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와카미 아쓰토 회장은 “우리 생활의 기반이 되는 산업은 미래에도 사라지지 않는다”며 “첨단기술과 신재생 에너지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사와카미 아쓰토 회장은 “우리 생활의 기반이 되는 산업은 미래에도 사라지지 않는다”며 “첨단기술과 신재생 에너지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요즘 같은 시장 상황이 걱정 안 되느냐구요? 전혀요. 싼 값에 주식을 더 사들일 기회죠.”

글로벌 금융 시장은 새해 첫머리부터 숨 가쁘게 오르내렸다.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에 중국 증시는 폭락했고, 세계 각국의 증시가 함께 요동쳤다. 각국 증시에서 투자 자금이 탈출하는 요즘, 사와카미 아쓰토(澤上篤人·67) 사와카미 투자신탁 회장은 여유만만하다.

“장기 투자가는 증시 폭락에 불안해 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가 투자하는 기업의 사업 기반은 미래에도 사라지지 않으니까요.”

그의 회사가 취급하는 펀드는 단 하나, 개인 투자자 자금만 받아 운용하는 사와카미 펀드 뿐이다. 1999년 487명이 맡긴 163억원의 자금으로 출발한 이 펀드가 지금은 가입자 수 12만명, 운용 자금은 일본 단일 펀드 가운데 2위 규모인 2조8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사와카미 펀드의 투자 원칙은 단순명료하다. 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을 찾아 ‘오랜 기간’ 투자한다는 것. 교과서에서나 볼 법한 재미 없는 투자법인데 실적이 눈부시다. 1999년부터 2015년 12월 말까지 사와카미 펀드가 기록한 누적 수익률은 116.6%. 연평균으로는 6.9%의 수익을 꾸준히 냈다. 같은 기간 니케이지수의 상승률이 20%에 못 미친 것과 비교하면 월등하다. 신뢰하는 기업이라면 악재가 닥쳐도 쉽게 돈을 빼지 않는다. 사와카미 펀드가 2010년 대규모 리콜 사태로 가격이 급락했던 도요타 자동차 주식을 대량 매수해 5년 만에 400%에 가까운 수익을 올린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래서 그의 별명은 ‘일본의 워런 버핏’이다. 저평가된 기업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투자하는 가치 투자의 달인이라는 뜻이다. 그보다 사와카미 회장이 더 강조하는 말은 ‘장기 투자’다. 장기 투자 전도사를 자처하며 전국 투어 강연회를 여는가 하면, ‘사와카미 아쓰토의 장기 투자가 일기(長期投資家 日記)’라는블로그(http://www.investors-tv.jp/samiblog/)에 수시로 자신의 투자 철학에 관한 단상을 글로 풀어낸다.

2015년 말 조선일보 재테크 박람회 기조연설자로 방한한 그를 서울 삼성동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연약해보일 만큼 호리호리한 체구의 은발 노신사였지만, 그의 눈과 입에는 인터뷰 내내 자신감 넘치는 미소가 흘렀다. 일본의 20년 장기 불황을 돌파해낸 장기 투자자의 확신이 담긴 미소였다.


- 일본 경제가 장기 불황을 겪는데도 일본 증시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투자에 성공하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비결 같은 건 없습니다. ‘투자’했을 뿐입니다. 의아한 얼굴인데(웃음) 아마 우리가 생각하는 투자라는 용어의 의미가 서로 달라서 그럴 겁니다. 요즘의 투자는 제가 볼 때 자산 운용에 좀 더 가깝습니다. 전문 투자자라는 사람들은 늘 단기 금융 시장을 좇아가죠. 그리고 잘 알다시피, 그 시장에서는 수도 없이 많은 사람이 매수와 매도를 반복합니다. 그러면 시장은 어떻게 움직이나요? 등락을 거듭하며 요동칩니다. 그렇지만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건 우리의 ‘생활(life)’입니다. 인간의 생활을 구성하는 요소는 그처럼 바뀌지 않아요. 예를 들어볼까요? 아마 당신도 오늘 아침에 일어나 세수한 뒤 식사를 했겠죠? 지금은 나와 함께 커피를 마시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마친 뒤엔 점심을 먹고, 날이 저물면 저녁을 먹고, 밤이 되면 씻고 잠자리에 들 겁니다. 이런 게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인간의 생활은 바뀌지 않아요. 그리고 기업은 어떤 일을 합니까? 우리의 생활을 뒷받침합니다. 그게 전부예요. 우리는 쉴 새 없이 춤추는 단기 금융시장을 좇지 않습니다. 우리 생활을 지지하는 기업의 활동에 투자합니다. 이러한 방식의 투자는 끊임없이 성장하고, 절대로 단기에 무너지지 않습니다. 사와카미 펀드는 늘 같은 방법으로 꾸준한 수익을 추구합니다. 증시가 급락하면 우리는 싼 값으로 더 많은 기업 주식을 사들입니다. 이런 활동을 반복하는 게 전부입니다. 전혀 ‘비법’ 같은 건 없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투자’를 하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가 이런 ‘투자’ 활동엔 관심이 없죠. 단기간에 재빠르게 수익을 내고 증시에서 빠져나갈 궁리를 하니까요. 그래서 우리의 투자가 특별하게 보일 뿐입니다.”

- 사와카미 펀드가 투자하는 기업 수는 몇 개 정도 되나요? 그리고 정말 종목을 바꾸지 않는 겁니까?
“우리는 지금까지 25~30개 정도의 기업에 투자해 왔습니다. 투자한 종목은 여간해선 바꾸지 않았습니다.”

- 회장님이 생각하는 장기 투자의 기준은 몇 년 정도인가요?
“평생 투자하는 게 장기 투자죠. 경제가 돌아가려면 사람들이 소비를 해야 합니다. 돈이 윤활유처럼 흘러야 합니다. 미래를 위해 돈을 쓰라는 이야깁니다.”

- 투자 철학이 확립된 건 언제부터였나요?
“내가 금융 투자 업계에 발을 들인 건 1970년이었어요. 그 당시 통용되던 투자에 대한 생각은 지금과 많이 달랐습니다. 20~30년을 바라보는 장기 투자가 일반적인 개념이었습니다. 단기 투자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한 건 1975~76년 즈음이었습니다. 연기금의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진 것이 큰 영향을 미쳤지요. 연기금이란 매년 수익을 얼마나 내느냐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기관 투자가입니다. 노후 대비 자금이 얼마나 잘 운용되고 있느냐는 누구에게나 큰 관심사니까요. 연기금의 운용 성적에 신경 쓰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연기금은 점차 투자 성과를 연 단위로 측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 현상을 단기 투자 트렌드의 시작으로 봅니다. 투자에 관한 사고가 이런 식으로 바뀌면서 결국 지금처럼 ‘투자’의 의미가 ‘자산 운용’ 정도로 인식되는 시대가 온 것이지요. 주식 투자를 단기에 돈을 버는 수단으로 믿는 사람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저는 새로운 생각을 한 게 아니라 처음 배웠던 투자의 개념을 그대로 실천해 온 것뿐입니다.”

- 사와카미 펀드가 개인 투자가의 자금만 받는 건 수익률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서인가요?
“그렇습니다. 기관 투자가는 돈을 맡긴 고객으로부터 높은 수익률을 올려야 한다는 압박을 늘 받고, 결국 매년 단기 수익률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단기 수익률에 크게 목맬 필요가 없는 개인 투자가의 자금만 받아야 우리 철학대로 투자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그렇게 수익률에 목 매는 단기 투자가들이 올리는 수익률보다 사와카미 펀드의 수익률이 더 높았다는 겁니다. 20~30년 장기간을 놓고 보면 사와카미 펀드의 승리입니다. 우리는 기업 활동에 ‘투자’했지만, 단기 투자가들은 급변하는 금융 시장을 좇은 자산 운용사에 불과합니다. 돈의 흐름만 좇는 투자가는 장기 투자가를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 어떤 기업을 담느냐가 중요하다는 의미 같습니다. 투자할 기업을 고르는 원칙이 있나요?
“우리는 인간의 생활을 지원하는 기업에 투자합니다. 돌아보면 우리 삶을 지원하는 기업이 많습니다. 가령 우리가 대화하고 있는 이 호텔은 철강업체가 만든 철, 시멘트 업체가 만든 시멘트, 화학 섬유까지 다양한 기업의 활동이 합쳐진 산물입니다. 내가 ‘생활’이라고 했는데, 먹고 마시는 활동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에요. 의·식·주를 구성하는 모든 게 다 우리 삶의 기반인 겁니다.”

-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업종이 있나요?
“신소재와 첨단기술에 관심이 많습니다. 시장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어 주목하는 게 아닙니다. 신소재는 모든 혁신의 기반입니다. 신소재가 있어야 새로운 부품이 나오니까요. 그렇기에 우리는 신소재와 부품 산업을 눈여겨봅니다. 신소재와 첨단기술을 통한 혁신은 우리 미래 생활의 기반이 될 겁니다. 사와카미 펀드 리서치팀은 10~20년 뒤 우리 생활에서 어떤 소재와 기술이 유망할지 끊임없이 연구합니다. 그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도 우리 생활을 지탱해 줄 기업을 먼저 찾아 투자하자는 겁니다.”

- 앞으로 유망할 것으로 보는 신소재나 기술은 무엇인가요?
“신소재로는 탄소섬유(carbon fiber)가 있습니다. 골프채부터 항공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는 소재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에너지원으로는 연료전지(fuel cell)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금 일본 가정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난방 시스템은 가스 시스템입니다. 가스는 난방용으로만 쓰이고, 전력은 따로 만들어 공급하지요. 그러나 앞으로 연료전지가 개별 주택에 보급된다면 어떨까요? 연료전지가 만들어내는 에너지를 통해 난방과 온수 공급, 집안의 모든 전력 공급을 한 번에 해결하게 됩니다. 연료전지의 원료 대비 에너지 효율은 80%에 달해, 지금 쓰는 석유나 석탄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습니다. 지금 일본에서는 연료전지 한 세트가 200만엔인데, 앞으로 3년 안에 100만엔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가격이 내려가면 누구나 연료전지 세트를 집에 설치할 수 있게 됩니다. 그 말은 지금보다 전 세계에 전력 발전소가 훨씬 덜 필요해질 거란 뜻이죠. 각 가정이 자체 전력을 생산하는 시대가 곧 올 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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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 유가가 많이 내려갔습니다. 대체 수요가 이른 시일 안에 생긴다고 생각하나요?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지금은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부진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 현상이 영원히 계속될까요? 저는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세계 인구는 매일 늘어납니다. 현재 세계 인구가 72억~73억명 수준인데, UN은 2050년이면 90억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매일매일 10만명 넘게 인구가 증가한다는 뜻입니다. 이 많은 사람들이 각자 더 나은 삶의 질을 추구하며 살아갑니다. 사람은 일단 쾌적한 생활을 한 번 맛 본 뒤에는, 쉽게 생활 수준을 낮출 수 없지 않습니까?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경제 규모가 커질 거라 예측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 말은, 세계의 전력 수요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늘어날 거란 이야깁니다. 우리가 가진 자원의 양은 한정돼 있죠. 지금 유가가 하락한다고 해서 영원히 하락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는 데이터로도 알 수 있는데요, OECD 집계를 보면 2008년부터 2014년 사이 미국에서는 원유 소비량이 0.5%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 생산량은 11.4% 늘었습니다. 셰일오일 생산이 급증한 덕분이죠. 그렇지만 전 세계를 놓고 보면 계속해서 원유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2008년부터 2018년 사이 세계 원유 소비량은 1.3% 증가했지요. 그러니 10년 이상 지난 뒤에는 미국의 원유 소비량도 회복되고, 원유 가격도 다시 오를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 때 첨단기술과 신재생 에너지 등이 해답을 줄 수 있을 겁니다.”

- 에너지 이외에 관심있게 보고 있는 다른 첨단기술 산업이 있나요?
“로봇 산업이지요. 로봇에는 모든 산업이 집약돼 있습니다. 로봇 자체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로봇이 끌고 가는 산업이 중요하다는 이야깁니다. 산업용 로봇부터 군수용,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이 활약하게 될 겁니다.”

- 세계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과거 고도 성장기만큼 활발하게 장기 투자에 나설 사람이 있을까요?
“일본 은행에는 826조엔 규모의 개인 자산이 잠자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공적연금(GPIF) 운용 자산의 네 배 수준입니다. 그 가운데 2~3%만 장기 투자에 나서면 정부의 경기 부양책보다 훨씬 효과적인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끊임없이 일본 국민에게 진정한 의미의 투자, 장기 투자를 권유하는 겁니다. 은행 금리가 제로 수준인데, 장롱 속에 두기보다는 응원하고 싶은 기업을 찾아 투자하는 것이 사회에도, 개인에게도 좋은 일이니까요.”

- 일본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아베노믹스가 화제였습니다만 큰 효과는 발휘하지 못할 거라 봅니다. 이 정부만 경기 부양에 나선 게 아닙니다. 1992년부터 2014년까지 22년 동안 일본 정부가 계속해서 돈을 푼 사이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240%에 이르렀지요. 그만큼 오랜 기간 재정을 풀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정부가 돈을 안 풀어서 경기가 살아나지 않은 게 아닙니다. 은행 안에서 잠자는 일본 국민의 돈을 바깥으로 끌어내지 못하는 게 문제인 겁니다.”

- 사와카미 펀드 고객에게 수익이 특정 기업들에 오랜 기간 돈을 맡겨도 괜찮다는 신뢰를 어떻게 심어주나요?
“우리 펀드에 가입한 고객 가운데 70%가 8년 이상 가입자입니다. 고객과 펀드 매니저, 그리고 투자를 받는 기업의 신뢰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지요. 어떤 기업에 투자하는지 고객이 잘 알 수 있도록 우리 회사 애널리스트들이 투자 종목과 방향을 논하는 공개 스터디를 수시로 개최합니다. 고객을 추첨해 함께 하는 투자 기업 탐방 행사도 자주 진행합니다. 특히 작년에는 우리 펀드가 투자하는 기업과 펀드 가입 고객이 한 자리에 모여 기업 현황과 미래의 비전을 나눌 수 있는 투자설명회(IR)를 열었습니다. 대단히 반응이 좋았고, 이 행사를 정례화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사와카미 회장은 앞으로 매월 1회 이코노미조선에 ‘장기 투자가의 투자 전략’ 칼럼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 사와카미 아쓰토
1970년 스위스 캐피털 인터내셔널 입사. 1999년 일본 최초의 독립 투자신탁 회사인 사와카미 투자신탁 설립. 개인 투자자 자금으로만 운용하는 사와카미 펀드를 일본 2위 규모의 대형 펀드로 키워낸 주역. 폭락한 주식 가운데 가치 있는 회사를 골라 장기 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