 상호 눈높이를 맞춰주는 일이라고 말한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 대부분이 기업이 원하는 기대치와 시니어 간 ‘눈높이 차이’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맡겨진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보다 오히려 어르신들의 능력과 의욕이 과해 지나치게 회사 일에 간섭할 때가 더 문제라고 한다. 눈높이와 기대치를 조금 낮추고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면 일터에서의 만족감도 커질 수 있다.

한국의 시니어 인턴십 제도는…

현재 국내에서는 고용노동부 중심으로 ‘장년 인턴제’프로그램을, 보건복지부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공동으로 ‘시니어 인턴십’을 운영하고 있다. 참여 연령 제한이 서로 다르긴 하나, 사업의 취지나 노인을 채용한 기업에 정부가 일정 예산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제도다. 국내 기업 중에는 영화 <인턴>에서처럼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별도의 시니어 인턴제도를 지원하는 회사도 있다.

보건복지부의 시니어 인턴십의 경우 고령자 참여가 확대되면서 2011년 3600명 수준이던 인턴수가 올해 1~9월 사이 6000명으로 증가했고, 참여기업도 2000여곳이 넘는 등 호응이 좋다. 업종도 단순 서비스직뿐 아니라 침착함과 섬세함이 요구되는 문화재발굴이나 바리스타와 같은 다양한 전문직으로 확대되고 있다.

영화 주인공 벤의 나이는 70세, 고희(古稀)다. 이는 중국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가 쓴 <곡강시(曲江詩)>의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에서 유래한 말로, ‘사람나이 일흔 살이 흔하지 않다’는 뜻이다. 지난 10월 전국에 100세 이상 노인 수가 1만6000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100세 이상 장수하는 어르신들은 앞으로 우리 주변에 점점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삶의 기쁨을 찾아 일하는 노인이 늘면서 이제 같은 직장에서 아들뻘이 아니라 손자뻘 되는 동료와 일하는 풍경을 보게 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시니어 근로자들은 시간과 근무 규정을 잘 지키고,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큰 편이다. 인생의 경험이 많고 인간관계의 폭이 깊어 어린 직원의 멘토 역할도 가능하다. 자신만의 장점과 강점을 살려 10Up으로 보다 활기차고 행복한 인생 노후를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