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초강수(超强手)를 뒀다. 남북 교류의 상징인 개성공단 사업을 12년 만에 전면 중단한 것이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2월 10일 정부 성명을 통해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하지만 이런 노력이 결국 북한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고도화에 악용된 결과가 됐다”고 밝혔다.
통일부 발표에 따르면 지금까지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현금 5억6000만달러(6160억원·북한측 근로자 임금)가 유입됐다. 홍 장관은 “정부와 민간이 (개성공단에) 총 1조190억원을 투자했는데, 그 자금이 평화의 길이 아닌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고도화에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막기 위해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개성공단은 남북 화해·협력의 상징 역할을 했다. 공단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인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구체화됐고, 2004년 12월 본격 가동됐다. 2005년 18개로 시작한 입주 업체수는 현재 124개로 늘었다. 섬유업체(58%)가 가장 많고, 기계금속(19%), 전기전자(11%), 화학(7%) 등의 기업이 들어서 있다. 근로자는 북한측 5만여명, 남측 800여명이고, 지난해 생산액은 약 5억1549만달러를 기록했다.
문제는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인 자금 중 상당 부분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통치 자금이나 핵·미사일 개발에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정부가 개성공단 폐쇄라는 강수를 둔 이유다. 이번 조치는 정부가 비(非)군사 분야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북 제재 수단으로 여겨진다. 그동안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도 개성공단 사업은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마지막 남은 대북 경제협력사업이기 때문이다. 2009년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 2015년 8월 목함지뢰·서부전선 포격 도발 사건 때는 모두 개성공단 체류 인원 최소화와 출입경(出入境) 제한 수준의 조치만 취했다.
그러나 정부는 기존 대응방식으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계획을 꺾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북한이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고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감행해 국제사회 제재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핵심 당사국인 한국이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국제사회를 설득할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홍 장관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그대로 놔둘 경우,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안보에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핵도미노 현상’을 우려했다. 이어 홍 장관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변화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강력한 대북 제재에 나선 만큼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 등이 실효적 대북 제재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언급되고 있는 제재 중 하나가 바로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 은행, 정부 등을 제재하는 2차적 제재)’ 조항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크레디트 카드’를 빼앗아 핵·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2월 10일(현지시각) 미국 상원은 전체회의를 열고 이 조항을 포함한 대북제재법안을 통과시켰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124개 기업에 대한 피해 보상과 지원도 고려해야 한다. 북한은 2월 11일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공단 지역을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 공단 내 남측 인원을 전원 추방했다. 기업 자산을 동결하고 개인 물품 반출만 허용한다는 북한의 조치에 따라 입주 기업들은 허둥지둥 짐을 챙겨 개성공단을 빠져나왔다. 이로 인한 124개 기업의 피해액은 1조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현재 정부는 입주 기업의 피해 보전을 위해 경협 보험금 지급, 협력기금 특별 대출 지급 등 재정적 지원과 대체 산업 부지를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